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저주캐로 멱살 캐리-65화 (65/205)

# 65

루지!

“저기 김팀장님.”

“왜?”

“근데 이거 괜찮을까요?”

“뭐가. 지금 대박 났어. 우리 프로는 물론이고 코게도 대박 난 상황이야. 근데 뭐가 문제야.”

“아니. 대기실이요.”

“대기실이 왜?”

“유중악 선수 정도면 지인도 엄청 많을텐데 대기실을 너무 작은 걸 배정한 게 아닌가 싶어서요.”

“뭐? 얼마나 작은 곳으로 배정했는데?”

“D 구간이요. 제일 작은 곳이죠. 본선 진출자 중에 길드 소속 아닌 참가자가 유중악 선수밖에 없었습니다.”

“아니! 왜 그렇게 행동했어!”

김팀장이 버럭 화를 냈다.

“팀장님이 길드 규모 별로 차등 배정하라고 하셨······.”

“당장 바꿔! 유중악 선수를 제일 크고 좋은 곳으로 모시란 말이야!”

“그게 이미 다른 곳이 다 찼는데요.”

“그럼 다른 대기실을 빼면 될 거 아냐. 아. 아니지 그랬다가는 또 무슨 말이 나올지 몰라. 유중악 선수가 괜히 오해를 받을 수도 있고. 근데 너 아까 대기실에서 인증할 때 유중악 선수인거 확인 안 했냐? 왜 보고 안 했어!”

“아까 팀장님한테 말씀드렸습니다. 카시마르 선수가 유중악 선수라고.”

“언제!”

“바쁘다고 알았다고만 하셨습니다.”

“그···그랬나?”

“예.”

“그러면 어떻게 하지? 방법 없겠어?”

“지금 당장은 어렵지만 방법이 있습니다.”

“어떤?”

“32강 치른 다음에 패배한 선수 대기실이 비게 되지 않습니까.”

“아. 그렇지. 그러면 그 중에서 제일 좋은 대기실로 준비해. 안에 가구들도 최대한 좋은 걸로 넣어두고.”

“가구를요?”

“그래. 유중악 선수야. 유중악 선수. 너 유중악 선수에 대해 잘 몰라?”

“압니다.”

“CFC에서 초고층 맨션을 그냥 쓰라고 주는 스타란 말이야. 유중악 선수가 브랜드에서 받은 시계나 자동차 옷으로 전시회를 열어도 될 정도라고 했어. 그런 사람이 보통 가구에 앉겠어? 제일 좋은 걸로······. ”

지이이잉.

김팀장이 진행팀에게 지시를 내리고 있을 때 그의 스마트폰이 울렸다. 상대를 확인한 김팀장은 바로 긴장한 모습으로 스마트폰을 받았다. 상대는 코즈믹 게이트의 모회사 YY 게임즈의 본사의 임원이었다.

[예. 전화 받았습니다.]

[김팀장님. 유중악씨에 대한 이야기 알고 있었어요?]

[아닙니다. 저도 지금 알았습니다.]

[그런 것도 확인 안 하고 뭐 했어요?]

[죄···죄송합니다.]

[아무튼 그 부분에 대해서는 나중에 이야기 하도록 하고. 그분 심기 거스르지 않도록 하세요. 충분히 잘 케어해 드리고요. 알았죠?]

[예.]

[그리고 노파심에서 하는 말인데 대회는 룰 대로 진행하세요. 그분은 특혜받고 그런 거 정말 싫어하는 분입니다. 아셨죠?]

[네. 당연히 그렇게 해야죠.]

[그렇게만 하면 별 문제는 없을 겁니다. 근데 그분 대기실은 어딥니까?]

[그건 왜?]

[지금 임원들이랑 같이 대회장으로 가고 있어요.]

[아. 잠시만요.]

“야. 유중악 선수 대기실 몇 번이냐.”

“D4번입니다.”

[네. D4번입니다.]

[D요? D면 제일 규모가 작은 곳 아닌가요? 거기서 4번째면 제일 작은 곳이잖아요.]

[아. 예. 아무래도 길드 소속이 아니어서 작은 대기실로 준비한 것 같습니다.]

[당장 바꿔드리세요.]

[지금 빈 대기실이 없어서요. 32강 끝나는 대로 바로 준비하도록 하겠습니다.]

[다른 참가자와 대기실 바꾸면 되는 거 아닙니까. 길드 소속이냐 아니냐가 중요한 게 아니잖아요. 원래 지인 숫자 때문에 대기실 규모의 차등을 둔 거 아니냐고요. 맞죠?]

[그···그렇죠.]

[그러면 유중악씨가 거기 있는 본선 진출자 다 합친 것보다 지인이 많습니다. 그러니 바꿔드려요.]

[근데 이미 배정된 대기실을 당장 바꾸면 그분 이미지가...]

[그럼 스텝들 대기실을 꾸며서 바꿔드리면 될 거 아니에요. 스텝들 대기실이 제일 크잖아요.]

[그러면 스텝들은······.]

[지금 그게 문제에요? 김팀장님. 대체 생각이 있는 거예요? 없는 거예요? 그분 우리 회사 대주주라는 거 몰라요?]

[예?]

[그분이 우리 회사 대주주라고요. 지금 대주주를 모셔놓고 그런 시답잖은··· 아. 아무튼, 됐고요. 일단 시키는 대로 하세요. 빨리 스텝 대기실에 가구 배치하고 공간 만드세요. 당장!]

[네! 넵!]

***

와장창!

본선 진출자 소개가 끝나고 대기실로 돌아온 컨신은 분노를 감추지 않았다. 그는 들고 있던 스마트폰을 그대로 던져서 깨버렸다. 컨신의 대기실에는 K 길드의 사람들이 와 있었다.

“요행이 아니라는 게 드러났는데 어쩌나?”

쇼파에 심드렁하게 앉아 있던 로드로드가 말했다. 로드로드는 컨신을 보면서 묘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짜증나게 하지마.”

컨신이 로드로드를 노려보며 말했다.

“진짜 컨트롤 괴물이 따로 있었어. 이제 어떻게 하지?”

“오히려 잘 된 거 아닌가요? 상대가 그만큼 강하다는 거잖아요.”

류키가 로드로드를 보며 말했다.

“그렇지. 질만 해서 진 거라는 게 드러난 거지. 방심한 게 아니라.”

로드로드의 말에 대기실의 사람들의 표정이 굳었다. 컨신은 당장이라도 로드로드에게 달려들 것 같은 매서운 표정이었다. 그리고 그 중에서도 제일 당황한 사람은 다름 아닌 류키였다. 류키는 컨신을 옹호하려고 한 말이었는데 로드로드가 그걸 역으로 이용해버렸다.

“그래서 어쩌라는 거지?”

컨신의 목소리에서 살기가 느껴졌다. 다른 사람들은 그 모습에 잔뜩 긴장을 했는데, 로드로드는 전혀 긴장하지 않았다. 그 이유가 있었다. 게임 상에서는 컨신이 훨씬 강했지만 실제로는 로드로드가 가장 강했기 때문이었다. 로드로드는 어마어마한 덩치의 소유자였고 실제로도 각종 무술에 능했다. 물론, K길드의 사람들은 대부분 어느 정도 무술을 했다. 그렇지만 이들 중에서 가장 고수는 누가 뭐라고 해도 로드로드라고 봐야 했다.

“이미 엎질러진 물인데 뭘 어쩌겠어. 그니까 이번에는 최선을 다하라는 이야기야. 이제는 방심했다는 이야기 이런 게 통하지 않으니까.”

로드로드의 말에 컨신은 대꾸를 하지 않고 자리에 앉았다. 곧 본선 시작되었다.

***

“까다로운 놈 걸렸네.”

대기실에 찾아온 오정룡이 대진표를 보면서 말했다. 32강 대진표에 카시마르는 열 번 째 경기를 하게 되어 있었다. 상대는 중국의 예선을 우승하고 올라온 루지라는 선수였다.

“저번에 형이 조심하라고 했던 중국 선수가 저 친구지?”

“그래. 저 룽크가 상당히 세. 보통 저렇게 펫을 이용해 싸우는 놈들은 거기에 몰빵을 하거나 원거리 지원 같은 걸 하는 게 보통인데 루지 저놈은 다르다. 저 룽크를 말처럼 사용하면서 다양한 변주를 준다.”

“전에 전투 영상은 봤어.”

“루지가 올라타고 있을 때는 그다지 어려울 건 없고, 루지가 내렸을 때 조심해. 저 룽크가 뒤에서 치고 들어오거나 할 때 있으니까.”

“루지도 꽤 센 거 같던데?”

“응. 쉽지 않아. 컨신처럼 화려한 맛은 없는데 탄탄해. 룽크를 제외하고 보면 그냥 전사야. 전사. 그니까 만만하게 보지 말고. 맵이 어떤 곳 걸리냐가 문제겠네. 저 룽크가 날뛰지 못하는 공간이 좋은데.”

“넓은 맵이 오히려 낫지 않나?”

“아냐. 좁은 공간이 오히려 상대하기 편하다. 갈대숲 같은데 걸리면 룽크랑 색깔이 비슷해서 보이지가 않아. 몸을 낮춰서 달려드니까. 진짜 까다롭다.”

룽크는 검은 고양이와 흡사한 생김새의 몬스터였다. 다른 점이 있다면 고양이과 맹수들 보다 크다는 점이었다. 고양이 특유의 날렵한 몸매는 그대로였지만 몸길이가 5미터가 넘었다.

“영상 보니까 엄청 크던데. 다 보일 거 같은데.”

“그거야 몸 피고 그러니까 커 보이는 거지. 실제 시베리아 호랑이 같은 애들도 어깨 높이를 따지면 1미터 정도밖에 안 돼. 거기서 몸 낮추고 달려든다고 생각 해봐. 갈대숲에 딱 가려진다니까.”

“그렇기도 하겠네.”

“룽크는 민첩성이 사기인 몬스터라 조심해야 돼. 생각보다 엄청 빠르다. 인간 기준으로 보면 안 된다.”

“알았어.”

“그리고 룽크는 할퀴고, 무는 거 다 위험한데 진짜 위험한 건 박치기야.”

“박치기?”

“어. 저거 멀리서 뛰어들었다가 치는 게 데미지도 장난 아닌데 사람을 그냥 멀리 날려버려. 그걸로 낙사 시키거나 아니면 스턴 상태로 만든다고. 그니까 조심해야 돼.”

“그래서 넓은 맵이 더 위험하다고 한 거구나?”

“그렇지.”

오정룡은 그동안 분석한 루지에 대한 정보를 유중악에게 차분하게 전달했다. 중요한 부분은 반복해서 전달했고 유중악은 그걸 신중히 듣고 기억했다. 마치 세컨이 선수에게 지시를 내리는 듯한 모습이었다.

***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이번 대회의 최대의 이변이랄까요? 아니죠. 짜릿한 반전이라는 표현이 알맞겠네요. 바로 나이트메어. 유중악 선수의 경기가 있겠습니다. 코즈믹 게이트의 아이디는 카시마르. 이것도 악몽이라는 뜻이죠. 정말 아무도 몰랐던 깜짝 이벤트였습니다.]

[알아보니 이벤트도 아니라고 합니다. 본사에서도 카시마르 선수에 대해 잘 몰랐다고 하니까요. 진행팀도 오늘 인증 절차 때 알았다고 합니다.]

[엄청 놀라운 순간이었습니다. 자. 아무튼 이 카시마르 선수의 상대는 바로 중국 대표인 루지 선수입니다. 루지 선수도 이번 대회에 우승 후보로 꼽힐 만큼 대단한 선수죠.]

[예. 루지 선수 만만하지 않습니다. 컨트롤은 말할 것도 없이 최정상급이고요. 일단 중국 최고의 길드인 골드 로얄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선수니 어떤 비장의 카드를 숨겨 놨을지 모릅니다..]

[돌아온 악몽. 카시마르 선수와의 상성은 어떨지 궁금하네요.]

[일단 두 선수 다 근접전을 선호하기 때문에 붙어봐야 알 겁니다. 물론, 카시마르 선수는 원거리 공격 능력도 탁월하지만 그게 메인은 아니라고 봐야하거든요. 루지 선수는 유니크 펫인 룽크의 주인이기도 합니다.]

[룽크는 일반적으로는 펫으로 사용할 수 없는 몬스터죠?]

[그렇습니다. 루지 선수의 룽크는 일반적으로 테이밍한 펫이 아닙니다. 루지 선수가 지닌 아이템의 능력이기 때문에 자크르에서 사용이 가능합니다. 소환수와 다르게 펫은 원래 자크르에서는 사용이 불가능하게 되어 있으니까요.]

[그렇습니다. 자크르에 펫 사용이 가능하면 자크르 원래의 의미가 퇴색되게 되니까요. 일단 루지 선수의 룽크는 펫이 아니라 아이템의 옵션으로 판정된다는 점을 설명해드리겠습니다.]

[아무튼 루지 선수는 그 룽크를 이용한 싸움을 아주 잘하는 선수죠. 룽크에 올라타서 공격을 하기도 하고 룽크와 합격술을 펼치기도 합니다. 재미난 점은 펫을 이용한 전투를 하는 유저들이 많이 쓰는 버프 스킬을 잘 쓰지 않는다는 겁니다.]

[룽크 자체로도 강한 몬스터니까 그런 거겠죠. 혼자서 잡으려면 B랭크 정도는 되어야 잡을 수 있는 몬스터죠?]

[그렇습니다. 물론, 룽크 정도면 C 랭크 유저들의 파티로도 잡을 수 있겠지만 지금 이건 자크르입니다. 자크르 상황에서 저런 몬스터가 붙어 나온다면 난감해질 수밖에 없죠. 루지 선수도 약하지 않거든요.]

[특히 룽크의 빠른 속도를 이용한 박치기는 상당히 조심해야 합니다. 마법사 같은 체력이 약한 캐릭터들은 룽크의 몸통박치기 한 방에 끝나는 경우도 있으니까요.]

[자. 준비가 끝났다고 합니다. 맵이 나왔군요. 아. 이거 변수가 되겠는데요. 루지 선수 맵을 확인하고 웃고 있습니다. 그만큼 자신 있다는 거겠죠? 웃는 모습이 화면에 잡힙니다.]

[맵은 강림자의 갈대숲입니다. 카시마르 선수와 루지 선수의 32강 대전을 바로 시작합니다!]

***

카시마르는 오정룡의 입이 방정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전투 준비를 했다. 멀찍이 떨어진 곳에서 루지가 보였다. 루지는 바로 팔을 뻗어서 룽크를 소환했다. 그러자 커다란 검은색 고양이인 룽크가 모습을 드러냈다.

인간의 내장을 파먹는 습성을 지닌 룽크.

악마가 인간을 사냥하기 위해서 만들어냈다는 설이 있는 괴물. 귀여운 고양이가 5미터가 넘는 모습으로 커졌다면 인간은 어떤 공포를 느낄 것인가. 룽크는 그 공포감이 실체화된 몬스터였다.

루지는 소환된 룽크의 등에 올라탔다. 루지는 커다란 언월도를 사용하는 유저였다.

휘휙!

룽크가 엄청난 속도로 카시마르에게 접근했다. 카시마르는 카이로의 꼬리를 들고 룽크의 접근을 기다렸다. 그리고는 암기를 투척했다. 암기는 루지를 향해 빠른 속도로 날아갔고, 루지는 스킬을 사용해서 날아오는 암기들을 모두 쳐내버렸다.

스스슥!

갈대숲을 헤치고 룽크가 접근했다. 루지는 카시마르와 가까워지자 엉덩이를 살짝 들썩이더니 룽크의 등에서 뛰어내렸다.

휘이잉!

묵직한 루지의 일격이 카시마르의 머리를 노렸다. 카시마르는 루지의 공격을 사이드 스텝으로 피했다.

쿵!

그러나 루지의 공격은 그게 끝이 아니었다. 루지의 공격이 실패하자 바로 룽크가 카시마르를 향해 달려들더니 그대로 머리로 들이 받아버렸다. 할퀴거나 무는 동작을 취했으면 카시마르가 대응할 수 있었겠지만 달려드는 속도를 줄이지 않고 시간차 공격을 한 터라 카시마르는 피할 수가 없었다.

[아! 룽크 선수의 몸통박치기가 시작부터 들어갑니다! 어? 그런데 카시마르 선수 튕겨나가지 않습니다!]

루지가 한 가지 착각한 게 있었다. 그건 바로 카시마르의 힘. 카시마르는 다른 유저들과 다르게 힘 스탯에 상당한 투자를 했다는 점이었다. 지금 카시마르의 힘은 결코 약하지 않았다. 룽크가 아무리 몬스터라고는 하나 힘 스탯에 상당한 투자를 한 카시마르를 밀어버릴 순 없었던 것이었다.

카시마르의 가슴팍에 몸통박치기를 했던 룽크가 오히려 뒤로 튕겨나가는 현상이 발생했다. 카시마르는 몇 발자국 정도 밀려난 게 전부였고, 다시 자세를 잡고 루지를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 룽크가! 룽크가 뒤로 오히려 튕겨나갑니다!]

중계진은 시작부터 흥분된 목소리였다.

관중석에서 환호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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