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저주캐로 멱살 캐리-36화 (36/205)

# 36

C랭크로 간다!

“아! 왜! 아! 왜에에에! 왜 대체 우리만 가지고 그러냐고! 사흘 전에 털었으면 된 거 아냐? 이 상도의도 없는 새끼들아! 먹고 살 길은 만들어줘야 할 거 아냐! 그리고 왜 우리만 가지고 그러는데? 앞에 멍멍이 녀석들은 잘도 지나가던데! 왜! 왜! 우리만 또 터냐고! 따지고 보면 같은 이웃 아냐? 이웃을 이렇게 막 털어먹어도 돼? 우리도 다 이거 직업이라고! 성실하게 먹고 사려고 그러는데 이거 진짜! 진짜! 너무 하잖아!”

카시마르는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있는 개복치 해적단의 선장 몰 라몰라의 이야기를 가만히 듣고 있었다.

개복치 해적단은 남부 해상에서는 꽤 유명한 해적단이었다. 조금만 스트레스를 받아도 죽는 개복치와는 다르게 개복치 해적단은 어떤 상황에서도 끝까지 살아남아 이득을 챙기는 걸로 유명했다.

대형 해적단은 아니었지만 튼실한 중소기업 같은 위치의 해적단이랄까? 개복치 해적단의 포격술과 항해술은 상당히 뛰어나서 해적 소탕을 전문적으로 하는 유저들도 쉽게 노리지 못하는 해적단이었다. 그러나 카시마르는 달랐다.

배를 이용해 접근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포격 세례를 받을 필요가 없었다. 원래 유저가 해적을 소탕하려면 해적의 포탄을 막아낼 커다란 배가 필요했는데, 굳이 배로 접근을 하지 않아도 되니 적당한 배를 골라잡아서 올라타기만 하면 그만이었다. 잠수를 할 수 있게 해주는 웨펀 갓의 고마운 아이템이 있기 때문이었다.

“어렵게 가지 말고 쉽게 가자. 항해일지만 내놓으면 조용히 갈게. 집어갈 것도 몇 개 없네.”

“됐어! 한 번은 당해줬지만 두 번은 못 당하겠다! 절대 항해일지 못준다!”

“비번만 말하라니까? 간단해.”

“배 째! 너 저번에 나한테 물고기 밥 만든다고 했지? 해! 나와 내 부하들도 다 각오가 되어 있다! 애들아!”

“예! 선장님!”

“오늘 바다 사나이의 의지가 무엇인지 다들 보여주는 거다! 알겠냐!”

“네! 각오가 되어 있습니다! 선장님!”

“봤지? 내 부하들도 각오가 되어 있다. 어디 마음대로 해봐!”

“······.”

카시마르는 가만히 라몰라의 이야기를 들었다.

“해적 주제에 어디 말하는 건 독립 투사 같이 이야기 하네. 해적질 하면서 똑같이 당할 거라는 생각은 안 해봤냐? 죄 없는 아녀자들 잡아다가 노예로 팔아먹고  하는 주제에 무슨 상도의야. 이 쉽 쉐커들아! 그리고 의지를 보여준다고 했지? 좋아. 그럼 네 부하들 중에 한 명이라도 제대로된 의지를 보여주면 그냥 물러가지. 그냥 물러가고 다시는 너네 개복치 해적단은 노리지 않으마. 강숭아!”

“네! 선생님! 갑니다요!”

“너 나를 위해서 무슨 일을 할 수 있냐!”

“선생님이 하라는 건 다 할 수 있습니다요!”

“바다에 뛰어들 수 있냐?”

“당장이라도 뛰어들겠습니다요!”

“참나. 이봐. 그런 건 우리 부하들 중 아무나 시켜도 할 수 있는 거라고!”

“그래? 그럼 더 대단한 거라······ 강숭아!”

“네.”

“요거 좋네.”

챙!

카시마르는 묶여 있는 라몰라의 허리춤에서 검을 빼어 들고 말했다. 그리고는 강숭이에게 건넸다.

“이걸로 팔 하나 잘라라.”

“알겠습니다요!”

카시마르가 강숭이에게 검을 건네자 강숭이는 얼른 들어서 자신의 팔을 내려치려고 했다. 해적들은 그 모습을 유심히 바라보고 있었다.

“야! 강숭이!”

“네!”

“그걸로 좀 약한 거 같아. 팔 하나 자르는 거. 그런 거 그냥 아무나 할 수 있는 거 아냐?”

“그러면 뭘 하면 좋겠습니까?”

“그거 먹어봐.”

“네?”

“그 검을 먹어보라고. 의지가 있으면 이빨로 검도 깨서 씹어먹을 수 있겠지.”

“선생님 그거는······.”

“왜? 못 하겠어?”

“아닙니다! 하겠습니다!”

강숭이와 카시마르의 연기는 찰떡 궁합이라느 수식이 모자를 정도였다. 둘은 짜여진 각본대로 아주 훌륭하게 연기를 했다. 강숭이는 검 끝을 입에다 물고 힘을 주면서 부르르 떨었다.

주변에까지 힘을 주는 게 느껴질 정도의 모습이었다.

“오어어어!”

부르르 떨던 강숭이는 미리 입에 머금고 있던 피를 살짝 흘려주면서 검을 맛있게 깨물었다.

쿠직! 꿀꺽!

강숭이가 검을 깨트려서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먹자 라몰라는 물론이고 해적들도 기겁을 하면서 탄성을 내질렀다. 라몰라는 거의 경기를 일으키는 수준이었다.

“야!”

“어?”

“해봐.”

“네?”

“해보라고. 안 해? 내가 직접 해줄까?”

카시마르가 깨진 검을 들고 라몰라에게 다가가자 라몰라가 급하게 소리쳤다.

“4885! 4885입니다!”

“강숭아! 들었지? 금고에서 항해일지 꺼내오고 깃발 내려라!”

“알겠습니다요!”

“저기 근데······.”

“근데?”

“아니. 근데요. 아직 안 털린 다른 좋은 배 많잖아요. 왜 우리만 터냐는 이 말입니다.”

“너무 큰 배는 부담스럽잖아.”

카시마르와 강숭이는 이제 해적들을 터는 노하우도 어느 정도 쌓인 상태였다. 해적들은 다른 자들과 다르게 폭력에도 쉽게 굴하지 않는 경향이 있었다. 특히 카시마르가 받은 퀘스트는 해적들의 깃발과 항해일지를 압수하면 경험치를 얻는 형식이었기 때문에 반드시 항해일지와 깃발을 압수해야 했다.

그러니 해적들을 그냥 죽일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줄에 매달아서 바닷물에 넣었다 뺐다 360번 정도 해주면 대부분 금고 비밀번호를 불기는 했지만 시간이 너무 걸렸다. 그래서 카시마르와 강숭이는 효율적으로 비밀번호를 불게 만드는 법을 개발했다. 그리고 그 방법은 꽤 잘 먹히고 있었다.

해적들의 상식으로는 강철을 씹어 먹는 원숭이가 있다는 걸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개복치 해적단의 항해일지와 해적기를 압수하였습니다. 경험치가 상승합니다! 가리우스 제독에게 항해일지와 해적기를 건네주면 추가 보상을 받으실 수 있습니다.]

카시마르는 흐뭇하게 스탯 창을 바라봤다. 이제 C랭크로 승격을 할 수 있었다. 투기장을 나온 카시마르는 말 그대로 폭발적인 속도로 레벨업을 했고 C랭크를 찍었다. 아직 심해 물방울총의 사용 횟수가 남아 있는 관계로 조금 더 해적들을 털면서 광렙업을 할 수 있을 거였다.

“아슬아슬하긴 하지만 가능할 거 같네.”

코즈믹 게이트에서는 CWC에 대한 정확한 공지를 올린 상태였다. CWC는 말 그대로 예선을 통해서 치러지는 대회였고, 그 외에 자잘한 이벤트도 많이 준비되어 있었다. 하지만 카시마르에게는 그런 자잘한 이벤트는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목표는 자크르 토너먼트.

카시마르는 일단 C랭크로 승격을 하기 위해 움직였다. C랭크에 걸맞는 직업을 선택하고 게이트의 가호도 얻어야하기 때문이었다.

“강숭아.”

“네.”

“물방울 몇 번이나 남았냐?”

“아직 서른 번 정도 남았습니다요.”

“그럼 열다섯 번은 더 털 수 있겠구나.”

“그렇습니다요.”

“그걸로 B랭크까지는 못 가겠지?”

“아무래도 그럴 거 같습니다요.”

“그러면 다음 수도 좀 생각을 해봐야겠네. 일단 옷이나 좀 갈아입자.”

카시마르는 육지에 도착한 카시마르는 옷을 갈아입었다. 그가 해적 옷을 입고 있는 이유는 바로 그 옷이 주는 버프 때문이었으니까. 그다지 좋은 효과가 없는 아이템이었지만 해적들에게는 추가 데미지를 주는 옵션 때문에 카시마르는 착용하고 있었다.

[죽은 해적 장로의 옷]

해적들에게 300퍼센트의 추가 데미지를 주는 옷. 그러나 방어력 옵션이 하나도 없기 때문에 그다지 좋은 아이템이라고 할 수 없었다.

코즈믹 게이트에서 해적들은 꽤 고렙 몬스터로 통했다. 저렙 유저들은 접근하기도 전에 포격에 삭제 당했고, 설사 붙는다 하더라도 선원들 자체가 강하기 때문에 쉽게 제압할 수가 없었다.

어마어마한 공격력을 보유한 해적들.

그러니 홀로 해적선을 턴다는 건 말이 안 되는 이야기였다. 해적선 소탕의 정석은 20명 정도 되는 정예 파티가 해적 전투에 도움이 되는 아이템을 차고 접근해서 공격하는 것이었다.

카시마르가 입고 있는 옷은 오오라를 내뿜는 거기 때문에 서포터 한 명 정도만 입어도 크게 문제가 없었다.

보통 해적선 소탕은 그런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그러나 카시마르는 기본 생명력이 무척 높아서 먼저 눕기 전에 해적들을 소탕하는 게 가능했다. 뛰어난 피지컬도 지니고 있었으니까.

[C랭크로 랭크 업 하실 수 있습니다. 원하시는 직업을 선택해주세요.]

투사가 전직 가능한 직업은 무엇일까?

카시마르는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직업 리스트를 확인했다.

- 권투사

- 검투사

- 해적 사냥꾼

- 패시브 수집가

카시마르가 선택할 수 있는 직업은 생각보다 많이 있었다. 카시마르는 하나씩 차분하게 설명을 듣기 시작했다.

권투사 - 권투사는 투사의 세분화된 직업입니다. 무기를 사용하는 것보다 몸으로 이용한 격투술에 능합니다. 자크르에 특화된 직업입니다. 전투와 관련된 다양한 스킬을 습득할 수 있습니다.

검투사 - 검투사는 투사의 세분화된 직업입니다. 중장비를 다룰 수 있고 다양한 무기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자크르에 특화된 직업입니다. 전투와 관련된 다양한 스킬을 습득할 수 있습니다.

해적 사냥꾼 - 해적을 사냥하는데 특화된 직업입니다. 해적과 관련된 다양한 퀘스트를 얻을 수 있습니다. 해적을 사냥하는데 특화된 다양한 스킬도 획득할 수 있습니다.

패시브 수집가 - 패시브 스킬을 수집하는 직업입니다. 기존에 있던 패시브 스킬을 강화하거나 다양한 패시브 스킬을 획득할 수 있습니다.

역시 코즈믹 게이트에서는 선택을 하기 전에는 간단한 설명만 알려줄 뿐이었다. 카시마르는 일단 해적 사냥꾼과 권투사는 제외했다.

권투사도 끌리는 직업이긴 했지만 카시마르는 무기도 다양하게 사용했다. 그러니 굳이 권투사를 선택할 이유가 없었다. 권투사보다는 검투사가 카시마르에게는 더 맞았다. 해적 사냥꾼도 마찬가지였다.

카시마르는 해적 사냥꾼을 영원히 할 생각이 없었다. 지금 그가 이토록 수월하게 해적을 사냥할 수 있는 이유는 바로 웨펀 갓의 아이템 덕분이기 때문이었다. 웨펀 갓의 아이템은 저렴하지 않았다.

초반에는 저렴한 것 같았지만 부를 때마다 드는 비용이 어마어마하게 늘어났다. 그래서 카시마르는 함부로 웨펀 갓을 부르지 않고 있었다. 그리고 웨펀 갓이 주는 아이템도 랜덤이어서 그가 언제 또 심해 물방울 총을 획득할 수 있을지 모르는 일이었다.

“강숭아. 어떤 게 나아 보이냐?”

“자크르 전문이니 검투사가 제일 좋아 보입니다요.”

“그렇지만 내 상황을 알잖냐. 좋은 직업을 선택해도 제대로 활용을 못 한다니까? 지금 나온 이 직업들도 다 나름 히든 직업인 거 같은데 말이야.”

“그렇긴 합니다요. 그러면 안정적인 패시브 수집가가 괜찮지 않겠습니까요?”

“그렇겠지?”

“그렇습니다요.”

카시마르는 강숭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보석 하나를 쥐어주었다. 카시마르가 광렙 업을 하는 동안 강숭이도 꽤 많은 성장을 했다. 펫 레벨이 높아져서 이제는 짐꾼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는 강숭이였다.

“선택. 패시브 수집가.”

고민 끝에 카시마르는 패시브 수집가를 선택했다. 지금 그가 보유하고 있는 스킬 중에 액티브 스킬이 하나도 없으니 패시브를 강화하는 직업군이면 나름 시너지 효과를 볼 수 있을 거란 생각에서였다.

카시마르가 패시브 수집가를 선택하자 패시브 수집가란 직업에 대한 상세한 설명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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