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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주캐로 멱살 캐리-52화 (52/205)

# 52

흑역사 메이커

- 어. 컨신이 밀리는데?

- 제대로 방심한 듯

- 방심했다고 하기에는 너무 잘 싸우는데?

- 저 조르기 기술 실전에서 나오는 건 처음 본다.

- 무투가나 권법가 계열들은 쓰는 경우 있음.

-- 그거야 알지. 근데 실전에서 저게 나오기가 쉽지 않은 거 아님?

--- 인정.

- 잘 피하네. 컨신 힘 스탯이 꽤 높은 걸로 알고 있는데 저거 스킬인가?

-- 그럴 수도 있겠다.

- 오! 풀려남!

- 컨신 액티브 스킬 피함! 대박!

- 잘 싸우는데? 근접전에서 전혀 안 밀림.

- 아니 오히려 카시마르가 미는 중임. 대박.

- 우와. 진짜 장난 아니다.

- 최종 예선전에서 역대급 경기 나오나요.

- 진짜 경기 꿀잼이다.

- 와. 둘 다 미쳤다. 미친 실력이다. 진짜.

- 컨신 제대로 각 잡고 하는 거 같은데 계속 맞는다.

- 카시마르가 이길 듯.

- 대박이네. 카시마르. 근접캐였어?

- 무슨 히든 직업이지? 딱히 액티브 스킬은 쓴 거 없지?

- 없는 듯.

- 컨신이나 카시마르나 액티브 스킬 보다는 컨트롤에 집중하는 캐릭인듯.

-- 컨 싸움이네.

--- 그 컨 싸움에서 밀린다. 컨신!

- 컨신 저렇게 발리는 건 진짜 처음 본다.

-- 아직 안 발렸는데?

--- 발릴 각인데?

---- 컨신은 한 방임. 한 방에 겜 뒤집을 수 있음. 지금 카시마르는 짤짤이 넣는 중이고,컨신은 한 방에 끝내려고 각 잡고 있는 거.

----- 전혀 그렇게 안 보이는데.

------ 그건 님 수준이 낮아서 그런 거고요.

-------나 B 랭크인데?

-------- 랭크 높은 거랑 경기 보는 수준 높은 거랑 먼 상관?

--------- 왜들 싸우고 그래.

---------- 누가봐도 컨신이 각 잡아서 끝내려고 하는 거고 카시마르가 짤짤이로 버티는 건데. 까놓고 말해서 저런 식으로 게임하면 반쯤 비매너임.

----------- ㅋㅋㅋㅋ 너 컨신 친구냐 아님 같은 길드냐? 역대급 개소리를 늘어놓네. 카시마르 플레이가 비매너라고?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지.

------------ 저놈 아이디 기억해라. 컨신 측근이다. 누가봐도 개 털리고 있는데.

------------- 경기 끝까지 보면 알거 아님?

- 앜! 컨신 지렁이 검법. 굴욕이다.

-- 와. 컨신이 저렇게까지 몰렸구나.

--- 정작 카시마르는 신경도 안씀.

---- 존쿨.

- 아. 오그라든다 컨신.

-- 저거 짤로 돌아다닐 거 같은데.

- 흑역사 예약요.

- 대체 저 검법은 뭐지. 발광 검법인가.

- 야! 아까 컨신 빨던 놈 어딨냐. 빨리 나와라.

-- 지하 세계로 스킵요!

- 카시마르 당신은 대체...

- 컨신 게임 끝나고 울듯.

카시마르는 카이로의 꼬리를 들고 자세를 잡았다. 컨신은 자리에서 일어나서 자리를 잡았다. 카시마르의 공격력은 약하지 않았다. 그 공격력에 여러번 적중당한 컨신은 상당히 생명력이 깎인 상태였다.

그러다보니 컨신은 숨을 돌릴 시간이 필요했다. 시간을 끌면 액티브 스킬의 쿨타임이 돌아오고, 생명력도 어느 정도 회복될 수 있었다. 컨신은 카시마르가 자신의 공격을 받아넘기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적당히 거리를 잡았다.

카시마르는 컨신이 들어오지 않자 가볍게 자세를 잡고 기다렸다. 그는 컨신이 데미지를 회복하기 위해서 수를 쓴다는 것을 알았지만 크게 개의치 않았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 수록 유리해지는 건 카시마르 쪽이었기 때문이었다.

카시마르는 상대의 패턴을 읽는 능력이 탁월했다. CFC에서 현역으로 활동할 때도 그런 탁월한 능력을 바탕으로 후반 라운드에 상대를 무너트리는 일이 많이 있었다. 그러니 컨신의 패턴을 읽고 예상하는 건 카시마르에게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검은 치명적인 공격력을 지닌 좋은 무기. 그러나 단점이 없는 건 아니었다. 검의 단점 중에 하나는 바로 패턴에 한계가 생긴다는 점이었다.

모든 무기가 그랬다. 무기를 드는 순간부터 그 무기 위주로 공격이 진행되기 때문에 패턴이 단조로워지는 건 당연했다. 반면에 격투기는 손, 발, 무릎, 팔꿈치로 다양한 공격을 할 수 있었다. 카시마르는 그런 다양한 패턴이 존재하는 스포츠에서도 유효타를 거의 맞지 않는 선수였다.

피지컬 싸움으로는 컨신이 카시마르에게 이길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유일한 방법이라면 스킬로 변수를 만드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것도 쉽지 않았다. 컨신이 사용한 스킬들을 카시마르가 죄다 막아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무닌의 귓속말.

카시마르가 받은 B랭크 가호.

그다지 좋은 가호가 아닌 것 같았지만 자크르에서는 상당히 좋았다. 무닌의 귓속말은 랜덤으로 상대의 정보를 카시마르에게 전달해주는 가호였는데, 그 중에는 컨신의 스킬에 관한 것도 있었다.

순간 이동으로 상대의 뒤를 점한 다음 치명타를 날리는 스킬도 무닌의 귓속말 덕분에 수월하게 피할 수 있었다. 물론, 카시마르의 반응 속도는 보통 사람보다 훨씬 뛰어난 수준이어서 컨신의 스킬을 미리 알고 있지 않았더라도 치명적인 공격을 내주지는 않았을 거였다. 순간이동이라고 해도 순식간에 위치를 바꾸는 것이지 방어 불가의 공격은 아니었으니까.

탕!

카시마르는 2미터 길이의 봉의 형태로 컨신을 압박했다. 왼발을 앞으로 내민 상태에서 창을 찌르듯이 봉 끝으로 컨신을 공격했다. 그 속도가 매섭고 타이밍이 절묘해서 컨신은 검을 들어 겨우 막아야 했다.

그 공격으로 컨신은 카시마르가 괴물인 걸 깨달았다. 카시마르의 찌르기는 웬만한 스킬보다도 더 피하기가 어려웠기 때문이었다.

봉의 찌르기는 잽과 흡사한 부분이 많이 있었다. 잽도 궁극적으로는 상대의 타이밍을 뺏는 기술이었다. 타이밍을 빼앗고 거리를 재며 더 나아가서는 데미지까지 줄 수 있는 무기.

일반 잽으로는 상대에게 큰 데미지를 줄 수 없었지만 무기를 들고 있다면 달랐다. 간단한 찌르기 공격이어도 충분히 큰 데미지를 줄 수 있었다.

휭! 휭!

카시마르의 찌르기가 컨신을 계속 압박했다. 봉을 이용한 찌르기가 일반 잽과 다른 점은 훨씬 먼 거리에서 공격이 가능하다는 것.

그리고 우월한 사거리를 이용해 상대를 속이는 게 수월하다는 점이었다.

카시마르가 찌르기를 남발하자 컨신은 타이밍을 읽고 상체를 움직였다. 그러자 카시마르가 더 빠르게 찌르기를 날렸다. 컨신은 검과 상체 움직임만으로 피해내기 어렵다고 생각했는지 반 발자국 정도 뒤로 물러났다.

일단은 생명력을 회복하자는 게 컨신의 작전이었다. 거리를 좁히는 방법을 많이 알고 있는 컨신이었으니까.

카시마르는 컨신의 그런 작전을 알고 있었고 그래서 일부러 봉을 짧게 잡아서 공격을 하고 있었다. 컨신이 봉의 사정거리를 착각하게 만들어서 방심했을 때 봉 끝을 잡아서 공격을 하려는 의도였다. 그리고 그 의도는 제대로 먹혔다.

컨신은 봉이 갑자기 늘어난 듯한 느낌을 받았다. 재빨리 검으로 얼굴을 가드하려했지만, 카시마르의 봉이 더 빨랐다.

봉에 얼굴을 가격당한 컨신이 다시 한번 피를 튀기면서 휘청거렸다. 중계진과 관중들은 미친 듯이 소리치고 있었다.

공격을 성공시킨 카시마르는 다시 한번 템포를 조절했다. 그는 최대한 컨신과 오래 경기를 하기를 바랬다. 세계 최고 수준의 컨트롤을 지닌 유저와 자크르를 할 수 있는 기회는 쉽게 오는 게 아니었으니까.

그래서 카시마르는 잔상 관련 스킬도 사용하지 않았다. 원래 잔상 스킬은 카시마르가 회피나, 방어, 카운터를 날릴 때마다 조금씩 자동으로 생성되게 되어 있었다. 그러나 그 잔상 스킬들은 랭크업이 되면서 약간 변형이 된 상태였다.

수집가의 확고한 취향 카테고리에 들어가면서 많은 포인트가 투자되었고, 덕분에 잔상 스킬들도 랭크업을 했다. 이제 잔상 스킬은 전처럼 늘어나는 게 아니라 바람제어술처럼 게이지를 채워서 사용할 수 있었다.

철산고처럼 특정한 동작을 취하게 되면 잔상이 생성된다. 그 잔상으로 여러 일을 할 수 있었다. 이전에는 할 수 없었던 방식으로 응용할 수 있어서 카시마르는 몹시 흡족해하고 있었다.

[아! 카시마르 선수의 공격이 다시 들어갑니다. 컨신 선수 완전히 페이스를 잃었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카시마르 선수가 근접 계열이 아닌 것 같다는 점입니다. 카시마르 선수 아직 액티브 스킬 하나도 사용하지 않았거든요. 무엇보다 공격이 상당히 많이 들어갔는데, 컨신 선수가 버티고 있는 걸 보면 공격력도 그다지 강한 것 같지 않습니다.]

[컨신 선수의 맷집이 좋은 게 아닐까요?]

[이전 경기로 분석해보면 컨신 선수는 근접 누커 계열이고 그다지 맷집이 좋은 캐릭터는 아닌 걸로 알고 있습니다. 물론, 말씀 하신대로 컨신 선수의 맷집이 생각보다 좋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습니다.]

[경기 정말 재밌게 흘러가고 있습니다. 만약 여기서 카시마르 선수가 컨신 선수를 잡게 된다면 그야말로 대사건입니다. 업셋이라고 해도 되겠죠?]

[처음 열리는 세계 대회다보니 업셋이라는 표현이 어울리지 않기는 하지만 업셋이라고 할 수밖에 없겠네요. 컨신 선수는 누가뭐라고 해도 세계 최강의 피지컬을 지닌 플레이어 아닙니까.]

[컨신 선수 이 난관을 어떻게 헤쳐나갈지 궁금해집니다. 그래도 한 방이 있는 선수거든요. 진짜 제대로 공격 한 번 들어가면 그대로 경기를 끝낼 수 있는 공격력을 지닌 선수가 컨신입니다.]

[그렇죠. 그러다보니 컨신 선수도 경기를 포기하지 않은 모습입니다. 다만 컨신 선수가 이기던 지던 간에 이번 대회의 최대 수혜자는 카시마르 선수가 될 것 같습니다. 정말 멋진 경기력 아닙니까?]

[그렇습니다. 이번 경기가 끝나면 영입 경쟁이 시작될 거라고 확신합니다. 카시마르 선수는 대형 길드의 지원을 받으면 확실한 거물이 될 겁니다.]

[컨신 선수는 지금 기회를 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제 컨신 선수의 한 방이 들어가냐 들어가지 않냐에 싸움이 되겠군요. 엄청난 긴장감입니다.]

“그게 안 통하니까. 문제지.”

중계를 편안한 자세로 지켜보던 핏불킹이 중얼거렸다. 그러자 중계를 휘둥그레진 눈으로 보던 골낳괴 친구들이 핏불킹을 바라봤다.

“형. 뭐가 안 통한다는 거에요?”

“형. 카시마르 형 뭐하던 사람인지 알고 있죠? 원래 뭐하던 사람이에요? 형은 실제로도 아는 사이라면서요.”

“야. 카시마르 오면 물어봐. 그거는 내가 막 알려주고 할 부분이 아냐.”

“조금 힌트만 주세요. 오픈 때부터 게임 하던 플레이어 아닐 거 아니에요.”

“컨신이 제대로 임자 만난 거야. 그냥 그렇게만 알고 경기나 봐. 어차피 카시마르가 이길 테지만.”

핏불킹은 그 말을 하고 입을 다물었고 골낳괴 친구들은 더 묻지 않았다. 다시 공방이 시작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경기 스타일은 여전하네.’

핏불킹은 피식 웃으면서 다시 경기에 집중했다.

***

컨신은 만신창이가 된 상태였다. 온몸에 흙먼지와 상처가 가득했다. 코뼈는 주저 앉았고

왼쪽 광대는 퉁퉁 부어올랐다. 이마 정중앙은 움푹 들어가 있어서 현실이었다면 바로 응급실에 가서 수술을 받아야할 상황이었다. 이마가 저렇게 들어갔다는 건 머리 뼈가 부셔졌다는 의미였으니까. 컨신의 얼굴에서는 웃음기가 싹 사라진 상태였다. 마치 귀신이라도 본 것 같은 표정.

반면에 카시마르는 경기 시작 전과 다를 바가 없었다. 건틀렛에 피가 조금 묻은 것 외에는 정말 말끔한 모습이었다. 건틀렛에 묻은 피도 카시마르의 피가 아니었다. 컨신의 얼굴을 가격했을 때 묻은 피였다.

흥분해서 경기를 지켜보던 중계진도, 관중석도 슬슬 조용해지기 시작했다. 컨신과 카시마르의 공방은 화려한 스킬이 난무하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묘하게 집중하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컨신은 카시마르의 안쪽으로 파고 들어서 공격을 하려고 했고, 카시마르는 봉의 사정거리를 철저하게 이용했다. 컨신이 별다른 스킬이 없는 것을 알고는 철저하게 거리 싸움을 하기로 마음 먹은 것이었다.

그리고 그 전술의 효과는 아주 탁월했다. 컨신은 천천히 무너지고 있었다.

서서히 상대를 잡아먹고 있는 카시마르.

컨신은 악몽을 꾸고 있었고, 악몽에서 깨기 위해서 마지막 승부수를 던졌다. 순간 이동을 이용해서 뒤를 점하는 스킬을 다시 사용한 것이었다. 지금으로서는 그게 컨신이 꺼내들 수 있는 최선의 패였다.

컨신은 카시마르에게 무기를 날려버리는 스킬을 사용해서 카이로의 꼬리를 날려버린 다음,  바로 순간 이동 스킬을 연속으로 사용했다. 카이로의 꼬리는 예상대로 날아갔고, 카시마르의 자세가 순간 흐트러졌다.

컨신은 등 쪽에서 카시마르의 심장에 검을 찔러넣으려고 했다.

로피솔의 치명검.

급소를 공격하면 치명타의 데미지를 두 배로 뻥튀기 해주는 무기. 컨신은 이미 치명타를 뻥튀기 해주는 가호와 스킬을 지니고 있었기 때문에 급소에 제대로 공격을 넣기만하면 그야말로 한 방에 상대를 보내버릴 수 있었다. 전사인 로드로드의 목을 한 방에 베어버릴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이러한 효과 때문이었다.

“이걸... 대체 어떻게 알고 막는 거야?”

컨신이 얼굴을 일그러트리며 말했다. 카시마르는 뒤에서 심장을 노린 컨신의 스킬을 뒤돌려차기로 돌려주었다. 몸을 틀어 피하면서 뒤쪽에 있는 컨신에게 카운터를 날린 것이었다.

퍽!

컨신의 부러진 이빨이 허공으로 튀었다. 관자놀이에 발차기를 맞고 취객처럼 비틀거리는 컨신.

휭! 휭!

컨신은 비틀 거리면서도 카시마르를 향해 검을 휘둘렀고, 카시마르는 느릿하게 날아오는 컨신의 공격을 슬쩍 몸을 틀어 피하고는 내민 팔을 붙잡았다.

휘익! 쿵!

컨신의 몸이 휙하고 뒤집혀서 바닥으로 떨어졌다. 한 팔 업어치기가 제대로 들어간 것이었다.

콰직!

카시마르는 반쯤 그로기 상태인 컨신의 팔을 비틀어 꺾어버렸다. 컨신의 손에서 검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카시마르는 부러진 컨신의 팔을 잡은 상태로 카이로의 꼬리가 떨어진 곳으로 질질 끌고 갔다. 그리고는 카이로의 꼬리를 들어서 컨신의 얼굴을 내려쳤다.

빠각!

얼굴이 뭉개지면서 그대로 경기가 종료되었다.

경기를 지켜보던 K 길드의 관계자들이 얼굴이 와락 일그러졌다. 특히 카시마르와 컨신의 대진을 확인하고 속으로 카시마르를 비웃었던 메디아는 더 구겨진 표정을 하고 있었다.

카시마르는 제대로된 스킬 한 번 사용하지 않고 8강에 진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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