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4
변화구를 던져보자
[나 혼자 자동 투척(패시브)(레어) - 플레이어가 투척하는 무기가 가장 가까운 목표를 향해 자동으로 날아갑니다. 레벨이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투척 무기가 더 현란한 움직임으로 목표를 향해 날아갑니다. (15미터 추가 움직임)(원거리 무기 적용 불가)]
나 혼자 자동 투척 스킬은 딱히 특별할 게 없었다. 그렇지만 카시마르에게는 무엇보다도 특별했다. 카시마르의 가장 큰 약점은 바로 원거리 공격의 부재였으니까. 액티브 스킬을 쓸 수 없으니 카시마르는 늘 상대에게 들러붙어야 하는 약점이 있었다.
그런데 자동 투척 스킬이 있으면 그런 고민이 어느 정도 해소될 수 있었다. 무기를 던지면 자동으로 목표를 지정해 날아간다. 어떤 움직임을 보여줄지는 알 수 없지만 어쨌든 카시마르에게는 중요했다.
추가 데미지가 없는 건 아쉬웠지만 크게 상관은 없었다. 어차피 카시마르가 하는 모든 공격은 상대 방어력을 이용해서 추가 데미지를 줄 테니까. 그것만으로도 상대에게 꽤 큰 데미지를 입힐 수 있는 카시마르였다.
보통 투척 무기의 사정거리는 3미터에서 최대 10미터 정도가 한계였다. 그런데 거기서 15미터 추가 움직임을 보여준다는 건 대단한 의미가 있었다. 그만큼 상대를 포착해서 잘 날아간다는 의미도 있었지만 사정거리가 그만큼 길어진다는 의미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골낳괴 상당히 좋은 스킬 떴네요. 오우.”
“무슨 스킬인데?”
골낳괴가 얻은 유니크 스킬은 상당히 좋은 액티브 스킬이었다. 다만 골낳괴의 플레이 스타일과는 조금 맞지 않는 스킬이라는 게 중요했다. 골낳괴의 스킬을 확인한 팀원들은 죄다 킥킥대고 웃기 바빴다.
“자업자득이다. 이 시키야.”
“아. 나는 이런 플레이어가 아닌데.”
“캐릭터를 거지 같이 육성하니 그런 스킬이나 뜨지.”
“축하한다. 골낳괴. 이제 너도 1인분을 할 수 있는 시기가 왔구나.”
골낳괴가 획득한 스킬은 바로 스킬 리버스. 상대가 사용한 스킬을 아군에게 이로운 스킬로 교환해서 버프를 걸어주는 스킬이었다. 재미난 점은 상대가 사용한 스킬이 강력하면 강력할 수록 스킬 리버스의 효과도 강력해진다는 점이었다.
상당히 좋은 스킬이긴 했다. 다만 이 스킬은 아군에게만 걸 수 있는 스킬이어서 솔로 플레이에는 적합하지 않았다.
“그래도 몰라 사용 불가 판정이 아니니까. 한 번 써보긴 해봐. 아군에게만 버프 효과가 넘어간다고 했으니까.”
카시마르가 골낳괴의 스킬을 살펴보더니 말했다.
“그럴 수도 있겠네요. 버프 효과는 받지 못해도 상대 스킬을 무력화시키는 건 될지도 모르네. 야. 그것만으로도 엄청 좋은 거 아냐? 그 정도만 해도 좋은 거지.”
“일단 되는지 안 되는지 확인은 해봐야지.”
“형은 뭐 나왔어요?”
“나는 그냥 레어 스킬. 무기 투척에 관한 거.”
“레어여도 상당히 좋은 거잖아요.”
“일단 써 봐야지.”
“형 한 판 더 하실 거에요?”
아르케가 물었다.
“아냐. 오늘은 이만 해야 돼. 조금 있다가 아는 사람 만나기로 했거든.”
“그러면 알겠습니다. 저희도 그럼 오늘 그만하고 개인 스케줄 소화하도록 할게요. 수고하셨습니다.”
“그래. 수고!”
“형. 내일 봐요!”
“그러자!”
데스매치와 게이트 로얄을 하고 나니 하루가 훌쩍 지났다. 벌써 게이트 로얄이 오픈한지도 50일 가까이 되어 가고 있는 상황. 카시마르가 미러존의 괴물을 클리어했을 때만해도 C랭크가 그리 많지 않았는데 지금은 C랭크가 무척 많은 상황이 되어 버렸다.
카시마르는 시간을 확인했다. 오전부터 게임을 했는데 벌써 3시가 넘어가고 있었다. 실제 게임을 한 시간은 별로 없었는데 팀원들과 게이트 로얄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시간이 훌쩍 갔다.
카시마르는 일단 널찍한 훈련장으로 향했다. 새로 습득한 스킬을 사용해보기 위해서였다. 카시마르는 일단 들고 있던 카이로의 꼬리를 더미를 향해 던져보았다.
휘휘휘휙!
호쾌한 소리를 내면서 카이로의 꼬리가 더미를 향해 날아갔다. 이전보다 더 뻗는다는 느낌은 있었지만 딱히 특별한 것은 없어보였다.
“강숭아.”
“예. 가지고 오겠습니다요."
카시마르가 말하지 않아도 강숭이가 얼른 달려가서 떨어진 카이로의 꼬리를 가지고 돌아왔다.
“딱히 특별한 게 보이는 거 같냐?”
“그렇지는 않습니다요.”
“그렇지?”
“그렇습니다요.”
카시마르는 이번에는 더미를 향해 카이로의 꼬리를 던지지 않고 그 옆으로 던졌다. 45도 정도 틀어진 쪽을 향해 카이로의 꼬리를 던진 것이었다. 그러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날아가던 카이로의 꼬리가 마치 변화구처럼 방향을 틀어서 더미를 향해 날아간 것이었다. 무브먼트가 엄청나다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변화구처럼 휘어서 더미를 향해 날아가기는 했다.
“휘기는 하네.”
“그렇습다요. 그래도 저 정도면 실전에서 꽤 쓸모 있지 않겠습니까요?”
“그러겠지. 피했다고 생각한 암기가 옆에서 치고 들어올테니까.”
“그렇습니다요.”
카시마르는 이제는 멀리 떨어져서 카이로의 꼬리를 던져보았다. 보통 카시마르가 암기를 던지면 5미터 정도 날아가는 게 보통이었는데 스킬 때문인지 20미터 넘은 곳에서 던져도 목표물을 향해 날아갔다.
카시마르는 30미터 거리에서 카이로의 꼬리를 던져보았다. 30미터 거리에서도 충분히 더미를 두들길 수 있었다.
카이로의 꼬리는 어느 정도부터는 카시마르의 힘에 의해서 날아가는 느낌이다가 어느 순간부터 바람을 타고 흐르는 종이비행기처럼 날아가더니 목표물을 가격했다. 카시마르는 그게 자동 투척 스킬의 힘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힘 스탯이 더 필요해지겠네. 암기 들고 다니려면.”
힘 스탯이 높아지면 더 많은 무게를 들 수 있었다. 자동 투척은 카시마르에게는 유일한 원거리 공격 수단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에 암기를 최대한 많이 가지고 다니는 게 중요했다. 그러려면 힘 스탯이 더 필요했다.
“그럴 거 같습니다요.”
당연한 이야기지만 투척 무기는 힘 스탯의 영향을 받았다. 힘이 강하면 강할수록 무기를 던지는 힘이 강해지고, 그러면 더 멀리 날아가는 건 당연한 이치였다. 다만 힘 스탯을 투척 무기 하나 때문에 굳이 올릴 필요가 없다는 거였다.
그렇지만 카시마르는 약점이 있었고 그걸 보완하기에는 자동 투척 스킬이 딱 이었다. 무엇보다 근접 전투 위주의 카시마르가 힘 스탯을 올려서 나쁠 건 없었다.
코즈믹 게이트의 유저들은 스탯보다는 스킬 위주로 포인트를 투자하기 때문에 스탯이 그다지 강하지 않았다.
근접해서 피지컬로 상대를 압도하는 카시마르에게는 긍정적인 부분이라고 할 수 있었다. 힘 차이가 많이 나면 날수록 상대를 제압하기는 쉬워질테니까. 물론, 상대가 스킬로 적절한 방어를 하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카시마르는 일단 보너스 포인트를 자동 투척 스킬에 투자했다. 그리고 변화가 있는지 확인을 해보았다.
확실히 2포인트만 투자했는데도 전보다 꺾이는 각도나, 속도가 빨라진 느낌이었다. 무엇보다 추가 사정거리도 1미터나 늘어났다. 카시마르는 이 자동 투척이라는 스킬이 의외로 재미난 활용도가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자동 투척 스킬에 대한 파악이 끝난 카시마르는 핏불킹에게 귓말을 넣었다.
[일은 다 끝났어? 기다리다가 목 빠지겠는데?]
[다 끝났어. 인마. 어디냐. 형 투기장이다.]
[무기는 구했어?]
[아니 못 구했다. 대신에 헬멧이랑 다른 아이템 줄게.]
[뭐 줄 건데?]
[있어 봐.]
카시마르는 핏불킹과 만났다. 핏불킹은 중절모를 쓴 마법사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핏불킹은 카시마르를 보자마자 해맑게 웃었다.
“여어. 잘 지내는구만?”
“잘 지내기는 뭐가 잘 지내. 이제 D랭크 올라왔는데.”
“그래도 그 정도면 성공했지. 너 캐릭터 접는다고 질질 짜던 거 잊었냐?”
“내가 언제 그랬다고 그래?”
“아무튼 이거 받으셔.”
핏불킹은 카시마르에게 헬멧을 건네주었다. 이계인의 헬멧이었는데 성장형 아이템이라 계속 능력치가 오르는 게 주요했다.
“근데 이거 왜 형은 안 끼고?”
“나는 이게 있잖냐.”
핏불킹이 중절모를 가리키며 말했다.
“나 그거 줘. 이거 형 쓰고.”
“미쳤어?”
“그거 주삼.”
“도라이구만. 이거 그리고 너한테 쓸모 없는 옵션이라고!”
“이건 무슨 옵션인데?”
카시마르가 헬멧을 보고 말했다. 특수부대 대원들이나 쓸법한 모양새의 헬멧이었다. 다른 점이 있다면 이 헬멧은 얼굴 전체를 다 가린다는 점이었다.
“힘 스탯 올려주는 거. 그거 쓰고 꾸준히 다니면 힘 스탯 계속 오른다. 그거 좋아. 스티커 붙이기도 좋고, 축복 걸기도 좋고.”
“아. 힘 스탯.”
지금 카시마르에게 힘 스탯은 필요한 옵션이기는 했다. 그렇지만 코즈믹 게이트에서 스탯을 올려주는 아이템은 그다지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지금 카시마르가 가진 이계인의 헬멧만 해도 스킬을 공짜로 주는 옵션이 들어 있는 것들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야. 힘 스탯도 좋아. 스탯 옵션이 안 좋다는 편견을 버려. 아예 머릿 속에서 지워버리라니까?”
“형이나 머릿속에서 지워. 아무튼 이거 형이 해. 나 그거 주고.”
“야. 이거는 스킬 강화 템이라고. 너한테 해당 없어.”
“그래도 나 그거 할래.”
“됐고. 대신에 내가 스티커 두 개나 가져왔다. 힘 스탯 스티커. 너 같은 근접 캐들은 힘 스탯이 꽤 중요하다니까.”
“어. 그러셔.”
“그 헬멧이랑 이 스티커 두 개면. 힘 걱정은 없을 거야. 야! 그리고 너 나한테 무슨 아이템 맡겨놨냐?”
“형이 준다면서.”
“이놈 이거 게임이 인성을 다 버려놨구만. 왜 이렇게 뻔뻔해졌냐.”
“형. 사랑해. 뽀뽀해줄까?”
"꺼져."
"아잉."
"아. 징그러. 덩치는 산만한 놈이."
"뀨?"
"지랄허네. 지랄을 해. 아무튼 나 안 쓰는 템 나오면 또 줄테니까 기다리고 있어. 설마 형이 쪼렙 동생을 그냥 지나치고 하겠어?"
"사랑해. 앞으로도 잘 부탁해."
"야. 그건 그거고 나 오늘 재미난 정보하나 얻었다.”
“무슨 정보?”
“코즈믹 게이트에서 곧 100일 이벤트 한덴다.”
“이벤트?”
“어.”
“100일이면 아직 멀지 않았나?”
“이거 NPC한테 들은 거니까 확실해. 원래 공지 때리기 전에 NPC들한테 은근슬쩍 정보 흘리고 하니까.”
“무슨 이벤트인데?”
“CWC가 열린덴다. 코즈믹 게이트 월드 챔피언쉽.”
“이것도 E 스포츠가 있었어?”
“없으니까 연다는 거지. 그리고 이번 대회는 심플하게 자크르 대회.”
“와. 그거 괜찮네. 자크르로 1위를 가려보자 이거 아냐.”
“그렇지. 어떻게 좀 재밌을 거 같냐?”
“어. 많이. 재밌을 거 같아.”
“근데 넌 참가 못해.”
“왜?”
“참가 자격이 B랭크 이상이야.”
“뭐?”
“B랭크 이상만 참가할 수 있다고. 예선전 참가 기준만 B랭크야.”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 B랭크가 무슨 뚝딱 만들어지는 것도 아니고. 지금 B랭크 유저 있어? 아직 없는 걸로 아는데.”
“나도 아직 없는 걸로 아는데 곧 나온다는 소문이 있어. 어쩌면 나왔을 수도 있고.”
“그럼 그 몇 명 가지고 하겠다는 거야?”
“아니지 바보야. 오픈 100일 이벤트잖아. 지금 100일까지 얼마나 남았냐. 50일도 더 남았는데, 그때쯤이면 지금 C랭크 고렙 유저은 B랭크 당연히 찍지. 아무리 C랭크부터 렙업이 더디다해도 충분해.”
“아. 그래서 B랭크 이상이라는 거야?”
“그렇지.”
“아나. 허들이 너무 높은 거 아냐?”
“그니까 너 같은 쪼렙은 다음 기회를 노려야지. 내년?”
“내년에 자크르 대회를 또 한다는 보장이 있나?”
“모르지. 요번 반응 봐서 하겠지. 그리고 그런 거는 우리가 걱정할 필요 있냐? 대회 나가서 재밌게 즐기기만 하면 되지.”
"형도 나가려고?"
"나도 그때쯤이면 충분히 B랭크 찍을테니까."
“형. 나 지금부터 광렙하면 B랭크 찍지 않을까?”
카시마르가 물었다. 그러자 핏불킹이 웃으면서 물었다.
"너 지금 몇 렙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