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저주캐로 멱살 캐리-46화 (46/205)

# 46

라스베가스로!

“자네 정말 대단하군. 하급 해적단 깃발이 전부이긴 하지만 이 정도 숫자라니. 대체 무슨 방법을 쓴 건가?”

“노하우가 있다고만 말씀드릴게요.”

“아무튼 대단해. 앞으로도 이렇게만 해준다면 더 많은 보상을 약속하지. 보상은 어떤 걸 원하나?”

가리우스 제독이 물었다.

“보상을 선택할 수 있습니까?”

“당연하지. 자네 같은 사람들 중에는 해군에 자리를 원하는 사람도 있어. 자네 실력이면 해군에서 아주 좋은 자리를 보장하지. 어때? 그리 하겠나?”

“그것보다 전 다른 걸 원합니다.”

“역시 돈이 최고지. 그럼 돈으로 받아가겠나? 특별한 아이템도 받아갈 수 있네.”

“전 여행자입니다. 스킬이나 경험치를 더 좋아합니다.”

“아쉽지만 스킬은 준비되어 있지 않네. 하지만 경험치는 줄 수 있지.”

“그렇습니까?”

“그래. 근데 특이하구만. 대부분 여행자들은 아이템을 선호하곤 하는데 말이야. 물론, 그보다 해군에 자리를 얻는 걸 더 좋아하지.”

“전 아직 해보고 싶은 게 더 많아서 말입니다.”

“아무튼 자네 같이 실력 좋은 여행자는 늘 환영이네. 해군에 들어오는 것도 나쁜 것만은 아냐. 실력에 따라서는 내 자리까지 올라올 수도 있다네.”

“생각 좀 해보죠.”

“그런데 자네 전에 상급 해적단에 대해서 묻지 않았었나? 그건 어떻게 되었는가?”

“아. 그거는 제가 덤빌 상대가 아닌 것 같아서요. 좀 더 강해지면 시도해보려고 합니다.”

“그래. 그것도 좋은 생각이네. 지금처럼 하급 해적단을 소탕하다보면 언젠가 중급 해적단도 소탕가능해지고 하는 거지. 자네에게 거는 기대가 아주 커.”

“예.”

“그럼 보상을 어떻게 주면 되겠는가? 모두 경험치로 주면 되나?”

“그렇게 주시면 감사합니다.”

[칭호 ‘해적의 공포’를 획득하셨습니다. 해적과 전투시에 다양한 보너스를 받습니다.]

[‘해적단을 소탕하라’ 퀘스트를 완료하셨습니다. 가리우스 제독에게 받을 보상으로 경험치를 선택하셨습니다. 경험치 5031818을 획득하셨습니다.]

[레벨 업을 하셨습니다.]

[레벨 업을 하셨습니다.]

[레벨 업을 하셨습니다.]

***

해적선 한 척이 주는 경험치는 상당했다. 카시마르는 그 경험치에 혹해서 대스 해적단의 깃발과 항해 일지도 가져다줄 뻔 했지만 참았다. 카시마르가 그동안 심해 물방울을 이용해서 턴 해적선은 이십 척이 넘었다.

그 해적선을 소탕할 때마다 주는 경험치도 많았는데 가리우스 제독에게 보너스 경험치까지 얻게 되니 그야말로 미친 속도로 렙업을 한 셈이 되었다. 카시마르는 20척의 해적 깃발과 항해일지를 가리우스 제독에게 주고 15레벨을 추가로 렙업했다.

“좋은 꿀이었다.”

“그러게 말입니다요.”

카시마르가 가리우스 제독 퀘스트를 끝내고 나와서 말했다. 확실히 꿀이었다. 누군가 카시마르가 렙업한 방식을 보았다면 버그 아니냐고 운영진에게 항의를 할 정도로 반칙성 플레이였다. 그렇지만 딱히 문제는 없었다. 게임 상에 존재하는 아이템을 이용해서 퀘스트를 해결한 것이기 때문이었다.

“하급 해적단이 이 정도 경험치를 주는데 상급 해적단은 얼마나 줄까?”

“해적선 개수로 따져보면 됩니다요. 보통 하급 해적단은 두 세척 정도를 끌고 다니는 해적단을 말합니다요. 중급 해적단은 5척에서 10척 이상까지도 끌고 다니고요. 상급 해적단은 기본이 20척 이상입니다요. 많게는 50척까지도 끌고 다닌다고도 들었습니다요.”

“그 정도면 거의 함대 수준인데?”

“대신에 해적선은 해군의 배 보다는 작지 않습니까요.”

“그래도 대단하네.”

“괜히 남부를 해적의 동네라고 부르는 게 아닙니다요.”

“그럼 대스 해적단을 잡았을 때 10렙 업을 한 게 어느 정도 이해는 되네. 배는 한 척이었어도 그만큼 경험치를 준 셈이니까.”

“해적단마다 주는 경험치가 조금씩 다르기는 합니다요. 그렇지만 상급 해적단으로 분류되어 있으니 기본적으로 주는 단위가 다를 겁니다요. 거기다 최초로 상급 해적단을 잡으시지 않았습니까요.”

“그랬지. 대스 해적단 항해 일지랑 깃발 가져다주고 경험치 받아가면 못해도 10렙업은 더 하겠는데?”

“아마 그럴지도 모릅니다요.”

“그래도 좀 더 지켜 보자고. 위험 인물이랑 관계되어 있다니까.”

순식간에 C랭크 20렙을 달성한 카시마르. 이제부터는 여유가 좀 있었다. 생각보다 빨리 렙업을 한 상태이기 때문에 대회까지 시간이 생긴 것이었다. 카시마르는 심해 물방울을 다 사용하면 20인에서 30인 정도로 구성되어 있는 원정대 파티에 들어가서 대형 던전을 돌 생각이었다. 정상적인 방법으로 렙업을 하는데는 그게 가장 빠른 길 중 하나였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굳이 던전을 돌 필요가 없어졌다. 카시마르가 광속 렙업을 원한 이유가 바로 월드 자크르 챔피언쉽에 나가기 위해서였기 때문이었다.

B랭크 이상의 고렙 유저들만 참가 가능한 코즈믹 게이트 최초의 세계 대회. 그들 중에는 벌써 커뮤니티에 화제가 되고 있는 플레이어들이 꽤 있었다. 카시마르는 시간 여유가 생겼으니 단순히 렙업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지 말고 투기장에서 자크르를 해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라스베가스에 일찍 가 있는 것도 나쁘지 않겠군.’

카시마르는 투기장에 접속을 한 다음에 코즈믹 게이트를 종료했다. 그리고 아내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래서 정리를 하자면 라스베가스에 조금 일찍 가고 싶다는 거죠?]

[응.]

[하긴 당신 요즘 너무 집에만 있긴 했어요. 애들은 할아버지 집에다 맡겨도 되고 하니 너무 걱정하지 말고 다녀와요.]

[당신 회사 일로 바쁜데 너무 오래 집을 비우는 게 아닌가 싶어서 조금 걸리긴 해.]

[당신 은퇴한 뒤에 충분히 집에 충실 했어요. 보름이면 그리 오래 비우는 것도 아니에요. 아이들도 충분히 이해하고요. 그리고 그냥 놀러가는 게 아니라 행사가 있어서 가는 거잖아요. 그 행사에는 당신이 빠질 수 없어요.]

[고마워. 이해해줘서.]

[미안해요. 내가 같이 가면 좋을 텐데. 일이 너무 많네요.]

[괜찮아. 그냥 행사일 뿐인데.]

아내와 통화를 끝낸 카시마르는 바로 우공학에게 전화를 걸었다. 우공학은 카시마르가 전화를 걸자 신호가 얼마 가지 않았는데도 바로 받았다.

[중악씨.]

[대표님 잘 지내셨어요?]

[그럼요. 잘 지내죠. 중악씨 무슨 일로 전화했어요?]

[아. 이번에 라스베가스에서 행사가 있잖아요. 근데 거기 숙소 때문에 궁금해서 연락 드렸어요.]

[숙소는 준비 해놨습니다. CFC에서 구해준 숙소가 있긴 했는데 거기는 아무래도 기자들이 냄새를 맡고 찾아올 거 같아서 따로 준비를 해두었어요. 행사장에서 조금 거리가 있긴 하지만 시설은 마음에 드실 거에요. 호텔도 아니라서 불편할 것도 없고요. 준비는 다 해놨습니다.]

[늘 감사합니다. 대표님.]

[늘 감사한 건 저죠. 근데 그거 때문에 전화한 거에요?]

[혹시 그 숙소 조금 일찍 사용할 수 있나 해서요.]

[라스베가스에 미리 가 있으려고요?]

[네.]

[시설은 당장 사용 가능한데 음식이 문제일 거에요. 중악씨가 이렇게 일찍 넘어갈 줄은 몰라서 음식 관련 부분은 아직 세팅이 안 되어 있거든요.]

[식사는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며칠 정도는 제가 해먹어도 되고요. 사 먹어도 되고요.]

[어떻게 그래요. 중악씨. 몸 관리······ 아! 이제 중악씨 현역이 아니죠.]

[대표님 늘 잊어먹는 거 같아요.]

[오랫동안 같이 일 했잖아요. 과거에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저한테 제일 중요한 고객은 중악씨에요.]

[하하하! 그거 에이전트 소속된 다른 분들이 들으면 서운해 하겠는데요?]

[사실인 걸 어쩝니까.]

[아무튼 늘 감사합니다. 은퇴해서 별 도움도 안 되는 선수를 계속 이렇게 신경 써주시고요.]

[도움이 안 된다뇨. 중악씨. 이 대표가 이야기 안 해서 그렇지 아직도 중악씨 방송에 출연해달라고 하는 거 엄청 많습니다. 아직도 유중악이라는 브랜드는 최고에요.]

[너무 비행기 태우지 마세요. 이제는 그냥 평범한 아저씨일 뿐입니다.]

[그럴리가요. 지금도 CFC에서는 중악씨 복귀 의사를 묻곤 합니다. 중악씨만한 슈퍼스타가 없다고요.]

[그래도 요즘 CFC 꽤 잘 나가지 않나요?]

[CFC가 잘 나가는 게 아니라 종합 격투기가 잘 나가는 거죠. CFC와 다른 단체들 간에 격차가 많이 좁혀졌으니까요. 스타 플레이어가 필요한 시기죠.]

[복귀라······ 생각 안 해본 건 아니지만 이제는 어렵죠.]

[중악씨 아직 젊어요. 몸 관리도 엄청 잘하고 있잖아요.]

[손 때문에 안 됩니다.]

[그런 부분은 CFC 측에서 조율 해주기로 했잖아요.]

[에이. 그래도 그건 지나친 특혜죠.]

[하긴······ 그건 중악씨 스타일이 아니죠. 중악씨는 언제나 정정당당한 걸 원했으니까요.]

[네.]

카시마르는 우공학과 통화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카시마르는 종합격투기 역사상 최고의 선수이자 스타였다. 그 누구도 넘볼 수 없을 정도로 많은 파이트머니를 받던 선수. 그런 선수가 은퇴를 했으니 CFC가 주춤하는 건 당연했다. 물론, 카시마르가 은퇴를 한 뒤에도 종합격투기의 인기는 식지를 않았다. 그렇지만 그건 전체적인 인기가 올라간 것이지 카시마르 같은 슈퍼스타가 출연해서 그런 건 아니었다.

스포츠 단체들은 스타 선수 한 명이 가지는 파급력을 잘 알고 있었다. 아직 카시마르를 넘볼만한 실력과 스타성을 갖춘 선수가 나오지 않는 이상, 카시마르에게 복귀 의사를 묻는 건 당연했다.

카시마르는 가족들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라스베가스로 움직였다. 현역 때는 전용기를 타고 움직이던 카시마르였지만, 이제는 그때와 달랐다. 지금도 충분히 전용기를 탈 수 있는 재력이 있었지만 카시마르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은퇴한 뒤에 카시마르가 가장 먼저 버린 것은 시간에 대한 집착을 버리는 일이었다.

과거에는 무의미하게 시간을 보내는 것을 극도로 경계하며 기계처럼 훈련을 소화했던 카시마르였지만, 은퇴한 뒤에는 무의미하게 시간을 보내는 것조차 즐겁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유중악씨?”

“아. 네.”

“L 매니지먼트에서 나왔습니다. 민수혁이라고 합니다. 라스베가스 숙소까지 제가 안내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유중악이라고 합니다.”

“예. 알고 있습니다. 빅팬입니다.”

“그럼 민수혁씨가 행사 내내 저를 담당하시는 건가요?”

“아닙니다. 라스베가스에 도착하면 대표님이 직접 오시기로 했습니다.”

“이 대표님이요?”

“네. 꼭 그렇게 하시겠다고 하네요. 이번에도 직접 오지 못해서 아쉬워하고 계십니다.”

“바쁘실텐데.”

“일단 비행기에 오르시죠.”

“예.”

호주 공항에 직접 운전을 하고 온 카시마르. 호주 공항에는 이영민 대표가 보낸 사람이 미리 와 있었다. 카시마르는 그와 함께 라스베가스 행 비행기에 올랐다.

***

라스베가스에 예정보다 일찍 도착한 유중악은 간단한 체력 훈련을 하는 것 외에는 하루 종일 코즈믹 게이트를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라스베가스에서도 코즈믹 게이트 캡슐은 얼마든지 대여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카시마르가 라스베가스에 도착한지 3일이 지나자 핏불킹이 도착했다.

핏불킹은 카시마르의 전담 트레이너로 활동했던 사내로 오갈공명이라는 별명을 가진 유능한 세컨이었다. 카시마르가 은퇴한 뒤에 수많은 팀에서 러브콜을 받았던 핏불킹이었지만 그는 모든 제안을 거절했다.

이미 평생 쓰고도 남을 돈은 벌어둔 그였다. 그는 카시마르가 은퇴를 하면서 같이 은퇴를 했고, 인생을 즐기면서 살고 있었다.

“그러니까 쉽지 않다는 거지. 요즘 코즈믹 게이트가 좀 인기냐? 거기다가 저가형 접속기기도 나와서 접속자수가 계속 늘고 있는 상황이잖냐.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거. 지금 랭킹에 등록하지 않은 유저들이 상당히 많다는 거야. 베타 때부터 플레이하던 유저들은 나름 노하우가 있으니까 그 노하우를 들키지 않으려는 거지.”

“예선부터 박터질 거라는 이야기네?”

“그렇지. 그리고 대진운이 진짜 중요해. 상성 안 좋은 상대 걸리면 그냥 예선 탈락하는 거야.”

“그래도 패턴은 어느 정도 정해져 있을 거 아냐. 자크르에 특화된 직업군의 유저들이 많이 나올 거라고 보는데.”

“야. 이번이 첫 대회야. 그런 거 저런 거 따질 때가 아니지. 두 번, 세 번 정도 자크르 대회가 열렸으면 모르겠는데 지금은 그게 아니잖아. 어떤 플레이 스타일이 자크르에 유리한지 패러다임이 정해 지지가 않았다니까.”

핏불킹과 카시마르는 고층 건물의 발코니에서 커피를 마시면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아침이었고 햇살이 환하게 그들을 비추고 있었다. 20평 정도 되는 발코니에 둘밖에 없었다. 대화 주제는 코즈믹 게이트였는데 핏불킹은 현역 때 경기 전략을 설명하는 것처럼 흥분해서 이야기를 쏟아내고 있었다.

과거의 두 사람이었으면 게임에 무슨 몰입을 그리 하냐고 했을테지만, 지금 그들에게는 코즈믹 게이트만큼 중요한 게 없었다. 둘은 정말로 코즈믹 게이트를 재밌게 즐기고 있었다.

“투기장에서 최대한 버텨봐야지.”

“너 지금 몇 연승 중인데?”

“30연승 정도 하다가 마법사 계열 만나서 털렸어.”

“내 생각인데 이번 대회 은근히 마법사 같은 원거리 딜러들이 사고를 칠 수도 있어. 의외로 조합만 잘 해놓으면 무섭다니까.”

“무서운 것보다 짜증이 나. 일단 붙지를 못하게 만드니까.”

“그게 마법사의 무서운 점이지. 근데 여기도 공기 많이 좋아졌다. 몇 년전에 왔을 때는 엄청 안 좋았는데.”

“그거 완공된 지 꽤 되었잖아. 에어 타워 이번에 두 개 더 짓는다는데?”

“그니까. 기술이라는 게 대단하긴 해. 살다, 살다 빌딩만한 공기청정기를 보는 시대가 올 줄이야.”

“그니까.”

2000년대 초부터 대기 오염에 대한 심각성은 많이 대두되고 있었다. 그에 따라서 공기청정기 시장도 많이 성장했고, 2030년에 이르러서는 정부가 나서서 대기 오염을 적극 해결하려고 시도했다.

그중 하나가 바로 빌딩만한 크기의 공기청정기를 만드는 것이었다. 기존 공기청정기처럼 필터에 먼지를 거르는 방식이 아니라, 공기를 빨아들여서 특수한 불빛으로 미세먼지를 산화시키는 방식으로 설계된 에어 타워는 정화에 어마어마한 효과를 보여주고 있었다.

“근데 몸 상태는 괜찮은 거야?”

“아까 체크했는데 괜찮았어.”

“로버트 그놈도 집요하다. 굳이 그걸 하겠다고. 아니 그리고 행사 끝나고 하면 안 돼?”

“행사 끝나면 내가 도망갈 거 같다나. 어떻게 해서든 나랑 다시 한 번 손을 섞어보고 싶은 거겠지.”

“충분히 설명은 했고?”

“했어. 손 때문에 스파링하면 위험할 수 있다. 예전과는 조금 다르다는 말을 며칠 동안 설명했는데도 안 들어 먹네.”

“그럼 해줘야지. 약속 했는데. 언제 온다고 했는데? 저녁 때?”

“아니. 조금 있다가 오기로 했어.”

“너 뭐 몸풀기 이런 거 안 해도 되냐?”

“새벽에 일어나서 좀 더 했어. 하기 전에 잠깐 스트레칭이나 하면 되지.”

“이거 대표님이랑 윤형한테는 비밀로 해라.”

“윤형?”

“윤감독 있잖아. 윤창선이.”

“허어. 이제 형 윤형이라 불러?”

윤창선은 핏불킹의 직속 선배였다. 핏불킹은 예전부터 윤창선에게 꼼짝 못하는 걸로 유명했다. 그를 종합격투기 세계로 끌어준 사람이 바로 윤창선이기 때문이었다.

“키키키. 야! 전에 내기 해서 내가 이겼어. 이제부터 윤형이다. 윤형. 야 같이 늙어가는 처지에 뭐 어때.”

“윤감독님한테는 왜 말하면 안 되는데?”

“그 양반 입이 좀 싸냐? 분명히 말하면 대표님한테 흘러들어갈 거고 그러면 대표님이 분명히 반대할 거다. 그러면 로버트가 또 질질 짜면서 징징 거릴테고 골치 아파요. 골치 아파. 그냥 스파링 한 라운드 해주고 말지. 너도 로버트 징징 거리는 거 귀찮아서 해주는 거 아니냐?”

“약속 했으니까 하는 거지 뭐. 나도 로버트랑은 한 번 더 해보고 싶기는 했어. 재미난 상대니까. 근데 걱정스러운 부분이 있어서 꺼리는 거지.”

“아무튼 윤형한테는 이야기 하지 마.”

“근데 아까부터 윤감독님 뒤에 와 계시는데?”

“뭐?”

카시마르의 말에 핏불킹의 눈이 튀어나올 듯이 커졌다. 핏불킹은 석상이 된 사람처럼 그대로 앉아서 움직이지 못했다.

“야······ 진짜냐?”

“아니. 윤감독님이 여기를 벌써 왜 와.”

“야! 이 개에겍끼↗야!↑”

진짜로 놀란 핏불킹이 벌떡 일어나면서 소리쳤다. 카시마르는 이미 자리에서 벗어나 달리고 있었다.

“이 쉽새! 진짜 놀랐잖아!”

“그러게 왜 없을 때 그런 행동을 하셔.”

“너 게임 할 때 코드 뽑아버린다! 이리 안 와?”

카시마르와 핏불킹은 벌써 20년도 더 된 사이였다. 둘 다 이제는 아재라고 부를 수 있는 나이였지만 감성만은 여전히 어린애와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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