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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주캐로 멱살 캐리-83화 (83/205)

# 83

포위망!

카시마르는 컨신의 이마에 있는 표식을 보자마자 핏불킹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그러나 메시지를 보낼 수 없다고 되어 있었다.

[메시지를 보낼 수 없는 지역입니다.]

‘젠장!’

"결계라도 쳐놨나본데?"

반갑게 웃는 컨신을 보면서 카시마르는 복화술로 강숭이에게 말을 걸었다.

"연락이 가질 않습니까요?"

"어."

"그러면 그게 기회일 수 있습니다."

"왜?"

"보통 그런 결계는 피아 구분 없이 다 차단하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그래?"

"보통은 그렇습니다."

"그러면 아래로 튀는 것보다 뚫고 도망가는 게 낫겠네."

"연락이 안 된다고 해도 마을쪽으로 가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요. 거기에 더 우글 거릴 수 있습니다요. K길드가 인원이 상당한 곳 아닙니까요?"

"그렇지."

"그러면 그 길드 전원이 다 검은 교단에 흡수되었다고 보는 게 편할 겁니다요. 인원이 얼마나 됩니까요. 그 길드?"

"모르겠어. 내가 듣기로는 자잘한 인원까지 합쳐서 천 단위가 넘어간다고 들었는데."

"그러면 마을로 가면 큰일 납니다요."

“대체 저놈이 여기 왜 있는 거야?”

“제가 어찌 압니까요. 근데 이마의 표식을 봐서는 이미 완전히 넘어간 것 같습니다요. 저 정도 표식이 단체로 떠 있을 정도면 운명공동체라고 봐야 합니다요.”

“슈브의 제단이 아직 세상에 드러나지도 않았는데 벌써 넘어갈 수 있는 거야?”

“이렇게 빨리 넘어가는 건 한 가지 경우 밖에 없습니다요.”

“뭔데?”

“자발적으로 넘어간 겁니다요. 다크 영을 소환하는 작업부터 도운 것입죠.”

“K길드가 그런 역할을 했다는 거지?”

“그렇습니다요.”

카시마르는 굳은 표정으로 앞을 바라보고 상대의 숫자를 세기 시작했다. 다행스럽게도 컨신을 제외하고는 유명한 플레이어는 없는 것 같았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안심할 수가 없었다.

컨신의 뒤로 어림잡아 50명은 되어 보이는 유저들이 있었다. 뒤는 언덕이긴 했지만 꽤 가프게 되어 있었다.

“카시마르님? 왜 말이 없으세요?”

“K길드가 여기에 왜 있는 겁니까?”

“왜 있기는요. 일하고 있지요. 그러는 카시마르님은 여기서 뭐하십니까?”

컨신은 싱글벙글 웃고 있었다. 그의 주변에 있는 동료들도 따라 웃는 중이었다. 그들은 죄다 이마에 표식을 달고 있었는데, 투구를 쓰거나 모자를 쓴 자들은 투구나 모자에 표식이 그려져 있었다. 검은 표식은 은은하게 빛을 발하고 있어서 한눈에 봐도 알아볼 수 있었다.

“저도 일하고 있습니다.”

“그렇군요. 우리 월드 자크르 챔피언쉽의 우승자께서 이렇게 작은 마을에는 어떤 이유로 오셨습니까?”

“그러게요. 제가 아무래도 길을 잘못 든 거 같습니다.”

“아! 그럽니까?”

“예.”

“그러면 가던 길 가셔야죠. 이번에는 길 제대로 찾아가세요.”

컨신이 웃으면서 말했다.

“그래야죠. 그러면 길 제대로 찾아서 나가겠··· 그런데 무기는 왜 꺼내시는 거죠?”

“우리는 할 일을 해야 하니까요.”

“그 할 일이란 게 제가 생각하는 그런 건가요?”

“아시면서 왜 그러십니까. 원래는 저희 쪽에 합류하라고 먼저 권유부터 하는데 이번에는 안 그래도 될 거 같군요. 얼마 전에 불꽃 기사가 되시지 않았습니까.”

컨신이 비릿하게 웃었다. 카시마르의 머릿속은 복잡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언덕 아래로 뛰어내리는 것도 방법이었지만, 그쪽은 오히려 감벨 마을로 진입하는 길이었다.

자칫하면 호랑이의 입속으로 스스로 머리를 들이미는 꼴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카시마르는 일단 언덕 아래로 뛰어내리는 건 보류하기로 했다. 높이도 만만하지 않았고 언덕 아래로 뛰어내린다고 해서 따돌릴 가능성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카시마르가 뛰어내리면 그들은 당연히 따라서 뛰어내릴 것이었다.

마을에 얼마나 많은 슈브의 숭배자들이 있는지 모르는 이상 여길 뚫고 나가는 게 중요했다.

컨신은 능글맞게 웃으면서 옆에 있던 수하에게 흩어져서 카시마르를 포위하라고 명령했다. 그래야 혹시나 카시마르가 한 군데를 뚫고 나가더라도 능동적으로 포위망을 재구축 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이제 시작할까요? 형님?”

컨신을 그림자처럼 따르는 지오라는 사내가 말했다. 지오라는 사내는 허리까지 오는 긴 머리를 지닌 금발의 사내였다. 치렁거리는 머리와는 다르게 얼굴은 매우 남성다운 모습이었다. 컨신보다 열 살은 많이 보일듯 한 사내. 컨신은 고개를 살짝 끄덕이면서 말했다.

“포위해서 천천히 잡아. 생포해야 돼. 생포해서 우리 쪽으로 포섭해야 돼. 죽어서 정보 새어나가면 큰일난다. 알았지?”

“다른 팀장들에게 연락 넣지 않아도 될까요?”

지오가 말하는 팀장들이란 K길드의 정회원들을 말했다. K길드는 상당한 숫자의 대형 길드였다. 그렇지만 K길드를 대표하는 정회원들의 숫자는 그리 많지 않았다. 그들은 각자 자기 팀이라고 할 수 있는 팀원들을 데리고 있었고, 그 팀원들은 지금 각자 맡은 임무를 수행하는 중이었다. 그 임무란 바로 다크 영이 성지를 탈환하는 것과 연관된 것이었다.

K길드가 검은 염소의 숭배자들 컨텐츠가 활성화되기 전에 검은 교단과 접촉하게 된 건 우연이었다. K 길드의 정회원인 퀴릿트의 직업이 바로 검은 교단과 관련된 직업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숭배자들 컨텐츠가 발표되자마자 바로 K길드의 수뇌부를 소집해서 그들을 검은 교단으로 합류시켰다.

검은 교단은 일찍 가입하면 가입할 수록 받는 혜택이 많아졌다. 그리고 검은 교단과 관련된 사업에 득이 되는 일을 하면 그에 대한 보상을 바로바로 받는 시스템이었기 때문에 K 길드가 그런 기회를 놓칠 리가 없었다.

“연락하지 마. 한 명이면 우리 팀으로도 충분히 잡을 수 있어.”

"그래도 카시마르잖아요. 야네크인가 하는 아이템도 가지고 있을텐데요. 아직 안 받을 수도 있으려나요."

"몰라. 받던 안 받던 한 놈이야. 지가 자크르에서나 카시마르지. 안 그래? 일단 우리끼리 잡아봐. 저놈 잡으면 우리가 공적 1위로 단숨에 치고 올라가는 거야. 지오야. 알겠냐?"

"알았어요. 형님."

컨신이 말했다. 불꽃 기사는 불꽃 교단을 상징하는 존재. 그를 생포할 수 있다면 컨신은 어마어마한 보상을 얻을 수 있었다.

***

컨신은 휘하의 팀원들이면 충분히 카시마르를 잡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컨신은 카시마르의 전투력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판단했던 것이었다. 그러나 카시마르의 전투력은 야네크라는 아이템 하나의 차이로 확연하게 달라진 상태였다.

“뭐 저런 사기 템이 다 있어!”

컨신의 입가에서 짜증스러운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지금 카시마르는 지형지물을 이용해서 도망치고 있었다. 그냥 도망치는 것도 아니고 휘하의 길드원들을 잘 상대하면서 도망치고 있었다.

컨신은 짜증이 치밀었다. 지금이라도 다른 팀에게 도움 요청을 해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형님! 피하십쇼!”

컨신이 메시지를 보내려는 순간 그에게 커다란 불덩어리가 떨어졌다. 짐볼 크기의 불덩어리는 바닥에 떨어지는 순간 분해되어서 주변으로 퍼져나갔다. 컨신은 카시마르의 야네크가 불을 다루는 능력을 지닌 물건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콰앙!

불구덩이가 컨신이 있던 자리를 덮쳤다. 컨신은 가까스로 피했지만 그를 밀쳐냈던 지오가 불구덩이에 휩싸여 바닥을 굴렀다. 상당한 데미지의 스킬이었다.

“아이템 하나로 전사가 이런 마법을 쓴 다는 게 말이 되냐고! 다들 잡아! 저 새끼 빨리 잡으라고!”

컨신이 발악하듯 소리를 질렀다. 그 사이 카시마르는 달려드는 전사 두 명을 상대하고 있었다.

푸슉!

카시마르의 등에 화살이 박혔다. 보통 화살이 아니라 쇠로 만들어진 화살이었다. 화살의 촉도 기괴한 모양으로 되어 있어서 뽑아낼 때 더 많은 출혈을 내도록 설계된 물건이었다.

[독에 중독 되었습니다.]

그런데다가 독까지 발라져 있었다. 코즈믹 게이트의 세계에서 독은 종류가 아주 다양했다. 지속적으로 데미지를 주는 종류가 가장 일반적이었고 상태이상을 유발하는 종류도 있었다. 지금 카시마르가 맞은 독은 이동 속도를 느리게 만드는 독이었다.

휙!

카시마르는 위빙으로 머리를 노리고 날아든 손도끼를 피했다. 그러자 다른 각도에서 손도끼가 하나 더 날아왔다. 모히칸 스타일의 머리를 한 사내는 두 개의 손에 들린 도끼로 카시마르를 연속 공격했다. 카시마르는 그에게 딱히 반격을 가하지 않았다. 그보다는 그 뒤에서 주문을 외우고 있는 마법사가 더 위험해 보였기 때문이었다.

퍽! 슁! 팡!

모히칸 사내의 연속 공격을 맞거나 피하면서 카시마르는 억지로 앞으로 전진했다. 그리고는 기어이 주문을 외우고 있는 마법사에게 단도를 던졌다. 단도는 맹렬한 속도로 날아가 마법사의 가슴팍에 꽂혔다. 덕분에 마법사의 몸이 휘청거렸고 캐스팅이 중단되었다.

퍼퍽!

카시마르의 등에 모히칸 사내의 도끼가 꽂혔다. 출혈이 더 심해졌다. 카시마르의 몸이 피로 물들고 있었다.

휭!

카시마르는 마법사에게 암기를 하나 더 던진 다음에 다시 날아오는 도끼 공격을 뒤로 톤파를 뻗어 막아냈다. 그리고 뒤로 돌아도면서 엘보우로 모히칸 사내의 관자놀이를 세게 쳤다.

팡!

카시마르의 팔꿈치는 모히칸 사내의 머리를 강하게 쳤다. 그러나 모히칸 사내는 그에 대한 대비를 하고 있었다. 카시마르는 다시 한 번 회전해서 모히칸 사내를 공격해서 달라 붙었다. 모히칸 사내는 다시 여유 있게 다시 한 번 공격을 방어하려고 했다.

팡!

모히칸 사내가 놓친 부분은 바로 지형이었다. 지금 언덕의 중간이었다. 원래 카시마르가 아래에서 위를 올려다보는 상황이었는데, 카시마르가 마법사를 공격하기 위해서 모히칸 사내를 넘었고, 덕분에 모히칸 사내가 아래에 위치한 형국이 되어버렸다. 엄청나게 가파른 경사는 아니었지만 충격을 받으면 충분히 균형을 잃을 수도 있는 상황.

모히칸 사내가 언덕 아래로 두 바퀴 정도 굴렀다. 카시마르는 그 틈을 타서 들고 있던 톤파를 화살이 날아왔던 방향으로 던졌다.

팅!

강한 회전을 받아 날아간 톤파는 마침 날아오던 화살을 튕겨내며 궁수에게로 날아갔다. 궁수는 얼른 나무 위에서 뛰어 내려 톤파를 피했다. 그 사이 카시마르는 다시 불구덩이를 만들고 있었다.

철컥!

지오가 아이템을 꺼냈다. 19세기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머스킷 총이었다. 지오의 이 머스킷 총은 연사도 불가능하고 사정거리도 그리 길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오가 컨신의 옆을 딱 지키고 있는 이유가 있었다. 지오의 머스킷 총은 위력이 어마어마했다. 웬만한 랭커들 조차도 한 방에 보낼 수 있을 정도로 파괴력을 지닌 총.

덕분에 지오는 보스 캐릭터를 공략할 때 필수적으로 파티에 들어가는 인물이었다. 장전 시간, 조준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치명적 단점에도 불구하고 강력한 딜링을 넣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전투를 지켜보던 컨신이 지오를 보고 인상을 찌푸렸다.

“뭐해!”

“이러다가는 피해가 커질 거 같은데요.”

“죽이면 안 된다니까.”

“이 정도로 안 죽을 겁니다.”

“즉사 판정 떠서 죽으면 계획 완전히 틀어지는 거야. 즉사 안 뜬다고 장담할 수 있냐?”

“그리 쉽게 뜨는 판정은 아닌데요.”

“그래도 안 돼. 저놈 부활 장소가 어딘지 모르는 이상 죽일 수 없어. 자칫하다가는 불꽃 기사들이 다 출동하는 수가 있단 말이야. 이단이라면 눈에 쌍심지를 켜고 달려드는 놈들이 불꽃 교단 놈들인데.”

“그럼 이대로 그냥 내버려 둘까요?”

지오가 말했다. 그는 그을음 때문에 아까와는 모습이 좀 다른 상태였다.

“이 근처에 누가 있지?”

“류키 팀과 로드로드 팀이 있어요.”

“류키 쪽으로 사람 보내.”

컨신의 말에 지오가 고개를 끄덕이며 움직였다.

콰앙!

다시 한 번 불구덩이가 폭발했고 카시마르가 왼쪽으로 방향을 틀어서 도망치기 시작했다. 그러자 자연스럽게 카시마르의 포위망도 움직였다. 컨신은 카시마르의 뒷모습을 바라보면서 무기를 꺼내들었다.

컨신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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