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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주캐로 멱살 캐리-35화 (35/205)

# 35

답이 나오지 않으면 찾아가서 두들겨라

“너 지금 몇 렙인데?”

핏불킹이 물었다.

“4렙?”

“4렙?”

“어.”

4렙이라는 말에 핏불킹이 다시 한 번 웃음을 터트렸다. 카시마르는 그 웃음을 가만히 듣고 있었다.

“그러면 아마 죽어라 하면 20렙까지는 찍을 수도 있겠네. 아니다 30렙까지도 어쩌면 가능할지도? 근데 30렙부터가 지옥이야. 더럽게 안 올라요. 그런데다가 너 이제 D랭크지? 야. 포기해. 인마. 무슨 D랭크 4렙짜리가 50일만에 B랭크를 찍어. 아직 B랭크 유저 나오지도 않았고만. 예상하기로는 B랭크 유저 한 15일 정도 더 있으면 뜰 거 같다.”

“아. 왜. 나 나가고 싶다고. 방법 없어?”

“하여튼 싸우는 거는 죽어라 좋아해요. 빨리 렙업하는 방법 알면 나도 좀 알려주라. 나도 빨리 렙업 좀 하게.”

“자크르 같은 거 연승하면 렙업이 좀 빨리 데려나?”

“야. 자크르나 데스매치 연승은 랜덤 상자 얻으려고 하는 거지 원래 렙업 목적이 아니라고. 막말로 E랭크 때도 아니고 지금부터는 연승하다보면 C랭크도 만나고 할텐데 그게 렙업이 되니?”

“그러면 뭐가 제일 빨리 오르지?”

“겁나 어려운 퀘스트 저렙일 때 클리어하면 쭉, 쭉 오르겠지. 남들이 못 잡는 레어 몬스터 이런 거 잡으면 쉽게 오르고. 그리고 렙업 빨리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원래 퀘스트를 깨는 거야. 퀘스트가 경험치는 가장 많이 주니까.”

이제까지 카시마르는 레벨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어차피 레벨은 플레이를 하다보면 자연스럽게 오른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가 궁극적으로 원하는 것은 강해지는 것이었지 렙업이 아니었다.

그런데 이번에 목표가 생겼다.

자크르 대회.

카시마르는 상대와 겨루는 것 자체에 재미를 느꼈기 때문에 자크르 대회에 많은 관심이 있었다.

“레어 몬스터라······.”

핏불킹과 헤어진 카시마르는 곰곰이 생각을 정리하고 있었다. 핏불킹이 준 아이템은 엄청나게 좋은 건 아니었지만 그리 나쁜 것도 아니었다.

[이계인의 헬멧(성장 아이템) - 이계인이 사용하는 헬멧입니다. 착용자의 힘 스탯을 5 증가시켜 줍니다. 성장을 하면할 수록 증가하는 힘 스탯이 늘어납니다.]

힘과 관련된 스티커까지 붙인 카시마르. 핏불킹이 준 힘 스티커는 힘을 +5이나 증가시켜주는 좋은 스티커였다.

등급으로 따지자면 레어 등급 스티커. 그렇지만 C랭크 이상의 유저라면 구하는데 크게 어렵지 않은 아이템이기도 했다. 카시마르는 훈련장에서 곰곰이 생각을 하다가 강숭이를 바라봤다.

강숭이는 묘한 표정으로 카시마르의 눈치를 보고 있었다. 그러나 카시마르는 강숭이에게 별 다른 관심이 없었다. 강숭이 혼자 잔뜩 긴장을 하고 있을 뿐이었다.

“렙업 하는 방법이 있긴······.”

“선생님! 선생님! 저 별로 경험치 안 줍니다요! 저 진짜 그렇습니다요!”

“응?”

“선생님! 저 이름만 좀 알려져있지. 지금은 힘이 없어서 경험치 별로 안 줍니다요! 진짜입니다요.”

“이게 뭔 소리야?”

“선생님 저 잡아서 렙업 하시려는 거 아니었습니까요?”

“······.”

카시마르는 정말 뜬금 없는 강숭이의 소리에 어이가 없어서 가만히 바라보았다.

“아······?”

“그래서 내가 너를 죽여서 렙업을 하려고 그런 거다 이거지?”

“하하. 선생님이 그럴 이유가 없으시죠.”

“그래서 네가 아까부터 내 눈치를 슬금슬금 봤구나?”

“전 선생님을 믿었습니다요.”

“거참. 너 나를 대체 어떻게 본 거냐?”

“잘못 했습니다요.”

“너 안 죽여. 너 나랑 계약서까지 썼잖아.”

“그···그렇습니다요!”

“그래. 그러니까 다음에 나 접속할 때까지 렙업 빨리하는 방법 생각해놔. 알았지?”

“렙업 빨리하는 방법 말입니까요?”

“그래. 안 그러면 최후의 방법을 써야 할지도 모르니까 말이야.”

카시마르가 강숭이를 삐딱한 시선으로 보면서 말했다. 그러자 강숭이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최후의 방법이라는 게······.”

“있어. 그런 게. 아무튼 생각해놔. 생각해놓는 게 좋을 거야.”

충격을 받은 듯이 멍하게 있는 강숭이를 뒤로하고 카시마르는 접속을 해제했다. 뒤에 이야기는 살짝 놀려준 거였지만 그것만으로도 강숭이는 하루 종일 고민에 빠질 게 분명했다.

‘귀여운 놈.’

카시마르는 고민에 빠질 강숭이를 생각하며 피식 웃음을 지었다.

***

강철 원숭이 아베다는 꿈을 꾸고 있었다.

달리 달로스의 절대자 시절의 꿈.

아베다는 어마어마한 갑옷을 입고 근엄한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보고 있었다.

그는 제단 위에 서서 연설을 하려는 중이었다. 제단 아래에는 수천 만의 달리 달로스의 백성들이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하여 결과적으로 프로젝트 과정 중에 실수가 있었음을 안타깝게 생각한다. 그러나 나의 백성들이여! 실수는 언제나 나올 수 있는 법. 과거에 집착하다 보면 미래를 꿈꿀 수 없는 법 아니겠는가! 그러니 너희들 중 내게 죄가 있다고 생각하는 자만 돌을 던져라! 자 보아라 아무도······.”

아무도 없지 않은가라고 외치려던 강철 원숭이 아베다는 그 말을 외칠 수 없었다. 그를 향해서 수천 만의 돌멩이가 날아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돌이 비처럼 떨어지는 순간이었다. 아베다의 눈동자의 제단을 향해 날아오는 수 많은 돌덩이들이 맺혔다.

그 장면을 끝으로 강숭이는 꿈에서 깨어났다.

“시바. 돌이 막 날라와. 어우. 깜놀 했네.”

“뭐가 그리 깜놀해.”

강숭이는 자신을 쭈그려 앉아서 바라보는 카시마르를 보고 움찔했다.

“어이씨! 깜짝이야!”

“깜짝이야?”

“어. 선생님 오셨습니까요.”

“오셨습니까요?”

“선생님 왜 그러십니까요. 저 진짜 경험치보다 쓸모 많은 놈입니다요. 제가 요러케 요러케 선생님 안마도 해드릴 수 있고요. 그리고 또······.”

“그리고 또?”

카시마르는 반쯤 장난으로 강철 원숭이의 말끝을 따라하고 있었다. 강숭이는 그 모습에 더욱 겁에 질려가고 있었다.

“아! 아! 좋은 생각이 났습니다요!”

“났습니다요?”

“이거는 진짜 좋은 생각입니다요. 진짜 입니다요.”

“뭔데?”

카시마르가 장난을 그만두고 물었다.

“경험치를 얻는 건 아닙니다요.”

“지금 내게 제일 필요한 건 경험치인데 그게 아니다라는 거지? 또 보석 이야기하려고?”

“아닙니다요! 보석 아닙니다요!”

“그러면?”

“그게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서 말입니다요.”

“어떤 종류인데?”

“아이템에 버프를 거는 겁니다요. 근데 효과는 정말 괜찮습니다요.”

“너 저번에 보석 일을 잊은 건 아니겠지?”

“이번에는 그런 일 없을 겁니다요.”

“아무튼 무언가 생각을 했다는 건 기특하니까. 버프 거는 거 그거는 나중에 이야기를 해보도록 하자. 지금 당장 되는 것도 아니라며?”

“그렇습니다요. 아직 한 달 정도 시일이 남은 거라.”

“그건 그때 가서 이야기하고 일단 빨리 레벨 업을 해야 돼. 가자. 게이트 로얄하러.”

카시마르는 게이트 로얄을 하러 움직였다. 게이트 로얄에서 우승을 자주 하면 레벨업도 빠르게 하고 아이템도 챙길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서였다. 그러나 그건 카시마르의 희망사항일 뿐이었다.

게이트 로얄은 변수가 너무 심했다. 초반에 어디 위치에 지정이 되는가, 어떤 아이템을 들고 시작하는 가에 따라서 변수가 생겼다. 팀전도 변수가 많았지만 솔로 플레이는 변수가 더 많아서 도무지 피지컬로 해결이 안 되는 판이 꽤 생겼다.

카시마르는 게이트 로얄 솔로 플레이를 연달아 세 판 했지만 큰 재미를 보지 못했다. 점심쯤 되자 골낳괴에게서 게이트 로얄을 하자고 연락이 왔지만 카시마르는 거절했다. 게이트 로얄로는 레벨을 빨리 올릴 수 없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야. 투기장 나가야겠다.”

카시마르는 투기장에서 나와 독특한 퀘스트를 검색하기 시작했다. 경험치를 많이 주면서 빨리 해결할 수 있는 종류의 퀘스트.

특히 파티 플레이를 추천하는 퀘스트를 혼자서 깨면 혼자서 경험치를 다 독식할 수 있기 때문에 유효한 면이 있었다.

물론, 파티 플레이 추천 퀘스트를 혼자서 깬다는 건 상식적으로는 불가능에 가까웠다. 그래서 카시마르는 퀘스트를 잘 고르기 시작했다.

지금 그에게 필요한 건 무엇보다도 경험치였으니까. 카시마르는 판단을 하고 결정을 내리면 빠르게 움직였다.

그는 바로 투기장을 나서서 폭렙을 하기 위한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

2주일 뒤.

카시마르는 제국 남부에서 있었다. 그의 모습은 이전과 상당히 달라져 있었다. 이계인의 헬멧은 그대로 쓴 상태였지만 블랙 알라딘을 제외한 나머지 아이템은 다 바뀌어 있었다. 갑옷은 입지 않고 있었고 대신에 무척 더러운 해적 옷을 입고 있었다. 그는 망원경으로 저 멀리 다가오는 배를 바라봤다.

선명하게 떠 있는 해적의 깃발.

“야. 저거는 어디 애들이냐?”

카시마르가 강숭이에게 물었다. 이번에 나타난 해적기는 개의 두개골이 뼈다귀를 물고 있는 형상이었다.

“어이구. 멍멍단들입니다요. 선장이 아주 성격이 개 같습니다요. 저놈들은 안 됩니다요.”

“그치? 좀 세 보인다고 했다. 배도 좀 크네.”

“좀 더 기다려보시는 게 좋겠습니다요.”

“그러자. 근데 오늘 안 걸리네.”

“곧 걸릴 겁니다요. 느낌이 그렇습니다요.”

“그래. 그래. 우리 강숭이 느낌이 참 잘 맞지.”

“헤헤. 감사합니다요. 전 역시 선생님의 숭이숭이입니다요.”

“그래. 오늘도 한 번 배불리 먹어보자.”

강숭이도 카시마르와 함께 모습이 변했다. 강숭이도 해적 옷을 입고 있었고 허리춤에는 해적들이 사용할 법한 플린트록 피스톨 모양의 총을 차고 있었다.

코즈믹 게이트에서 광속으로 레벨 업을 할 수 있는 방법은 다양하게 있었다. 광속 레벨 업이란 평균보다 빠르게 경험치를 얻는 걸 말했는데, 어딜가나 그런 방법은 존재했다. 하지만 영원히 같은 방법으로 레벨업을 하는 건 불가능했다. 레벨이 높아지면 어느 순간부터 레벨이 오르지 않는 한계가 오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D랭크 초반인 카시마르가 50일 만에 B랭크를 만드는 건 불가능에 가까워 보였다. D랭크던 C랭크던 후반으로 갈수록 레벨이 더디게 오르기 때문이었다.

투기장에서 나온 카시마르는 다양한 방법으로 레벨 업을 시도했다. 파티를 맺어서 던전을 돌기도 했고 희귀한 퀘스트를 받아서 해결하기도 했다. 그러나 어느 하나 카시마르가 원하는 속도만큼 빠른 레벨 업을 보장해주지는 않았다.

퀘스트는 한 번 해결하면 그걸로 끝이었고, 사냥터에서 자리를 잡는 건 일정 이상 레벨이 오르면 불가능했다.

그러나 구하면 얻어진다고 했던가.

방황하던 카시마르와 강숭이는 누군가가 그랬듯이 답을 찾았고 며칠째 큰 재미를 보고 있었다.

얼마나 큰 재미를 보고 있냐면 지난 2주일 동안 돌아다니면서 얻은 경험치보다 지난 며칠 동안 얻은 경험치가 컸다.

그야말로 광속으로 레벨업을 하고 있는 카시마르.

그런데 오늘 오전부터 카시마르는 작은 배에 앉아서 바다만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지나다니는 해적선만 죽어라 쳐다보는 중이었다.

해적.

배를 타고 바다를 누비면서 약탈을 일삼는 무리.

쉽게 말하면 바다의 강도.

바다의 조폭.

우리가토식으로 말하면 쉽 세커.

그랬다. 투기장을 나온 카시마르는 복장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쉽 세커가 되어 있었다.

어떤 쉽 세커냐고?

보통 해적은 아니었다. 바로 해적을 털어먹는 해적이었으니까. 간단히 말하자면 쉽 세커의 쉽 쉐커.

“야. 떴다! 저거 맞지?”

카시마르가 망원경을 넘기면서 말했다.

“저 친구들은 저번에 저희가 한 번 방문한 친구들입니다요. 그다지 영양가가 없을 겁니다요.”

“야. 마른 해적도 짜면 물기 나오는 거야. 물방울 쏴라.”

"알겠습니다요. 선생님!"

카시마르가 말하자 강숭이가 허리춤에 있던 총으로 물방울을 두 개 만들었다. 카시마르와 강숭이는 그 물방울을 머리에다 쓰고 주저 없이 바다로 뛰어들었다. 그리고 둘은 잠수한 상태로 해적선으로 다가가기 시작했다.

답이 나오지 않으면 찾아가서 두들겨라.

카시마르는 답을 너무 제대로 찾아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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