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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주캐로 멱살 캐리-38화 (38/205)

# 38

스킬 메이커

코즈믹 게이트에는 범죄 자체를 직업으로 삼는 유저들이 있었다. 흔히 게임에서 많이 볼 수 있는 범죄 직업이 바로 도적이었고, 도적들은 코즈믹 게이트에서는 그나마 건전한 범죄자에 속했다. 도적도 도적 나름이겠지만.

해적은 꽤 흉악한 범죄자였다. 그들은 그들이 약탈할 수 있는 물건 중 가장 값나가는 물건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적어도 남부 지역에서 활동하는 해적들은 인신매매를 주 업으로 삼아왔고, 그건 아직까지도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었다.

해적 유저들은 PK를 통해서 유저를 죽이면 많은 경험치를 얻고 심지어 아이템도 많이 획득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범죄 사실이 시간이 지나면 사라진다는 게 제일 중요했다. 보통 유저들은 한 번 범죄를 저지르면 범죄 사실이 쉽게 사라지지 않기 때문이었다.

쿵! 펑!

카시마르가 접근한 해적에게 철산고를 날렸다. 카시마르는 중국 권법도 대부분 알고 있었다. 그렇지만 그의 근간은 어디까지나 현대 격투기에 있었기 때문에, 중국 권법을 잘 활용하지는 않았다. 그보다는 현대 격투기가 효율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제 철산고 스킬이 있으니 그걸 잘 활용해야했다. 철산고 스킬은 충격파를 멀리 내보내는 스킬이었고, 카시마르는 그 위력을 확인하고자 사용했다.

카시마르를 습격한 해적들은 나름 C랭크의 유저들로 탄탄한 조합을 갖추고 있었다. 게이트 로얄을 치렀을 때 카시마르라면 이들을 상대로 승부를 장담하지 못했을 것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달랐다.

카시마르는 그때보다 훨씬 강해진 상태였다. 특히 D랭크 초반 때 생명력 스탯에 투자한 게 이득이 되어서 카시마르의 지금 생명력은 보통 유저들과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많았다.

바람의 가면과 생명력 스탯이 합쳐지면서 레벨 업 때마다 거의 100에 가까운 생명력을 증가시켰기 때문이었다.

지금 카시마르의 생명력은 4000이 넘어가는 수준이었다. 그러다보니 웬만한 조합으로는 카시마르를 쓰러트릴 수가 없었다. 마법이나 스킬을 맞아도 어마어마한 생명력으로 그냥 버텨버리기 때문이었다.

그런데다가 각종 내성스킬 까지 두루 획득해서 들어오는 데미지도 줄어들고 있었다. 플레이 스타일은 근접 딜러였지만, 탱커의 탱키함까지 갖춘 유저. 그게 바로 현재의 카시마르였다.

철산고에 맞은 해적의 몸이 허공에 붕 뜨면서 5미터가량 날아갔다. 날아가면서 뒤에 있던 원거리 딜러를 같이 밀어냈다. 틈이 생긴 순간 카시마르가 다른 해적과 맞섰다. 그런데 순간 카시마르의 몸이 느려졌다.

마법사가 카시마르에게 슬로우 마법을 건 것이었다.

팡!

느려진 몸으로 상대의 공격에 반응하는 카시마르. 해적의 검을 카시마르는 톤파로 막아냈다.

그리고 톤파를 봉의 형태로 변환시켜서 해적의 공격을 방어했다. 동작이 느려지긴 했지만 마법에 대한 내성이 있는 터라 카시마르는 공격을 잘 막아내고 있었다.

해적 무리들은 나름 탄탄한 조합이었다. 근접 전사 두 명에, 총을 든 원거리 딜러, 그리고 서포터와 디버프를 거는 마법사. 이런 조합의 기습을 혼자 있는 유저들이 받으면 아무리 고렙 유저라도 상대하기 힘들 게 분명했다.

그러나 카시마르는 아직까지 여유가 있었다.

푸슉!

카시마르의 배에 검을 찔러넣은 해적이 웃었다. 해적 모자 사이로 새빨갛게 물들인 머리가 인상적이었다.

카시마르의 배에서 피가 철철 흘러나오기 시작했고, 생명력이 쭉, 쭉 빠지기 시작했다.

파앙!

원거리 딜러가 카시마르의 머리를 향해 총을 쏘았고, 카시마르는 그걸 위빙으로 피해버렸다.

“컨트롤 좀 하는데?”

철산고에 날아갔던 해적이 다가오면서 말했다. 그는 이미 생명력을 회복한 뒤였다. 서포터가 회복 마법을 걸었기 때문이었다.

휘잉!

카시마르는 꼬리로 아홉 번의 동작을 수행했다. 대부분 해적의 공격을 막는데 썼지만 그것도 횟수에 포함되는 것 같았다.

아홉 번의 동작을 수행한 카시마르의 봉에서 은은한 빛이 흘러나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카시마르는 방어동작만 취하다가 봉 끝을 잡고 종으로 크게 봉을 휘둘렀다. 그러자 해적들이 검으로 봉을 방어했다.

봉은 생각보다 느리게 움직였다. 평소의 카시마르의 동작과 달라 답답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그렇지만 동작이 느려졌다고 해서 위력도 준 것은 아니었다.

파쇄 일격.

첫 번째 해적이 검으로 봉을 방어한 순간 파쇄 일격이 발동되었다.

파아앙!

해적의 검이 그 자리에서 깨지면서 해적의 몸이 마치 롤러코스터라도 탄 사람처럼 엄청난 속도로 날아가기 시작했다. 날아가면서 카시마르를 같이 공격하던 해적도 같이 쓸려서 날아갔다.

몇십 미터를 순식간에 이동한 동료를 다른 세 명이 놀란 눈으로 쳐다보았다. 그들 중 가장 먼저 도망을 친 해적은 바로 마법사였다. 마법사가 뒤를 돌아서 달리려고 하자 나머지 해적들도 도망치려 했다. 그러나 카시마르는 그들을 놓아줄 생각이 없었다.

휙! 휙! 휙!

허리춤에서 작은 비수가 쏟아졌다. 비수는 사방으로 퍼져 달아나는 해적들의 등에 꽂혔다.

푸슉!

카시마르는 그 뒤로도 비수를 계속 쏟아냈다. 그가 던지는 비수는 힘 스탯과 자동 투척의 영향으로 50미터까지도 날아가기 때문에 해적들이 도망칠 가능성은 없었다.

“확실히 디버프 법사가 있으면 까다롭긴 하네.”

“마법에 대한 내성이 더 필요하겠습니다요.”

"근데 그런 스킬을 얻는 게 어디 쉽나."

카시마르 같이 솔로 플레이 유저에게 가장 위험한 상대는 바로 디버프를 거는 마법사들이었다. 그렇기에 카시마르는 마법 내성과 관련된 스킬을 꾸준히 모으고 있었지만 그리 만족스럽지는 않았다.

빠악!

카시마르는 제일 먼저 쓰러진 마법사의 머리를 봉으로 박살냈다. 그러자 카시마르의 움직임이 원래대로 돌아왔고, 그다음부터는 일방적이었다.

그는 PK를 걸어오는 유저들에게 감정적으로 대응하지 않았다. 다만 철저하게 부술 뿐이었다. 카시마르가 퀘스트를 한창 하던 카타루온 근처에서는 이미 그에 대한 소문이 퍼져 있었다.

그래서 PK 유저들이 카시마르를 잘 건드리지 않았다. 그렇지만 남부에 내려온 지는 얼마 되지 않은 터라 해적들이 그를 건드린 것이었다.

“한 번만 봐주세요.”

마지막 남은 해적이 비틀거리면서 말했다. 카시마르는 은은하게 빛나는 카이로의 꼬리를 쥐고 있었다. 파쇄 일격을 다시 사용할 수 있다는 신호였다.

카시마르는 해적의 말을 무시한 채 봉을 휘휘 돌렸다. 그리고는 몸을 한 바퀴 돌려서 원심력을 이용한 다음 해적의 머리를 봉으로 가격했다. 마치 창날로 목을 베는 듯한 동작이었다.

펑!

경쾌한 소리가 들리면서 해적의 목이 몸에서 분리되어 저 멀리 날아갔다. 파쇄 일격의 힘은 그를 흡족하게 만들 정도였다.

한 방에 상황을 반전시킬 스킬이 없는 카시마르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스킬.

블랙 알라딘을 이용하면 한 방에 전세를 뒤집을 수 있었지만 그건 리스크가 너무 컸다. 생명력을 소모하기 때문이었다.

해적을 정리한 카시마르는 게이트의 가호를 받으러 움직였다.

두 번째 면접.

두 번째 부여받는 가호는 첫 번째보다 종류가 더 다양하다고 알려져 있었다. 당연히 좋은 건 더 말할 것도 없었다.

***

복도 의자에서 대기를 하던 카시마르는 면접실로 입장했다. 면접실에는 안경을 쓴 사내가 앉아 있었다. 사내는 상당히 음침하고 과묵한 인상이었다. 그리고 눈을 가리고 있지 않았다.

사내는 특이하게 갓을 쓰고 있었다. 검은 옷에 갓을 쓰고 양복을 입은 사내. 카시마르는 그가 저승과 관련된 일을 하는 사람일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근데 코즈믹 게이트에 저승 문화라······ 무언가 어울리지 않는 느낌이었다.

“카시마르씨↓?”

“네.”

“앉으세요.”

사내의 말투는 독특했다. 경상도 사람이 억지로 표준어를 구사하려는 것 같은 톤이었다. 목소리도 풍기는 위압감과 다르게 약간 낭창했다.

“카시마르씨는 싸울 때 근접해서 싸웁니까? 아니면 멀리서 싸웁니까?”

“근접 상태에서 싸우는 걸 선호하는 편입니다.”

“아. 알겠습니다. 그러면 나가시면 됩니다.”

“끝난 건가요?”

“예. 끝났습니다. 수고하셨어요.”

면접은 간단했다. 카시마르를 고개를 갸우뚱하면서 강숭이를 바라봤는데, 강숭이도 고개를 흔들었다. 면접관은 강숭이도 모르는 사내였다. 오른우랑 만났으면 좋았을텐데 아무래도 오른우와 관계가 없는 면접관인 것 같았다.

카시마르는 의자에서 일어나서 문쪽으로 걸어갔다. 그때 사내가 넌지시 말을 던졌다.

“근데 오른우 팀장님이랑은 어떤 사이↑에↓요?”

“네?”

“아! 내가 쓸데없는 질문을 했네요. 나가시면 됩니다.”

카시마르는 면접실 밖으로 나왔다.

“뭐야?”

“오른우랑 아는 사이인 거 같습니다요.”

“근데 뭐 아무 것도 없는데?”

“아닙니다요. 좋은 거 넣었을 겁니다요.”

카시마르는 얼른 두 번째 가호를 확인해 보았다. 오른우가 손을 써놨다는 말은 사실인 것 같았다.

C랭크에서 얻을 수 있는 제일 높은 점수의 가호를 받았으니까.

“오른우가 일을 제대로 했네.”

“제가 그랬지 않습니까요. 그 코뚜레는 제 밥입니다요.”

카시마르는 받은 가호를 흐뭇하게 바라봤다.

스킬 메이커 3회 - 근접 전투

근접 전투에 관한 스킬을 창조할 수 있게 해주는 가호. 이 가호는 C랭크부터만 있는 가호였고, 유저들 사이에서는 제일 좋은 가호 중 하나로 꼽혔다. 그 이유는 자신의 입맛에 맞는 스킬을 창조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물론, 상세하게 스킬을 만들 수는 없었다. 스킬 메이커는 어디까지나 자신이 원하는 스킬에 관한 키워드를 입력하고 그걸 시스템에서 만들어주는 걸 의미했다.

스킬을 만드는 건 맞았지만 완전히 원하는 스킬이 나오는 건 아니라는 것.

그렇지만 이 가호가 무척 좋은 이유는 나오는 스킬들이 상당히 좋기 때문이었다. 기존에 없던 새로운 스킬을 시스템에서 만들어주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러니 이렇게 창조된 스킬들은 등급이 없었다. 스킬을 창조한 유저만 쓸 수 있는 스킬이기 때문이었다.

C랭크 스킬 메이커 가호에서 창조할 수 있는 스킬은 3가지.

스킬 3개가 전부라니 적게 느껴질 수도 있었지만 그렇지 않았다. 이 가호의 진짜 힘은 바로 연계 스킬을 만들 수 있다는 점이기 때문이었다.

연계 스킬.

코즈믹 게이트에서는 스킬을 연계해서 사용하는 일은 종종 볼 수 있었다. 스킬의 특성을 이용해서 연달아 스킬을 사용해 보다 큰 효과를 얻는 일을 말했다. 하지만 연계 스킬을 보는 일은 흔치 않았다.

코즈믹 게이트는 원하는 스킬을 딱, 딱 집어서 익히는 시스템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연계 스킬은 귀했고, 그만큼 위력도 강력했다.

“선생님. 좋은 것 같습니다요. 스킬 만들면 패시브 강화 포인트도 올라갈 테니까요.”

“그렇겠지. 근데 이 가호는 생각을 못하고 있었어.”

“저도 그렇습니다요.”

“하긴 이게 제일 편하기는 해. 수많은 가호 중에 하나를 고르려면 그것도 골치 아플 테니까. 이런 방식이면 면접관은 골치 아플 일이 없겠지. 근데 이게 200점짜리 가호지?”

“그렇습니다요. 연계 스킬은 시너지 효과가 있으니 잘 만들어서 사용하면 웬만한 가호 몇 개보다 훨씬 강력하니까요.”

“뭘 만들어야 하나.”

지상으로 내려온 카시마르의 얼굴에 웃음꽃이 피었다.

무슨 스킬을 만들어야 할까?

행복한 고민이 시작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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