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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주캐로 멱살 캐리-79화 (79/205)

# 79

불꽃 기사

“선생니니이임! 보고 싶었습니다요.”

게임에 접속하자마 강숭이가 카시마르를 반겼다. 대회 도중에도 틈틈이 접속했던 카시마르였지만 이전보다 오래 코즈믹 게이트에 접속한 건 아니었다. 그 때문인지 강숭이는 카시마르를 격하게 반기고 있었다.

“내가 보고 싶었던 게 아니라 배가 고팠던 거 아냐?”

카시마르가 작은 보석 하나를 품속에서 꺼내서 강숭이에게 주었다. 강숭이는 그 보석을 반짝반짝한 눈빛으로 받았다. 강숭이는 꼬리를 강아지처럼 마구 흔들고 있어서 꼬리만 보면 개인지 원숭이인지 분간이 되지 않을 정도였다.

“아닙니다요! 저는 선생님이 보고 싶었습니다요!”

“말이라도 기분 좋네. 하나 더 줄테니 저쪽가서 먹고 와라.”

“넵! 알겠습니다요!”

강숭이는 보석 두 개를 들고 웃으면서 한 쪽 구석으로 가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핏불킹이 신기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보면 볼수록 신기한 원숭이 새끼네.”

“형 괜히 숭이 앞에서 그런 이야기 꺼냈다가 본전도 못 찾지 말고. 근데 여기 왜 온 거야? 형 사냥 안 가?”

“야. 이번에 숭배자들 업데이트 되었잖냐.”

“그래서?”

“너 저번에 뭐 기억나는 거 있다면서.”

“기억 안 나.”

“거짓말 할래? 낳괴 애들도 여기로 오기로 했어.”

“나 진짜 아무 것도 모른다니까.”

“같이 정보 공유 좀 하고 살자.”

“하여간 눈치는 더럽게 빨라 가지고. 내 투기장 대기실이 무슨 아지트야. 다 여기로 와서 놀아.”

“요새 코즈믹 게이트에서도 집값이 상승해서 난리다. 난리. 너는 그래도 투기장 명성이 높으니까 대기실 넓고 쓸만 하잖냐.”

“이것도 자크르 꾸준히 안 해주면 빼줘야 돼. 그마나 연승 중이니까 이렇게 유지되는 거지.”

“근데 너 진짜 제대로 압박 넣을 생각 없냐?”

“됐어. 야네크를 지급 안 하는 것도 아니고 하겠다잖아. 그리고 공지도 올라왔던데 앞으로 이벤트 난이도 조정을 더 잘하겠다고.”

“너도 참 속도 좋다. 나 같았으면 진짜 다 뒤집어 버렸을 텐데.”

“주식 조금 가지고 있다고 그러면 되겠어. 그래도 게임사들 중에 그나마 양심적으로 운영한다고 하잖아. 과금 정책도 깔끔한 편이고.”

“어느 정도는 맞는 말인데. 솔직히 말하자. 네가 가지고 있는 주식이 조금은 아니지.”

“아무튼 야네크 준다니까 됐어.”

“그래. 야네크 이야기 나와서 말인데. 언제 준다냐?”

“접속 하면 준다고 하던데?”

핏불킹과 카시마르가 대화하는 사이에 투기장 관리인이 대기실로 찾아왔다. 투기장 대기실은 명성 등급에 따라 다르게 제공되는 곳이었다. 카시마르는 투기장 명성이 지나칠 정도로 높았기에 꽤 넓은 곳을 배정 받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카시마르님. 월드 자크르 챔피언쉽에서 우승하신 걸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네. 감사합니다.”

“바로 불꽃 기사 작위 수여식이 있을 예정인데요. 지금 시간 괜찮으십니까?”

“어디서 합니까?”

“투기장에 이동 장소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포말하우트로 이동할 겁니다.”

“포말하우트요?”

“아품 자의 신전이지요. 그곳에서 야네크도 같이 수여될 예정입니다.”

“좋네요.”

관리자가 손바닥을 튕기자 카시마르와 핏불킹이 바로 다른 장소로 소환되었다. 포말하우트는 절벽 위에 세워진 신전이었다. 어떻게 이런 곳에 신전이 있는지 신기할 정도로 높은 곳에 있었다. 주변에 제대로된 길은 보이지 않았기에 카시마르와 핏불킹은 한참을 밖을 둘러 보았다.

투기장 관리자는 포말하우트의 사제에게 카시마르와 핏불킹을 인계했다.

“불꽃 기사가 되실 분은 어느 분이십니까?”

“접니다.”

카시마르가 손을 들었다.

“따라오시죠.”

“뒤에 사람은 여기 있어야 합니까?”

“같이 오셔도 됩니다. 길을 찾으시나보죠?”

“아. 신기해서요.”

“여기는 걸어서는 올 수 없는 곳입니다. 마법진을 이용하거나 비행 수단을 이용해야하죠.”

“아. 그래서 길이 없었군요?”

“그렇습니다.

카시마르와 핏불킹은 사제가 안내한 곳으로 움직였다. 둘은 그곳에서 30분 넘게 지루한 이야기를 들어야 했다.

카시마르와 핏불킹은 아품 자의 동상 앞에 서서 이해하지도 못할 의식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의 주위에는 수많은 기사들과 사제들이 포진되어 있었다. 당연히 카시마르와 핏불킹은 다 처음 보는 사람들이었다.

[말 더럽게 많네. 원래 불꽃 기사라는 게 이런 절차를 거쳐야 하는 거냐?]

조용히 의식을 지켜보던 핏불킹이 메시지를 보냈다.

[몰라. 야네크 준다는 데 이 정도는 감수해야지.]

[무슨 능력의 야네크를 주려나. 뭐 생각해둔 거라도 있어?]

[이전에 야네크를 써봤어야 알지.]

[이봐라. 이봐. 이렇게 정보에 어두워서 어떻게 이 험난한 제국을 헤쳐나가겠는가.]

[무슨 정보? 야네크에 대해서 아는 거 있어?]

[형이 어디 회원이냐.]

[어디 회원인데?]

[코마 회원이잖냐?]

[코마? 그 정보를 제공해야 가입할 수 있다는 정보 공유 사이트?]

[그래 회원수는 적지만 정말 알짜배기 정보들로 가득찬 곳이지. 형이 거기에 가지고 있던 정보 좀 풀고 야네크에 대해서 좀 알아봤다.]

[형이?]

[왜?]

[형이 가지고 있던 정보를 풀었다는 대목에서 이미 신뢰가 안 가.]

[야! 진짜야!]

[아무튼 신뢰는 안 가지만 들어는 줄게.]

[됐어. 나도 말 안 해준다. 너한테 뭐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서까지 정보를 주냐.]

[삐졌어?]

[됐거든요?]

[그럼 나도 야네크 받은 다음에 무슨 능력인지 말 안 해줘도 되는 거지?]

[야!]

[그니까 말해봐. 야네크에 대해서 뭐 알아오긴 한 거야?]

[일단 야네크는 네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종류가 많다. 능력도 다양해. 그중에서 몇 가지를 분류하자면 어떤 힘을 다루는 능력을 주는 야네크가 있고, 소환수를 소환하는 형태의 야네크가 있어.]

[힘이라는 건 트레캄이 쓴 것처럼 폭발을 다루거나 하는 능력?]

[어. 원소 다루는 능력이 있는 야네크도 있고 특이한 것도 많지. 어떤 야네크는 마법을 쓸 수 있게도 해준다더라.]

[마법?]

[어. 불꽃 지팡이인지 로브인지 뭐시기라던데. 그거 되게 유명한 야네크라고 하더라고.]

[그거는 좀 별로인데? 유저들이 마법 쓸 수 있는 방법은 야네크 말고도 많잖아.]

[야. 야네크가 그냥 단순히 마법만 쓸 수 있게 해주겠냐?]

[아. 그러면 위력이 엄청 강한 마법이 나가는 건가?]

[듣기로는 그 야네크로 쓰는 마법은 주문을 외우지 않아도 된다고 하더라고. 거기에다가 쓸 수 있는 마법 속성에 제한도 없다는 것 같아. 그러니까 주문을 알기만 하면 쿨타임 뭐 이런 거 없이 막 마법을 써재끼는 거지.]

[진짜? 그게 가능해?]

[저번에 트레캄인가 하는 놈이 야네크 쓰는 거 못 봤냐? 막 쓰잖아. 진짜 막. 저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막 쓰지 않았냐.]

[그러긴 하네.]

카시마르와 핏불킹은 근엄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 둘은 불꽃 기사의 의식을 나름 진중하게 치르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면 그 야네크는 진짜 좋은 거네.]

[그렇지. 근데 야네크는 일단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서 그 능력이 달라진다니까. 너도 받아서 연구를 하면 좋아지겠지. 이상한 거만 아니면.]

[이상한 거?]

[야네크 중에는 뭐더라 디스펠 해주는 야네크도 있었고.]

[디스펠이라 마법을 무효화 시킨다는 거지?]

[그렇지.]

[그것도 나쁘지는 않은데?]

[나쁘지는 않은데. 딱히 좋은 것도 아니지. 불꽃 기사들 사이에서는 별로 평판이 좋지 않다고 하더라고.]

[마법사들한테는 아주 좋은 거 아냐?]

[그렇지만 불꽃 기사들 끼리 붙는 거면 엄청 안 좋지. 불꽃 기사 끼리 싸우면 한 쪽은 야네크 들고, 한 쪽은 야네크 안 들고 싸우는 거랑 마찬가지 잖아.]

[그게 그렇게 되나? 하긴 야네크의 능력은 마법으로 분류되는 게 아니니까 불리하긴 하겠네.]

[그렇지. 아무튼 제일 무난한 건 원소 다루는 능력이라고 하더라고. 그게 제일 다루기도 쉽고 좋다네. 활용도도 높고.]

[그럴 건 같긴 해.]

[뭐가 나올지 진짜 궁금하다.]

[나도 궁금한데 저 이야기가 언제 끝날지 도무지 모르겠다.]

[기다려야지 뭐. 템 준다는데 별 수 있냐?]

30분을 더 의식을 치른 뒤에 카시마르는 정식으로 불꽃 기사가 될 수 있었다 코즈믹 게이트의 유저로서는 최초의 불꽃 기사라 할 수 있었다.

[불꽃 기사가 되었습니다. 제국과 관련된 다양한 컨텐츠가 해제됩니다.]

“이제 야네크를 수여하겠습니다.”

카시마르에게 야네크를 수여한 자는 포말하우트를 관리하는 사제였다. 카시마르는 지금 입고 있는 갑옷과 어울리는 신발을 받았다. 외관으로는 야네크라는 게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평범한 물건이었다.

[야네크. 피라크를 획득하였습니다. 정신력 수치가 개방됩니다.]

“불꽃 기사가 된 걸 축하하네. 난 교단의 추기경 칼란이라 하네.”

카시마르에게 다가온 사내는 수염을 길게 늘어뜨린 노인이었다. 그 뒤에 호위 기사들이 많이 붙어 있었기에 그가 꽤 중요한 인물이라는 걸 단번에 알 수 있었다. 제국에서 교단이란 크투그하를 믿는 사람들을 의미했다.

크투그하.

크투가라는 이름과 더불어 수많은 이름으로 알려진 이 존재는 살아 있는 불꽃이라는 말로도 많이 불렸다. 제국은 오래전부터 이 크투가를 숭배해왔다.

“아. 예.”

“여행자에게 야네크를 수여하는 것에는 아직도 말이 많네. 그렇지만 제국의 이름으로 한 약속이기 때문에 어쩔 수가 없었지. 통상적으로 불꽃 기사가 되려면 굉장한 수행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건 알고 있겠지?”

“아까 들었습니다.”

“그대는 그 과정을 건너뛴 셈이니 약간의 유예기간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위에서 있었네.”

“유예기간이요? 문제 생기면 야네크를 다시 가져가고 그러나요?”

뒤에서 이야기를 듣던 핏불킹이 말했다. 그러자 카시마르가 핏불킹을 보며 살짝 주의를 주었다.

“여행자라 그런지 성격이 급하군. 한 번 수여된 야네크는 그 누구도 가져갈 수 없네. 그 불꽃 기사가 죽지 않는 이상. 죽음. 그건 오직 신만이 다룰 수 있는 영역이니까.”

“그러면 유예기간이 무얼 의미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카시마르가 차분하게 물었다.

“정말 몰라서 이러는 건가? 한 가지 밖에 더 있나? 자네가 받을 영지 말일세.”

“영지요?”

영지라는 말에 카시마르와 핏불킹이 서로의 얼굴을 바라봤다. 이제까지 불꽃 기사에 대한 정보는 베일에 싸여 있다고 해도 무방했다. 불꽃 기사는 제국의 정점에 오른 기사를 의미한다는 것만 알려져 있을 뿐, 어떻게 해야 불꽃 기사가 될 수 있는지 불꽃 기사가 정확히 무슨 일을 어떻게 하는지에 대해서는 알려져 있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자네는 세습된 경우가 아니니 당연히 영지가 주어져야겠지. 근데 이 부분에서 문제가 있네. 지금 제국의 영지는 대부분 주인이 있어. 알다시피 아무리 중앙이라고 해도 함부로 영지를 빼앗을 수는 없단 말일세. 그러니 문제가 생기는 것이지.”

“그러면 그전 불꽃 기사에게는 어떻게 수여했습니까?”

“근래에 새로운 불꽃 기사가 탄생한 적이 없어서 말이야.”

“불꽃 기사가 엄청 많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들은 대부분 가문에 속한 불꽃 기사들이지.”

“세습으로 불꽃 기사가 된 자들이 대부분이라는 말씀이군요.”

“가문의 일까지 우리가 관여할 수는 없는 일이니까.”

“그러면 불꽃 기사가 제국을 위해 해야 하는 일은 무엇입니까?”

카시마르가 진중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러자 칼란이 바로 대답했다.

“직설적으로 말하자면 불꽃 기사는 제국을 위해 일하지 않네. 소속된 가문을 위해서 일하지. 물론, 가문에 소속되지 않고 사는 불꽃 기사들이 몇몇 존재하긴 하지만 그들은 어디까지나 특수한 경우라서 말이야. 대부분 가문에 속해 있지. 혹시 소속되고 싶은 가문이라도 있나? 아니면 제의를 받은 곳이라도? 그러면 일이 좀 쉬워지는데 말이야.”

“없습니다.”

“아쉽군. 그러면 일이 좀 쉬워지는데.”

“그 가문에 소속되면 그쪽에서 영지를 문제를 해결 해주는 겁니까?”

“그렇지.”

“가문에 소속되지 않으면요?”

“황실에서 영지를 하사하겠지. 그런데 이 경우 아까 말했던 것과 같은 문제가 발생하네.”

“유예기간이요?”

“유예기간이라고 해봤자 별 거 없네. 영지를 마련할 시간을 좀 달라는 걸세. 그 사이에 자네를 반대하는 황족들과 귀족들을 설득할 명분도 주고 말이야.”

“시간은 충분히 드리겠습니다. 당장 영지가 필요하지는 않으니까요.”

“그렇다면 이야기가 쉽겠군. 그러면 영지가 준비되는 사이에 불꽃의 시련을 수행하고 오면 되겠군.”

“불꽃의 시련이라는 건 또 뭔가요?”

“말 그대로 불꽃의 시련이지. 불꽃 기사가 된 다음에 최초로 수행해야 하는 시련.”

[불꽃의 시련 퀘스트가 추가 되었습니다.]

이야기가 끝도 없이 쏟아져나왔다. 야네크를 받는 것은 쉬웠지만 불꽃 기사가 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았다. 또 짊어져야할 무게도 장난이 아니었다. 카시마르는 당장이라도 불꽃 기사를 하지 않겠다고 하고 싶었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그가 받은 야네크는 정말 좋은 물건이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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