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저주캐로 멱살 캐리-54화 (54/205)

# 54

무멘의 폭발력!

[카시마르 선수! 주저하지 않고 기둥을 노립니다. 하지만 저 기둥을 부수는 게 쉽지 않거든요. 안 그렇습니까?]

[예. 쉽지 않습니다. 저 기둥들도 굉장히 방어력이 높은 편이라서요. 쉽게 부서지지 않습니다. 어! 그런데 카시마르 선수! 의외로 쉽게 부숩니다. 저게 저렇게 쉽게 부서지는 거였나요?]

[카시마르 선수 엄청난 속도로 기둥을 부수고 있거든요! 이러면 와이스 선수의 계획이 틀어지는데요! 아! 카시마르 선수 지금 기둥을 다 부셨습니다! 와이스 선수에게 달려듭니다! 이거 반전 상황입니다!]

카시마르는 와이스에게 달려들면서 암기를 흩뿌렸다. 순식간에 카시마르의 손에서 4개의 암기가 다양한 방향으로 움직였다.

와이스는 이미 네 명의 방패병을 소환한 뒤였다. 와이스의 앞에 딱 붙어서 진을 치고 있던 방패병들은 카시마르가 공격을 퍼붓자 부드러운 동작으로 산개해서 날아오는 암기를 쳐냈다. 신기할 정도로 자연스러운 멀티 컨트롤이었다. 그 모습을 본 중계진이 다시 한번 감탄사를 내뱉었다.

[진짜 멀티 컨트롤의 끝을 보여주고 있는 와이스 선수입니다. 어떻게 저렇게 컨트롤이 자연스러울까요. 자동 세팅으로는 저런 움직임이 나오지 않죠?]

[그렇습니다. 다만 소환수의 세팅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움직임이 달라지거든요. 소환수 종류에 따라서 움직임도 다 다르고요. 소환수 중에는 플레이어 보다 훨씬 좋은 움직임을 보이는 종류도 있습니다.]

[와이스 선수가 카시마르 선수 전을 상대로 전략을 많이 준비한 모습입니다. 지금 계속 방패 전사만 뽑고 있어요. 저 방패병, 방패 전사라고도 부르는 용병은 공격력이 정말 약합니다. 대신에 쌓이면 쌓일수록 방어력 보너스를 받습니다.]

[다만 쌓여도 공격력이 세지거나 하지는 않기 때문에 일정 이상 소환하는 건 그다지 좋은 선택이 아니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저 방패 전사는 물리 공격을 하는 근접 계열에겐 아주 강력한 모습을 보이지만 마법, 스킬에 취약하거든요. 그래서 와이스 선수는 방패전사를 많이 뽑지 않습니다. 차라리 창병이나 궁수를 뽑고 나중에 사제나 마법사를 뽑아서 조합을 갖추는 게 훨씬 이득이거든요. 사제나 마법사가 나오면 이제 상대의 스킬 공격이나 마법 공격에도 어느 정도 저항을 갖추게 되니까요.]

챙! 챙! 챙! 챙!

방패병들은 능숙하게 카시마르의 암기를 쳐내면서 와이스를 보호했다.

와이스는 제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고 계속 주문을 외우면서 방패병만 소환하고 있었다. 카시마르는 방패병들을 헤치고 와이스에게 접근하려고 했지만, 그럴 때마다 방패병은 와이스에게 거의 달라 붙다 시피해서 카시마르의 접근을 막았다. 마치 연예인을 지키는 경호원 같은 움직임이었다.

퍽! 파앙!

카시마르는 봉으로 방패병의 다리를 노린 다음 쓰러트렸다. 그리고 쓰러진 방패병을 향해 공격을 날렸다. 그러나 옆에 있던 방패병이 얼른 쓰러진 방패병을 감쌌고, 다른 방패병은 방패로 카시마르를 밀어버리기까지 했다.

힘 스탯이 상당히 높은 카시마르는 방패병의 밀치기에 전혀 밀리지 않았다. 오히려 방패병이 튕겨나가는 모습이었다. 별다른 데미지를 입지 않았지만 카시마르는 와이스가 생각한 것보다 더 상대하기 까다롭다는 것을 깨닫고 있었다.

[카시마르 선수의 공격을 잘 막아내고 있네요. 방패병으로 일단 방어를 탄탄하게 한 다음에 공격을 담당할 용병을 뽑으려는 것 같은데요. 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안재환 해설.]

[나쁘지 않은 전략입니다. 카시마르 선수를 위한 맞춤 전략이라고 할 수 있겠죠. 하지만 맹점이 하나 있습니다. 이 전략은 카시마르 선수가 광역 스킬이 없다는 전제하에 세워진 전략이거든요. 아시다시피 방패병은 무적이 아닙니다. 광역 스킬이나 마법에 아주 취약한 개체에요.]

[그렇지만 와이스 선수는 확신에 찬 듯이 계속 소환 주문을 외우고 있습니다. 지금 자리에서 꼼짝도 하지 않아요. 초반에 궁수를 소환했을 때는 궁수와 같이 움직이면서 소환 주문을 외웠는데, 지금은 아예 움직이도 않습니다. 그러니까 소환하는 속도도 더 빠른 것 같은데요.]

[카시마르 선수에 대한 정보를 입수했을 수도 있겠네요. 저 정도면 카시마르 선수가 액티브 스킬이 없다는 걸 확신한 것처럼 보이거든요. 아니면 카시마르 선수와 개인적인 친분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럴 수도 있겠네요. 그런데 방패병들 움직임 장난 아닌데요. 저 컨트롤을 직접 해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쉽지 않아요. 저도 게이트 로얄 같은 거 종종하다보면 데몬 토이를 조종해야할 때가 있지않습니까?]

[그렇죠.]

[데몬 토이 컨트롤 하는 분들을 보면은 정말 잘하는데 제가 하면 그렇게 어렵더라고요. 데몬 토이를 제대로 움직이면 캐릭터가 적에게 돌진하고 진짜 쉽지 않습니다. 이게 예전에 고전 RTS 게임 할 때와는 완전히 달라요.]

[아무래도 코즈믹 게이트에서 멀티 태스킹은 1인칭 시점으로 해야 하니까요. 더 어려울 수밖에 없죠.]

“쉽지 않아 보이는데요.”

아르케가 말했다. 그러자 핏불킹이 고개를 끄덕였다.

“저쪽 작전이 좋아. 작전이.”

“저런 식이면 차라리 마법사를 만나는 게 더 나았을지도 모르겠네요.”

“그니까. 마법사야 자동 투척 스킬로 견제하면서 접근하면 되는데, 저거는 길이 좀 안 보인다.”

“전에 해적선 퀘스트할 때 보니까 스킬 있는 것 같던데요. 일직선으로 상대 날려버리는 스킬이요.”

“그러게. 그거는 쓰지 않네. 근데 아직 몰라. 비장의 카드는 아직 안 꺼내고 있으니까.”

“검은 번개 말이죠?”

“응. 그거는 속성 데미지로 들어갈 테니까. 문제는 그걸 얼마만큼 쓸 수 있냐는 거지. 전에 보니까 쓰는데 제약이 꽤 있는 것 같더라고.”

“버프 받아서 쓰는 거 보니까. 그런 것 같았어요.”

“시간 지나면 지날 수록 쉽지 않겠는데.”

핏불킹과 친구들은 카시마르의 스킬에 대해서 정확히 아는 바가 없었다. 그러니 그들도 아는 정보를 가지고 추측할 수밖에 없었다.

콰앙! 휘잉!

방패병과 전투를 하던 카시마르는 기습적으로 암기를 흩뿌린 다음에 눈앞에 있는 방패병하나를 밀치고, 그 뒤의 방패병의 뛰어넘었다. 그리고 소환 주문을 외우고 있는 와이스를 향해 미친 듯이 달렸다.

와이스는 카시마르가 지척까지 왔는데도 조금도 동요하지 않았다.

콰콰쾅!

방패병들이 필사적으로 카시마르를 막았고, 카시마르는 아슬아슬하게 와이스를 가격하지 못 한 채 밀려나야했다. 밀려나면서 암기를 던졌고 그 암기가 와이스의 어깨에 꽂혔다.

팅!

방패병이 제대로 가드를 하지 못해 튕긴 암기가 와이스를 공격한 것이었다. 암기에 적중당한 와이스는 잠시 주춤하더니 다시 소환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카시마르는 그 모습에서 와이스의 멀티 컨트롤의 정체를 어느 정도 알아차렸다. 무긴의 귓속말로 힌트를 얻지 못했다면 알아차리지 못했을 정보였다.

지금 와이스는 본체를 매크로로 돌려놓고 용병들을 멀티 컨트롤 하는 중이었다. 쉽게 말해서 와이스의 본체는 그냥 가만히 소환 주문만 계속 외우는 중이었다. 실제로 카시마르를 상대하고 있는 건 와이스가 소환한 방패병들. 와이스는 그 방패병들을 집중적으로 컨트롤 하고 있었다. 그러니 용병들이 유저와 다름 없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도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뒤로 물러난 카시마르는 방패병들이 20명 가까이 쌓이는 걸 확인했다. 중계진과 유저들은 카시마르가 제대로 천적을 만났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카시마르는 아직까지 여유가 있었다.

아직 숨겨놓은 패가 많은 카시마르.

그러나 그걸 최대한 아끼고 싶은 카시마르였다. 그래서 최대한 기존에 사용한 스킬로 와이스를 이기기 바랬는데 그게 쉽지 않아보였다. 카시마르는 와이스를 노려서 게임을 한 번에 끝내는 작전을 철회했다.

‘철산고가 아쉽기는 처음이네.’

철산고가 있었다면 좀 더 수월하게 와이스를 상대할 수 있었을지 몰랐다. 그렇지만 지금 철산고는 파쇄일격과 함께 무멘의 폭발력으로 바뀐 상태였다. 그래서 카시마르가 철산고 동작을 취해도 전과 같은 위력은 나오지 않았다. 카시마르는 방패병들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아주 강력한 힘으로 밀어버리거나, 아니면 틈을 파고 들어야한다고 생각했다.

카이로의 꼬리는 훌륭한 무기였지만 방패병들에게는 그다지 효과가 없었다. 카시마르는 무기를 집어넣었다.

[카시마르 선수! 무기를 집어넣었습니다! 뭔가 다른 시도를 하려는 것 같은데요.]

[빨리 시도를 해야할 겁니다. 와이스 선수는 방어가 탄탄해졌다고 생각되면 바로 공격 용병들을 소환할 거거든요. 그러면 카시마르 선수 정말 힘들어지죠. 반면에 와이스 선수는 지금 굉장히 잘 하고 있습니다.]

카시마르는 방패병에 바짝 붙어서 한 명씩 처리하기 시작했다. 방패병에게 달라붙은 다음 손목이나 팔을 붙잡아서 꺾기 시작했다. 용병들과 카시마르의 힘에는 차이가 있었기 때문에, 카시마르가 이런 식으로 접근하면 방패병들은 별다른 힘을 쓸 수가 없었다.

우득! 콰직!

카시마르는 별다른 욕심을 내지 않고 한 명씩 차근하게 숫자를 줄여나갔다. 방패병들의 공격을 피하면서 손목이나 팔, 혹은 방패를 낚아채서 무력화시킨 다음 목을 꺾어서 죽이는 게 카시마르의 패턴이었다.

쿠웅!

카시마르는 방패병들을 들어서 던지거나 하면서 공간을 확보했다. 그러면서 철저하게 한 명씩 죽여나갔다. 그렇지만 카시마르가 없애는 용병의 숫자만큼 다시 용병은 소환되고 있었다.

방패병들이 어느 정도 쌓이자 와이스는 창병들을 소환하기 시작했다. 창병들은 2미터 정도되는 긴 창을 든 용병들이었는데 방어력은 그다지 좋지 않지만 공격력은 상당히 좋았다. 특히 방패병들과 섞어서 운용하면 큰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는 게 창병이었다.

[카시마르 선수 위기의 순간인데도 차분하게 경기를 펼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거 쉽지 않아보이는데요. 이제 창병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와이스 선수는 한동안 창병을 계속 뽑겠죠?]

[지금으로서는 굳이 다른 조합을 추가할 필요가 없어보입니다. 방패병과 창병만으로도 카시마르 선수에게 효과를 보이고 있거든요. 이런 상황에서는 창병과 방패병으로 탄탄하게 카시마르 선수를 압박하고 다른 조합을 넣어도 됩니다. 아니면 창병과 방패병으로 게임을 끝내도 되고요.]

방패병들 사이에 창병들이 끼어들면서 카시마르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슬슬 카시마르의 몸에 상처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탄탄한 갑옷을 입고 있는 카시마르였지만 그게 무적을 의미하는 건 아니었다.

차차차차창!

용병의 숫자가 많아지기 시작하면서 카시마르의 체력도 점점 줄어들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워낙 생명력이 높은 카시마르였기 때문에 아직도 생명력이 한참 남은 상황이었다. 카시마르는 줄어드는 생명력에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용병들을 한 명씩 죽여나갔다.

그러나 그 속도는 점점 느려지는 상황이었다. 용병의 숫자가 많아지면서 카시마르에게 쏟아지는 공격이 더 많아졌기 때문이었다.

[와. 카시마르 선수 되게 잘 버팁니다. 저 상황에서도 용병을 이용해서 공격 막고 합니다. 그런데 게임을 뒤집기에는 쉽지 않을 거 같죠?]

[그렇습니다. 지금 용병이 거의 100명가까이 쌓였거든요. 와이스 선수는 지금 다른 조합은 생각도 안 하고 있어요. 그냥 방패병이랑 창병만 소환하는 중입니다. 기권하던가 아니면 말려 죽던가 하라는 거죠. 좀 잔인한 느낌이긴 합니다만 카시마르 선수에게는 저 방법이 더 효율적이 것 같기도 합니다.]

[아. 이제 카시마르 선수가 잘 보이지도 않아요. 용병 숫자가 너무 많습니다. 2000년대 초반에 유행했던 패키지 게임 중에 영웅무쌍이라는 게 있지 않았습니까?]

[있었죠. 역사 속 영웅을 선택해서 전투를 벌이는 게임이었죠?]

[네. 지금 약간 그런 느낌으로 경기가 펼쳐지고 있습니다.]

[카시마르 선수가 패전국의 마지막 남은 영웅 같은 느낌이군요.]

[네. 아. 아쉽습니다. 이거는 카시마르 선수와 와이스 선수가 상성이 너무 안 좋았네요. 카시마르 선수가 되게 잘 버티고 있기는 하지만 쓰러지는 건 시간 문제인 거 같습니다. 지금 너무 많이 쌓였어요.]

모두가 걱정을 하고 있었지만 카시마르는 페이스를 잃지 않았다. 공격을 받으면서도 계속 움직이면서 용병들을 상대했다. 카시마르는 생명력을 확인했다. 이제 곧 생명력의 반이 사라질 타이밍이었다. 카시마르는 생명력의 반이 사라질 타이밍이 되자 움직임을 멈추고 체력을 회복했다.

카시마르가 움직임을 멈추자 창병들이 앞으로 와서 공격을 퍼부었다. 그걸 그대로 몸으로 받아낸 카시마르.

카시마르의 생명력이 반으로 줄자 그의 몸에서 은은한 빛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패시브 스킬인 무멘의 폭발력이 발동된 것이었다. 카시마르의 힘 스탯이 일순간 300이 증가했다.

힘 스탯 300.

지금 최고 고레벨인 유저가 힘 관련 아이템을 도배해도 힘 100을 맞추기 어려운 실정이었다.

그만큼 힘 스탯 300은 어마어마한 수치였다. 힘 스탯 300은 거인이나 오우거 같은 대형 몬스터에 비견될 정도의 힘. 어떻게 보면 그보다 더 강할 수도 있었다. 카시마르는 무멘의 폭발력이 발현된 것을 확인하자 재빨리 카이로의 꼬리를 꺼냈다.

촤창!

2미터짜리 봉의 형태로 바뀐 카이로의 꼬리.

카시마르는 사정 없이 봉을 휘둘렀다. 그러자 창병들이 뒤로 물러나고 방패병들이 능숙하게 진을 치고 막아섰다.

경기를 지켜보는 사람들은 카시마르의 공격이 아까처럼 방패병들에게 막힐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전혀 다른 상황이 나와버렸다.

파아아앙!

깡통이 사정없이 찌그러지는 소리가 들리면서 카시마르를 막아섰던 열 명 정도의 방패병들이 사정없이 허공으로 떠올랐다.

대형 몬스터가 인간들을 공격했을 때 나타나는 그 현상.

용병들이 장난감처럼 날아다니기 시작했다. 카시마르는 와이스를 향해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직진했다.

누구도 카시마르를 막을 수 없었다.

카시마르가 움직이면서 카이로의 꼬리를 휘두르면 그대로 길이 열렸다. 순식간에 와이스에게 도착한 카시마르는 봉을 한 바퀴 회전시킨 다음 창으로 목을 치는 것처럼 봉을 휘둘렀다.

팍!

짧은 효과음과 함께 와이스의 머리가 그대로 뜯겨서 10미터 정도 날아갔다.

와이스의 목에서 피 분수가 뿜어져 나왔고 용병들은 바로 생명력을 잃고 쓰러졌다.

카시마르는 의외의 강적인 와이스를 꺾고 4강에 진출했다.

이제 한 경기만 더 이기면 본선 진출 확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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