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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주캐로 멱살 캐리-42화 (42/205)

# 42

이리 콤

카시마르는 정보 상인과 이야기를 주고 받고 있었다. 코즈믹 게이트는 정보가 비싸게 취급 되었다. 보통 게임이었으면 커뮤니티 검색 몇 번 하면 나올 법한 공략들도 이곳에서는 돈을 주고 사야하거나 발품을 해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 이유는 세계관이 워낙 복잡하기 때문이었다.

코즈믹 게이트는 루테스 대륙이라는 곳에 이계의 여행자가 넘어오면서 생기는 이야기가 주된 세계관이었다. 기본적으로는 흔히 알고 있는 판타지 세계와 흡사하지만 보통의 판타지와는 체계가 조금 다른 부분이 존재했다. 무엇보다 이계의 여행자가 넘어왔다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이계인의 기술과 능력까지 합쳐져서 요상하고 괴기스러운 세계관의 게임이 만들어졌다.

판타지 세계에 탱크가 등장할 수 있냐고? 모르겠다. 아직 등장은 안 했는데 코즈믹 게이트의 컨텐츠의 면모를 살펴보면 충분히 나올 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코즈믹 게이트를 한 마디로 정의하자면 한계가 없는 게임. 논리적으로 이해하려고 하면 머리가 매우 아픈 게임이라고 할 수 있었다.

워낙 컨텐츠가 방대하다보니 정보가 비싸게 취급되는 건 당연했다. 그런데다가 이 게임은 네임드 NPC나 몬스터들은 한 번 죽으면 리스폰이 되질 않는다. 쉽게 말해서 카시마르가 대스를 잡아서 죽이면 대스는 더 코즈믹 게이트에 등장하지 않는다는 이야기였다.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반갑군. 나는 전능한 슈브님을 섬기는 위대한 양 램파드의 셋째 아들 하램이라고 하네.”

정보 상인은 검은 털을 지닌 양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는 의자에 앉아서 육포를 뜯어먹는 중이었다. 그의 뒤에는 커다란 크기의 가드 두 명이 서 있었다.

“하램······.”

“내가 좀 어리니까. 아무튼 난 위대한 양의 아들이네. 그러니 예를 취해주도록 하게.”

“아. 예.”

“그래 정보를 구하러 왔다고? 어떤 정보?”

“씨, 펄, 노움 해적단에 대해서 정보를 구하러 왔습니다.”

“아. 그 해적. 대스에 대해서 물어 보려고 하는거구만. 쉽지 않은 상대야. 쉽지 않은 상대지. 그런 정보라면 우리한테 오길 잘했어. 웬만한 정보상은 그런 정보 취급 안 하니까.”

“안 그래도 별 소득이 없던 참이었습니다.”

“그래. 잘 왔어. 근데 무슨 사업을 하려고 대스를 찾나?”

“사업을 하러 온 게 아닙니다.”

“허어.”

카시마르의 말에 하램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대스랑 사업을 하려고 하는 게 아니다? 대스에 대해서 물어보는 고객 중에 사업 관련된 질문을 하지 않은 자는 자네가 처음이로군. 하긴 그게 현명할 수도 있지. 아니지 현명한 놈이면 대스랑 아예 엮일 생각을 안 하겠지. 아무튼 사업 이야기를 물어보러 온 게 아니다는 거로군?”

“네.”

“대스가 어떤 자와 연관 되어 있는지 알고는 있는 거겠지?”

“알고 있습니다.”

“역시 여행자들이란······ 하긴 대스 그놈을 처리하려면 여행자가 아니면 쉽지 않겠지. 제국 놈들은 처리를 할 수가 없어.”

“대스에게 원한을 가진 사람이 많나 봅니다?”

“이 일대에서 사는 자들 중에 그에게 빚이 없는 자는 없지. 그는 해도 너무 해먹었어. 우리 같은 검은 정보 상인도 반쯤은 범죄자네. 정보만 팔아서는 조직을 꾸려나갈 수가 없으니까. 적당히 나쁜 짓도 하고 사는 거지. 원래 그런 거 아닌가? 빛이 있으면 그림자도 있고 말이야. 근데 대스 그놈은 아냐. 빛, 그림자 논 할 거 없지. 해적들만 예로 들어도 그래. 해적들 사이에서도 불문율로 정해져 있는 것들이 있지. 그건 바로 거래에 있어서만큼은 사기를 치지 말라는 이야기지.”

“사기요?”

“그래. 해적들은 나쁜 놈들이야. 인신매매, 마약, 약탈, 청부살인, 폭력 범죄란 범죄는 다 저지르지. 하지만 그들에게도 룰은 있어. 바로 거래를 할 때는 정확하게 하라는 거지. 거래를 할 때마다 사기를 쳐대면 누가 해적이랑 거래를 하겠나? 하지 않지. 해적질도 물건을 사주는 사람이 있어야 가능한 법이니까.”

“근데 대스는 그런 게 없었군요.”

“그래. 거래하다가 상 엎어버리고 다 빼앗기. 해적, 장물아비들에게 거액의 투자금을 받아서 증발시켜버리기. 하도 많아서 나열할 수도 없네. 그런데도 그가 아직까지 멀쩡히 활동할 수 있는 이유는 바로 돈과 권력. 두 가지를 다 붙잡고 있기 때문이지. 해적들은 그를 못 잡아. 잡으려 하면 제국이 나서니까. 물론, 대스가 끌고다니는 해적선이 강하기도 하고 말이야.”

“제국에서는 절대 못 건드리는 겁니까? 제국민들 중에도 피해자가 상당하다고 하던데.”

“이봐. 피해자는 상당한 게 아니라 제국 그 자체야. 제국의 돈이 대스와 사방으로 꼼꼼한 그 사람에게 흘러 들어갔다네. 그게 다 누구 돈이겠나? 근데 대다수는 자기 호주머니에서 돈이 털려 나갔다는 것도 모르지.”

“아는 사람도 분명히 있을 텐데요?”

“있지. 근데 대부분 병에 걸려 죽었지.”

“병이요?”

“바다에 떠오르는 병. 심해로 가라앉는 병. 정말 운이 좋으면 감옥에 다녀오던가 하지. 이건 정말 운이 좋은 케이스야.”

“······.”

“아무튼 대스는 건드리지 않는 게 좋지만 이런 말 한다고 알아들을 거였으면 오지도 않았겠지. 그래 어떤 방식으로 대스를 만나려고 하는가? 배를 이용하는 방식은 쉽지 않을텐데 말이야. 왜 쉽지 않냐고? Sea 펄 노움 해적단의 배에는 어마어마한 포가 달려있어. 해적선은 물론이고 해군의 배에도 달려있지 않는 물건이지. 그건 보통의 배가 견디질 못해.”

“어떤 포이길래 그럽니까?”

“엄청나게 강력한 포지. 소문이지만 그 포를 마탑에서 만들어줬다는 이야기가 있어.”

“마탑이면······.”

“제국 소속이지. 이제 제국에서도 그를 절대로 건드리지 못하는 이유를 알겠나? 제국의 황족이 해적질 했다는 소문이 돌아. 그리고 그걸 제국에서 눈감아 주었다는 이야기 나와 봐. 비상이지. 비상. 눈 감아 준 놈들은 무서워서라서라도 사건을 은폐해야지. 살아남으려면. 그리고 배를 이용해서 접근할 거면 한 가지 방법 밖에는 없네. 내가 알기로 그 배의 포를 견딜 수 있는 배는 존재하지 않으니까.”

“그 방법이 뭔데요?”

“겁나게 많은 배로 밀고 들어가는 거지. 포가 아무리 강력해도 쏘는데는 딜레이가 필요하니까. 자살 전법이랑 비슷하달까. 근데 그렇게 많은 배가 포위하도록 대스가 가만히 있을까? 아마 대스에게 가기도 전에 해군에게 통제를 당할 걸세. 대스가 난공불락이라는 이유가 바로 그거야. 대스에게 원한을 가진 자가 상당했거든. 근데 다 실패했어. 한 해적은 와이번을 이용했었지.”

“어떻게 되었습니까?”

“원샷 원킬. 공중에서 폭사했지.”

“끔찍하군요.”

“그래. 잠수를 해서 대스의 배에 들어가고자 하는 놈들도 있었지.”

잠수라는 말에 카시마르의 표정이 굳어졌다.

“근데 포기했어. 왜 그런 줄 아나?”

“왜 그렇습니까?”

“대스의 시야가 상당히 넓거든. 밤에도 경계가 조금도 약해지지 않네. 사방으로 꼼꼼한 인간이니까. 눈을 속이려면 아주 먼 곳에서 잠수를 해서 들어가야 하는데 아무리 난다긴다하는 해적들이라도 그게 쉽겠나? 심해 종족라면 몰라도 말이야.”

“만약 엄청 먼 거리에서 들어갈 수 있다면 어떻겠습니까?”

“오호. 그 방법을 쓰려는 건가? 가다가 숨 막혀 죽거나 물 위로 떠올라서 포의 제물이 되는 건 내 알 바가 아니니 하나 알려주지. 이미 충분한 값을 치렀으니 말이야.”

하램의 말은 사실이었다. 카시마르는 하램을 만나기 위해서 상당히 많은 돈을 지출했다. 그렇지만 지출한 돈이 아깝지 않을만큼 많은 이야기를 듣는 중이었다. 가리우스 제독에게 들었던 것보다 더.

“무엇을 알려준다는 겁니까?”

“대스가 벌였던 황당무계한 사업 중에는 로봇 피라냐 사업이 있었네. 아니 사업이라고 하기도 그렇지. 사기랄까?”

“로봇 피라냐요? 피라냐는 민물고기인데요.”

“뭘 그렇게 따지고 드나? 이 세계에 황당한 일이 한 두 가지인가? 아. 흐름 끊겼잖아. 확씨. 말 안 해준다?”

하램이 눈을 치켜뜨면서 말했다.

“아. 죄송합니다.”

“잘 들어. 중요한 이야기니까. 그 사업은 간단히 말해서 로봇 피라냐를 풀어서 자동으로 낚시를 하자는 뭐 그런 이야기였지. 해적선이 해적질도 하면서 물에서는 자동으로 낚시도 해. 물고기가 막 물고기를 물어다 나르는 거야. 엉? 얼마나 대단해. 그러면서 물 아래로 접근하는 애들도 막 쳐내고. 그 사업을 했었지. 그리고 그 로봇 피라냐들이 지금 대스의 배 주변에 무수히 풀려 있네. 어떤 가? 이래도 잠수를 할 수 있겠나?”

“······.”

카시마르는 계획을 접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아무리 포기를 모르는 카시마르지만 이런 이야기를 듣고도 계획을 실행할 만큼 무모하지는 않았다.

“좋은 이야기로군요.”

카시마르가 말했다.

“듣고 싶은 이야기는 다 들은 건가?”

“예. 대충은요.”

“보니까 포기하려는가 보군.”

“좀 더 생각을 해봐야겠습니다. 오늘 감사했습니다. 다음에 또 들리죠.”

카시마르는 하램에게 인사를 하고 돌아섰다. 그때 하램이 심드렁한 말투로 카시마르에게 말을 꺼냈다.

“만약에 로봇 피라냐를 해결할 수 있다면 어떻게 할 텐가?”

하램의 말에 카시마르가 다시 몸을 돌렸다.

“정말입니까?”

“해적에는 해적의 룰이 있고, 정보 상인은 정보 상인의 룰이 있지. 정보 상인의 룰? 그건 바로 거짓 정보는 흘리지 않는다는 거야. 확실하지 않은 정보는 확실하지 않다고 반드시 이야기 하지. 값은 후려쳐도 거짓 정보는 말하지 않아. 로봇 피라냐가 자네의 계획에 문제가 되지 않게 해줄 수 있지.”

“그게 무슨 방법입니까?”

“이건 추가 요금을 좀 내셔야겠습니다. 고객님.”

하램이 갑자기 말투를 딱 바꾸면서 말했다. 카시마르는 인상을 찌푸렸지만 로봇 피라냐를해결할 수 있다면 돈을 더 지불해도 상관 없다고 생각했다. 카시마르는 하램에게 원래 지불했던 것보다 더 많은 돈을 지불 했다. 가진 돈을 거의 다 털어야 할 정도로 큰 액수였다. 하램은 돈을 세고는 이야기했다.

“이제 말해주시죠. 정보는 확실하겠죠?”

“그럼. 확실하지.”

“뭡니까?”

“그냥 무시하면 돼.”

“네?”

“그냥 무시하면 된다고.”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내가 말하지 않았나? 로봇 피라냐 사업은 거의 사기에 가까운 수준이었다고. 돈은 잔뜩 끌어모았는데 만든 건 제대로 헤엄치지도 못하는 등신 피라냐였어. 그래서 대스가 개발자한테 말했다더군. 그래도 헤엄은 쳐야 하지 않겠냐 하니까. 개발자가 140억 골드 정도가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더군. 그래서 돈에 환장한 대스가 어떻게 했겠나? 그냥 두었어. 140억 골드가 아까웠거든. 그래서 지금 로봇 피라냐는 배에 그냥 매달려 있는 수준이라네. 그러니 자네가 아주 먼 거리를 헤엄쳐서 배 위에 올라가 그놈들을 죄다 처리할 힘만 있으면 대스를 잡을 수 있네. 아마 대스를 잡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되겠지. 근데 그렇게 되면 그 140억 때문에 대스가 자기 무덤을 판 꼴이 된 건가? 하하하!”

“······.”

카시마르는 하램의 이야기를 가만히 듣고 있었다. 가만히 듣고 있었지만 표정은 절대 그렇지 않았다. 카시마르의 얼굴은 제대로 일그러져 있었다. 현실 세계의 그였다면 어땠을까? 아마 그냥 넘어갔을지도 몰랐다. 그러나 이곳은 현실 세계에서 표출할 수 없는 분노를 마음 껏 분출할 수 있는 공간. 카시마르는 참지 않을 생각이었다.

“어때? 이제 완벽하게 로봇 피라냐가 해결되었지 않은가?”

하램이 웃으며 말했다.

“이건 좀 아닌 거 같은데요. 돈 돌려주시죠?”

“제대로 해결해 주었지 않은가. 환불은 없다는 거 모르나?”

“거의 사기 당한 거 같은데요.”

“사기는 아냐. 해결해 주었으니까. 그냥 정보 상인을 상대하는 법을 배웠다고 생각해두면 좋겠군. 아니면 이 친구들을 상대해보던가.”

하램은 능글맞은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나서 뒤쪽 문으로 들어갔다. 카시마르는 그가 뒤쪽문으로 들어가자마자 달려들었고, 하램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안으로 들어갔다.

쿵!

“거참. 굳이 폭력을 쓰지 않아도 되는 것을.”

쾅! 퍽! 쿵!

문 밖에서 싸우는 소리가 들렸다. 그러나 하램은 여유가 있었다. 그는 여유롭게 차 주전자를 들어 잔에다 차를 따라 부었다.

후우!

차가 무척 뜨거웠기 때문에 하램은 조심히 찻잔을 입가로 가져갔다.

쾅!

“어! 시바! 뜨거!”

그러나 그는 차를 들이키지 못했다. 카시마르가 하램을 바라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카시마르 뒤로 쓰러진 가드들이 보였다. 하램은 손을 부들부들 떨면서 카시마르를 바라보고 있었다.

가드가 쓰러진 것도 놀랍지만 10초도 못 버텼다는 게 더 놀라웠다. 대체 무슨 짓을 한 거지?

하램의 머릿 속이 뒤죽박죽 되고 있었다. 그때 카시마르가 하램에게 손가락을 까닥거렸다.

"이리 콤."

카시마르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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