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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주캐로 멱살 캐리-72화 (72/205)

# 72

명경기!

[아! 아이리쉬 선수 뒤로 넘어집니다. 바로 일어나야죠! 카시마르 선수는 이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게 아주 많거든요!]

[그렇습니다. 일단 카시마르 선수에게 그라운드로 끌려가면 아이리쉬 선수는  할 수 있는 게 없어요. 탈출 기술이 없으면 그대로 그라운드에 잡혀서 손해를 볼 거거든요. 물론 아이리쉬 선수 누운 상태에서도 스킬을 쓸 수 있겠지만 글쎄요. 제 생각에는 그 보다 빨리 카시마르 선수가 아이리쉬 선수를 제압할 거 같거든요. 반테스 선수와는 경우가 다릅니다. 힘으로는 아이리쉬 선수가 카시마르 선수를 이길 수가 없어요.]

카시마르는 바로 상위 포지션을 점유하려고 했다. 쓰러진 아이리쉬에게 태클 하듯이 달려든 것이었다. 그러자 아이리쉬는 다급하게 카시마르에게 얼음 검을 던졌고 얼음 검은 폭탄처럼 허공에서 폭발했다.

콰앙! 콰지지직!

얼음 검이 터지면서 카시마르의 몸에 얼음이 파고들었다. 파고든 얼음은 카시마르의 몸을 꽝꽝 얼렸다.

[어! 이건 처음 보는 스킬입니다. 아이리쉬 선수는 얼음 검을 저런 식으로 사용한 적 없었는데 말입니다!]

[카시마르 선수는 빙결 상태에 빠진 것 같습니다. 아이리쉬 선수는 이걸로 위기에서 빠져나온 거 같네요.]

[이거 카시마르 선수는 좀 아쉽겠는데요. 완전히 기회가 온 건데 말이죠.]

[이게 이브닝 아이리쉬 선수의 스타일입니다. 상대를 굉장히 피곤하게 만들어요. 그러면서 데미지를 꾸준히 누적시킵니다. 그렇다고 이브닝 아이리쉬 선수의 공격이 약하다는 건 아닙니다. 충분히 데미지를 줍니다. 다만 다른 마법사들처럼 누커 계열이 아닐 뿐이죠. 어떻게 보면 자크르에 가장 특화된 마법사라고 할까요.]

얼음 검의 폭발에 휩쓸린 카시마르는 움직일 수가 없었다. 아이리쉬는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서 거리를 벌렸다. 그리고 빙결 상태가 끝나기를 기다렸다. 빙결 상태가 끝나자 바로  카시마르에게 얼음 화살을 날렸다.

휘휘휭!

이번에는 세 개의 화살.

아이리쉬는 일부러 손을 살짝 흔들면서 화살을 발사했다. 같은 방향으로 화살이 날아가는 걸 방지하기 위해서였다.

카시마르는 이번에 날아오는 화살은 간단하게 쳐낼 수 없음을 알아차렸다. 판단이 서면 과감하게 행동하는 것이 중요한 법.  카시마르는 바로 강철의 권능을 이용해서 왼팔을 감싸고 있는 그로를  둥근 방패로 변형시켰다. 그러면서 앞으로 전진했다.

슈슈슝! 콰앙!

들고 있던 방패를 앞으로 밀어 던지면서 얼음 화살을 막은 카시마르는 그틈을 타서 다시 전진했다.

얼음 화살에 맞은 방패는 그대로 빙결 상태가 되어서 바닥에 떨어졌다. 만약 카시마르가 방패를 붙잡고 있었다면 같이 둔화 상태가되어서 느려졌을 거였다.

[마치 창과 방패의 대결을 보는 것 같습니다. 과연 어느 쪽이 이기게 될까요.]

[경기 무척 재밌습니다. 지금 보시는 분들은 눈을 뗄 수가 없을 거에요. 빠르고 재밌게 전개가 되고 있거든요. 전문가들이 예상했던 양상과는 많이 다릅니다!]

“카운터 작전으로 안 가는 거 같네요. 그래도 대단하지 않아요? 저 상태에서 저렇게 화살을 피하고 쳐내는 게요. 프로들은 원래 저런 게 가능해요?”

경기를 지켜보던 골낳괴가 물었다.

“멈춘 상태에서는 가능하지. 어느 방향으로 올지 알면 쉬우니까. 근데 저렇게 움직이면서 연달아 화살이 날아오면 힘들어. 내가 생각을 잘못한 거 같네. 저놈 예전보다 반응이 더 좋아졌어.”

“현역 때보다 좋아졌다는 말이에요?”

“지금 움직임을 봐서는 그래. 게임이라서 그런가······.”

오정룡의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카시마르는 아이리쉬의 공격을 막아내면서 접근하는데 성공했다.

바로 아이리쉬를 바로 코앞까지 따라 잡는데 성공한 카시마르.

그러나 아이리쉬도 마냥 뒷걸음질만 치고 있었던 게 아니었다.

휭!

카시마르가 공격하는 것을 기다렸다가 아이리쉬는 왼손을 앞으로 내밀었다. 그러자 왼손에서 미세한 얼음 조각들이 쏟아져나와 카시마르의 몸에 박히기 시작했다. 이것도 이전까지의 경기에서는 사용한 적 없는 스킬이었다.

작은 눈보라가 휘몰아치듯 쏟아졌다.

투투투투툭!

카시마르의 몸에서 피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수천 개의 얼음 조각이 박혔기 때문이었다. 출혈은 물론이고 몸 곳곳이 얼어서 둔화 상태에 빠진 카시마르. 그러나 느려진 상태에서도 카시마르는 조금씩 움직였다. 그렇지만 그 속도가 매우 느려서 카시마르와 아이리쉬와의 거리는 다시 벌어졌다.

[아! 카시마르 선수 큰 데미지를 입은 것 같습니다. 엄청난 출혈인데요. 출혈 양이 많다는 건 그만큼 데미지도 깊다는 거 아닙니까?]

[그렇습니다. 실제로 저 스킬이 어떤 데미지를 얼마만큼 주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일단 출혈 데미지는 출혈 양에 의해서 정해지는 거거든요. 지금 카시마르 선수 바닥을 흥건하게 적실 정도로 피를 흘렸습니다. 아이리쉬 선수! 피니쉬를 하려는 걸까요? 다시 손에서 얼음 검을 생성합니다.]

아이리쉬는 거리를 벌린 상태에서 다시 화살을 카시마르에게 사용하려고 왼손을 앞으로 내밀었다. 그런데 무언가 이상했다. 갑자기 몸이 떨리는 느낌이 든 것이었다.

“손?”

아이리쉬는 자신의 목을 부여잡고 있는 손을 확인했다. 카시마르는 아직도 느려진 상태로 아이리쉬를 보고 있었다.

“뭐야? 이게?”

카시마르는 느릿느릿 손을 들었다. 그러자 카시마르의 뒤에 있던 카이로의 꼬리가 허공으로 떠오르더니 빠른 속도로 날아오기 시작했다.

휭!

아이리쉬는 몸부림치면서 날아오는 봉을 바라봤고, 봉이 그의 머리를 강타하기 직전에 풀려날 수 있었다. 잔상이 그 타이밍에 딱 사라진 것이었다. 얼른 고개를 숙여 봉을 피한  아이리쉬.

[어······ 저건 분신 스킬인가요?]

[그런 것 같습니다. 그런데 단순한 환영은 아닌 것 같습니다. 카시마르 선수도 비장의 카드가 있었네요. 아이리쉬 선수 당혹스러운 표정입니다.]

[아이리쉬 선수 다시 화살을 날립니다! 저건 대체 무슨 스킬인가요. 처음 보는데요.]

[분신을 만드는 스킬은 있습니다. 그런데 분신과는 좀 다른 느낌입니다. 분신은 카시마르 선수와 완전히 같은 모습이어야 하는데, 저건 좀 홀로그램 같은 느낌인데요.]

[그렇습니다. 대체 무슨 스킬일까요? 어쨌든 카시마르 선수 위기를 잘 넘겼습니다. 아이리쉬 선수도 큰일날 뻔했죠.]

잔상 스킬을 꺼낸 이상 카시마르에게 망설임은 없었다. 그는 잔상 스킬을 쓰지 않고 아이리쉬를 이겨보려고 했지만 그러기에는 상성이 너무 좋지 않았다. 만약, 카시마르가 바람제어술 같은 기술을 여전히 가지고 있었더라면 상황은 달라졌을지 몰랐다.

상대와의 거리를 좀 더 빠르게 좁히고, 공중에서 방향을 트는 정도만 있어도 카시마르는 아이리쉬를 붙잡을 수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아니었다. 그로를 무기로 변형시키는 기술도 아이리쉬의 마법 앞에서는 큰 도움이 되질못했다.

카시마르의 잔상 스킬은 이전의 기능이 없어진 대신에 게이지가 차면 잔상을 소환할 수 있었다. 그 잔상은 스킬 레벨이 올라가면서 다양한 스킬을 사용할 수 있었다. 카시마르의 잔상이긴 하지만 카시마르가 쓸 수 없는 기술을 사용할 수 있다는 거였다.

그중 하나가 방해 받지 않고 이동할 수 있는 기술. 방금 카시마르는 그 기술을 사용해서 아이리쉬의 뒤를 잡았다.

‘대체 뭐지? 그건? 분신?’

아이리쉬는 카시마르의 스킬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기에 큰 공포를 느꼈다. 그러나 마냥 보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 카시마르에게 계속 데미지를 입혀야 했다. 가만히 내버려두면 상대의 생명력이 다시 차오를 것이기 때문이었다.

카시마르에게 엄청난 출혈을 얻어낸 스킬 조각난 얼음의 폭풍은 한 번 사용하면 하루 동안은 사용할 수 없는 스킬이었다. 그렇기에 아이리쉬에게는 뒤가 없었다. 무조건 지금 잡은 유리함을 끌고 나가야하는 것이었다.

팡!

카시마르는 봉을 다시 들고 아이리쉬를 압박했다. 아이리쉬는 얼음 검으로 봉을 막은 다음 왼손을 내밀었다. 화살을 사용하기 위해서였다. 그때 카시마르의 잔상이 다시 실체화됐다.

퍽!

실체화된 잔상이 아이리쉬의 왼손을 쳐올렸다. 덕분에 화살은 위쪽 허공으로 발사되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카시마르의 공격. 아이리쉬는 다급히 얼음 보호막을 펼쳤다.

콰직!

얼음 보호막에 다시 한 번 막힌 카이로의 꼬리. 카시마르는 주저하지 않고 봉을 버린 다음 보호막을 몸통박치기로 깨트려버렸다. 봉이 얼음 보호막에 금을 만들어 놓았기에 가능한 동작이었다.

차아앙!

얼음 보호막이 깨지면서 아이리쉬의 모습이 드러났다. 당황한 아이리쉬는 재빨리 뒷걸음질 쳤다.

휙! 휙! 휙!

아이리쉬는 검을 작은 모션으로 휘두르면서 상대를 견제했다. 그러나 카시마르는 그 견제를 가볍게 피하면서 접근했다. 그러자 바로 왼손을 드는 아이리쉬. 카시마르는 아이리쉬가 왼손을 내밀자 이번에는 피하는 동작을 취하지 않고 더 앞으로 달려들었다. 화살에 맞아도 상관 없는 사람처럼.

[어! 카시마르 선수! 이번에는 피하는 동작을 취하지 않고 앞으로 달려듭니다.]

탁!

아이리쉬가 화살을 발사하는 타이밍보다 카시마르가 접근해서 손을 뻗는게 조금 더 빨랐다. 아이리쉬의 손목을 잡은 카시마르는 있는 힘껏 아이리쉬를 잡아당겼다. 그와 동시에 아이리쉬의 왼손에서 얼음 화살이 발사되었다.

푸슉!

얼음화살이 카시마르의 복부에 깊게 박혔다. 그와 동시에 카시마르의 동작이 느려졌다. 그러나 카시마르는 상관하지 않았다. 일단 아이리쉬의 팔을 붙잡았기 때문이었다.

푹!

아이리쉬는 카시마르의 힘을 역으로 이용해서 얼음 검으로 목을 노렸다. 그러자 카시마르가 힘을 주어서 다시 한 번 아이리쉬를 흔들었고, 아이리쉬의 얼음 검은 카시마르의 겨드랑이 쪽을 공격하는 데 그쳤다.

[아이리쉬 선수 카시마르 선수에게 붙잡혔습니다. 그렇지만 카시마르 선수도 얼음 화살을 맞았어요. 상황이 어떻게 될까요.]

[이렇게 되면 이거 모릅니다. 카시마르 선수가 결국 고지를 점령한 셈이되거든요. 여기서 아이리쉬 선수가 빠져나올 수 있냐 없냐에 따라 승패가 달라진다고 할 수 있습니다. 카시마르 선수도 정상인 상황은 아니에요. 엄청난 피를 흘리지 않았습니까.]

[일단 아이리쉬 선수 느려진 카시마르 선수를 얼음 검으로 공략하며 끌려가지 않도록 저항하고 있습니다. 마치 줄다리기를 하는 것 같군요.]

[아이리쉬 선수는 마법사 클래스라 힘에 스탯에 투자할 이유가 별로 없거든요. 힘에서는 아마 우위를 점하기 힘들 겁니다. 저건 끌려간다고 봐야합니다. 문제는 끌려간 다음의 대처에요.]

[오늘 준결승 경기부터 어마어마한 명경기가 나오네요. 시작부터 지금까지 눈을 뗄 수가 없습니다! 경기 너무 재밌어요!]

[그렇습니다! 어제 컨신과의 경기도 상당한 접전이었는데 오늘은 그거보다 더 재미난 경기가 펼쳐지고 있습니다. 이쯤되면 아이리쉬 선수는 명경기 제조기라고 해도 무방하겠는데요!]

잠시 힘을 주어서 힘에 저항했던 아이리쉬.

그러나 그는 힘으로는 카시마르의 상대가 되질 않았다. 얼음 화살 때문에 동작이 느려진 카시마르였지만 힘은 약해지지 않았고, 그 말은 아이리쉬를 충분히 다시 한 번 당겨올 수 있다는 의미였다.

치지직!

아이리쉬의 발이 바닥에 끌렸다.

[아! 아이리쉬 선수 다시 한 번 저항을 하지만 끌려갑니다!]

휭! 퍽!

카시마르는 기다렸다는 듯이 아이리쉬를 끌어왔다. 아이리쉬는 얼음 검으로 카시마르의 얼굴을 노렸지만 소용이 없었다. 가볍게 피한 카시마르는 팔꿈치로 아이리쉬의 얼굴을 가격했다.

서로 한 손이 묶인 상태에서의 공방.

아이리쉬는 얼음 검으로 다채로운 공격을 하려했지만 카시마르를 한 대도 맞추지 못했다. 상체 움직임 만으로 죄다 피해버리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카시마르는 펀치나 팔꿈치로 얼굴을 집요하게 공격했다.

이 상황은 클린치 상황과 흡사한 면이 있었다. 카시마르는 자신의 몸을 움직여서 피하기도 했지만, 아이리쉬의 왼손을 컨트롤 하기도 했다. 왼손을 이리저리 움직이면 아이리쉬의 몸도 움직여지기 때문이었다. 덕분에 아이리쉬는 코앞에 있는 카시마르를 제대로 공격 한 번 못해보고 있었다.

반면에 아이리쉬의 얼굴은 금세 피로 물들었다.

퍽!

다시 한 번 들어가는 팔꿈치 공격. 아이리쉬의 코에서 피가 줄줄 흘러내렸다.

[아! 코뼈가 주저앉은 것 같습니다! 아이리쉬 선수의 얼굴이 망가지고 있습니다! 이번 대회에 통틀어서 처음 있는 일 같은데요.]

[확실히 거리를 주지 않으니까 답이 없네요. 카시마르 선수는 지금 아이리쉬 선수의 스킬을 다 맞으면서 두들기고 있어요. 느려져도 붙어만 있으면 카시마르 선수가 이득을 보네요. 참 말이 안 나옵니다.]

[맷집에서 차이가 있을 것 같은데요.]

[직업군이 다르기 때문에 이런 식의 소모전은 아이리쉬 선수에게 바람직하지 못하죠. 이거 힘들 겠는데요!]

카시마르는 끝까지 아이리쉬의 왼손을 놓지 않았다. 아이리쉬는 필사적으로 저항했다. 저항했지만 그 저항은 오래가질 못했다. 3분 정도 지나자 아이리쉬는 술에 취한 사람처럼 비틀거리기 시작했다. 생명력이 바닥나고 있다는 의미였다.

[경기 종료가 다가오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아이리쉬 선수가 우위를 점했다가 한 번으로 게임이 뒤집혔습니다. 카시마르 선수. 아. 악몽이네요. 진짜 집요합니다. 지금 중앙 지점에서부터 300미터 이상 아이리쉬 선수를 추격했어요. 이런 말 해도 될지 모르겠습니다만 징그럽습니다.]

[저렇게 달라붙는 수법에 아이리쉬 선수가 붙잡힐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그렇습니다. 아직 게임이 끝나지는 않았지만 카시마르 선수가 저 팔을 놓아줄 리 없으니까요. 이제 몇 번의 공격이 더 들어가면 아이리쉬 선수의 생명력이 바닥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래도 아이리쉬 선수의 생명력도 생각보다 뛰어난데요. 마법사 클래스치고는 상당합니다. 카시마르 선수의 공격력이 약한 것도 아닐텐데 말이죠.]

카시마르는 차분하게 행동했다. 아이리쉬의 공격을 최대한 맞지 않으려면 무작정 공격해서는 안 된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차분하게 보면서 공격을 넣었다. 그의 공격은 하면 하는대로 아이리쉬의 안면에 적중했다.

아이리쉬의 얼굴은 형태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일그러졌다. 8강전에서 파운딩 세례를

받은 반테스보다 몇 배는 심한 모습이었다.

코뼈와 광대뼈는 주저 앉았고 입술도 흉할 정도로 퉁퉁 부었다. 오른쪽 귀는 반쯤 찢어져서 덜렁이고 있었고, 오른쪽 눈두덩이는 알사탕을 하나 집어넣은 것처럼 부풀어 올라 있었다.

처절한 몰골.

그럼에도 아이리쉬는 움직이고 있었다. 대단한 생명력이 아닐 수 없었다.

휭!

비틀거리던 아이리쉬가 얼음 검을 찔러넣으려다가 말고 방향을 틀었다. 얼음 검이 향한 곳은 바로 그의 왼손이었다.

왼쪽 손목 윗 부분인 전완근이 위치한 부분.

서겅!

아이리쉬는 사정 없이 자신의 왼손을 잘라버렸다. 그러자 그의 팔에서 피가 후두두둑 쏟아졌다.

그걸 본 관중들은 미친 듯이 소리치며 열광했다.

[와! 아이리쉬 선수! 자신의 왼손을 잘랐습니다! 저걸 저렇게 빠져나오네요! 엄청난 결단입니다! 저건 순발력이라고 봐야 할까요. 승부욕이라고 봐야할까요. 명경기에 다시 한 번 명장면을 만들어주고 있습니다.]

[카시마르 선수도 조금 당황한 모습이죠. 근데 지금 아이리쉬 선수 생명력이 거의 바닥난 상태 아닙니까? 저 출혈을 감당할 수 있을까요?]

[쉽지 않아 보이는데요. 카시마르 선수가 달려들 거거든요. 아! 카시마르 선수가 달려들지 않고 지켜봅니다. 아이리쉬 선수를 지켜봅니다.]

아이리쉬는 오른손에 들고 있던 얼음 검을 왼쪽 겨드랑이 사이에 꼈다. 그리고 오른손으로 출혈 부위에다 마법을 걸기 시작했다.

그러자 잘려나간 손목에 서리가 얼면서 출혈이 멈췄다. 그 모습을 본 관중들이 다시 한번 어마어마한 소리를 질렀다.

카시마르와 아이리쉬.

시작부터 지금까지 조금도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치열한 경기를 보여주었다. 그런데 다가 아이리쉬가 대단한 장면까지 연출하니 소리를 지르지 않을 수가 없었다.

아이리쉬는 겨드랑이 사이에 껴놓았던 검을 빼 들었다. 그리고 카시마르를 향해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출혈을 멈추는 동안 기다려준 것에 대한 인사였다.

[보기 좋은 모습이네요. 아이리쉬 선수도 패배를 어느 정도는 예감한 것 같죠?]

[그렇습니다. 그렇지만 끝까지 싸우는 모습이 멋집니다. 이제 이 명경기의 종지부를 찍을 순간이 왔습니다. 아! 이제는 이브닝 아이리쉬 선수가 달려듭니다!]

이브닝 아이리쉬는 얼음 검을 들고 카시마르에게 달려들었다. 카시마르는 차분하게 그 모습을 기다렸다.

휭! 팍!

가볍게 공격을 피한 카시마르는 왼손 잽, 오른손 어퍼 왼손 훅 콤비네이션을 가볍게 집어넣었다. 오른손 어퍼를 제대로 치면 몸이 틀어진 상태가 되기 때문에 왼손 훅이 자연스럽게 나올 수 있는 상태가 된다.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나오는 연속 공격.

왼손 훅에 턱을 제대로 적중당한 이브닝 아이리쉬가 스르륵 무너졌다. 경기는 그것으로 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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