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1
절대 그럴 리 없는 퀘스트
“해적단 선장이 돈이 되는 일이라면 환장을 해. 배를 한 척만 끌고 다니는 이유도 하나야. 여러 척을 끌고다니면 돈이 많이 든다는 거지. 이놈들은 자잘한 것들은 건드리지도 않아. 희귀한 종족을 잡아다가 노예로 팔거나 몸값을 요구하지. 종종 다른 일도 벌이기는 하는데 워낙 은밀해서 꼬리를 잡기가 쉽지 않아.”
“그래도 해적 아닙니까?”
“해적이긴 한데 쉽게 건드릴 수 없는 해적이야. 제국의 황족과 관련이 있다는 소문이 있거든.”
“저는 그런 거 상관없습니다. 어차피 배 한 척이면 공략하기는 좋을 거 같은데요.”
“그게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냐. 왜 배를 한 척만 끌고 다니겠나? 돈을 아끼기 위해서야. 선장이 돈에 그렇게 집착하거든. 부하들 밥도 제대로 안 사 준다는 이야기도 있네. 그렇지만 실력은 확실하지. 한 척만 끌고 다녀도 그 누구도 못 건드릴 정도의 무장을 하고는 있어. 다만 쓰지는 않아. 누구도 덤벼들지 않으니까. 제국의 해군들은 그들을 보면 쉬쉬하고 다른 해적들은 그들 배에 있는 포들이 무서워서 건드리지 않는다네. 선원들도 장난이 아니야. 거기다 제국의 유명인사와 관련이 되어 있다고 해. 누가 쉽게 건드리겠나?”
“유명인사요?”
카시마르가 물었다. 그러자 가리우스 제독이 카시마르에게 자리에 앉으라고 권했다. 아무래도 이야기가 길어질 것처럼 보였다.
“이건 소문일 뿐인데 Sea Pearl 노움 해적단 두목과 제국 황족이 쌍둥이라는 설이 있어.”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이건 자네만 알고 있는 게 좋겠네.”
띠링.
[퀘스트 ‘절대 그럴 리 없는 이야기’의 아주 작은 실마리를 획득하셨습니다. 정보를 더 수집하면 퀘스트가 완전히 활성화됩니다.]
카시마르는 가리우스 제독이 하는 말이 보통 이야기가 아님을 알고 차분하게 듣기로 했다.
“우연히 떠도는 이야기야. 펄 노움 해적단의 두목은 대스라는 인물이네.”
“데스요? 죽음?”
“그래. 뜻은 그건데 스펠링은 달라 보통 DASS라고 표기하지.”
“왜 그렇게 부릅니까?”
“죽음마저도 의문을 표한다고 해서 스펠링이 그 따위네.”
“대체 무슨 짓을 저지르는데요?”
“대스의 등장은 처음부터 이상했어. 원래 해적질이라는 게 그냥 해적선 하나 만들어서 냅다 약탈하면 되는 게 아니거든. 거기도 나름 룰이라는 게 있는 곳이야. 협회도 있고 노동조합도 있고 다 있단 말이야. 심지어 해감원이라고 해적 관리 감독원도 있다니까?”
“해감원이요?”
“해적질도 상도의를 지키면서 적당히 하라는 거지.”
“아.”
“근데 대스는 그 룰을 어기면서 너무 쉽게 자리를 잡았지. 등장부터 이상했는데 해감원에서 제재를 안 했어. 해감원에서 제재를 안 한다. 그러면 어떻게 되냐면 다른 해적들이 가만히 있질 않지. 근데 다른 해적들도 가만히 있었어. 해적들이 이득을 잔뜩 보게 해준다는 이야기 때문이었지. 그래서 많은 해적들이 대스에게 투자를 많이 했지. 그런데 동업을 하다보면 의견 다툼이 생기지 않나.”
“그렇죠. 해적질도 동업이라고 할 수 있으면 말입니다.”
“그냥 그렇다고 표현을 하세나.”
“예.”
“대스의 방식은 많은 돈을 끌어모았어. 해적이 아닌 시민, 귀족들에게까지 투자를 받았지. 그렇지만 늘 그렇듯이 의문을 제기한 동업자들이 종종 있었네.”
“그런데요?”
“그런 자들은 죄다 바다 위에 떠올랐지. 처음에는 폭풍우 때문에 배가 뒤집혔다는 이야기가 있었어. 하지만 그게 한 명이 아니라 여러 명이 되니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지.”
“허어.”
카시마르는 느와르 영화의 스토리를 듣는 것처럼 가리우스 제독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그만큼 가리우스 제독의 이야기는 흥미로웠다.
“그래서 대스네. 죽음의 신 마저도 왜 죽었는지 모르게 의문사를 당한다고 해서 대스야. 조금만 의문을 제기하면 바로 바다 위로 떠오르거든. 그래서 대스가 되었지.”
“그럼 아까 제국의 유명 황족과 쌍둥이라는 이야기는 뭡니까?”
“그 황족의 이름은 오셔널 베버킨. 제국의 황족이자 촉망 받는 자선 사업가지. 가진 걸 다 베푸는 걸로 유명해. 저택 하나만 빼고 재산을 다 나눠주겠다고 했을 정도니까. 그런데 자선 사업가가 아니라 사기꾼이라는 이야기가 많이 돌았네. 쉽게 말해서 명성을 이용해서 제국의 곳간을 다람쥐새끼처럼 털어먹는다는 이야기였지. 제국의 이름으로 큰 사업을 몇 개 벌였는데 죄다 손해만 봤어. 근데 그 손해본 돈은 어디론가 사라졌지. 돈은 사라졌는데 그는 전혀 책임을 지지 않았네. 그래서 몇 명이 그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면서 접근을 했어. 근데 죄다 사라졌지.”
“이번에도 바다에 떠올랐나요?”
“몇몇은. 근데 몇몇은 바다에도 떠오르지 않았네.”
“소름 돋는 이야기로군요.”
“그래. 그래서 그의 별명은 가까네.”
“가까요?”
“그래 발음에 주의하게나.”
“왜 가까입니까?”
“가까이가면 죽는다고 해서 가까네. 여튼 목격자의 말로는 대스와 가까가 거의 똑같이 생겼다고 하는 이야기가 있었네.”
“쌍둥이라는 이야기네요.”
“그렇지. 근데 이해가 가질 않지. 대스는 범죄자고 한쪽은 존경을 받는 황족이니까. 조합이 이해가 가질 않지.”
“쌍둥이가 아니라면······.”
“대스와 가까는 한 몸이다라고 이야기할 수도 있겠지.”
“흠······.”
“이제 감이 좀 잡히나? sea 펄 노움 해적단을 건드리면 안 되는 이유를?”
“그 이야기를 들으니까 더 잡고 싶어지네요. 그리고 왠지 그 해적단 이름이 정감이 갑니다. 에이. sea 펄 노움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네.”
“그들은 어떤 무장을 하고 있습니까?”
“무장? 정말 sea 펄 노움들을 작업하려고 그러나?”
가리우스 제독이 눈을 크게 뜨면서 말했다.
“네.”
“자네는 어차피 여행자라서 목숨이 끝나면 게이트 밖으로 나간다는 건 알고 있지만······ 그래도 그들은 건드리지 말게. 대스는 자네를 죽이지 않고 잡아둔 다음 평생 노예로 부려먹을 수도 있는 극악무도한 놈이야.”
“극악무도하니까 잡아야죠. 반드시.”
“대스를 잡는다니 정말 도움을 주고 싶지만 위의 압력이 있네. 그래서 도움을 줄 수가 없어 미안하네. 대신에 그들의 항해 일지와 깃발을 가져오면 정말 특별한 보상을 주도록 하지. 그렇지만 쉽지 않을 거야. 일단 그들의 배는 한 척이지만 화력이 선단과 맞붙어도 지지 않을 정도라고 알려져 있으니까. 웬만한 배는 접근하기도 전에 삭제될 거네.”
“조심하도록 하겠습니다. 배 위에 선원들은 몇이나 됩니까?”
“의외로 선원들은 많지 않을 걸세. 다만 노움 해적단이라는 걸 잊어서는 안 돼. 선원 대부분이 노움이네. 대스는 노움이 아니다라는 말이 있다만.”
"대스는 노움이 아닙니까?"
"응. 대스는 노움이 아냐. 그 밑에 선원들이 대부분 노움이지."
“노움이면 마법을 쓰겠군요.”
“그래. 상당히 강력한 마법을 쓰겠지. 아마 배의 크기로 봐서 선원들은 150명에서 200명 정도 되는 수준일 거야.”
“그들은 얼마나 자주 출몰합니까?”
“자주 출몰하기는 하네만. 출몰하는 위치가 보통 해적단이랑은 좀 다르네. 내가 그들이 자주 출몰하는 지역을 지도에 표시해주도록 하지.”
“감사합니다.”
카시마르는 꼼수가 있다는 걸 가리우스 제독에게 알리지 않았다. 가리우스 제독은 카시마르가 들고 있는 지도에 대스가 출몰하는 지역을 알려주었다.
[퀘스트 sea pearl 노움 해적단의 소탕이 추가되었습니다. sea pearl 노움 해적단을 소탕하면 추가 보상과 퀘스트를 받을 수 있습니다.]
‘역시 연계 퀘스트였네.’
카시마르는 심상치 않은 이야기라고 생각해서 집중해서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연계 퀘스트였다. 그것도 상급 해적단 소탕으로 이어지는 연계 퀘스트. 상급 해적단은 보통 난이도의 퀘스트가 아니었기 때문에 보상도 그만큼 클 것이었다.
“퀘스트 난이도 확인.”
[sea pearl 노움 해적단 소탕 작전의 난이도는 ‘클리어 가능성 없음’입니다. 그들을 잡기 위해서는 아주 성능이 뛰어난 배가 여러 척 필요합니다. 현재 상태로는 클리어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먼저 강력한 배를 준비하세요.]
“강숭아. 어떠냐. 클리어 가능성이 없어 보이냐?”
“배에 오르기 전까지는 그렇다고 생각합니다만 배에 오르면 해볼 만할 거라고 봅니다요. 물론, 뛰어난 동료들을 섭외해야지 않겠습니까요?”
“그렇지?”
"그리고 원래 나쁜 놈들이지 않습니까요. 잡아야지요."
"너 많이 사람되었구나."
"헤헤. 감사합니다요. 선생님."
카시마르의 머릿속에 떠오른 사람들이 있었다. 카시마르는 바로 골낳괴에 연락을 넣었다.
[괴뢰군!]
[어. 형. 오랜만이에요. 렙업은 잘 하고 있어요?]
[광렙하고 있지. C랭크다.]
[헐. 형. 사흘 전인가 20렙이라고 하지 않았어요? 근데 지금 C랭크라고요?]
[그렇게 됐어.]
[어디서 그런 꿀을 드시고 계신 겁니까. 같이 좀 먹어요.]
[그러려고 지금 연락 했잖아.]
[진짜요?]
[그래. 요즘 다들 뭐해?]
[게이트 로얄 좀 하다가 사냥하고 그러면서 지내죠. B랭크 만들어야 하니까 마냥 게이트 로얄만 할 수 없거든요.]
[게이트 로얄은 렙업을 위한 곳이 아니라니까. 난 딱 느꼈잖아.]
[그렇긴 해요. 꾸준히 좋은 성적이 나오면 모를까. 그게 불가능하잖아요.]
[아무튼 요즘 다들 장기 퀘스트 같은 거 하고 있는 거 아니지?]
[뭐. 다들 부르면 모이기야 하죠. 몇 명 필요한데요?]
[네명 다. 더 필요하기는 한데 일단 나머지 인원은 부탁할 사람이 있어서 채워질 거야.]
[무슨 퀘스트길래 인원이 그리 많이 필요해요?]
[해적선 소탕.]
[해적선이요? 형 지금 남부에 있어요?]
[어.]
[해적선 그거 엄청 어려운데. 배 있어야 하고 해서 쉽지 않다고 하던데요.]
[세팅은 다 되어 있으니까 걱정하지 말고 오면 돼. 자세한 건 지금 말해줄 수 없는데. 광렙이랑 연관이 있다.]
[뭔가 발견했군요.]
[그래.]
[형. 사랑합니다. 당장 애들 소집해서 갈게요. 남부 어디로 가면 됩니까?]
[세팅하는데 좀 걸리니까 바로 안 와도 돼.]
[에이. 빨리 가야 조금이라도 콩고물을 더 챙기죠. 지금 당장 애들 머리끄댕이 잡고 와이번 타겠습니다. 이동 강화 마법도 파팍 쏴서 달리면 거기 금방입니다.]
[그렇게 빨리 올 필요는 없다니까?]
[아니에요. 대박 느낌이 왔어요. 형 거기 딱 기다리세요!]
눈치 하나는 어마어마한 골낳괴였다. 카시마르는 웃으면서 귓말을 끊고 다른 사람에게 연락을 넣었다. 핏불킹이었다.
[형!]
[아! 왜!]
[너무하는구만. 이제 내 연락을 받는 게 귀찮다 이거지? 너무하네.]
[지랄헌다. 왜 연락했냐?]
[요즘 뭐하셔?]
[뭐하기는 길드원들이랑 사냥하지.]
[그거 경험치는 좀 돼?]
[꾸준히 올리는 거지. 왜?]
[형 길드에 쓸만한 사람 좀 있나?]
[쓸만한 사람은 왜 찾아.]
[쓸만한 건수가 있어서 그래.]
[너 이제 D랭크면서 무슨 건수 타령이냐.]
[나 C랭크인데?]
[응? 너 며칠 전에 D였잖아.]
[응. 광렙했지.]
[헐.]
[이 정도면 감이 좀 오시나?]
[어. 오케이. 접수했어. 몇 명 필요한데?]
[열 명. 최고로 준비해줘. 그리고 서포터는 적어도 세 명 이상. 마법사도 있으면 좋겠는데 크게 필요하지는 않아. 서포터가 중요해. 그리고 마법사들 잘 잡는 종류의 클래스 있으면 더 좋고.]
[뭘 잡으려고 그러냐? 어디 마탑이라도 털게?]
[그렇게 허무맹랑한 이야기는 아니고. 일단 오면 이야기해줄게. 남부로 와.]
[남부? 해적?]
[올 거야 말 거야.]
[생각 좀 해보고.]
[참고로 이거 썰 풀면 내가 생각하기로는 랭커들이 달려들 거다. 그래도 하기 싫으면 말고. 난 형이 아이템도 챙겨주고 해서 먼저 연락 넣었어. 잊지마. 분명히 넣었다.]
[야! 야! 알았어. 최대한 조합 맞춰서 갈게. 열 명이라고 했지?]
[어. 더는 안 돼. 인원 딱 맞아야 해.]
[알았다. 당장 남부로 튀어간다. 근데 이거 장난치면 안 돼. 길드원들 데리고 가는 거란 말이야.]
[형이나 장난치지 마. 무슨 애도 아니고 시도 때도 없이 장난을 치나?]
[너 애 잖아.]
[형만 하겠어?]
[아무튼 간다.]
[준비 철저하게 해서 오셔.]
귓속말을 끝낸 카시마르는 남부의 마을을 돌면서 sea pearl 노움 해적단의 정보를 수집하기 시작했다. 정보가 곧 힘이기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