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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주캐로 멱살 캐리-76화 (76/205)

# 76

양아치

“아주 기쁜 일입니다.”

유중악은 담담하게 우승자 인터뷰를 마쳤다. 진행자는 잠시 쉬었다가 상품 관련 이벤트를 진행한다고 말했다. 아무래도 야네크와 소용돌이 휘장 중에 선택할 시간을 주려는 것 같았다. 오늘은 경기 자체가 그다지 많이 없었기 때문에 그리 늦어진 상황이 아니었기에

유중악은 꽤 길게 휴식 시간을 받을 수 있었다.

“어떤 거 선택할 거냐?”

오정룡이 물었다.

“잘 모르겠어. 지금 상황에서는 휘장이 나을 거 같기도 하고.”

“야네크도 나쁘지는 않죠.”

용재가 끼어들었다. 그러자 유중악이 부드럽게 용재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에 동의한다는 의미였다.

“아무튼 우승 축하해요. 형.”

“그래요.”

유중악이 쇼파에 앉자 골낳괴가 유중악에게 다가왔다. 골낳괴는 음흉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형 여기 뭉친 것 같아요. 역시 경기를 오래 하면 이런다니까요.”

“갑자기 왜 이래?”

“네 옆에 있으면 떨어지는 콩고물이 많다는 걸 깨달은 거지. 아오. 간악한 놈들.”

오정룡이 고개를 흔들자 골낳괴 친구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야. 징그러.”

“형. 이런 거는 풀어줘야 해요. 이봐. 아우 딱딱해. 돌이네요.”

“근육이니까 딱딱하지. 멍청이들아.”

오정룡은 맥주를 꺼내 마시면서 소리쳤다.

“웬 맥주?”

“응. 아까 아르케가 사왔어. 가위바위보 해서 짐. 왜? 너도 줘?”

“됐어. 조금 있다가 경기 해야 하잖아.”

“그러니까. 경기 해야지. 근데 그것보다 그게 문제다. 휘장이냐 야네크냐. 둘 다 능력 면에서는 차이가 없는 것 같은데 말이야.”

“그래서 휘장이 좀 더 끌리기도 해. 능력을 얻는다니까. 아이템과 겹치지 않잖아.”

“그렇지만 스킬 때문에 걸리는 거 아냐?”

“그렇지.”

유중악이 망설이는 이유는 하나였다. 교차하는 소용돌이 휘장에서 주어지는 능력이 어떤 형식으로 사용하게 되는 건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정신력을 매개로 해서 액티브 스킬을 사용하는 거라면 유중악에게는 큰 의미가 없었다.

“하긴 형한테는 그게 문제가 되긴 하겠네요. 그럼 물어보면 되는 거 아니에요?”

“응?”

“뭐?”

아르케의 말에 유중악과 오정룡이 동시에 반응했다.

“주최 측에 물어보라고?”

“아뇨. 그런 거 이야기 해주겠어요? 어떤 놈들인데.”

“그러려나?”

“그럼요.”

“그럼 어떻게 알아본다는 거야?”

“알아보는 방법이 있죠. 교차하는 소용돌이 휘장이나 소용돌이 휘장은 능력의 종류는 달라도 매커니즘은 같은 걸로 알고 있거든요.”

“그렇지.”

“아는 사람 중에 소용돌이 휘장 받은 사람 있어요.”

“있다고?”

“네.”

“그거 아직 받은 사람 없다고 하지 않았나?”

“공식적으로는 그렇죠.”

“교차하는 소용돌이 휘장과는 다르게 소용돌이 휘장은 그리 문턱이 높지 않아요. 북제국 특수군 소속이라는 특수한 상황이라는 게 있지만 알다시피 북제국 연합의 특수군은 불꽃 기사보다는 훨씬 문턱이 낮죠.”

“대신에 인원수가 훨씬 많지.”

“그렇죠. 불꽃 기사가 좀 더 소수 정예라고 보면 될 겁니다. 그래 봤자 제국이 보유한 불꽃 기사의 수가 천 명 단위가 넘어가니 결코 적다고는 할 수 없지만요.”

“북제국 특수군은 그보다 훨씬 많은가?”

“북제국은 여러 나라들의 연합이잖아요. 각 나라마다 보유하고 있는 병력이 달라서 많을 수밖에 없어요.”

“체계가 다르니 평균을 내기가 어렵다는 거네.”

“그렇죠. 각 나라마다 할당량도 있는 거고요. 그들은 연합이긴 하지만 제국과의 싸움이 아니면 협력하지 않아요. 일단은 경쟁 상태에 있으니까요. 그래서 소용돌이 휘장도 특수한 능력을 지니기만 하면 수여한다는 이야기도 있어요. 물론, 소용돌이 휘장을 받아서 새로운 능력을 깨우치는 사람도 있지만요.”

“그러면 얼른 물어봐. 그 능력이 어떤 매커니즘으로 발동 되는지.”

“안 그래도 지금 메시지가 왔어요. 소용돌이 휘장으로 받은 능력은 스킬처럼 사용이 가능하다고 하네요.”

“액티브 스킬 말하는 거지?”

“네.”

“그러면 교차하는 소용돌이 휘장도 비슷하겠네.”

“할 수 없이 야네크인가?”

“너무 걱정하지 마. 야네크도 종류가 장난 아니게 많아서 지금 아이템 세팅에 너무 방해 안 되는걸로 받을 수 있을 거야. 장신구나 신발 이런 거 받으면 꽤 괜찮지 않겠어?”

“그랬으면 좋겠는데. 가장 걱정인 건 야네크도 소용돌이 휘장과 비슷한 시스템일까봐 그게 제일 걱정이야. 그러면 아무 의미 없잖아.”

“야네크 급은 아니어도 능력 부여하는 무기는 꽤 있어. 그거는 캐릭터의 상황이랑은 다르게 구동되는 거라 소유하고 있으면 누구나 쓸 수 있다고. 마법이나 소환도 비슷한 거잖아. 원래 스킬과 다르게 마법은 그 클래스의 사람만 쓸 수 있는데 아이템에 부여된 능력이라면 쓸 수 있게 되어 있잖아.”

“그런 형식이면 좀 좋겠는데.”

“근데 불꽃 기사랑 싸움을 먼저 걱정해야 되는 거 아니에요? 제가 보기에는 쉽지 않을 거 같던데요.”

“이기는 게 아니라 인정받는 거잖아. 설마 그렇게까지 양아치 짓을 하겠어?”

“할 수도 있죠.”

오정룡이 손사래를 치면서 말했다.

“그래요. 게임사 놈들을 믿으면 안 됩니다.”

“최선을 다 해봐야지. 근데 걱정이네. 그거 싸우는 거 사람들이 다 보는 거 아냐?”

“다 보겠지. 그러라고 이런 이벤트 만든 건데.”

“왠지 속는 느낌이 들어. 밑천만 다 드러나고 클리어 못하면 엄청 손해인데.”

“그 잔상 스킬 말하는 거지?”“

“어.”

“그거 잔상이 실체화돼서 행동하는 거 말고 다른 것도 있어?”

오정룡의 질문에 유중악은 살짝 웃었다. 그러자 오정룡이 표정을 바꾸더니 유중악에게 달려들었다.

“너 뭐 있구나? 있지? 뭐냐! 빨리 말해라! 여기서는 말 나갈 일도 없으니까 괜찮잖아.”

“그래요. 형! 알려주세요!”

“잔상 스킬이 원래 스킬 만드는 시스템으로 만든 거거든.”

“그건 알아요. 가호로 받은 거라고 하셨잖아요. 스킬 메이커.”

“그걸로 잔상 스킬을 만들었는데. 레벨이 올라가니까 실체화된 잔상과 연계해서 스킬을 쓰는 것도 가능해지더라고.”

“거기다 포인트를 얼마나 투자했길래?”

“많이. 아무튼 엄청 많이 투자했더니 몇 가지 스킬이 생겼어.”

“액티브 스킬처럼 사용 가능하다는 이야기지?”

“어. 스킬 몇 가지가 랜덤으로 나왔는데 되게 독특한 스킬도 있어.”

“얼마나 독특한데?”

“보면 알아.”

“네가 그렇게 이야기할 정도면 엄청 좋은 건가 보네. 좋네. 무슨 스킬인지는 모르지만 조금 있다 구경할 수 있겠는데?”

“제일 좋은 건 구경 안 하고 상품 얻는 거지. 근데 쓰고도 못 이기면 진짜 난감할텐데.”

“너무 걱정마라. 이놈들이 사람들 다 모아놓고 그렇게 양아치 짓 하겠냐. 그렇게 막장으로 이벤트를 만들어놓지는 않았을 거야. 그러니까 너무 걱정하지 말고 잘하고 와.”

“알았어.”

휴식을 취한 카시마르는 다시 무대 위로 올라갔다. 진행자는 카시마르에게 어떤 걸 선택할 거냐고 질문했다.

“야네크를 선택하겠습니다.”

유중악의 결정에 관중석에서 환호와 탄식이 동시에 터져 나왔다. 북제국에 소속된 유저들은 카시마르가 교차하는 소용돌이 휘장을 받기를 원했고, 반대로 제국에 소속된 유저들은 카시마르가 야네크를 받길 원했다. 그러니 환호와 탄식이 같이 터져나올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

“이번 이벤트는 일반적인 자크르와 좀 다릅니다. 카시마르 선수는 불꽃 기사 중 한 명과 대결을 펼치게 되는데요. 이 불꽃 기사는 생명력 게이지를 공개한 상황에서 자크르를 합니다. 그 생명력이 30퍼센트 이상 줄게 되면 그대로 자크르가 종료되며 카시마르 선수가 불꽃 기사의 인정을 받은 것으로 간주합니다. 카시마르 선수 동의합니까?”

“네. 동의합니다.”

30 퍼센트라는 말에 사람들에게서 괜찮은 반응이 나왔다. 불꽃 기사가 아무리 강하다 해도 카시마르가 생명력을 30퍼센트 정도는 깎을 수 있을 거라 보았기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아이템을 골라주시죠. 제국에는 수많은 야네크가 있습니다. 그 아이템에 해당되는 야네크가 이벤트 종료시에 지급됩니다.”

진행자의 말이 끝나자 화면에 다양한 아이템들이 떠올랐다. 아이템은 종류별로 구분이 되어 있었는데 검, 투구, 건틀렛, 목걸이, 갑옷, 신발, 지팡이, 로브, 단검 그 종류가 무척 다양했다.

카시마르는 그중에서 신발을 골랐다. 지금 카시마르의 가장 큰 문제점은 액티브 스킬이 없기 때문에 상대와 거리를 좁히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었다.

이전에는 바람 가면의 힘으로 그걸 어느 정도 극복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그래서 카시마르는 신발을 택했다.

“신발 종류를 선택했습니다. 자크르에서 이기게 되면 신발 종류의 야네크 중에서 하나를 받게 됩니다. 그러면 바로 자크르를 시작하겠습니다. 배정되는 불꽃 기사는 카시마르 선수가 선택한 신발과 관련된 야네크를 지닌 기사 트레캄입니다. 카시마르가 불꽃 기사 트레캄의 인정을 받게 된다면 야네크가 수여되며 그 즉시 불꽃 기사의 칭호를 얻게 됩니다. 불꽃 기사가 되면 그에 따른 수 많은 혜택이 있지요. 그러면 행운을 빕니다.”

진행자의 말이 끝나사 다시 사람들이 웅성거렸다.

“역시 불꽃 기사의 칭호를 주나보다.”

“그러게요. 그럼 교차하는 소용돌이 휘장을 얻으면 ‘얼굴 없는 자나 아니면 잘린 혓바닥 이런 칭호를 얻게 되는 걸까요?”

“아마도 그랬겠지. 어쨌든 둘 다 대단한 거야.”

오정룡과 친구들이 대기실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자크르가 시작되었다.

***

[경기가 시작되겠습니다. 불꽃 기사. 제국의 정점에 있는 기사 아닙니까? 엄청나게 강하다고 하는데요. 그렇지만 실체가 드러난 적이 없어서 과연 30퍼센트의 생명력을 깎는다는 게 쉬운 건지 어려운 건지 알 수가 없습니다.]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상당히 어려울 거 같습니다. 일단 불꽃 기사의 신체 능력은 A랭크 이상이라고 알려져 있고, 거기다가 신물이라고 할 수 있는 야네크까지 들고 있지 않습니까. 그러니 어마어마한 실력이겠죠. 이건 어쩌면 주최 측에서 불꽃 기사나 교차하는 소용돌이 휘장 관련된 컨텐츠를 홍보하기 위한 수단일 수도 있습니다.]

[그래야 유저들이 그쪽 컨텐츠를 많이 도전할테니까요?]

[그렇습니다.]

[경기 시작되었습니다. 맵은 갈대숲이네요. 생각보다 평범한 모습의 불꽃 기사입니다. 그런데 검을 들고 있지 않네요. 평범한 갑옷을 입었는데 신발만큼은 좀 다른 모습입니다. 저게 야네크인 것 같죠?]

[그런 것 같습니다. 야네크는 새로 만들어지는 경우도 있지만 기존에 있던 야네크를 부여 받는 경우도 있습니다. 야네크는 대물림이 가능하기 때문에 한 번 불꽃 기사를 배출한 가문은 계속 야네크를 소유하게 됩니다. 그래서 몇몇 야네크는 가문을 상징하기도 합니다.]

[과연 트레캄이라는 불꽃 기사는 어떤 실력을 보여주게 될지요.]

[불꽃 기사의 강함도 문제가 되지만 상성도 무시하지 못합니다. 야네크의 능력은 정말 다양하거든요. 소환수를 소환하는 야네크도 있고 힘을 증폭시켜주는 야네크도 있습니다. 카시마르 선수가 공략하기 쉬운 야네크를 들고 있는 불꽃 기사라면 의외로 쉽게 이벤트가 끝나게 될 수도 있습니다.]

[그 반대로 처참한 결과가 나올 수도 있겠네요.]

[그렇습니다. 이제 곧 불꽃 기사의 실체에 대해서 알아볼 수 있겠군요.]

트레캄은 천천히 갈대숲 중앙으로 걸어나왔다. 카시마르도 마찬가지였다. 카시마르는 몇 발자국 걷다가 트레캄을 향해서 암기를 날렸다. 그러자 트레캄이 움직였다. 카시마르와 트레캄의 거리는 50미터 이상 떨어진 상황.

파앙!

트레캄의 발끝에서 폭발이 일어났다. 어마어마한 속도로 카시마르에게 접근한 트레캄. 설마 그 거리를 이렇게 빠른 시간에 좁힐 줄은 몰랐던 카시마르였기에 반응이 조금 늦었다.

쾅!

트레캄의 니킥이 카시마르의 얼굴을 노렸다. 그와 동시에 관중석에서 터지는 탄성.

카시마르의 몸이 그대로 밀려나더니 1미터 넘게 나가떨어졌다.

어마어마한 파괴력이었다. 가드를 하지 않았다면 둔기로 얼굴을 맞은 듯한 충격을 받았을지도 모르는 상황.

카시마르는 허공에서 한 바퀴 돌아서 쓰러지지 않고 착지했다. 카시마르가 착지하는 순간 이미 트레캄은 코앞에 와 있었다. 바로 하이킥으로 카시마르를 노리는 트레캄.

콰앙!

카시마르는 트레캄의 발차기를 양손으로 가드했다. 그러자 다시 옆으로 밀려나는 카시마르.

“설마 했는데······.”

“양아치 맞네.”

대기실에서 경기를 지켜보던 오정룡이 말했다. 다른 사람들도 눈이 휘둥그레진 채 경기를 바라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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