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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주캐로 멱살 캐리-67화 (67/205)

# 67

피니쉬!

[아! 카시마르 선수! 제대로된 카운터를 날렸습니다! 저런 스킬을 숨겨두고 있었네요. 저게 무슨 스킬일까요?]

[스킬이 아니라 아이템의 기능 같은데요. 형태를 바꾸는 아이템은 꽤 있으니까요. 어쨌든 적절한 타이밍에 나온 수였습니다. 필드에서 저런 상황이 나왔다면 루지 선수는 피눈물을 흘렸을지 모르겠습니다. 펫도 유저처럼 죽게 되면 페널티가 상당하니까요. 특히 레벨이 오르는 펫들은 어마어마한 레벨이 다운되고 죽더라도 바로 부활을 할 수가 없습니다.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어가는 일이죠.]

[대회 규정상 펫이나 유저나 죽는다고 해서 레벨이 다운되지는 않겠습니다.]

[그렇습니다. 다만 죽기 직전까지 반영구 버프를 달고 있는 상태라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루지 선수의 룽크가 레벨업에 의해서 강해진 게 아니라 조건부 버프를 받아서 강해진 거였다면 죽는 순간 버프가 해제되거든요. 그리고 무엇보다 문제는 지금 룽크가 저렇게 묶여버리게 되면 루지 선수의 승산이 줄어들 게 된다는 겁니다. 1대1 상황이라면 카시마르 선수가 아무래도 유리할 수밖에 없을 테니까요.]

[루지 선수가 피지컬이 좋기로 유명한 선수고 스킬을 아직 다 내보인 건 아니니 어떻게 될지 모르겠군요. 룽크는 창에 꿰여서 맹렬하게 발버둥치고 있습니다. 엄청난 생명력이네요.]

[그렇지만 빠져나오긴 쉽지 않을 거 같습니다. 이제 카시마르 선수와 루지 선수의 일대일상황입니다.]

챙!

카시마르의 시선에 루지는 반사적으로 언월도를 휘둘렀다. 상당히 놀란 상황이었지만 게임을 포기할 수는 없었다. 루지는 카시마르가 입가를 닦을 때를 노렸지만 헛수고였다. 그는 이미 대비가 되어 있었다. 카시마르는 가볍게 톤파를 휘둘러서 언월도의 날을 쳐냈다. 그런 다음 바로 톤파를 봉의 형태로 늘려서 가볍게 턴을 하곤 루지의 얼굴을 노렸다.

팅!

루지가 뒤로 물러나면서 언월도로 방어를 하려고 했으나 마음대로 되질 않았다. 카시마르도 마찬가지였다. 얼굴을 노린 공격이었지만 얼굴 대신에 가슴을 공격할 수밖에 없었다. 루지는 가슴 부분에 사자 모양이 그려진 갑옷을 입고 있었다. 이전 경기에서 그 부분이 유난히 단단하다는 게 증명되었기 때문에 얼굴을 노리려고 한 것이었다.

티팅! 팅!

본격적인 공방이 시작되었다. 루지는 언월도를 오래 다뤄왔기 때문에 자신이 있었다. 특히 그는 코즈믹 게이트에서 언월도를 더 잘 다루기 위해서 직접 무술까지 배운 사내였다. 창술이라면 밀리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카시마르도 창술을 익힌 것은 마찬가지였다. 그는 은퇴한 뒤에 각종 무술에 심취했고, 루지보다 훨씬 더 오래 더 깊게 파고들어서 무술을 익혔다. 지금까지 그는 베이스라고 할 수 있는 MMA에 다른 무술을 접목시켜서 사용했지만 지금은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본격적으로 봉술을 펼치기 시작한 것이었다. 루지의 언월도가 공격력 면에서는 더 높을지 몰랐다. 특히 언월도는 무게가 있고 날이 위협적이기 때문에 목 부분을 제대로 공격당하면 그대로 베어져서 즉사 판정이 나올 수 있었다.

날이 있는 무기는 내구도가 둔기류보다 훨씬 빠르게 소모되지만 여러모로 효용이 있었다. 물론, 둔기는 둔기 나름 대로의 이점이 있긴 했지만.

휘위윙!

카시마르의 봉술은 화려했다. 마치 무술 영화에서나 볼법한 화려한 봉술이 펼쳐졌고 루지는 방어하기에 급급했다.

[루지 선수! 점점 더 방어하기 힘들어 하는 기색인데요. 반면에 카시마르 선수는 더 화려한 컨트롤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저런 동작이 실전에서도 가능했군요.]

[영화를 보는 거 같은데요.]

팡!

카시마르는 원심력을 이용해서 봉을 휘휘 돌린 다음 루지를 공격했다. 언월도와 봉이 부딪히자 맹렬한 금속음이 들렸다. 무게는 언월도가 더 무거운 것처럼 보였지만 위력은 카이로의 꼬리가 한 수 위였다.

언월도는 부르르 떨면서 우는 반면에 카이로의 꼬리는 마치 벽을 때린 것처럼 멀쩡했다. 반탄력도 거의 느껴지지 않을 정도였다. 그 이야기는 카이로의 꼬리가 그만큼 내구력이 높다는 걸 의미했다.

루지는 놀란 눈빛으로 스킬을 사용했다. 카시마르를 공중으로 띄어올린 그 스킬이었다. 카시마르는 가드를 하면 스킬이 발동된다는 걸 파악한 상태였다. 그래서 가드를 하지 않고 뒤로 물러나서 피했다. 그러자 루지의 다음 스킬이 발동되었다. 루지의 언월도에서 투명의 칼날이 생성되어서 카시마르의 가슴팍을 베고 지나간 것이었다.

서걱!

꽤 빠른 공격이었지만 카시마르가 피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그런데 투명 칼날은 카시마르를 끝까지 쫓아와서 공격했다.

카시마르는 피하려고 했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루지의 스킬은 확정 스킬이었다. 대상을 정한 이상 확실하게 상대를 맞추는 스킬.

[아무래도 루지 선수의 저 스킬은 확정 스킬인 것 같습니다. 타겟과 논타겟과는 또 다른 개념이죠?]

[그렇습니다. 타겟 스킬은 대상을 지정하면 자동으로 상대를 공격하는 스킬을 말합니다. 반대로 논타겟 스킬은 상대가 지정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세심한 컨트롤이 필요하죠. 코즈믹 게이트에 입문하는 분들 중에 확정 스킬과 타겟 스킬을 혼동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타겟과 확정은 조금 개념이 다릅니다. 확정 스킬은 상대를 지정하기만 하면 빗나가는 일 없이 백퍼센트 맞추는 스킬을 말합니다. 코즈믹 게이트에서 확정 스킬은 그다지 많이 없습니다. 어떻게 보면 유니크 스킬보다도 희귀하다고 볼 수 있죠.]

[엄청 좋은 스킬인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무적인 건 아닙니다.]

[그렇습니다. 상대를 확실히 맞추기는 하지만 확정 스킬은 대부분 위력이 일반 스킬보다 약합니다. 발동 조건이 까다로운 경우도 많고 마나 소모가 극심한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서 확정 스킬을 보유한 유저들은 대부분 확정 스킬을 피니쉬 용으로 많이 씁니다. 생명력이 다한 상대에게 쓰면 확실한 피니쉬를 보장하니까요.]

루지는 보유하고 있는 스킬을 죄다 사용해서 카시마르를 공격했다. 카시마르는 루지가 공세를 펼치는 타이밍이라는 걸 파악하고, 피할 수 있는 스킬은 피하고 막아야할 스킬은 막았다.

그렇게 해도 룽크에게 당한 데미지보다는 적은 데미지를 받았다. 카시마르는 예선이 끝나고 마냥 놀지 않았다. 그 이후로 레벨업도 했고 버프를 받아서 스탯을 올리기도 했다. 그래서 이전보다 강해진 상황이었다. 이 정도 공격은 크게 문제가 없었다. 오정룡의 충고대로 루지는 공격 보다는 단단함에 치중한 전사였으니까.

얼핏 근접 딜러로 보이지만 루지의 본질은 탱커에 가까웠다. 그 부족한 딜을 룽크라는 펫을 통해서 채우고 있었던 것이었다.

[루지 선수 스킬을 마구 사용하고 있습니다. 카시마르 선수에게 빈틈이라도 보인 것일까요?]

[모험을 거는 것 같은데요. 카시마르 선수가 흔들리기를 바라는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상대가 누군지를 파악을 했어야 해요. 카시마르 선수는 이 정도 흔들기에 흔들릴 선수가 아닙니다. 상대의 멘탈을 부수면 부쉈지 부서지지는 않는 선수거든요. 아마 이 수는 루지 선수의 자충수가 될 수 있습니다.]

[발버둥치던 룽크가 축 늘어졌습니다. 카시마르 선수 대단합니다. 끝까지 루지 선수를 룽크가 있는 곳 쪽으로는 가지 못하게 하고 있습니다.]

[저런게 무서운 겁니다. 저렇게 스킬이 난무하는 상황인데도 무엇이 중요한지 정확히 캐치하고 있어요.]

“헉. 허억.”

스킬을 쏟아낸 루지가 지친 기색을 보였다. 카시마르는 무표정한 얼굴로 접근했고, 루지는 힘겹게 언월도를 휘둘렀다.

타악!

카시마르는 왼손을 뻗어서 언월도의 날을 가볍게 붙잡았다. 루지의 힘은 이미 다한 상태였다.

빠각!

주저 없이 날아드는 카이로의 꼬리.

카이로의 꼬리가 루지의 투구를 강하게 때렸다. 루지의 투구 안쪽에서 피가 주르륵 흘러내렸다.

취한 사람처럼 비틀거리는 루지.

휘잉! 퍽!

카시마르는 봉을 한 바퀴 돌린 다음 루지의 머리를 때렸다. 그대로 자크르가 종료되었다.

***

[카시마르 선수! 피니쉬를 합니다. 초반에 루지 선수에게 고전을 하는 듯 했지만 바로 역전승을 거뒀습니다. 통쾌한 역전이었어요.]

[그렇습니다. 아이템을 이용해서 룽크를 잡은 플레이는 정말 멋졌습니다. 루지 선수는 이 맵에서 상당한 자신감이 있었던 것 같은데 아쉽게 되었습니다. 아! 루지 선수 부스에서 나오질 못하고 있어요. 카시마르 선수가 루지 선수에게 악수를 청하러 갑니다. E 스포츠에서는 저게 매너죠. 격투기에서 글러브 터치를 하는 것과 같습니다. 루지 선수 우울한 얼굴로 카시마르 선수의 악수를 받습니다.]

[카시마르 선수와 인터뷰를 했으면 좋겠는데요. 오늘 일정이 많이 남아 있는 관계로 바로 다음 경기가 시작되겠죠?]

[그렇습니다. 오늘 8강 경기까지 치러지는 상황이라서요. 경기가 아직 많이 남아 있습니다.]

[대한민국 대표 카시마르 선수가 16강에 안착했습니다. 16강에서 어떤 상대를 만나게 될지 정말 궁금해지네요. 저희는 광고 후에 다시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 캬. 시원한 거 보소.

- 창으로 룽크 잡을 때 전신의 털이 곤두서는 느낌 받음.

- 나 악몽교 20년 신도임. 오늘 현역 시절 그 느낌 그대로임. 크. 악몽이심.

- 너무 멋지다. 루지가 진짜로 자신 있어서 웃은 거 같은 느낌인데 울음으로 만들어줌.

- 그 상황에서 타이밍을 재고 있었다는 게 너무 신기함.

- 너무 멋지다.

- 근데 갓중악은 늙지도 않은 느낌이야.

-- 인정 나랑 비슷한 나이인데. 나는 배가······.

--- 그러게 보통 중악이 같은 선수들은 은퇴 후에 엄청 후덕해지던데.

---- 몇몇만 그러지 대부분 그렇지도 않음.

----- 아님. 통계를 보면 현역 시절에 감량을 좀 많이 하던 스타일의 선수들은 대부분 10kg 이상 찐다는 소리가 있었음.

------ 또 뇌피셜 싸지른다.

------- 진짜인데? http://forpp.blog.me/221132348193

-------- 헐. 진짜네.

--------- 통계 보면. 감량을 많이하는 투기 종목의 선수들은 대부분 은퇴 뒤에 10kg 이상 체중이 증가했다는 거.

- 위에 말 들어보면 갓중악이 대단하구나. 보니까. 몸이 더 좋은 거 같던데. 슈트 핏 진짜 대박.

- 몸매도 몸매인데 얼굴이······ 누가 저 얼굴을 40대라 보겠음.

- 요즘 40대가 옛날 40대보다 훨씬 젊은 느낌이긴 하지만 중악이는 좀 심하다. 눈가에 주름 하나 없냐.

- 시술의 힘인가?

-- 갓중악 성격 상 그런 거 안 할 텐데.

--- 인정. 스킨 로션도 잘 안 바른다는 인터뷰가 있었음.

---- 뭐야. 너 갓중악 스토커냐. 무슨 이야기가 나오면 바로바로 대답이 나와. 무섭잖아.

----- ㅋㅋㅋ 스토커 들킴.

커뮤니티에는 한동안 유중악과 카시마르에 대한 주제로 도배가 되었다. 특히 코즈믹 게이트를 하지 않던 MMA 커뮤니티에도 이 소식이 전해지면서 많은 다시 한 번 크게 반응이 폭발했다.

32강 경기가 순조롭게 마무리가 된 다음 바로 16강 경기가 시작되었다. 16강 첫 번째 경기는 카시마르에게 칼을 갈고 있던 컨신의 경기.

“야. 32강에서 좀 힘든 놈 걸리더니 16강 대진은 꿀이다.”

오정룡이 16강 1경기 대진을 보고는 말했다. 유중악은 대기실에서 이영민이 주문한 도시락을 먹으려고 하고 있었다. 골낳괴 친구들은 초호화 도시락을 보고는 눈이 반쯤 돌아간 상태였다.

“왜?”

“네가 상대하기 까다로운 놈 두 명이 딱 걸렸어. 컨신이랑 이브닝 아이리쉬가 붙는다.”

“오. 이건 좋은데요. 둘 중에 누가 떨어지던지 형한테는 좋은 거잖아요.”

“근데 이 둘이 싸우면 컨신이 유리하지 않아?”

유중악이 물었다.

“당연하지. 이브닝 아이리쉬는 예선 때도 준우승으로 올라온 상대고. 법사 계열이라 컨신한테 한 번 걸리면 그걸로 끝일 거야.”

모두가 컨신이 유리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코즈믹 게이트는 단순하게 상성을 판단할 수 있는 게임이 아니었다.

카시마르가 컨신을 한국 예선에서 탈락시킨 것처럼 다시 한 번 이변이 벌어지려고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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