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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주캐로 멱살 캐리-90화 (90/205)

# 90

눈 먼 자들의 신전

“이 나쁜 새끼들아!”

늘 침착함을 유지하던 메디아의 입에서 쌍욕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메디아의 쌍욕을 주변 사람들이 들었으면 어마어마하게 놀랐을 게 분명했다. 그러나 지금은 그녀의 주변에 아무도 없었다. 그녀가 이끌고 있던 수하들도 죄다 쓰러진 상태였다.

메디아는 반쯤 울고 있었다. 그 이유는 포트가 쓰러진 수하들의 가죽을 벗기는 걸 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럴 거면 뭐하러 따로 움직였어? 어차피 다시 만났네.”

카시마르가 말했다.

“여기 길 진짜 복잡하다. 거의 포말하우트 급인데?”

“포말하우트처럼 미로로 설계 되어 있는 것 같아. 이정표도 없어서 더 복잡해.”

“중요한 사실은 이 친구들도 길을 잘 모르는 것 같습니다. 지금 포위망이 되게 허술해요.”

골낳괴가 말했다.

"허술한 정도가 아니라 아예 없지."

“갑자기 건물이 생겼는데 이놈들이라고 길을 알겠어? 전쟁 하느라고 밖으로만 싸돌아다녔을텐데 말이야.”

“그렇지.”

“기회 제대로 잡은 거 같아.”

“그건 그렇고 이 친구는 어떻게 해?”

핏불킹이 쓰러진 메디아를 보며 말했다. 열두 제자가 된 메디아는 확실히 강력했다. 그러나 카시마르와 꿀매너 길드의 합공을 이길 정도는 아니었다. 그녀는 수하들을 100명정도 데리고 있었지만 큰 도움이 되질 못했다. 여러 버프를 주고 받는 꿀매너 길드의 힘은 상당히 강력했다. 거기에 카시마르의 힘까지 더해지니 메디아는 주특기인 마법을 제대로 써보기도 전에 쓰러져야 했다.

“없애야지.”

“가죽도 벗기고?”

“응.”

“이··· 반드시···.”

메디아는 분노에 가득찬 표정으로 카시마르를 올려다보았다.

“이 여자가 들고 있는 아이템도 상당한가 봐.”

“혹시 그런 거 강탈하는 팀원도 있어?”

“있지. 근데 완전한 아이템을 빼앗는 게 아니고 그냥 아이템을 못 쓰게 만드는 거야. 이 친구는 그걸 하면 경험치를 먹는 거고.”

“비매너들만 죄다 모아놨구나.”

“비매너라니 이런 전쟁에서는 다 허용되는 거라고. 그리고 이렇게라도 전력을 깎아놔야지 칼!”

핏불킹이 부르자 칼이라는 사내가 쓰러진 메디아에게 다가갔다. 칼은 카우보이 모자를 쓴 사내였다. 사내는 메디아에게 다가가 스킬을 사용했다. 그런 다음 메디아의 옷을 잡아 뜯었다. 메디아는 격렬히 저항했지만 그녀는 이미 제압 당한 상태여서 저항을 할 수가 없었다. 순식간에 메디아의 옷이 벗겨지고 기본으로 주어지는 옷만 입은 상태로 변환되었다.

칼의 손에는 메디아가 입은 옷과 같은 모양새의 그림자가 들려 있었다. 칼은 그 그림자를 삼켰다. 그리고는 만족한 표정을 지었다.

칼의 능력은 아이템을 감정하고 그 힘을 빼내서 경험치로 환산해서 먹는 일이었다. 당연히 등급 좋은 아이템을 먹을수록 그는 강해졌다. 칼에게 흡수당한 아이템은 수리가 가능하기는 하지만 수리 가능 기간이는 게 주어져서 일주일 정도는 수리할 수 없게 되어 있었다.

코즈믹 게이트에는 칼과 비슷한 능력을 지닌 유저들이 꽤 있었지만 그리 많지는 않았다. 몇 가지 직업만 얻을 수 있는 특수 스킬인데다가 그리 효율적인 것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그렇지만 지금 같은 상황에서 칼의 능력은 아주 유용했다.

특히 상대를 빡치게 하기에는 더할 나위 없었다.

“바···.”

퍽!

카시마르는 칼의 작업이 끝나자마자 바로 카이로의 꼬리를 내려쳐서 메디아를 쓰러트렸다. 메디아는 말을 끝마치지도 못한 채 그대로 쓰러졌다.

“근데 이제 가죽 그만 벗겨도 되지 않나? 이미 수는 다 채운 거 같은데?”

“아냐. 계속 벗겨야 돼. 지금까지는 기본 템이고 이제 더 벗기면 더 좋은 템이 나온다고.”

“지금 보다 더 좋은 템이 나온다고?”

“그래. 일시적으로 사용하는 거지만. 효과는 더 죽여주지. 다만 지금은 가죽 한 장으로 만든 건데 이 이상의 아이템은 가죽이 어마어마하게 필요해.”

“이쪽 애들한테는 끔찍하겠네.”

“잘 됐어. 이 새끼들 이정표 작업도 안 해놔서 지금 지들도 길 몰라. 우리 흩어져 다닐 필요 없이 뭉쳐 다니면서 다 털고 다니면 돼. 근데 그게 깃발이냐?”

핏불킹이 카시마르를 보며 말했다.

“엉. 자연스럽게 나타날 거라고 하더니 이거 였네.”

“죽이네.”

카시마르의 본격적인 전투가 시작되자 카시마르의 등에 날개가 생겼다. 불꽃으로 형성된 날개.

그리고 머리 위에는 커다란 불꽃이 떠서 사방을 환하게 비췄다.

[검은 교단의 열두 제자 중 한 명이 쓰러졌습니다. 불꽃 교단 전체에 대형 보너스가 추가 됩니다.]

“보너스 내용도 좋네.”

“공헌도 오르는 거 장난 아닌데요.”

검은 교단과 관련된 보너스였지만 나쁘지 않았다. 무엇보다 경험치도 일반 몬스터를 잡을 때보다 많이 오르고 있었기 때문에 완전 손해보는 장사도 아니었다. 물론, 이 지역에서 잡히게 된다면 산제물의 희생양이 될 것이기 때문에 조심을 해야 했다. 그렇지만 지금은 그런 위험도 크게 느껴지지 않았다.

검은 교단의 인물들은 오합지졸이라는 말이 딱 어울릴 정도로 형편없는 대응을 보여주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다수와 소수.

당연히 싸우면 다수가 유리하다고 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러한 유리함도 지금처럼 소수가 영리하게 싸울 때는 오히려 독이 될 수 있었다. 카시마르 일행은 신전 곳곳을 누비다가 보이는 적을 부수면 그만이었지만, 이들은 카시마르의 위치를 찾아서 포위 해야했다. 그래야 유리한 싸움을 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귓속말을 통해 서로 소통을 하고 있는 그들이었지만 애초에 신전 내부의 지리를 모르니 잘 될 리가 없었다.

카시마르 일행은 신전을 곳곳을 누비면서 기둥을 찾으러 다녔다. 강숭이와 대화를 하면서 기둥을 찾기 위해서 애를 썼는데 도무지 찾을 수가 없었다. 대신에 카시마르 일행은 검은 교단에게 어마어마한 피해를 주는 중이었다.

포트의 가죽 아이템으로 무장한 카시마르 일행의 힘은 압도적이었다. 메디아가 당하자 열두 제자들은 합세해서 카시마르 일행을 압박했지만 전투 능력은 카시마르 일행이 한 수 위였다.

특히 잿빛 기사단의 활약이 무척 컸다.

재가 될 때까지 싸운다는 기사단의 신념대로 그들은 죽음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고 싸웠다. 덕분에 사기에서도 검은 교단의 인물들은 밀리고 있었다.

“피하라고요! 광역 마법이 날아오면 일단 피해야죠!”

콰콰콰쾅!

빨간 메리가 소환한 충격파가 연달아서 떨어졌다. 테이크는 수하들에게 소리쳤지만 수하들은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빨간 메리의 공격에 휩쓸렸다.

우르르르!

빨간 메리의 충격파에 휩쓸린 신전 복도의 벽이 우르르 무너졌다. 각종 버프를 받아서 사용한 빨간 메리의 마법은 충격적인 위력이었다.

“한동안 이쪽으로는 못 올 거에요.”

“빨리 반대쪽으로 가자고.”

“아. 가죽 얻어야 되는데.”

포트가 중얼거렸다.

“저 가죽은 포기하세요. 아직 기회가 많이 있습니다. 우리 쪽 피해는 얼마나 돼?”

카시마르가 포트를 보며 말했다. 그러자 포트가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길드 사람들은 다 멀쩡해. 근데 기사단 사람들이 좀 많이 피해를 입은 것 같아.”

핏불킹의 말에 기사단장인 루첼이 반응했다.

“저희는 괜찮습니다. 빨리 움직이시죠.”

“지금은 시간 싸움이야. 점점 이쪽으로 오는 병력이 많아질 거야. 아마 전선에 나간 동료들한테도 연락을 했을 걸?”

“본진이 털리고 있으니 와야지.”

“근데. 해피 드라이버 놈들 말로만 들었지. 이렇게까지 지독한 줄 몰랐네.”

테이크는 해피 드라이버의 유저들과 함께 공격을 해왔다. 해피 드라이버의 유저들은 상당히 독특하고 기이한 스킬들을 많이 사용했고 그 때문에 잿빛 기사들이 많이 죽었다. 600명이던 잿빛 기사들은 해피 드라이버의 마법사가 사용한 독 안개에 휩쓸려 200명이나 죽어버렸다.

“어디로 갈까? 왼쪽? 오른쪽?”

“위층으로 가보자.”

카시마르 일행은 계단을 이용해 위층으로 움직였다.

“여기 느낌이 상당히 좋은데? 여기로 들어가면 꿀 빨 수 있을 거 같아.”

“여기가 어딘데?”

“몰라. 강당 같은 곳인가?”

핏불킹은 호기롭게 커다란 문을 열었다.

“어. 여기는 아니다.”

“왜?”

“야! 아니라니까.”

“어. 아니네.”

핏불킹과 카시마르는 서로를 빤히 쳐다봤다. 그리고는 일행에게 외쳤다.

“자! 이제부터는 개인 플레이입니다. 알아서 살아남아 귀환하세요. 파이팅!”

“들었죠? 건투를 빕니다.”

“형! 왜 그러는······.”

아르케는 말을 끝마치지 못했다. 그 이유는 문에서 검은 교단의 신도들이 우르르 쏟아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핏불킹이 느낌이 좋다고 했던 곳은 바로 제자들의 의식이 치러지고 있는 곳이었다. 그곳에는 이제 막 다크 영의 제자가 된 수백 명의 제자들이 있었다. 그들은 핏불킹을 보자마자 뒤도 돌아보지 않고 쫓아오기 시작했다.

카시마르 일행은 사방으로 흩어져서 도망치기 시작했다. 하루 종일 신전 곳곳에서 전투가 벌어졌다.

***

“그쪽이 아니라고! 눈이 옹이구멍이야? 왼쪽으로 틀어야 된다고!”

컨신은 무너진 신전에서 반대편에 있는 수하들을 향해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컨신과 수하들은 무너진 구조물 때문에 서로 마주보고 있는 상태가 되었고 꿀매너 길드는 중앙을 유유히 지나서 아래층 계단으로 빠져나가고 있었다.

“아니 그쪽에서 왼쪽이면 우리 쪽에서는 오른쪽이지! 시바! 진짜 드러워서 못해 먹겠네!”

“뭐? 너 지금 뭐라고 했냐! 저봐! 지금 다 도망가잖아!”

“그럼 시바 네가 쳐 가서 잡던가. 맨날 뒤에서 명령만 하다가 막타만 치려고 하고. 시바 얍삽이 새끼.”

계속 당하기만 하니 유저들의 사기가 좋을 리가 없었다. 특히 컨신 일행은 다 잡은 물고기를 몇 번이나 놓쳐서 허탕을 쳤기 때문에 사기가 아주 바닥인 상황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터져나오는 컨신의 폭언. 당연히 유저들이 반발할 수밖에 없었다.

“이··· 어! 뭐야!”

“무너진다!”

“피해! 빨리 피해!”

내부 분열이 일어나자마자 컨신과 수하들이 있던 곳의 바닥이 꺼지기 시작했다. 컨신은 얼른 스킬을 사용하여 벗어났지만 그의 수하들은 그곳을 벗어나지 못했다. 몇 명은 엄청난 반응 속도로 떨어지는 돌을 밟고 살아남으려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스킬을 쓴 컨신도 가까스로 빠져나올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신전은 멀쩡한 곳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파손되어 있었다. 신전에서 벌어진 전투는 그만큼 치열했다.

마치 폭격이라도 맞은 것처럼 곳곳이 무너져 내린 상황.

카시마르 일행의 작전은 성공했다. 그들은 검은 교단 쪽에 회생이 거의 불가능할 정도로 깊은 타격을 입혔다.

그러나 이들의 작전은 완전히 성공했다고 볼 수는 없었다.

이들 작전의 핵심은 피해를 주고 무사히 귀환하는 것이었는데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대부분이 제대로 귀환을 하지 못했다.

검은 교단의 유저들처럼 그들도 커다란 신전을 헤매는 신세가 되어버린 것이었다.

카시마르도 그들과 비슷한 처지였지만, 다른 부분이 있었다. 카시마르는 그 압도적인 무위를 바탕으로 없던 길도 만들어서 뚫어버린 것이었다.

무조건 아래층으로.

카시마르와 함께 움직이는 핏불킹과 골낳괴 일행은 신전에 들어간지 다섯 시간만에 1층에 들어오는 것에 성공했다. 그들은 멤브의 마킹 앞에 서 있었다. 멤브의 마킹은 신전 곳곳에 있었다.

“이게 다인가?”

카시마르가 뒤를 돌아보며 말했다. 600명이 들어가서 15명만 빠져나왔다. 이들 중에 잿빛 기사단은 한 명도 없었다.

“그런 것 같아.”

“기다려야 되는 거 아냐?”

“기다리다가는 우리까지 잣되는 수가 있어. 어쩔 수 없어. 원래 탈출 플랜 작동하면 먼저 빠져나와서 탈출하기로 약속했어. 빨리 가자. 냉정하게 놓을 건 놓고 가야 돼. 잡힌 길드원들한테는 나중에 보상 충분히 해주면 되니까.”

“그래. 가자.”

카시마르는 멤브의 스킬을 이용해서 신전을 빠져나왔다. 그리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이동마법진 위에 섰다.

***

카시마르 일행이 검은 교단에 준 피해는 어마어마했다. 다섯 시간동안 신전을 누비면서 불꽃 교단에 각종 보너스를 가져왔고 어마어마한 숫자의 신도를 죽였다. 특히 열두 제자들을 네 명이나 죽인 건 아주 큰 성과였다.

불꽃 기사들의 힘은 약하지 않았다.

탄력은 받은 불꽃 기사들은 루콘 성 인근까지 밀고 들어가는 저력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막다른 상황에서 이상한 반전이 일어났다.

[불꽃의 기수가 산제물로 바쳐졌습니다. 검은 교단 측에 초대형 보너스가 주어집니다.]

[불꽃 기사가 산제물로 바쳐졌습니다.]

[불꽃 기사가 산제물로 바쳐졌습니다.]

“갑자기 이게 무슨 날벼락이야?”

전투는 일방적이라고 했다. 그런데 갑자기 불꽃의 기수를 비롯해서 수 백명의 불꽃 기사들이 쓰러졌다.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가.

정보는 빠르게 퍼졌다.

불꽃의 기수 하나가 배신했다.

변절자의 등장.

변절자의 등장으로 성전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었다.

성전이 시작 된지 90시간 만의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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