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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주캐로 멱살 캐리-91화 (91/205)

# 91

변절자

“너 거기 있으라니까 왜 넘어 왔어.”

“선생님! 저 거기 더 있었으면 큰 일날 수도 있었습니다요.”

강숭이는 신전에서 벌어진 전투를 틈타서 다시 카시마르에게 달라붙었다.

“잘 있었으면서 뭐가 큰일 나. 류미인가 하는 친구가 너한테 매일 바나나 줬다면서.”

“그러니까 큰일 납니다요. 저 배탈나서 죽으면 어쩝니까요. 아시잖습니까요. 저 바나나 먹으면 그대로 바나나 나옵니다요.”

“그럼 똥을 먹어. 그럼 똥 나오겠네.”

“아! 선생님! 저 안 보고 싶으셨습니까요?”

“그래. 보고 싶었지.”

“그리고 제가 기가막힌 타이밍에 선생님한테 정보를 주지 않았습니까요.”

“그러긴 했지.”

강숭이는 어울리지 않게 교태를 부리고 있었다.

“그래. 이번에는 그냥 좀 넘어가라. 이번 작전 진짜 대박 났잖냐.”

“그럴까?”

“선생님. 저 칭찬 좀 많이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요.”

“그래. 아주 잘 했다.”

강숭이는 해맑은 표정으로 카시마르를 바라보고 있었다. 카시마르는 강숭이의 말대로 칭찬을 해주었고, 강숭이는 칭찬이 끝난 뒤에도 카시마르를 바라보는 중이었다. 강숭이는 카시마르의 칭찬 뒤에 따라와야 하는 것이 따라오지 않자 금세 시무룩한 표정을 지었다.

“크큭. 진짜 골 때리는 캐릭터라니까. 인마! 이거 먹어! 골드다 골드!”

핏불킹이 인벤토리에서 금을 꺼내 강숭이에게 던졌다. 강숭이가 얼른 그걸 받아먹으면서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낳괴야. 커뮤니티 반응은 어떠냐?”

핏불킹이 물었다.

“지금 검은 교단 쪽 애들은 난리죠. 불꽃 교단 애들은 당연히 좋아하고요. 문제는 검은 교단 쪽에 붙은 유저가 숫자가 훨씬 많아서 화력에서 밀리는 느낌입니다.”

“화력은 무슨 거기서 아무리 입 털어 봤자 바뀌는 건 없다고. 중요한 건 실전에서 잘 해야지.”

“그렇죠.”

“그보다. 이 정도면 안심하고 설렁설렁 놀아도 될 거 같은데. 안 그러냐?”

핏불킹이 카시마르를 툭 치면서 말했다. 카시마르는 인벤토리를 정리하는 중이었다.

“아이씨. 바쁜데 말 시키지 마.”

“뭐가 바뻐 잡템 정리하면서. 빨리 정리하고 사냥이나 한 타임 더 뛰자. 남부 쪽으로 가면 널널할 거야.”

“그보다 형 형네 길드 사람들 챙겨야 하는 거 아냐?”

“그 친구들은 성전 끝나면 따로 정산하기로 했다니까. 그보다 너 이번에도 우리 길드 가입 안 하면 진짜 갈아 마셔 버린다. 인마! 우리 길드가 마! 이렇게까지 마!”

“됐거든?”

“아. 왜 대체 왜 가입 안 하는데.”

“아까 신전 4층인가 5층에서 싸울 때 기둥 무너졌을 때 형 하는 소리 다 들었거든? 뭐라고 했지? 저 새끼는 고생 좀 해봐야 됩니다 그냥 가죠라고 했던가?”

“야. 무슨 그런 이야기를 담아두고 그래. 그리고 거기서는 알아서 살아남기로 하지 않았었냐?”

“아니 그게 한 번이면 괜찮은데 여러 번 그랬으니까. 마치 내가 잡히길 바란 사람처럼 기회만 되면 버리려고 했잖아.”

“그건 네 기분 탓이야. 그리고 인마! 완전 성공해서 넘어 왔잖냐! 뭐가 부족해? 엉? 그니까 이제 좀 가입해라. 우리 길드 사람들 너 엄청 기다리는 중이야. 저번에도 가입한다고 했다가 토꼈잖아.”

핏불킹이 인상을 팍 쓰면서 말했다. 카시마르는 핏불킹에게 시선을 주지 않고 대뜸 말했다.

“솔직하게 말하면.”

“뭔 소리야? 이건 또?”

“솔직하게 말해봐.”

“뭘. 뭘 솔직하게 말해.”

“형. 길드장이랑 무슨 사이야?”

“······.”

카시마르의 말에 핏불킹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표정도 그랬다. 마치 ‘이 새끼가 그걸 어떻게 알았지’라는 말이 얼굴에 그대로 써 있는 것 같았다.

“숭악아.”

“왜 이름을 바꿔 부르셔.”

“아니 중악아. 이제 형 조금 있으면 반 백살이야. 형도 장가란 걸 한 번 가봐야 하지 않겠니?”

“너무 도둑이라는 생각 안 들어? 길드장 아무리 봐도 20대 아가씨 같던데. 형 그러다 고소 당해요. 상도의라는 게 있지. 아무리 요새 사람들이 나이를 가늠하기 힘들다고 해도. 형 환갑 때 길드장은 이제 삼십 대야. 아빠와 딸로 보이고 싶어서 그러낭?”

“아냐. 메리씨가 그렇게 보여도 나이는 조금 있어. 그리고 한 번 다녀왔다니까.”

“뭘 다녀와?”

“뭘 다녀 왔겠냐. 하여튼 이럴 때는 눈치 더럽게 없어요.”

“눈치 없는 척 한 거야. 아무튼 둘이 사귀는 사이다 이거지?”

“아니 사귄다고 하기는 그렇고. 서로 좋은 감정으로······."

“그게 그거 아냐.”

“비슷한 거 같은데 좀 다른 게 이제 시작 단계야. 그니까 조심 해야지.”

“뽀뽀는 해봄?”

“참나. 인마. 뽀뽀. 시바.”

“형 혼자 좋다고 따라다니는 거 아냐? 그거 범죄야.”

“이 쉐리야. 형 몰라? 형이 한 때 클럽에서.”

“알지. 형이 연애 많이 한 거. 매번 차이고. 술 마시고, 울고. 사진 찍히고.”

“야. 그건 옛날 이야기고. 아무튼 스토킹 그런 거 아니고 서로 스킨쉽 그런 거 했어. 그니까 걱정마라. 뽀뽀! 참나. 무슨. 형을 뭘로 보고.”

“그럼 다행이고.”

“아무튼 너 이거 우리 길드원들한테는 비밀이다. 우리 길드원들 중에 메리씨를 노리는 하이에나 같은 숭악한 놈들이 엄청 많아요. 그놈들이 이 사실을 알면 날 갈아 마시려고 할 거야.”

“내가 그런 이야기 해서 뭐해.”

“그래. 이번에는 형도 장가 한 번 가보자.”

“초대 줘.”

“무슨 초대?”

“형 부길드장이잖아. 길드장만 초대 가능한가?”

“아. 길드 가입? 아이고! 드려야죠. 우리 카시마르님이 가입하신다는데.”

[꿀 매너 길드에 가입하시겠습니까?]

카시마르는 꿀매너 길드에 가입했다. 그는 가입하자마자 길드 채팅방에 입장했다.

[카시마르라고 합니다. 잘 부탁합니다.]

[어머! 드디어 오셨군요.]

[정말 반가운데 초면은 아니군요.]

[나이트메어!]

[기다렸어요.]

[감사합니다. 길드에 가입했으니 열심히 활동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한 마디 하자면 길드장과 부길드장이 사귄다는 소문이 있더라고요. 그게 사실인가요? 뽀뽀도 했다던데?]

[?]

[!!!!]

[엥?]

[길드장님?]

[메리씨!]

[핏불킹님!]

[이게 무슨 소리임?]

[어. 다들 알고 계신 거 아니었어요? 제가 실수 했나보네요. 그럼 전 나중에 다시 들어오겠습니다.]

- 카시마르님이 길드 채팅방을 나가셨습니다. -

잠시 뒤에 핏불킹의 어마어마한 고함소리가 들렸다.

“야! 이 개새끼야아아아아!”

***

코즈믹 게이트 운영진은 긴급 회의를 열고 있었다. 그 이유는 그들이 준비한 컨텐츠가 뒤집어 지게 생겼기 때문이었다.

“이거 제국 쪽 성지마저 밀려버리면 검은 교단 쪽은 완전 무너지는 거 아닙니까? 무슨 프로젝트를 이렇게 허술하게 진행합니까.”

“송차장님 무슨 말씀을 그렇게 하십니까. 이 프로젝트 정말 준비 많이 한 겁니다. 불꽃 교단과 혼돈 교단 사이에 검은 교단을 넣어서 삼자구도를 만드는 프로젝트인데요.”

“원래는 훨씬 빠르게 밀렸어야 하는 거 아닙니까? 어차피 북제국 쪽은 검은 교단이 그리 힘을 못 쓰게 되어 있었고, 불꽃 쪽을 확 밀어서 포말하우트까지 점령하는 게 시나리오 아니었냐고요.”

“그랬었죠.”

“근데 일이 왜 이렇게 진행되는 겁니까? 검은 교단 쪽 완전 끝나게 생겼지 않습니까.”

“카시마르. 하. 그 양반이 불꽃 기사가 된 것부터 일이 틀어졌습니다.”

김 팀장이 말을 받았다.

“이게 맞는 판단이죠. 이건 이벤트 문제가 아니라 유저가 틈을 잘 파고 든 겁니다. 근데 그분은 그런 히든 피스를 또 어떻게 찾은 건지. 참.”

“그래서 그냥 가만히 있자는 겁니까?”

“아직 전쟁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지켜봐야죠.”

“지켜보다가 이대로 전쟁이 끝나면요?”

“그것도 어쩔 수 없는 일 아닙니까? 어차피 어느 쪽이 지던 간에 살아날 길은 있습니다.”

“그렇지만 불꽃 교단 쪽의 힘을 죽이는 건 실패했다고 봐야겠죠.”

현재 코즈믹 게이트의 세력 구도는 제국이 압도적으로 강했다. 물론, 유저들은 그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북제국도 제국에 비견될만큼 강하긴 했지만 그들은 연합이었기 때문에 제국만큼 응집력이 있다고 할 수 없었다.

제국이 보유한 불꽃 기사들은 강력했고 그 숫자도 어마어마하게 많았다. 그래서 밸런스를 조정하기 위해 만들어진 이벤트가 바로 검은 교단이었다.

원래 계획은 슈브의 지원을 받은 검은 교단이 포말하우트를 점령하는 것이 이벤트의 목표였다.

검은 교단이 불꽃 교단의 성지인 포말하우트를 점령하게 되면 포말하우트에 잠자고 있던 수많은 야네크가 세상에 풀려나와서 다시 세 교단의 밸런스가 맞춰진다는 설정이었다.

지금 포말하우트에는 어마어마한 숫자의 야네크가 여러 이유로 잠을 자고 있었다. 그 야네크들 중에는 교단의 방침에 따라 영구 봉인 된 것들도 있었는데 운영진은 그 야네크들까지 유저에게 풀어서 불꽃 기사의 숫자를 늘릴 계획이었다.

그리 되면 전쟁에서는 불꽃 교단이 지는 셈이 되지만 어마어마한 아이템을 얻을 기회가 다시 생기는 셈이니 밸런스가 얼추 맞아떨어진다고 볼 수 있었다. 하나 이것도 검은 교단이 포말하우트를 점령했을 때 생기는 이벤트였다.

북제국에서도 밀리고 있는 검은 교단이 불꽃 교단에게까지 밀려버리면 사실상 이벤트는 실패라고 해도 무방했다.

제국은 이단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았다.

당연히 검은 교단의 뿌리를 뽑으려고 할 것이었다. 그리되면 운영진이 계획한 삼자구도는 아예 물건너 가는 거라고 봐야했다.

“삼자 구도가 틀어지면 앞으로 있을 이벤트도 계속 틀어지게 되는 겁니다. 유저들의 선택으로 미묘하게 밸런스가 맞춰지면서 전투가 벌어지고 해야 하는데 검은 교단이 쏙 빠지면 지금까지처럼 유저들은 교단 관련 컨텐츠는 소비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리 되면 연계 이벤트들도 진행하기 어렵게 되고요.”

“아직 전쟁은 끝난 게 아닙니다. 검은 교단 측에서는 변절자 관련 이벤트가 남아 있으니 그걸 지켜봐야하지 않겠습니까.”

조용히 있던 구소형 팀장이 말했다.

“그게 활성화된다고 이 구도를 뒤집을 수 있겠습니까? 불꽃 기사들의 저력을 얕보면 안됩니다. 아직 유저들은 그들을 상대하기에는 역부족이에요.”

“변절자가 누구로 지정되느냐에 따라 달라지죠. 불꽃 기사라도 뜨게 된다면 이야기는 어떻게 될지 모를 겁니다.”

“아니. 상황이 이렇게 흘러가는데 그냥 손 놓고만 있어야 하는 거에요? 대책을 만들려고 모인 게 아니냔 말이에요.”

송차장이 인상을 쓰며 말했다.

“차장님. 이거 게임 위원회에서도 모니터링 중입니다. 일단 이벤트 계획 넘기고 이벤트 시작하면 저희가 나서서 할 수 있는 건 없습니다. 흐름에 맡겨야죠.”

“이러다가 진짜 틀어지면 그때는 어쩌시게요? 김팀장님이 책임지실 겁니까?”

“그러면 그때 가서 수습을 해야죠. 미션 실패한다고 검은 교단 쪽 영역이 아예 사라지는 건 아니니까요.”

“그래도 금방 밀리죠. 그걸 불꽃 교단에서 내버려 두겠냐고요.”

“그러니까 그때 저희가 지원을 하던가 해야죠. 지금은 이벤트 도중이라 어쩔 수가 없습니다. 저희가 나서서 밸런스를 맞출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에요.”

김 팀장과 송 차장의 언쟁은 치열했다. 구소형 팀장은 최대한 조용히 둘의 싸움을 지켜보는 중이었다. 그때 구소형 팀장에게 유동섭의 메시지가 날아왔다. 메시지를 받은 구소형 팀장의 입가에 미소가 서렸다.

“저기. 이 프로젝트 다시 계획대로 갈 거 같은데요?”

“그게 무슨 말입니까?”

“방금 다크 영이 변절자 능력을 사용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아주 운 좋게 걸려든 놈이 불꽃의 기수라네요.”

“불꽃의 기수면. 열두 제자급 아니에요?”

“그렇죠. 불꽃 기사만 되어도 대박인데 불꽃의 기수입니다. 그 덕에 불꽃 기사들이 대거 죽었다고 합니다.”

“불꽃의 기수가 넘어간 거면······.”

“불꽃의 기수 힘을 그대로 가진 다크 영의 아들이 탄생하는 거죠. 양아들이긴 하지만 그는 신분으로 따지자면 열두 제자보다도 위에요. 슈브의 지원도 직접 받을 수 있다고 하고요. 그러니 그 힘은 랭크로는 측정 불가할 겁니다. 야네크까지 그대로 사용 가능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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