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9
이 정도면 거의 사긴데?
“스킬 메이커의 공간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이곳은 카시마르님이 스킬을 보다 편하게 만들 수 있도록 도움을 드리는 곳입니다. 스킬에 대한 궁금한 질문은 제게 해주시면 친절하게 안내하도록 하겠습니다.”
카시마르가 스킬을 창조하겠다고 하는 순간 바로 이공간으로 소환되었다. 그곳에서 카시마르는 한 여인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여인의 말투는 딱 콜센터 직원이었다.
“패시브 스킬로도 연계 스킬을 만들 수 있습니까?”
카시마르는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가능합니다. 카시마르님. 다만 연계 스킬은 패시브 스킬로 구성하는 것보다 액티브 스킬로 구성하는 게 훨씬 간편합니다.”
“그렇지만 패시브 스킬로 구성하고 싶은데요.”
“그렇다면 몇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특정 동작을 만들고 그 동작을 수행하면 스킬 효과가 나타나는 식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연속으로 공격을 하는 것처럼 말입니까?”
“그렇습니다.”
카시마르는 패시브 스킬로 연계 스킬을 구성한다면 그런 식으로 할 수밖에 없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패시브 스킬은 액티브 스킬에 비해 제약이 많이 있었다.
“스킬은 어떻게 만들어지는 겁니까?”
“키워드를 넣어서 스킬 메이커에 넣고 돌리면 랜덤으로 스킬이 생성됩니다. 키워드를 자세하게 넣으면 넣을수록 원하는 스킬에 가깝에 스킬이 생성되겠죠. 예를 들자면 발차기에 얼음 속성을 넣게 되면 특정 동작의 발차기를 할 때마다 상대방이 얼음과 관련된 데미지를 추가로 받는 그런 방식입니다.”
“그런 것도 부여가 가능한 겁니까?”
“그렇습니다.”
카시마르는 서두르지 않고 스킬 메이커의 시스템을 차분히 알아보았다. 카시마르가 원하는 종류는 자신의 능력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종류의 것이었다. 처음에는 젠부샤쓰의 40계단 108콤보 같은 필살 연계 스킬을 만들어볼까도 생각했지만 그다지 효율적이지 않다는 생각에 마음을 접었다.
카시마르는 자신이 무엇을 가장 잘 할 수 있으며, 무엇이 가장 필요한지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일단 포지션을 한 번 분석해보자.
카시마르의 포지션은 딜러 + 탱커라고 봐야했다. 순식간에 한 명의 대상에게 딜을 넣어 죽이는 암살자와 비슷한 포지션이었지만 다른 점은 분명히 있었다. 카시마르는 생명력이 풍부했다.
전문적인 탱커와 비교할 순 없지만 그의 피지컬과 생명력이라면 웬만한 탱커보다는 더 많은 데미지를 버틸 수 있었다.
그러니 카시마르는 자신의 플레이 스타일을 극대화 시킬 수 있는 스킬 연계를 찾기로 했다.
일단 지금 카시마르의 딜은 충분했다. 원거리에 있는 적은 자동 투척으로 공격할 수 있었고, 근거리에서는 카이로의 꼬리를 다양한 형태로 변환시켜서 싸울 수 있었다. 그런데다가 철산고와 파쇄 일격까지 갖췄으니 공격 능력은 충분하다고 할 수 있었다. 수틀리면 블랙 알라딘으로 필살의 일격도 날릴 수 있었으니까.
그렇지만 문제는 피지컬 의존도가 너무 높다는 게 문제였다. 카시마르는 상황을 반전 시킬 스킬을 쓸 수가 없었다. 그러니 피지컬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스킬을 만들어야 했다.
“······그래서 이런 조합을 넣으면 카시마르님이 원하시는 스킬이 나올 수 있을 것 같군요.”
카시마르는 스킬 메이커를 붙들고 몇 시간 째 고민 중이었다. 처음에는 이동 능력과 관련된 스킬을 사용하려고 했지만, 크게 필요하지 않다는 결론이 나왔다. 카시마르는 이미 이동기를 가지고 있었다.
바람의 가면.
카시마르가 레벨업을 하는 동안 바람의 가면도 레벨업을 하면서 그 능력이 늘어났다. 바람 제어술은 4레벨이 되었고 이제 카시마르는 게이지를 3번이나 채워서 쓸 수 있었다. 그런데다가 이전보다 빠르게 게이지가 차올랐다.
그리고 바람 제어술에 새로 생긴 기술.
바로 역풍.
게이지가 찬 상태에서 대상을 향해 주먹을 꽉 쥐면 카시마르 쪽으로 바람이 불어서 상대를 끌어당길 수 있었다.
그리 먼 거리를 끌어당길 수는 없었지만 바람 제어술의 레벨이 높아지면 더 많은 거리를 끌어당길 수 있었다.
3번의 게이지가 차면 상당히 먼 거리를 이동할 수 있기 때문에 카시마르는 이동 스킬을 일부러 만들지 않았다.
“회피, 방어, 카운터를 발동 조건으로 하는 패시브 스킬을 생성하시겠어요?”
“그렇게 해주세요.”
일단 연계 스킬은 가장 첫 번째로 생성되는 스킬이 중요했다. 첫 번째 스킬이 어떻게 생성되느냐에 따라서 나머지 스킬의 운명도 좌우되기 때문이었다. 일단 연계 스킬의 두 번째, 세 번째는 첫 번째 스킬의 위력을 극대화시키는 쪽으로 많이 생성되곤 했다.
카시마르는 회피, 방어, 카운터를 성공하면 생성되는 패시브 스킬이 가장 좋을 거라고 결론을 지었다.
[카시마르님의 패시브 ‘잔상’이 생성되었습니다. 스킬 이름은 변경 가능합니다.]
카시마르는 생성된 스킬을 확인했다. 따로 속성이나 추가 옵션을 부여하지 않은 이유는 랜덤으로 설정을 해야 좋은 스킬이 나올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이었다.
[잔상 (패시브 스킬) - 회피, 방어, 카운터를 발동할 때마다 유저와 겹쳐 있는 잔상을 하나씩 생성합니다. 잔상은 중첩되면 중첩될수록 상대를 더 혼란스럽게 만듭니다.]
“생성한 스킬은 시뮬레이션을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확인하시겠어요?”
“그렇게 해주세요.”
카시마르는 잔상이라는 스킬을 확인했다. 잔상 스킬은 간단했다. 유저가 회피, 방어, 카운터를 성공 시킬 때마다 유저와 겹쳐보이는 잔상이 생겼다. 그 잔상은 코스트가 늘어날수록 더 또렷하고 진하게 남아 있었다.
중첩을 여러 번 한 뒤에 움직이자 마치 분신을 쓰는 것처럼 잔상이 남았다. 초반에는 그저 조금 반짝이는 정도였지만, 뒤로 갈수록 그 위력은 확실해졌다. 잔상의 개수는 열 개 정도까지는 육안으로 충분히 실체를 구분할 수 있었다. 유저가 움직일 때마다 잔상이 그냥 따라 움직이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10개가 넘어가기 시작하자 점점 눈이 어지럽기 시작했다.
20개가 넘어가니 실체와 잔상을 쉽게 구분할 수 없을 정도가 되었다. 집중해서 보면 구분할 수 있었지만 전투 중이라면 쉽게 구분할 수 없을 것 같았다. 카시마르는 흡족한 표정으로 시뮬레이션을 바라봤다. 빠르게 움직이면 움직일수록 이 잔상이라는 스킬의 효과는 더욱 커질 것이었다.
“어때 보이냐?”
“선생님이 쓰면 딱 좋을 거 같습니다요. 전투 초반부터 쓰임새가 있는 스킬은 아니지만 말입니다요.”
“다음 스킬이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서 달라지겠지. 그래도 나쁘지는 않은 것 같아.”
“근데 이 스킬은 솔직히 말하면 난이도가 되게 어려운 스킬입니다요. 보통 유저들은 회피, 카운터, 방어를 그리 잘 할 수가 없습니다요. 그러니까 이건······.”
“나를 위한 맞춤 스킬이다 이거냐?”
“그렇습니다요. 헤헤.”
강숭이가 몸을 꼬면서 말했다.
“너 요즘 많이 늘었다.”
“칭찬 감사합니다요. 전 언제나 선생님의 숭이숭이입니다요.”
달리 달로스의 절대자였던 아베다. 그 시절을 알고 있는 누군가가 지금 이 모습을 보았다면 경악했을 것이었다. 그만큼 절대자 시절의 아베다의 포스는 대단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지금 아베다는 카시마르의 펫일 뿐이었다. 계약서에 완전히 묶여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 스킬을 기반으로 연계 스킬을 생성할 수 있습니까?”
“그렇습니다. 카시마르님. 연계 스킬에는 추가 특성을 부여할 수 있습니다. 2번째 3번째 스킬에 각기 다른 속성을 넣는 것도 가능합니다. 2번째 스킬을 생성할까요?”
“그냥 속성 설정하지 않고 생성시켜주세요. 패시브 스킬로요.”
“알겠습니다.”
카시마르는 일단 첫 번째 스킬을 생성한 뒤부터는 크게 고민하지 않았다. 첫 번째 스킬이어느 정도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었다.
[잔상의 연계 스킬인 ‘잔상 극대화’ 패시브 스킬이 생성되었습니다. 스킬 이름은 변경 가능합니다.]
카시마르는 잔상 극대화의 옵션을 살폈다.
[잔상 극대화(패시브 스킬) - 잔상의 연계 스킬입니다. 잔상의 개수가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유저의 스피드가 빨라집니다. 생성할 수 있는 잔상의 최대치는 30개입니다.]
간단한 스킬이었지만 좋은 스킬이었다. 코즈믹 게이트에서 속도를 증가시켜주는 스킬은 무척이나 희귀했다.
카시마르는 얼른 시뮬레이션을 돌려보았다. 잔상의 개수가 늘어날수록 확실히 동작의 수행 속도가 빨라졌다. 그렇지만 엄청나게 빨라진다는 수준은 아니었다. 잔상이 생성되기 전에 움직임이 헤비급 파이터의 스피드 정도였다면 잔상이 30개 다 생성되고 난 뒤에는 라이트급 정도의 빠르기로 빨라졌다.
카시마르는 그 정도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지금 카시마르의 피지컬은 게임 내에서도 빠른 수준이었기 때문이었다.
“세 번째 스킬도 생성해주세요.”
카시마르는 세 번째 스킬은 체력, 회복력, 방어력, 저항력 같은 걸 올려주는 종류가 나올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세 번째 스킬은 카시마르의 예상을 뛰어넘는 스킬이었다. 이전까지 생성된 스킬은 나쁘지 않다, 쓸만하다 수준이었다면 세 번째에 생성된 스킬은 정말 좋은 것이었다.
[잔상의 극대화의 연계 스킬인 ‘잔상 실체화’ 스킬이 생성되었습니다. 스킬 이름은 변경 가능합니다.]
잔상 실체화 스킬은 잔상 30개가 다 생성되면 겹쳐진 잔상 중 하나가 공격을 하는 스킬이었다. 카시마르가 스트레이트를 뻗으면 잔상도 똑같이 따라서 스트레이트를 뻗었다.
쉽게 말해서 같은 공격이 두 번 들어가는 시스템이었다. 그런데다가 그 공격력도 카시마르와 똑같았다.
쉽게 말해서 카시마르가 100으로 공격을 하면 잔상도 100의 공격력을 가진다는 거였다.
이 스킬은 웬만한 유니크 스킬보다도 훨씬 좋았다. 지금 카시마르가 생성한 스킬들은 잘만 사용하면 전투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었다.
카시마르는 잔상 실체화 스킬도 시뮬레이션으로 확인한 뒤 스킬 메이커의 공간에서 빠져나왔다. 이제 마무리할 게 남아 있었다.
그건 수집가의 확고한 취향에 넣을 스킬을 결정하는 것.
“자동 투척과 잔상 연계 스킬은 필수고 나머지 하나가 비네.”
“파쇄 일격이 괜찮을 거 같습니다요. 무척 좋은 스킬 아닙니까요.”
“그렇긴 하지. 근데······.”
[새로운 패시브 스킬 3개를 획득하셨습니다. 패시브 강화 포인트 30점이 추가됩니다. 현재 남은 강화 포인트는 84포인트입니다.]
“아. 맞다. 강화 포인트를 까먹고 있었네.”
“일단 하나 강화시켜 보시는 게 어떻겠습니까요?”
“그래. 그거 보고나서 결정을 하자.”
카시마르는 자동 투척을 강화하기로 마음 먹었다. 자동 투척은 게이트 로얄을 나온 뒤로 포인트를 전혀 투자하지 않아서 레벨이 그대로였다. 그렇지만 카시마르는 사냥을 하면서 자동 투척 스킬을 무척이나 잘 써먹었다. 레벨이 낮아도 궤도가 바뀐다는 것과 더 멀리나간다는 건 무척 큰 장점이기 때문이었다.
코즈믹 게이트의 원거리 무기들은 장전, 발사라는 시스템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딜레이가 발생했다. 그렇지만 투척 무기는 딜레이가 없었다. 손에 들고 있는 걸 던지면 된다. 급박한 전투 중에 제대로 맞추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자동 투척의 보정 덕분에 막 던져도 잘 뻗어서 상대를 공격한다. 자동 투척은 무척 좋은 스킬이었다. 특히 카시마르한테는 더 그랬다.
“나 혼자 자동 투척. 강화”
[패시브 강화 포인트 10포인트를 소모합니다. 강화하시겠습니까?]
“네.”
[나 혼자 자동 투척 스킬에 ‘쥐새끼 추적’ 강화 옵션이 추가되었습니다.]
[쥐새끼 추적 - 투척 무기로 공격한 대상에게 낙인을 찍습니다. 투척 무기가 낙인이 찍힌 대상의 반경 3미터 내로 접근하면 ‘쥐새끼 추적’ 효과가 발동하여 끈질기게 따라붙어 공격합니다. (낙인은 하나의 대상에게만 찍을 수 있습니다.)]
“어. 이건 되게 좋은 거 같은데? 그니까 그냥 휘는 거랑 다르다는 거지?”
“그런 거 같습니다요. 강화 옵션이 생각보다 좋은 거 같습니다요.”
“이거는 시뮬레이션도 안 되니까 직접 사용해봐야겠네. 누구 적당한 상대 없나?”
카시마르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주변에는 쥐새끼 한 마리 보이질 않았다.
“야.”
카시마르는 강숭이를 불렀다.
“네. 선생님.”
“너 은신 풀고 저쪽 가서 서봐.”
“네?”
“서보라고.”
“선생님! 아픕니다요.”
“야. 이거 비수로 안하고 돌로 할 게 살살 던질 테니까. 한 번 움직여봐. 어떤 건지 확인해보게.”
“선생니임!”
“보석 안 준다.”
“가겠습니다요.”
“자. 이거 들고 가.”
카시마르는 사냥하면서 주었던 원형 나무 방패를 인벤토리에서 꺼내 강숭이에게 건넸다. 강숭이가 그걸 들자 몸이 거의 다 가려질 정도였다.
강숭이는 50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 섰다. 카시마르는 바닥에서 적당한 돌을 주워서 강숭이에게 던졌다.
투퀑!
자동투척 보정 효과가 발동되어서 조금 빗나간 상황인데도 방향을 틀어 방패를 가격했다. 카시마르가 처음 던진 돌이 방패를 가격하자 강숭이의 머리 위에 쥐새끼 마크가 생겼다. 미키마우스와 생쥐를 섞어놓은 듯한 끔찍한 생김새였다.
휘잉!
“야!”
“네. 선생님!”
“이번에는 방패를 머리에 대고 있어라.”
“알겠습니다요!”
카시마르는 이번에는 좀 더 빗나간 방향으로 던졌다. 일부러 강숭이의 머리 위쪽으로 던진 것이었다.
콰앙!
강숭이의 머리 위쪽으로 맹렬하게 날아가던 돌은 갑자기 수직 낙하하더니 강숭이의 머리로위로 뚝 떨어졌다.
“이번에는 좌우로 움직여봐.”
“네!”
카시마르는 움직이는 강숭이를 향해 돌을 던졌다. 그러자 돌은 강숭이의 반경 3미터 안으로 들어간 순간부터 말도 안 되는 움직임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변화구 수준이 아니라 전투기가 하늘을 이리저리 움직이면서 날아가는 수준이었다.
“이 정도면 거의 사긴데?”
카시마르의 입에서 사기라는 말이 나왔다. 그만큼 ‘쥐새끼 추적’은 말도 안되는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렇지만 카시마르가 사기라고 느낀 점은 바로 패시브 강화라는 옵션에 대한 것이었다.
단순히 능력치를 강화하는 게 아니라 새로운 능력을 부여해버리니 사기라고 느껴질 만도 했다.
쥐새끼 추적만해도 그랬다.
멀쩡하게 날아오던 비수가 갑자기 방향을 기괴하게 틀어서 쏟아진다. 그것도 예측 불가능한 움직임으로.
카시마르는 남아 있는 강화 포인트를 바라보았다.
74포인트.
카시마르는 이번에 만든 잔상 연계 스킬들을 확인했다.
엄청난 스킬이 나올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