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1
다크 영을 찾아라!
“그래도 슈브는 그나마 괜찮습니다요.”
강숭이는 쪼그려 앉은 채로 이야기를 늘어놓기 시작했다. 그러자 카시마르와 핏불킹도 비밀 이야기를 하듯이 쪼그려 앉았다. 셋은 옹기종기 앉아서 이야기를 나눴다.
“뭐가 괜찮아? 슈브가?”
“신들 중에는 자기를 숭배해도 관심 조금도 없는 신도 있거든요. 광신도들이 신을 막 숭배해서 막 부르지 않습니까? 그러면 귀찮다고 싸그리 없애버리는 신도 있습니다요.”
“뭐 그런 막장이 다 있어?”
“원래 그런 정도 되는 양반들 입장에서는 다 그런 겁니다요. 아무튼 슈브는 그들 중에서는 그나마 착한··· 착하다고 하니까 조금 그렇습니다요. 뭐랄까··· 숭배자들을 챙기는?”
“뭐, 기도에 응답이라도 한다던?”
핏불킹이 강숭이를 보며 말했다. 그러자 강숭이가 화색을 하면서 핏불킹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어! 그래! 응답! 선생님! 이 양반 참 똑똑합니다요.”
“야. 이놈 이거 어떻게 안 되냐?”
핏불킹이 짜증냈다.
“따지고 보면 강숭이가 형보다 훠어어얼씬 나이가 많아요. 근데 어떻게 내가 뭐라고 하겠어.”
“그러면 너는?”
“나는 논외지. 안 그러냐. 강숭아?”
“그렇습니다요! 저는 달로스님을 제외하고 선생님을 세상에서 가장 존경하고 사랑합니다요!”
카시마르가 말하자 강숭이는 즉각 교태를 부리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본 핏불킹이 인상을 찌푸렸다.
“와. 애를 얼마나 두들겨 팼으면 이리 되냐. 무슨 반죽이라도 만들었다가 복구 시켜줬냐.”
“그럴 리가. 강숭아. 내가 너 많이 두들겨 팼니?”
카시마르가 웃으면서 강숭이를 바라보며 물었다.
“저얼대아닙니다요. 선생님이 그러실리가 있겠습니까요.”
“그냥 앞으로 착하게 살겠다는 각서 하나 쓴 거 뿐이야.”
“그렇습니다요. 전 선생님을 마음에서 존경하고 있습니다요.”
“마음이고 마인드고 간에 그래서 응답 이야기 했잖아. 그 다음 이야기 좀 해봐. 이거 이야기 잘 하면 내가 가지고 있는 보석 준다.”
핏불킹의 말에 강숭이의 귀가 쫑긋 움직였다.
“보석 준다고?”
“고?”
“준다는 거요?”
“응.”
“선생님. 받아도 되는 겁니까?”
“받는 것까지 내가 어떻게 할 수 있어?”
“그러면 나 요새 그게 땡겼소.”
“뭐?”
“금.”
“금?”
“금. 골드 모르쇼?”
“골드 알지. 금.”
“그래요 십팔케이 이런 거 말고 오리지널 금.”
“오케이. 금 구해다 줄 테니까. 좀 상세하게 설명 해봐.”
“슈브는 인간에게 관심이 있는 신들 중에서도 응답을 잘 해주는 신입니다요. 응답이 뭔 줄 아시죠? 그냥 기도 한다고 오냐 하는 그런 응답이 아니라 힘도 내려주고, 아이템도 주고 그런 응답 말하는 겁니다.”
“슈브가 그런 걸 준단 말이지?”
“그렇습니다요. 자! 제가 아까 뭐라고 했습니까요?”
“뭐라고?”
“슈브 급 되는 정도 신이면 엄청 세다고 하지 않았습니까요.”
“그랬지.”
“그러니 그 양반이 한 번 응답하면 어떻겠습니까요. 어제까지만 해도 별 볼일 없는 사제였던 놈이 응답 한 번에 주변을 다 썰고 다니고 그런단 말입니다요. 선생님. 선생님 버프 받아보셨지 않습니까요.”
“버프? 그 팔계?”
“네. 그렇습니다요. 사제를 통해서 받은 버프가 그 정도 위력입니다요. 달로스님 보다는 약하지만 염소 아줌마도 비슷한 급의 신이란 말입니다요. 근데 이 양반은 다이렉트로 응답을 해줍니다요. 그럼 어떻겠습니까요.”
“무시무시한 응답을 해주겠네.”
“바로 그겁니다요.”
“아이템으로 비교하자면 어느 정도일까? 야네크 정도 되려나?”
“그거보다 당연히 좋은 아이템입니다요.”
“야네크보다 더? 크투가가 조금 급이 낮은 신인가?”
카시마르가 물었다.
“선생님.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면 다 비슷한 급의 신입니다요. 그 신이 좋은 템을 줄 때도 있고 좀 약한 템을 줄 때도 있는 거 아니겠습니까요?”
“크투가가 슈브보다 약하다는 건 아니라는 소리네?”
“주둥이로 백날 떠들어봤자 당사자끼리 싸우지 않는 이상 어떻게 알겠습니까요.”
“신들끼리 싸우고 그러지는 않는가 봐?”
“왜요. 신들도 열 받으면 머리채 잡고 싸웁니다요. 아니다 싸웠습니다요.”
“과거형이네?”
“예. 제가 이 양반들을 신이라고 부르기 전에 뭐라고 불렀습니까요?”
“우주적 존재?”
“그렇습니다요. 우주적 존재. 우주적 존재의 뜻이 뭐겠습니까요.”
“그 우주에서 최고로 높은 신?”
“아닙니다요. 하나의 거대한 우주, 그 자체를 의미합니다요.”
“가늠이 안 될 정도로 세다는 거구나?”
"아니지 전지전능에 가깝다는 이야기지."
“둘 다 맞습니다요. 그런데 그런 신들이 머리채 잡고 싸운다고 생각 해보십시오? 주변이 어떻게 되겠습니까요?”
“난리 나겠지.”
“난리 정도가 아니라 우주 몇 군데 초토화가 됩니다요. 그 유명한 싸움이 있잖습니까요. 노랭이랑 물고기의 형제 싸움.”
“노랭이랑 물고기라고 하면 우리가 아냐? 좀 상세하게 이야기 해봐.”
“이러면 이야기가 너무 길어지는데 말입니다요. 뭐, 언제 이런 이야기 하겠습니까요. 해드리죠. 그니까 노랭이는 하스터라는 신인데 말입니다요. 이놈이 요그 소토스라는 우주적 존재 중에서도 끗발이 높은 존재입니다요. 하스터는 그의 아들입니다요. 그리고 크툴루는 이놈의 배다른 형제이지요. 그래서 둘이 엄청나게 사이가 안 좋습니다요.”
“직계와 사생아의 관계라는 거야?”
“그렇습니다요. 하스터가 직계고 크툴루가 사생아 격입니다요. 이에 대해서 몇 가지 풍문이 있는데 말입니다요. 그것까지 설명하려면 너무 이야기가 복잡해지니 줄이겠습니다요. 여튼 이 둘이 싸움을 해서 행성 몇 개를 말아 먹었습니다요.”
“누가 이겼는데?”
“그냥 싸움이 끝났다고만 알았는데 듣기로는 하스터가 이겼다고 합니다요. 그래서 크툴루가 두들겨 맞고 르뤼에에 잠들어 있다는 게 통설입니다요. 둘이 엄청나게 싸웠습니다요. 진짜 오래전 일입니다요. 아무튼 둘이 싸우다가 다른 신들도 거기 합세하고 해서 싸움이 진짜 크게 벌어진 적도 있고 말입니다요. 아무튼 이런 싸움 덕분에 우주가 남아나질 않으니까 룰이 생겼습니다요. 직접 싸우지 말라는 룰 말입니다요.”
“그래서 여러 방법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거야?”
“그렇습니다요.”
“그러면 슈브가 이 땅에 내려온 목적은 뭔데?”
“그야 뭐 여기를 자기 색으로 물들이고 싶어서겠죠. 그 아줌마 욕심 많거든요.”
“여기는 크투가랑 북제국은 니알라인가 느알라인가 하는 놈 땅 아냐?”
“그들 사정을 제가 어떻게 알겠습니까요. 게이트의 계시면 확정된 거나 다름없으니 들어오겠죠.”
“내려오면 세겠지?”
“전폭적인 지원을 받을테니 세겠지요. 특히 슈브 쪽은 전파력이 강합니다요. 거의 전염병 수준이지요.”
“전염병?”
“엄청나게 빨리 퍼집니다요.”
“그럼 어떻게 해? 약점 같은 거 없어? 막는 방법이나?”
“그런 게 있을 리가 있겠습니까요.”
“그러면 뭐야 여기가 슈브의 세상이 된다는 거 아냐? 그럼 뭐 다 죽는 거야?”
“죽긴 왜 죽습니까요?”
“엄청 빨리 퍼진다며.”
“네.”
“그러면 안 믿는 사람들은 다 죽는 거 아니야?”
“무슨 논리가 그렇습니까요? 이참에 개종하면 되지 않겠습니까요? 제가 그러지 않았습니까요. 슈브는 자기 편은 잘 챙깁니다요. 미리미리 개종하세요. 그러면 혜택도 많이 받습니다요.”
“그게 뭐야······. 뭐 크게 변하는 거 없어?”
“여기 사람들 입장에서는 크투가나 니알레토텝이나 슈브나 거기서 거기입니다요. 죄다 한 성질 하는 양반들이라 뭐 다를 게 있겠습니까요? 물론, 강제 개종 수준이니 반발은 있겠습니다만 반발 안 하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면 크게 문제될 것도 없습니다요.”
“아니. 그걸 다른 신들은 그냥 가만히 보고 있냐는 말이야.”
“니알라토텝은 뭔가 조치를 취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크투가는 잘 모르겠습니다요.”
“여기서 제일 영향력 있는 신은 크투가야. 북제국도 크긴 하지만 어쨌든 크투가가 제일 유명하잖아. 설마 크투가가 응답 잘 안 해주는 그런 신인거야?”
“크투가도 응답 잘 해줍니다요. 그렇지만 지금 크투가는 잠을 자고 있을 겁니다요.”
“잔다고?”
“네. 우주적 존재들은 자면 응답 잘 안 해줍니다요.”
“언제 일어나는데?”
“몇 천 년은 그냥 잘 건데 말입니다요. 아마 여기도 크투가가 자고 있을 때 응답을 받은 지역이 아닌 것 같습니다요. 야네크 보십시오. 야네크가 크투가가 내려준 무기입니까요? 아닙니다요. 야네크는 아품 자의 무기입니다요. 아품 자는 크투가의 망나니 아들인데. 자기 아버지 믿고 몇 가지 사건을 저질렀습니다요. 그러다가 다른 엘더 그니까 다른 우주적 존재들한테 두들겨 맞고 자숙 중입니다요.”
“그래서 야네크가 슈브가 주는 아이템보다는 급이 낮다고 했구나.”
“바로 그겁니다요. 아품 자도 한 가닥 하는 놈이긴 하지만 아직 어리거든요. 거기다 허약합니다요. 그래서 오죽하면 별명도 ‘아프면 자 , 아픈 자’ 이겠습니까요.”
“뭔가 되게 복잡하네.”
“우주적 존재들이 엄청 오래되지 않았습니까요. 그니까 사건 사고가 얼마나 많았겠습니까요. 그거 다 이해라려면 며칠 밤을 새도 어렵습니다요. 제가 설명 드린 건 아주 일부만 설명드린 겁니다요.”
“야. 그러면 우리는 제단 생기기 전에 얼른 거기 가입할까?”
“형. 나 방금 불꽃기사 됐어. 불꽃 기사가 거기 가입하면 뭐 써준데?”
“네가 불꽃 기사가 되었다고 신앙심이 생기는 건 아니잖아. 뭔 상관이야. 이참에 우리도 신앙을 가지자!”
“상관 있습니다요. 야네크 같은 물건 들고 있으면 1순위 숙청 대상입니다요.”
“거봐.”
“그럼 어쩌자고. 겁나 세다고 하잖아. 거기 빨리 가입해야지 좋은 아이템 얻는 거 아냐?”
“빨리 가입해봤자 평신도 정도입니다요. 슈브가 직접 내려준 힘이나 아이템을 사용하려면 다크 영 정도는 되어야 합니다요.”
“다크 영?”
“슈브 니구라스의 어린 양이라고 부르는데. 슈브 니구라스의 자식이 된 자를 말합니다요.아!”
이야기를 하던 강숭이가 갑자기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러자 핏불킹과 카시마르가 얼른 가까이 붙었다.
“방법이 생각 났습니다요!”
“뭔데?”
“원래 슈브가 세계에 제단을 세워서 침범할 정도면 다크 영을 보냅니다요. 초기에 이 다크 영에게 힘을 잔뜩 실어줘서 다크 영이 세력을 확장하는 겁니다요. 땅 넓이로 보면 아마 북제국에 한 명, 제국에 한 명 보냈을 겁니다요.”
“그 다크 영을 찾아서 죽이면 된다 이거지?”
“그렇습니다요. 초기에는 힘이 약하니까. 약할 때 잡아서 족쳐야 합니다요.”
“그 다크 영을 어디가서 찾냐가 문제네.”
“표식이 있습니다요.”
“표식?”
“다크 영이 땅에 내려와서 가장 먼저 하는 일은 공물을 바치는 겁니다요. 그래야 어머니인 슈브와 응답이 확실해지면서 더 많은 힘을 받을 수 있으니까요. 제단을 세우는 것도 그 이치입니다요. 원래 제단이 세워지기 전에 수많은 공물을 바칩니다요.”
“공물이라고 하면?”
“제일 좋은 공물은 사람입니다요. 썰고 자르고 해서 걸어놓고 그러는 겁니다요. 아마 제국에 그런 일들이 발생한 곳이 있을 겁니다요.”
“제국 엄청 넓은데. 그걸 어디가서 찾나. 일단 정보는 구해봐야겠네.”
“선생님. 다크 영 정도 되면 스케일이 엄청 큽니다요. 사람 한 둘 죽이고 그 정도 아닙니다요. 마을 하나 정도는 싸그리 죽이고 시작합니다요.”
“그러면 학살 뭐 이런 거 일어난 마을을 찾아보면 되는 거겠네?”
“그렇습니다요. 최대한 빨리 찾는게 중요합니다요. 제단이 세워지기 전에 찾아야 쉽게 죽일 수 있습니다요.”
“근데 강숭아.”
“네. 선생님!”
“예전에 우리 슈브 어쩌구 하는 말 듣지 않았냐?”
“그 예전에 선생님이 램파드의 아들 하렘이라는 놈 두들겨 패셨지 않습니까요.”
“그 비양심적인 정보 상인?”
“맞습니다요.”
“그놈은 원래 믿던 놈이니까 다크 영에 대해서 좀 알지 않을까?”
“어쩌면 그놈이나 그놈 아버지가 다크 영일 수도 있습니다요.”
“뭐?”
“원래 다크 영은 그 땅에 있는 자들 중에 간택 되는 게 일반적입니다요. 슈브 니구라스의 친 자식들. 그러니까 진짜 지위가 높은 다크 영들은 소환하려면 절차가 복잡하고 어렵습니다요. 그러니까 다크 영을 한 명 정해서 그놈 중심으로 힘을 키우는 게 훨씬 간편하지 않겠습니까요.”
강숭이의 설명을 들은 카시마르가 품속에서 열쇠를 꺼냈다. 그의 비밀 창고 열쇠였다.
“형.”
“어.”
“이거 전에 대스 털었을 때 나온 거 있어. 비밀번호 4885.”
“창고 옮겨 놨었냐.”
“그건 지금 중요한 거 아니고. 이걸로 강숭이가 말한 거 비스무리한 정보 다 긁어모아줘. 골낳괴한테도 설명 좀 하고.”
“넌 어쩌려고?”
“남부로 가려고. 하램인지 뭔지 찾아야지”
카시마르의 눈이 매섭게 반짝였다. 그렇게 다크 영 찾기가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