# 33
나 혼자 자동 투척(게이트 로얄 마지막)
마트의 난전까지 무난하게 수습한 다뚜카페팀은 어마어마한 양의 배낭을 손에 넣었다. 재미난 사실은 그 수습한 배낭 중에도 장난감이 다수였다는 점이었다. 골낳괴는 그걸 더 모아서 전차를 뽑자는 이야기를 했지만 팀원들이 반대했다.
전차 대신에 지원 장갑차를 뽑고 데몬 토이 솔저를 더 많이 뽑았다. 그러면서 빠른 기동력으로 유저들을 학살해 나갔다.
지원 장갑차는 따로 화력은 제공하지 않지만 주변 솔저들의 능력치를 올려주는 아주 좋은 물건이었다. 일반 장갑차보다 가격도 비싸서 거의 탱크와 비슷한 수준으로 장난감 토이가 들었지만 그 가치는 충분했다. 특히 솔저들이 많이 있는 상황에서는 더욱 그랬다.
데몬 토이는 탄약도 소비하지 않기 때문에 모이기만 하면 이보다 좋을 수가 없었다. 이미 장갑차가 초반부터 나온 시점에 게임은 기울었다고 봐야했다. 솔저가 추가되면 될수록 장갑차, 전술 차량의 방어력과 공격력은 높아졌다. 그런데다가 전투를 거듭하니 계급도 올라서 강화 솔져는 대물 저격총을 들고 싸우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
이제 게임 시작 30분 경과한 상황.
극후반에나 나올법한 데몬 토이 군대가 만들어졌다. 카시마르는 펫들과 소모성 아이템을 들고 유저들을 학살하고 다니는 중이었다. 부적을 적극 활용해서 적에게 접근하고, 데리고 다니는 펫들을 풀어버리면 파밍을 많이 하지 못한 한 팀 정도는 그냥 제압해버리는 카시마르였다.
“저깄다! 저기 숨어 있네! 쏴!”
두두두두두두두! 탕! 탕!
위치를 들킨 팀들이 데몬 토이 트럭을 타고 언덕 아래로 도망갔다. 도망가는 트럭을 데몬 솔져들이 총으로 쏘기 시작했고 5미터도 가지 못하고 그대로 터져버렸다.
퍼엉!
트럭이 터지면서 유저들이 밖으로 튀어나왔고 카시마르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달려들어 팀을 전멸 시켰다.
이제 게임 양상은 다뚜카페팀을 피해서 유저들이 도망을 다니는 형식이 되어 버렸다. 워낙 순식간에 군대를 만들어서 단일팀으로는 대항하기가 힘든 상황.
33분쯤에 꽤 파밍을 잘한 동물공장 메타 팀이 덤벼들었지만 카시마르 쪽이 대승을 거뒀다.
카시마르가 축지법 부적을 연달아 쓰고 파고들어 서포터와 딜러를 잡아냈기 때문이었다. 서포터와 딜러를 잡아내고 카시마르는 기절했지만 결과는 아주 좋았다. 그사이에 제대로 자리를 잡은 데몬 토이 군대가 나머지 펫들을 쓸어버렸기 때문이었다.
대승을 거둬서 그 팀원이 가지고 있던 아이템을 흡수하고 군대는 더 커졌다. 카시마르는 부활 부적으로 바로 부활할 수 있었다.
그 뒤로 패턴은 같았다. 용재 팀은 유저들이 모여 있을 만한 곳으로 가서 카시마르가 활동하도록 해주기만 하면 되었다.
두다다다다다다!
“숨어 봐! 어디 더 숨어보시지!”
“야. 이거 쾌감 쩐다. 이래서 장난감 메타를 가는구나.”
“데몬 토이는 일단 쌓이기 시작하면 답이 없어. 그냥 다 죽는 거야.”
용재 일행은 학교 운동장에 군대를 세워두고 마구잡이로 공격을 퍼붓고 있었다. 간간히 상대의 공격이 날아와 데몬 솔져들을 위협했지만, 그들은 곧 다시 회복되어서 총을 쏘았다.
팡! 팡! 파아앙! 팡! 팡! 두두두두두두두두!
총알에 제한이 없다 보니 건물이 완전히 무너져 내릴 때까지 공격을 퍼부으면 그만이었다. 상대 유저들은 선택을 해야 했다. 나와서 싸움을 하던가 아니면 건물과 같이 무너져 내리던가.
그러는 사이에 카시마르는 퇴로를 장악하고 나오는 유저들을 죽였다. 카시마르가 끌고 다니는 펫은 모두 다섯 마리였고, 다 상당히 레벨 업이 된 상태였다. 가장 레벨이 높은 펫은 전투 캥거루였는데 마치 보디빌더 같은 근육을 지니고 있었다. 적을 보면 엄청난 거리를 점프해서 발차기를 퍼붓는 캥거루.
팡!
캥거루가 학교 뒤쪽을 올라오던 전사를 드롭킥으로 날려버렸다. 전사가 데굴데굴 굴러 떨어졌다!
“포지션 잡아!”
앞선이던 전사가 무너지자 팀원 중 하나가 소리쳤다. 전사가 굴러 떨어진 틈을 타서 카시마르와 다른 펫들이 일제히 달려들었다. 카시마르는 축지술 부적과 바람 제어술을 이용해 엄청난 속도로 뒤쪽의 서포터에게 접근했다.
일단 접근만 하면 카시마르에게 이들은 먹이감일 뿐이었다. 이들도 나름 아이템을 보유하고 있었지만 카시마르는 큰 파란 도깨비 불을 두 개나 소유하고 있었다. 그러니 웬만한 스킬은 다 방어할 수 있었다.
콰직!
카시마르의 레벨이 그리 높지 않은데도 공격을 하면 대부분 그대로 쓰러졌다. 그 이유는 바로 바람의 가면에 붙은 옵션 때문이었다. 상대 방어력에 따라서 추가 데미지를 주는 옵션. 이 옵션은 카시마르의 공격에 어마어마한 메리트를 부여하는 중이었다.
특히 탱커들은 물리 공격에 쉽게 쓰러지지 않아야 정상이었는데 카시마르에게는 픽, 픽 쓰러져 나갔다. 그런데다가 원거리 딜러가 쉽게 스킬을 쓰지 못하게 만드는 여러 마리의 펫들.
“뒤져!”
마법사가 소리를 치면서 카시마르를 향해 스킬을 사용했다. 그러자 땅이 우뚝 솟으면서 카시마르를 덮쳤다. 그러나 카시마르는 재빨리 파란 도깨비불을 사용해 몸을 보호막으로 감쌌다.
“아우!”
그 모습을 본 마법사가 소리쳤다. 그리고 그 뒤에 커다란 그림자가 보였다. 마법사는 고개를 들어 보였고, 거기에는 3미터 정도 되어 보이는 육식 공룡이 입을 벌리고 있었다.
“시바!”
콰직!
마법사가 소리쳤고 공룡은 마법사의 머리를 그대로 집어삼켜서 분리시켜버렸다. 마법사의 목이 뜯어지면서 피가 솟구쳤고 그대로 팀 전멸 메시지가 떠올랐다.
[다뚜카페 팀이 언더워치 팀을 전멸시켰습니다.]
[최후의 팀이 선정되었습니다. 다뚜카페팀 축하드립니다.]
[게이트 로얄 팀전 기록이 갱신되었습니다. 기록 갱신팀인 다뚜카페팀은 추가 보상을 받습니다.]
“응? 저놈들이 끝이었어?”
“이제 재미 좀 보나 했는데.”
“야. 재미고 뭐고 간에 기록 갱신이야. 이거 기록 갱신 때는 스킬 상자 주는 거 모르냐?”
“그랬나? 그래도 좀 아쉽네. 언제 이런 재미를 느껴보나."
"스킬 상자에서 유니크 뜨기를 간절히 기도해라. 랜덤 상자에서 스킬 뜨는 것도 희박한데 이거는 그냥 스킬을 무조건 주잖아."
"스킬도 스킬 나름이지."
팀원들이 이야기 하고 있는 사이에 카시마르가 팀이 있는 곳으로 다가왔다. 카시마르가 다가오자 팀원들이 빛에 휩싸이면서 대기하는 곳으로 이동했다.
게임 시작 48분 경과.
58분이 최고 기록이던 게이트 로얄 팀전 기록을 10분이나 단축 시켰다. 대단한 기록이 아닐 수 없었다.
“MVP는 누굴까?”
“카시마르 형이지 않나?”
“아르케도 꽤 많이 죽였어.”
“MVP 선정 기준이 뭔데?”
“MVP는 데미지 넣은 거, 킬, 받은 데미지, 아이템 사용 횟수, 회복량 뭐 이런 거 복합적으로 계산해서 선정해요. 그래서인지 몰라도 서포터가 MVP 받는 경우도 종종 나와요.”
“다른 팀에서 나오는 거 아니겠지?”
골낳괴가 물었다.
“야. 이렇게 일방적으로 게임을 했는데 설마 다른 팀에서 나오겠냐?”
“뜬다! 떠.”
[이번 게임의 MVP는 ‘카시마르’입니다. 축하합니다.]
“오! 형! 축하해요.”
“형이 받을만 했어요.”
“완전 축하요!”
“형 게이트 로얄 첫판에 MVP 받은 사람 형이 처음일 거예요.”
“그다음에 최다킬 뜨지 않나?”
[이번 게임에서 가장 많은 플레이어를 죽인 유저는 ‘카시마르’입니다. 총 74명의 유저를 죽였습니다.]
“와. 형 3관왕. 대박. 랜덤 상자 3개 뜰 수도 있겠는데요?”
“상자가 중요한 게 아니라 나오는 아이템이 뭔가가 중요하다면서.”
“그렇긴 해도요. 아무튼 축하해요.”
카시마르는 덤덤한 듯이 말했지만 상당히 기뻐하고 있었다. 경험치도 많이 들어와서 레벨업도 2업이나 했다. 그런데다가 나온 아이템도 상당했다. 말 한대로 랜덤 상자가 3개나 떴다. 랜덤 상자에서 무엇이 나올지 모르겠지만 일단은 기분이 좋은 건 사실이었다. 카시마르는 랜덤 상자 3개를 바로 클릭해서 해제해버렸다. 카시마르다운 행동이었다.
“뭐 뜨려나?”
“형 해제 안해요?”
“나? 이미 했어.”
“상자 몇 개 나왔는데요.”
“3개.”
“헐. 보상 3개 다 랜덤 상자 떴어요?”
“어. 근데 두 개는 그냥 스티커야.”
“어떤 스티커요?”
“힘 스탯 스티커.”
“힘 스탯. 얼마짜리인데요?”
“그래도 전에 있던 것보다 좋네. 플러스10짜리.”
“형. 플러스 10이면 최소 레어에요. 엄청 좋은 거에요.”
“그래도 스탯 아이템은 그닥 좋은 취급 못 받잖아.”
“그렇긴 하죠.”
카시마르는 근접 전투 캐릭터였기 때문에 힘 스탯이 좋아서 나쁠 이유는 없었다. 하지만 굳이 힘 스탯을 올릴 필요도 없었다. 카시마르는 힘 스탯 스티커 두 개를 블랙 알라딘에게 붙였다.
다른 아이템들은 언제든지 바꿀 수 있지만, 블랙 알라딘은 바꾸지 않을 생각이기 때문이었다.
보통 스티커를 구하면 정말 오래 쓸 아이템이 아닌 이상 모아두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카시마르는 그런 고민 하지 않았다. 있으면 그냥 바로 붙여버렸다. 마지막 랜덤 상자에서 나온 건 스킬 쿠폰이었다.
해제하면 스킬이 나오는 쿠폰. 어떤 스킬이 나올지는 알 수 없었다. 랜덤 상자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었다.
카시마르는 쿠폰을 열어보았다. 레어 스킬이었다. 상당히 좋은 레어 스킬이었는데 카시마르의 얼굴은 그다지 밝지 않았다.
액티브 스킬이었기 때문이었다.
그것도 원거리 딜러에게 유용할 것 같은 스킬.
[골렘 소환 - 주문을 외워서 골렘을 소환합니다. 스킬 레벨이 높아지면 골렘도 강해지고 다룰 수 있는 골렘의 개수도 많아집니다.]
그래도 레어 스킬이니 그대로 두었다가 30일 뒤에 교환소에서 바꿀 수 있었다. 그때 마침 메시지 창이 떠올랐다.
[팀전 기록 갱신으로 랜덤 스킬 상자가 지급되었습니다. 상자를 클릭하면 랜덤으로 스킬이 생성됩니다.]
“스킬 상자다. 이게 중요해! 이게 하이라이트라고.”
스킬 상자를 받은 팀원들은 잔뜩 긴장한 모습이었다. 카시마르도 마찬가지였다. 이번에는 제발 액티브 스킬이 뜨지 않기를 바랬다. 지금 카시마르에게 중요한 건 높은 등급의 스킬 보다는 패시브 스킬이었으니까. 그것도 근접 전투에 필요한.
물론, 근접 전투에 필요하지 않은 스킬이어도 상관 없었다. 어떻게든 지금의 약점을 극복할 수 있을만한 스킬이면 충분했다.
“떴다! 떴어! 유니크다!”
카시마르는 상자를 클릭하려다가 말고 멈췄다. 바로 골낳괴가 소리를 버럭 질렀기 때문이었다.
“뭐? 유니크 떴어?”
“그래. 유니크다! 하하!”
“대박이네. 유니크가 뜨다니. 난 일반 스킬인데.”
“무슨 스킬인데? 구경 좀 하자.”
“있어봐! 나도 좀 보고!”
“같이 좀 봐!”
골낳괴를 제외한 모든 팀원들이 일반 스킬이 떴다. 다들 골낳괴의 스킬을 구경하려고 골낳괴에게 모여들었다. 카시마르는 그 사이에 스킬 상자를 열어보았다. 그리고 저절로 지어지는 미소. 레어 스킬인데다가 카시마르가 원하던 패시브 스킬이었다.
[나 혼자 자동 투척 스킬이 생성되었습니다. 습득하시겠습니까?]
카시마르는 스킬의 옵션을 천천히 살펴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