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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주캐로 멱살 캐리-93화 (93/205)

# 93

그레이트 올드 원

그레이트 올드 원의 출현을 가장 먼저 감지한 건 다름 아닌 램파드였다.

슈브의 어린 양.

그는 변절자로 이룩한 반전으로 슈브 니구라스의 힘을 대량 받아들인 상태였다. 몸집도 이전보다 커졌고 얼굴은 흉측한 염소의 모습으로 변해 있었다.

검은 염소 슈브 니구라스의 복음을 전파하는 분신과도 같은 존재 다크 영.

다크 영들은 다양한 타입이 존재했는데 그중에서 램파드는 직접 선두에 서서 전투를 하는 스타일이 아니라 다양한 지원 마법을 걸어주는 존재였다.

일종의 서포터 개념이었는데 이런 타입의 다크 영들은 전투력은 형편 없지만 기괴하고 강력한 권능을 많이 사용할 수 있었다.

휘하에 강력한 부하들만 있으면 직접 전투를 하는 다크 영들 보다 더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존재.

램파드는 강철 원숭이의 등장을 느끼자마자 눈을 휘둥그레 뜨면서 쿼트에게 소리를 질렀다.

이미 검은 교단의 다른 인물들은 강철 원숭이가 내뿜는 빛에 매료된 상태였다.

오직 변절자 쿼트와 램파드만 강철 원숭이의 빛에 저항하고 있었다. 램파드의 판단은 재빨랐다.

그는 그레이트 올드 원의 힘을 잘 알고 있었다.

그레이트 올드 원 중에서는 아우터 갓과 같은 위치에 있는 자들도 있었다. 그만큼 필멸자의 힘으로는 넘볼 수 없는 존재.

‘하필 미친 원숭이라니······ 그 원숭이를 본 게 경고의 계시였단 말인가!“

램파드는 그레이트 올드 원 중에서도 최악의 존재가 강림했다고 생각했다. 그 이유는 강철 원숭이 아베다는 모든 그레이트 올드 원 중에서 가장 단순한 능력을 지닌 존재였기 때문이었다.

그레이트 올드 원들은 다양한 우주에서 신으로 숭배 받는 존재들이었다.

가장 오래된 옛 것.

그들은 저마다 어마어마한 능력을 지니고 있었고 몇몇은 피조물을 창조하거나 현실을 비틀고 창조하는 능력까지 지닌 자들도 있었다.

그러나 강철 원숭이에게는 그런 권능은 없었다.

다른 그레이트 올드 원들처럼 특수한 능력도 없었고 숭배자들을 강력하게 지배하는 권위도 가지고 있지 않았다.

그렇지만 전 우주에서 가장 최악의 그레이트 올드 원을 뽑으라면 대부분 강철 원숭이를 뽑았다.

그 이유는 강철 원숭이가 전투를 위해서만 만들어진 달로스의 피조물이기 때문이었다.

광기에 물든 그레이트 올드 원 강철 용 카이로를 잡기 위해서 만들어진 존재.

강철 용 카이로는 행성을 씹어 먹고 태양을 삼켜 죽이는 무시무시한 존재였다. 끝없는 욕심에 물든 존재였기 때문에 그를 저지하려면 많은 희생이 필요했다. 강철 원숭이는 그런 카이로를 단숨에 제압한 존재였다.

램파드의 머릿속에 다크 영의 기억이 떠올랐다.

꼬리를 한 번 휘두르는 것만으로 수만의 다크 영을 허무로 보낸 존재.

그러나 기회는 아직 있었다.

그가 완전히 강림하여 모습을 갖추기 전에 저지하여야만 한다.

우주적 존재인 그레이트 올드원은 자신이 살고 있는 세계가 아닌 곳에서 모습을 드러내려면 많은 힘을 소모하여야 했다. 그래서 강림한 후에는 원래의 힘을 다 사용하지 못하는 게 대부분이었다.

잴 수도 없는 까마득한 차원을 넘어서 온 존재들이기 때문에 힘이 소진되어 있는 건 당연한 일.

특히 강림 직전, 직후의 상태에는 아주 취약한 경우가 많았다.

램파드는 본능적으로 그 틈을 노리기로 했다.

“쿼트!”

양아들은 쿼트를 필사적으로 부른 램파드는 두 손을 자신의 뿔로 가져갔다. 그리고 힘을 주어서 뿔을 뽑기 시작했다. 램파드의 뿔이 난 지점에서 검은 피가 조금씩 흘러나왔다. 램파드는 고통을 감내하면서 필사적으로 뿔을 뽑았다.

전신에 쏟아지는 어마어마한 고통.

램파드의 몸이 감전된 사람처럼 부르르 떨리기 시작했다.

까드득.

입을 얼마나 세게 물었는지 램파드의 이빨이 앞니부터 돌출되어 부러지기 시작했다. 램파드의 입에서 피가 줄줄 흘러나왔다. 그럼에도 램파드는 힘을 줄이지 않았다.

뿔.

슈브의 자손이 되었다는 증표이자 권능을 부리는 핵심 기관. 그 뿔을 뽑는다는 건 목숨을 걸 만큼 강력한 마법을 사용한다는 의미였다.

쿼트는 강숭이가 강림하자마자 그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강철 원숭이가 내뿜는 빛이 더욱 강렬해졌다.

램파드의 코와 귀에서도 피가 줄줄 새어나왔다.

끼이익. 스스승!

뿔과 머리에서 생성되는 기이한 이명이 램파드의 몸을 완전히 감쌌다. 뿔은 점점 램파드의 머리에서 빠져나는 중이었다.

빠앙!

공기가 빠질 때 나는 소리가 들렸다. 뿔이 뽑힌 자리에서 검은 피가 분수처럼 솟구쳤고 뿔의 뿌리 부분에는 피로 물든 미세한 크기의 양이 고통에 찬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뿔과 연결되어 있었지만 뿔과는 완전히 다른 그런 존재였다.

램파드는 양 손에 뿔을 들고 그 뿌리 부분의 양을 깨물어 먹기 시작했다. 램파드의 이빨은 대부분이 빠진 상태여서 뿔의 양을 씹어 먹기에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순식간에 피범벅이 된 램파드는 눈물을 흘리며 양을 삼켰다.

우웨에에에엑!

그는 뿔의 양을 삼킨 뒤에 바로 어마어마한 구토를 하기 시작했다. 그의 입에서 쏟아지는 것이라고는 믿기 힘들 정도로 끔찍하고 거대한 것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어린아이의 내장과 처녀의 팔다리 인간의 뇌와 척추, 피. 그리고 마지막에는 수없이 많은 인간의 눈알이 쏟아져나왔다.

램파드의 몸은 순식간에 작아졌다.

뿔이 뽑힌 자리에서는 여전히 피가 솟구치는 중이었다. 램파드는 자신이 쏟아낸 토사물 위로 올라가 무릎 꿇고 하늘을 바라봤다. 그러자 램파드의 뿔에서 흘러나온 피가 한 줄기의 검은 빛덩이가 되어 변절자 쿼트에게 쏟아졌다.

그 힘을 받은 변절자 쿼트는 더 맹렬한 속도로 강철 원숭이에게 다가가기 시작했다.

강철 원숭이는 사막에서 단비를 만난 여행자처럼 빛을 쬐며 웃고 있었다.

빛의 샤워.

강철 원숭이가 완전히 강림한 모습은 그리 크질 않았다. 다른 그레이트 올드 원과 비교하면 초라할 정도의 크기였다. 그러나 강철 원숭이에게서는 흘러나오는 위압감은 다른 그레이트 올드 원과 비교해서 절대 떨어지지 않았다. 그의 몸에서는 수많은 색의 빛이 흘러나오고 있었고 그 빛을 본 사람들은 최면이라도 걸린 움직일 수가 없었다.

강숭이의 갑작스러운 등장에 전투가 멈췄다. 그가 불꽃 교단 쪽에서 나타났기 때문에 검은 교단의 사람들은 강철 원숭이가 적임을 인지하고 있었다.

강렬한 빛.

기괴한 웃음 소리.

변절자 쿼트는 그것에 겁을 집어 먹지 않았다.

그는 아우터 갓인 슈브 니구라스의 지원을 받고 있는 불꽃의 기수.

그런데다가 다크 영의 아들이었다.

그는 변절자가 된 이후부터 조금도 쉬지 않고 전투를 해왔다. 그가 그렇게 움직일 수 있었던 이유는 불꽃 교단의 신도들을 죽이면서 그들의 힘을 섭취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미 쿼트는 불꽃 기사들이 떼로 덤벼도 이길 수 없는 괴물이었다.

한 쌍이던 검은 날개는 세 쌍으로 바뀌어 있었고 머리 위에 뜬 커다란 문장은 코끼리보다도 거대했다.

검은 죽음을 몰고 다니는 존재.

슈브 니구라스는 수 많은 다크 영을 거느리고 있지만 그녀가 직접 창조만 몇몇 다크 영들의 힘은 특별했다.

필멸자의 힘으로는 결코 넘볼 수 없는 힘을 가진 존재들.

그런데 지금 쿼트는 그들과 맞먹을 정도의 힘을 지니고 있었다. 수없이 많은 적을 잡아먹으면서 이룩한 힘.

거기에 슈브 니구라스의 가호까지 받고 있으니 강철 원숭이의 등장에 쿼트는 큰 감흥을 받지 못했다.

다른 자들은 강철 원숭이의 모습을 넋 잃은 사람처럼 바라볼 뿐이었는데 쿼트는 오히려 달려들었다.

화르륵!

검은 불꽃의 날개가 그 어느 때보다 넓고 높게 펴졌다. 쿼트는 강하하는 새처럼 허공에 떠서 하늘을 바라보고 있는 강철 원숭이에게 날아갔다.

저 건방진 놈은 누구인가.

신성한 슈브님의 뜻을 방해하는 자다.

쿼트는 주문을 외우는 것처럼 슈브님의 대한 기도를 계속 읊었다. 광신도가 중얼거리는 것처럼, 마치 범어 같은 쿼트의 기도는 주변으로 퍼져나갔다. 그러나 강철 원숭이의 오오라를 방해하지는 못했다.

불꽃이 사라지는 날 나는 새 노래를 지어

위대한 어머니 슈브 니구라스의 이름을 찬양하리

무지몽매하고 갇힌 자들의

심판하시는 구원의 슈브 니구라스를 높이리

하늘과 땅과 우주여 슈브님을 찬양하라

그 한결 같은 어둠의 구원을 기다려라

어머니여 이 땅에 얼굴을 드러내소서

쿼트의 모습은 이미 인간이 아니었다. 눈동자에는 슈브의 문양이 흉흉하게 빛나고 있었고 머리에는 커다란 산양의 뿔이 어깨까지 내려와 있었다.

얼굴은 시체처럼 창백했으며 귀에서는 검은 피가 줄줄 새어 나오고 있었다.

화르르륵!

극에 달한 분노로 지상을 검은 불꽃으로 태워버리는 변절자 쿼트. 쿼트가 지나간 자리에 있던 자들은 피아를 구분할 것 없이 검은 불꽃에 휩싸였다.

마치 소닉붐처럼 검은 불꽃의 충격파를 전파하며 날아가는 모습은 종말의 날에 강림한 타락천사의 모습과 다르지 않았다.

자신에게 쏟아지는 빛을 올려다보면 강숭이는 자신에게 날아오는 변절자 쿼트의 존재를 감지했다.

램파드의 힘까지 받은 쿼트의 날개는 이전보다 훨씬 강력하고 거대해졌다. 강철 원숭이의 모습보다 쿼트의 모습이 외관상으로는 더 위협적으로 보이는 상황.

강철 원숭이는 쿼트를 확인하고 쿼트 너머의 검은 교단의 자들도 확인했다.

짝!

강철 원숭이가 살짝 박수를 치자 다크 영이 건설한 다리가 와르르 무너져내렸다. 다리에서 있던 불꽃 교단과 검은 교단의 신도들은 거기에 휩쓸려 까마득한 절벽 아래로 쓰러졌다. 그들 중에는 날 수 있는 마법을 쓸 수 있는 자도 있었지만, 그들은 강철 원숭이의 빛 때문에 판단력을 상실한 상태였다.

쉬이이잉!

어마어마한 속도로 강철 원숭이에게 돌진한 쿼트. 강철 원숭이에게 가까이 다가서자 구부러진 염소의 뿔이 투창처럼 돌출된 모습으로 변형되기 시작했다.

쿠앙! 쿠오오오오오!

박수를 친 다음에 웃음을 짓고 있던 강철원숭이의 가슴팍으로 쿼트의 박치기가 적중했다. 어마어마한 충격파가 주변으로 퍼져나갔다. 마치 핵폭발 이후의 핵구름이 생성되는 것 같은 모양새였다.

지축이 흔들리고 그 여파에 휩쓸린 사람들이 사방으로 밀려났다. 포말하우트의 건물의 곳곳이 폭발에 휩쓸려 무너지거나 파손되었다.

주변 지형이 변형될 정도로 강력한 폭발.

“막았다······.”

홀쭉해진 램파드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 말했다. 강림 직후에는 증기선에도 역소환 되는 굴욕을 겪는 그레이트 올드 원이었다. 이 정도 폭발이면 반드시 역소환을 시킬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폭발의 여파가 걷히자 램파드의 그런 희망은 산산히 부셔져 버렸다.

“너 내가 누군지 몰라? 요거 되게 깜찍한 짓을 하네. 뒤질라고.”

강철 원숭이는 멀쩡한 모습으로 램파드의 눈앞에 다가와 있었다. 그의 손에는 찌그러진 뿔 하나가 들려 있었다. 뿔의 끝에는 머리 반쪽 정도만 남은 쿼트가 덜렁거리고 있었다.

으아아아아악!

가까이서 강철 원숭이를 목격한 자들이 어마어마한 비명을 질렀다.

램파드의 눈에서 검은 피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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