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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주캐로 멱살 캐리-57화 (57/205)

# 57

두 번째 플랜

소일밴드를 잔뜩 붙인 강숭이와 카시마르는 찰스가 있는 신전에 들어섰다. 이곳은 누구에게나 개방된 곳이어서 카시마르나 강숭이가 들어가는데는 문제가 없었다. 물론, 원래 상태의 강숭이가 나타났다면 바로 가드들이 출동했을테지만, 지금 강숭이는 전투 갑옷을 벗은 상태이기 때문에 누구도 알아보는 사람이 없었다. 신전에는 각양각색의 존재들이 잔뜩 있었다. 대부분 카시마르가 처음 보는 종족들이었다.

“아마 지금 시간에는 설교를 늘어놓고 있을 겁니다요.”

“그리 끔찍한 짓을 저지르는 놈의 설교를 듣는단 말이야?”

카시마르가 강숭이를 빤히 바라보면서 말했다. 그러자 강숭이가 카시마르를 위로 올려다보았다.

“그놈 식성에 대한 이야기는 밖에 새어나가지 않았을 겁니다요. 그 이야기가 새어나가면 곤란해지는 건 교단 쪽이니까요.”

“그냥 약점으로 잡아놓고만 있는 거네?”

“그렇습니다요. 대안이 없으니 어쩔 수 없습니다요. 어쨌든 찰스는 팔계의 칭호를 받은

만신이니까요.”

“팔계?”

“이 우주에는 달로스님의 대신전이 여덟 개 존재합니다요. 그중에서 가장 높은 위치에 있는 만신을 팔계라고 부릅니다요. 신도들은 대부분 찰스를 팔계라고 부르죠.”

강숭이의 설명을 들은 카시마르가 빤히 강숭이를 내려다보았다.

“설마 그 찰스라는 돼지가 있는 신전이 제일 왼쪽에 있다고 해서 좌팔계, 뭐 이런 이야기 하려는 건 아니지?”

“선생님. 신기 있으신 거 아닙니까요? 이전부터 느끼는 거지만 정말 대단합니다요.”

카시마르의 당연한 질문에 강숭이고 호들갑을 떨었다.

‘오른우, 좌팔계.’

정말 대충 이름을 지었다는 생각을 하는 카시마르였다. 그러나 신전은 이름과는 반대로 엄청난 퀄리티를 자랑했다. 크기를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한 신전이었고, 각양각색의 빛으로 반짝이고 있었다. 신기한 점은 빛이 쏟아져 내리고 있는데도 전혀 눈이 부시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카시마르는 처음에는 신전 앞에 우글거리는 다양한 종족들에게 한 번 놀랐고, 두 번째는 신전에서 흘러나오는 빛에 놀랐다. 특히 신전 외관은 커다란 자연경관을 보는 것과는 다른 의미였다.

강숭이는 시큰둥한 반응이었는데 카시마르는 한참을 그 신전 외관을 바라보고 있었다.

“선생님.”

“어.”

“너무 보시면 안 됩니다요.”

“왜?”

“시간 가는 줄 모르니까요. 제가 그러지 않았습니까요. 선생님이 계시던 곳과는 차원이 다르게 아······ 아닙니다요. 선생님이 계시던 곳이 더 아름답습니다요.”

거들먹거리던 강숭이가 얼른 말을 바꾸었다. 막 카시마르에게 몽둥이 찜질을 당한 상태여서 강숭이는 잔뜩 긴장을 하고 있었다.

“아니야. 인정해. 되게 아름답네. 특히 저기서 흘러나오는 빛이 신비롭네.”

“저게 달리 달로스에서만 나오는 특수한 금속으로 만들어져서 그렇습니다요. 달리 달로스에 속한 자들은 저 빛 가까이에만 있어도 상처가 치유됩니다요.”

“그래? 그거 신기하네.”

“그렇습니다요.”

카시마르는 강숭이의 안내에 따라 신전 내부로 들어섰다.

“선생님. 이곳에서 상담 신청을 해야합니다요.”

“상담 신청?”

“찰스를 만나는 게 보통 일이 아니라서 그럽니다요. 또 제가 대놓고 나서기가 힘든 상황이지 않습니까요.”

“그럼 기다려야 하는 거 아냐?”

“원래는 오늘 상담 신청을 하면 한 한 달은 기다려야합니다요. 그렇지만 저는 바로 볼 수 있습니다요.”

“따로 신호가 있다는 거지?”

“그렇습니다요.”

“그럼 여기서 기다릴테니 얼른 적고 와.”

“알겠습니다요.”

카시마르가 허락하자 강숭이는 얼른 상담 신청을 하는 곳으로 움직였다. 강숭이는 그곳에 상담 신청서를 작성하고 넘겼다. 카시마르는 신전 중앙에 설치된 화면을 바라보고 있었다. 강숭이는 30분 정도 상담신청서를 작성하고 카시마르에게 다가왔다.

“저놈이 좌팔계냐?”

카시마르가 고개짓으로 가리키며 물었다.

“그렇습니다요.”

좌팔계의 모습은 영낙없는 돼지였다. 일반 돼지와 다른 점이 있다면 두 발로 서서 걷는다는 점이었다. 좌팔계의 설교를 신도들은 경건한 모습으로 듣고 있었다.

[진실로 기도하고 회개하면 달로스님의 축복이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습니다.]

[오오오오!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다아아!]

[위대한 달로스님을 가장 가까이서 모시는 사람 누굽니꽈아!]

[오오오오오!]

강숭이와 카시마르는 좌팔계의 설교를 가만히 듣고 있었다.

“야. 저 설교 말이다.”

“네. 그냥 헛소리입니다요.”

“그렇지?”

“저놈이 무슨 신앙심이 있겠습니까요. 그냥 먹고 살자고 하는 짓입니다요.”

“그래도 달로스님을 제일 가까이서 모시는 만신이라고 하지 않았냐?”

“그거야 저놈 재능이지요. 좋아하는 것과 잘 하는 것은 다르지 않습니까요?”

“그건 네 말이 맞네. 근데 설교 내용이 정말 공허하구나.”

“원래 그렇습니다요. 그런데도 저리 듣는 거 보면 신기하지 않습니까요?”

설교가 끝나자 개인 상담시간이 다가왔다.

“선생님 이쪽입니다요.”

좌팔계의 개인 상담실 앞에는 어마어마한 줄이 있었다.

“이게 다 상담을 받으러 오는 사람들이야?”

“저 안에 들어서면 그 어떤 비밀도 새어나가지 않습니다요. 그러니 언제나 상담자들이 많습니다요.”

“저 많은 사람의 고민을 다 들어줘야 한다니 쉬운 일은 아니겠네.”

“이전에는 이렇지 않았습니다요. 몇 달에 한둘 정도 상담해주는 게 전부였습니다요.”

“근데 지금은 왜 이리 많아?”

“제가 없지 않습니까요. 제가 없으니까 꼼짝 없이 일을 하는 겁니다요.”

“또 그런 연관이 있는 거냐?”

“그렇습니다요.”

개인 상담은 상담실 앞에서 사제 한 명이 번호를 부르면 대기자가 상담실 안으로 들어가는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상담 시간은 얼마나 주어지는 거냐?”

“제한 없습니다요. 찰스 마음대로 합니다요. 원래 그리 오랜 시간 상담을 하지 않습니다요. 대충 찰스가 축복 내려주면 그걸 받고 돌아가는 일이지요.”

“효과는 있는 축복이고?”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요? 대충 말로 씨부리면 그런갑다 하고 넘어가는 거지요. 원래는 저것도 귀찮아서 안 하던 놈입니다요.”

강숭이와 카시마르가 이야기를 주고 받는 사이에 몇 명이 상담실에 들어갔다 나왔다. 그리고 사제가 번호 하나를 더 불렀다.

“121218번 들어가세요.”

“선생님. 들어가시지요.”

“벌써 우리야?”

“제가 바로 된다고 하지 않았습니까요.”

“그래. 들어가자.”

강숭이와 카시마르는 사제의 안내에 따라 상담실로 들어섰다. 강숭이와 카시마르가 상담실로 들어가려고 움직이자 사제가 대기자들에게 말을 꺼냈다.

“오늘 상담은 팔계님께서 컨디션이 좋지 않아서 여기까지만 하도록 하겠습니다.”

사제의 말에 대기자들이 불만을 쏟아냈지만 적극적으로 항의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들에게 달리 달로스는 절대신이었고 그 절대신을 제일 가까이서 모시는 사람이 팔계였다. 그러니 불만이 있더라도 신전에서 대놓고 소란을 피울 수는 없었다.

“형이야? 진짜 형이야?”

강숭이와 카시마르가 상담실에 들어서자마자 좌팔계가 바로 다가왔다. 강숭이와 좌팔계는 보자마자 서로 포옹했다.

“형. 미안해. 내가 거기를 갔어야 하는데.”

“어쩔 수 없지. 그 일은 나중에 이야기 하자.”

“근데 갑옷은 어떻게 하고?”

“갑옷 입었으면 너 만나러 오기 전에 난리 났겠지.”

“어떻게 된 건데?”

“사정이 있어서 일단 벗어뒀어.”

“이쪽은 누구야? 새로운 부하인가?”

“어. 그게.”

“누군데?”

“야. 그거보다는 일단 부탁할 게 좀 있다.”

“무슨 부탁? 나도 형한테 부탁할 거 있어.”

“뭐?”

“돼지고기 좀 구해줘. 어린 햄프셔 돼지로 다가. 육회가 너무 먹고 싶어 미치겠엉. 나 못 먹은지 너무 오래됐잖아. 막 꿈에서도 나온 다니까? 구해줄 수 있지?”

“야. 지금 그게 문제가 아냐.”

“그럼 뭐가 문제인데?”

“너 달로스님의 축복 좀 걸어줘야겠다.”

“축복? 어디다 가? 형 갑옷도 없잖아.”

“이분에게 걸어주면 된다.”

강숭이가 카시마르를 가리키며 말했다. 카시마르는 강숭이와 좌팔계의 대화를 가만히 지켜보고 있었다.

“형. 왜 이러셔. 달로스님의 축복은 아무한테나 걸어줄 수 없다는 거 알잖아. 그 축복도 한 번 쓰면 한 백 년간은 못 쓰는데.”

“야. 이분에게 달로스님의 세례를 해주면 되잖아.”

“형. 미친 거야? 그거 한 번 지정하고 나면 제사를 몇 번 올려야 되는데. 그리고 이분? 형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좌팔계가 강숭이를 보면서 잔뜩 인상을 썼다. 강숭이는 얼른 좌팔계에게 카시마르에 대해 설명했다.

“야. 이분은 내 목숨을 구해주신 아주 귀한 분이다. 내가 앞으로 선생님으로 모시기로 했으니까. 너도 선생님으로 모셔라.”

“뭐야. 진담이야? 농담이야? 장난 하는 거 아니지?”

“그래. 농담 아니라 진담이다. 이분 아니었으면 나 여기 오지도 못했다.”

강숭이의 설명에 좌팔계가 시큰둥한 표정으로 카시마르에게 인사했다. 카시마르는 좌팔계의 인사를 건성으로 받았다.

“아무리 봐도 그렇게 대단해 보이지 않는데?”

“보는 거랑은 다른 거야. 그리고 고기 먹고 싶으면 형 말 들어라. 형이 언제 너한테 약속 안 지킨 적 있었냐?”

“없었지.”

“그니까. 빨리 세례 한 번 내려주고. 빨리 버프 걸자. 그래야 내가 너한테 예전처럼 고기도 넣어주고 하지.”

“고기 먼저 줘. 현기증 난단 말이야.”

“돼지 새끼야. 고기 좀 늦게 먹는다고 죽냐?"

"힘이 나야 축복도 잘 걸어주고 하지."

"그니까 축복 걸어주면 준다니까? 보아하니 잘 먹고 지낸 거 같은데 왜.”

강숭이가 좌팔계를 아래 위로 훑어보면서 말했다.

“이거 왜 이러셔. 이거 다 부은 거야. 먹고 싶은 걸 못 먹으니까 스트레스가 쌓이잖아. 그니까 막 굶다가 폭식하고 그래서 그런 거라니까.”

“돼지 풀 뜯어 먹는 소리는 나중에 하고. 일단 일부터 처리하자.”

“나. 채소도 잘 먹거든?”

“아이씨! 야! 너는 오랜만에 만나서 먹는 이야기 밖에 안 해!”

“다 먹고 살자고 그러는 거 아니셔?”

강숭이와 좌팔계의 대화가 다른 쪽으로 새는 낌새가 보이자 카시마르가 강숭이를 불렀다.

“강숭아.”

“네. 선생님.”

“세례가 뭐냐?”

“그게 선생님을 달로스님의 축복을 받을 수 있는 대상자로 지정하는 겁니다요. 전 우주에 그 대상자가 몇 명 없습니다요.”

“그게 없으면 축복은 받지 못하냐?”

“그렇습니다요.”

“그럼 빨리 하고 가자.”

“예. 알겠습니다요.”

강숭이는 계속 좌팔계를 설득했지만 통하지를 않았다. 여러 가지 조건을 걸고 약속을 해도 좌팔계는 요지부동이었다.

“선생님. 안되겠습니다요.”

“그러게 말로 해서 통할 상대가 아니라고 하지 않았냐.”

“두 번째 플랜으로 가겠습니다요.”

강숭이의 말에 카시마르가 고개를 끄덕였다.

“뭐래. 고기 구해올 수 있다고 해?”

좌팔계의 관심사는 오직 고기였다.

“먼저 축복부터 걸어달라는 게 선생님의 뜻이야.”

“그건 안 된다니까. 그건 달로스님의 뜻에도 어긋나는 거라고. 잘 알면서 왜 이러셔.”

“방법이 아예 없는 건 아니잖냐.”

“무슨 방법?”

“계약을 하면 되잖아.”

“무슨 계약? 내가? 저놈이랑? 이 양반이 진짜 제대로 미쳤나.”

좌팔계가 어이 없다는 표정으로 강숭이를 흘겨보았다. 그러자 강숭이는 반짝반짝한 눈으로 좌팔계를 빤히 바라봤다.

“안 되겠지?”

“아까부터 당연한 걸 묻고 그러셔. 짜증나게.”

“그래.”

강숭이는 최종적으로 확인을 하고는 좌팔계의 어깨에 손을 얹는 척 하고 얼른 목을 부여잡았다.

“뭐···뭐야! 뭐하는 짓이야!”

“선생님! 지금입니다요!”

카시마르가 좌팔계에게 달려들었다. 그의 손에는 미리 작성해둔 계약서가 들려 있었다.

***

“안 된다아아! 이놈들아!”

“야! 강숭이! 잘 좀 잡아! 이 돼지 새끼 뭐이리 힘이 세!”

“안 돼!”

“조용히 좀 시켜라! 누구 오겠다.”

“여기는 방음이 잘 되는 공간이어서 괜찮습니다요. 얼른 찍으십시오 선생님!”

“야이! 시밤바 깡통 원숭이 새끼야! 네가 나한테 이럴 수 있어?”

“이거 그냥 나쁜 계약서가 아니라니까! 가만히 좀 있어봐. 천국을 보여줄게!”

“잣이나 까 잡숴라! 이 도적 놈들아아!”

"아오! 야! 입 틀어막아! 이 새끼 막 문다. 물어. 개도 아니고. 막 무네."

"이빨이 좀 날카롭습니다요. 선생님. 조심하세요."

"개랑 돼지랑 꼴라보해서 개돼지냐? 아오! 물지마! 이 시키야!"

"안 된다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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