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4
달로스
Daoloth
달로스, 다오로스라 불리는 존재.
달리 달로스라는 거대 우주의 절대신.
이곳과 저곳 어제와 오늘과 내일을 넘나드는 존재.
달로스는 시간과 공간을 지배하는 신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다른 그레이트 올드 원이나 아우터 갓처럼 숭배자들에게 직접 모습을 드러내지는 않지만 언제, 어디서나 존재하며 숭배자들을 지켜보는 존재라고 한다.
달리 달로스는 온 우주 중에서도 가장 척박한 우주로 알려져 있었다. 공허와 잔해밖에 없는 허망한 우주를 불쌍히 여긴 달리 달로스는 강철로 이루어진 태양을 만들었다. 강철 태양 속에서 강철 용 카이로가 태어났고 강철 태양과 카이로는 서로를 반사하며 달리 달로스를 비췄다.
그러나 이때에도 달리 달로스에는 생명은 싹트지 못했다. 폐허와 다름없는 우주에 화려한 빛들만 사방을 비추며 존재할 뿐이었다.
***
코즈믹 게이트의 성전 컨텐츠는 많은 유저들이 참여하고 있었다. 월드 자크르 챔피언쉽 이후로 많은 유저들이 유입이 되었고, 관련 컨텐츠들도 많이 늘어났다. 특히 인터넷 방송 쪽에서는 코즈믹 게이트가 완전한 대세 게임으로 자리잡은 상황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펼쳐진 코즈믹 게이트 최초의 대규모 컨텐츠.
커뮤니티에서는 실시간으로 관련 컨텐츠가 쏟아지는 중이었다. 그러다보니 당연히 성전 관련 컨텐츠 방송은 인기였다.
특히 성전의 마지막 전투가 벌어지는 상황이라 커뮤니티에 쏟아지는 글들도 어마어마했다.
- 검은 교단 쪽으로 완전히 넘어간 듯
-- 그런 듯
--- 검은 교단 쪽이 너무 유리하게 설정 된 거 아냐? 완전히 사기 수준이야.
---- 기반으로 따지자면 제국이 훨씬 유리했음. 다크 영이 불꽃의 기수 변절자로 만들지 않았으면 그냥 졌을 듯
----- 그냥 지는 건 아니지. 신전 빈집 털이 당해서 뒤집힌 거지 검은 교단이 원래 셌음.
------ 신의 등급에서 차이가 나는 거 아님? 크투가는 그레이트 올드 원 급이고 슈브 니구라스는 아우터 갓이라서 그런 거 아님?
------- 신의 등급은 무슨 크투가도 원래 아우터 갓임. 그리고 아우터 갓이나 그레이트 올드 원이나 큰 차이 없다고도 되어 있었음.
-------- 뭔 소리하는 거? 그레이트 올드 원이랑 아우터 갓은 넘사벽의 차이가 있음.
--------- 크투가가 니알라토텝 바른 적도 있다는 데 무슨 소리임.
----------- 개소리들 하지마 둘이 안 붙으면 모르는 거야.
-변절자가 압도적으로 세넹.
--마법도 안 통함 ㄷㄷ
---끝난 거 같은데?
---- 대규모 전쟁이라서 그런지 끝내주기는 한다. 채널 여러 개 틀어놓고 다양한 시점에서 감상 중. 영화보다 훨씬 재미남.
----- 레알 이번 컨텐츠 스토리가 웬만한 영화보다 재밌었음. 유저들이 만든 시나리오 크으.
------ 갓시마르가 내용을 재밌게 만들었음. 최초 발견자도 갓시마르 아니었음? 성전 선포하는 장면 웹에 떴던데.
------- 맞음. 그래서 불꽃의 기수가 된 거. 근데 불꽃의 기수 된 값했지. 갓시마르가 검은 신전 완전 털어먹었는데.
-다리 완전히 넘어가겠다.
-어? 저게 뭐임?
-!!!!!!
-그레이트 올드원 뜸.
-으아아아 대박!
-강철원숭이가 뭐임?
-달리 달로스의 지배자임. 그레이트 올드 원이면 크툴루랑 동급임.
-미쳤다. 뜬금포.
-근데 왜 강철 원숭이가 뜬 거? 크투가랑 동맹인가?
-아닐걸?
--맞음 크투가랑 접점 없음.
-뭐지? 이것도 이벤트인가?
-공지는 없음. 이 정도 컨텐츠면 공지가 떠야 하는데?
-그레이트 올드 원이 뜬 게 그렇게 큰 문제인가? 못 잡나? 지금 변절자 쿼트 엄청 센데.
--ㅋㅋㅋㅋㅋㅋ 그레이트 올드원은 그런 수준이 아님. 한 우주의 지배자임 다크 영 떼로 덤벼도 못 이김.
---이게 맞음. 동네 깡패들 싸우는데 미국 국방부가 나선 거랑 같은 급임.
----그보다 윗급 아님? 외계인이 들이닥친 급이라고 봐야지.
-----포스 쩐다. 저 빛 어쩔.
------아! 저 현장에 접속 중입니다. 근데 컨트롤이 안 됩니다. 그레이트 올드 원 떴다고 컨트롤 마비 상태에요.
------- 잘가세용. 원래 그레이트 올드 원 뜨면 정신력 약한 사람은 그 자리에서 미쳐버린다고 했음.
-------- 멋지다. 강철 원숭이. 그레이트 올드원이 게임에서 구현이 되어 있었구나.
- 도대체 이 게임 배경 스토리가 어떻게 되는 거임?
-- 아직 스토리가 제대로 나오지도 않았음.
--- 으어. 나는 아직 쪼렙이라 꿀잼으로 보고 있긴 한데. 고렙들 레알 빡치겠는데.
---- 검은 교단 애들 이번에 축배들고 난리났는데.
----- K 길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쩔.
- 그런데 저거 누가 소환한 거에요?
-- 왜 나타났는지도 모름.
--- 공지 뜨겠지.
---- 뭐하려나.
----- 싹 다 죽인다에 한 표.
강숭이의 등장으로 커뮤니티가 그 어느 때보다도 요동치는 중이었다. 카시마르가 유중악인 게 밝혀졌을 때만큼 큰 충격이었다.
강철 원숭이는 지상에 내려와서 램파드를 바라봤다. 램파드는 미동도 하지 못하고 강철 원숭이를 바라보는 중이었다.
짝!
강철 원숭이가 다시 한 번 박수를 치자 제압 당했던 사람들이 조금씩 정신을 차리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NPC들은 비명을 지르면서 도망쳤고 유저들은 말을 하긴 했지만 강철 원숭이에게 대들거나 하지 않았다.
심지어 검은 교단의 열두 제자들도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치는 중이었다.
방금 친 강철 원숭이가 친 박수는 파괴를 위한 것이 아니라 주박에서 풀어주기 위한 것이었다.
짝!
강철 원숭이가 다시 한 번 박수를 치자 램파드의 옆에 모여 있던 세 명의 아들들도 도망치기 시작했다.
"그래 얼른 가도록 해."
어마어마한 대 이동이 시작되었다. 서로 엉키면서 쓰러지는 자들이 있었고 그들을 밟고 넘어가는 자들도 있었다.
마치 테러를 피해서 도망치는 사람과 같은 모습.
다만 그 숫자가 어마어마하게 많을 뿐이었다.
램파드는 이런 상황인데도 미동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을 뿐이었다.
그는 절대적인 존재 앞에서 저항을 포기한 상태였다. 강철 원숭이는 미물들이 뛰는 모습을 재밌게 지켜보고는 램파드를 바라봤다. 램파드의 주변에는 단 한 명의 사람도 남아 있지 않았다.
다크 영이 이렇게 초라한 존재였던가.
초라하게 움츠러든 다크 영을 향해 그가 질문을 던졌다.
“어떻게 할까?”
강철 원숭이가 웃으면서 물었다. 그의 몸에서 흘러나오는 빛은 여전했지만 강도는 이전보다 약해진 상태였다. 그러나 흘러나오는 빛이 형용할 수 없을 만큼 다양한 색깔인 건 여전했다.
“살려줄까?”
“······.”
“대답 안 해?”
강철 원숭이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램파드에게 말을 걸었다. 램파드는 그 목소리에 바로 답을 하지 않았다.
“당신이 왜··· 여기에···.”
“내 질문은 그게 아니었는데.”
짝!
가볍게 손을 튕기는 강철 원숭이. 그러자 램파드를 놓고 도망치는 아들 그램이 강철 원숭이 쪽으로 끌려왔다. 마치 거대한 존재가 뒷다리를 잡고 끌어버린 듯한 움직임이었다.
“끄아아아아악!”
덫에 걸려 소리를 지르는 사냥감처럼 미친 듯이 몸부림치는 그램. 그러나 그램의 저항은 그리 오래 가지 않았다.
서겅!
강철 원숭이는 꼬리를 들어서 그램을 꿰뚫어 버렸다. 꼬리에 깊숙하게 박힌 그램은 파닥거리다 이내 움직임을 멈췄다.
콰득!
가볍게 그램의 머리를 깨물어서 목을 떼어낸 강철원숭이.
툭!
그 상태에서 램파드의 머리 쪽으로 꼬리를 기울였다. 그러자 그램의 목에서 흘러나오는 피가 램파드의 몸을 적셨다. 램파드는 그런 상태인데도 아무런 반응 없이 강철 원숭이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눈에서는 여전히 검은 피가 흐르는 중이었다.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램파드의 반응을 보던 강철 원숭이는 램파드가 반응이 없지 살짝 표정을 일그러트렸다.
“반응이 없네.”
짝!
이번에는 좀 더 세게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램파드의 둘째 아들인 슬램과 하램이 꼬리쪽으로 끌려와 꿰뚫렸다.
푸슉!
가볍게 손을 휘둘러 목을 베어낸 강철 원숭이는 이번에도 램파드의 머리 위로 피를 쏟아버렸다.
탁! 탁!
마지막 한 방울까지 털어내려는 듯이 꼬리를 움직여서 피를 뿌린 다음 장난 섞인 표정으로 램파드를 바라보는 강철 원숭이.
그러나 램파드는 강철 원숭이를 그윽하게 바라볼 뿐이었다.
“재미 없네. 뭐, 진짜 재미난 건 따로 있으니까.”
짝!
강철 원숭이가 크게 박수를 쳤다. 그러자 머리 위로 작은 강철 구체가 떠올랐고 그 구체에서 기이한 비명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비명 소리가 점점 커지자 도망치던 사람들이 점점 그쪽으로 빨려 들어갔다.
콰직!
제일 먼저 희생양이 된 자는 다크 영인 램파드였다. 그 뒤로 도망치던 사람들이 강철 구체로 빨려 들어갔다.
쉬이이이잉!
몇 분 지나지도 않아서 주변이 말끔해졌다. 강철 원숭이에게서 도망치는 사람 단 한 명도 없었다.
제일 먼저 도망친 사람도 제일 늦게 도망친 사람도 모두 강철 구체에 빨려 들어갔다. 사람을 빨아들일수록 구체의 몸집은 점점 커졌다.
강숭이는 커진 구체를 권능을 이용해서 작게 만들었다.
탁구공만한 크기로 작아진 구체를 강철 원숭이는 기쁜 표정으로 입에 넣어서 씹었다.
아그적!
으아아악!
마치 과즙처럼 터져 나오는 수 많은 사람들의 피.
강철 원숭이는 그걸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여러 번 깨물어서 먹었다. 검은 교단의 인물들을 전멸시킨 그는 서서히 뒤를 돌아봤다.
포말하우트의 주변에는 아직 불꽃 교단의 인물들을 진을 치고 있었다. 카시마르도 마찬가지였다.
카시마르와 사람들은 강철 원숭이의 등장에 치열하게 이야기를 주고 받는 중이었다.
[대체 뭘 어떻게 한 거야?]
[시간을 조종하는 아이템을 사제가 줬어. 난 그걸 강숭이에게 주었고.]
[과거로 보낸 거군요······.]
[강숭이가 저렇게 센 놈이었어?]
[달리 달로스의 지배자라고 했으니 세긴 했겠지.]
[도무지 이해가 가질 않는 상황이다. 이거 완전 판을 엎어버린 건데.]
[미쳤네. 저거 쿼트가 한 방에 죽었다.]
[죽은 게 아니라 아무 것도 못했어요.]
[다크 영도 저항을 포기한 것 같고.]
[도망치게 해주는 거 같은데?]
[이거 움직여지지도 않은데 이제 다 죽는 거 아냐?]
[계약서를 믿어 봐야지.]
[안 통할 거 같은데.]
[몰라. 다 뒤지는 거지. 어차피 다 죽는 거였는데.]
강철 원숭이는 주저하지 않고 카시마르를 향해 움직였다.
“선생님.”
강철 원숭이가 물었다.
“왜.”
“괜찮겠습니까요?”
“뭐가?”
“제가 선생님의 팔다리를 떼어 낼 생각인데 괜찮겠냐는 말입니다요.”
카시마르가 믿고 있던 계약서의 효능이 물거품이 되는 순간이었다. 강철 원숭이는 꼬리를 높게 치켜들고 카시마르를 향해 휘둘렀다. 그는 아주 천천히 카시마르를 벌레처럼 가지고 놀다 죽일 생각이었다.
그런데 그때 강철 원숭이의 몸이 엄청난 빛에 휩싸였다. 주변 사람들의 눈을 멀게 만들 것 만큼 엄청난 빛이었다.
강철 원숭이가 처음 등장했을 때보다 더 강력한 빛.
빛은 몇 분 동안이나 강력하게 주변을 비췄다. 그리고 서서히 줄어들었다. 빛이 줄어들자 나타난 모습은 충격적이었다.
쿵! 쿵! 쿵!
투명한 금속 안에 갇힌 강철 원숭이가 미친 듯이 움직이면서 빠져나오려고 하고 있었다. 그러나 금속은 조금도 무너지지 않았다.
그리고 다시 번쩍이는 빛.
이번에는 아주 찰나 동안 반짝인 빛이었다.
휭!
빛이 잠깐 강력하게 발하고 나자 강철 원숭이는 더 이상 모습이 보이질 않았다. 강철 원숭이가 만든 폐허의 모습만 오롯이 남아 있을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