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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주캐로 멱살 캐리-100화 (100/205)

# 100

이웃집 또 털어

루테스 대륙에 강림한 다크 영은 모두 둘이었다. 제국에 하나 북제국 연합에 하나.

게임 밸런스를 위해서 두 명의 다크 영을 배치했다. 북제국의 다크 영은 성전이 끝난 뒤에도 살아남았다.

제국에 소환된 다크 영은 서포터 계열의 다크 영으로 간접 전투를 지향하는 자였고, 북제국에 소환된 다크 영은 전사 계열의 다크 영이었다. 둘은 지향하는 바가 달랐다.

따지자면 전사 계열의 다크 영은 잘 죽지 않는 대신에 성장하는 속도가 일정했다.

전투를 반복하면서 성장하는 다크 영.

반면에 서포터 계열의 다크 영은 단 한 번의 계기로 성장 속도가 어마어마하 빨라질 수 있었다.

변절자 쿼트가 좋은 예라고 할 수 있었다.

북제국의 다크 영인 플러스는 제국의 다크 영과는 여러모로 다르게 진화했다.

램파드가 신전을 세워서 슈브의 지원을 더 강력하게 받는 쪽을 택했다면, 플러스는 신전을 세우는 대신에 힘을 키우는 방법을 택해서 북제국 쪽으로 진격했다.

덕분에 혼돈의 교단과 싸워서 대승을 거두지는 못했지만 어느 정도 영역을 확보한 플러스였다.

지금 북제국에는 검은 교단의 영역이 확실하게 정착되어 있었고, 그 영역은 붉은 산맥 인근으로 되어 있었다. 제국 쪽 검은 교단의 영역보다 확실히 넓다고 할 수 있는 크기였다.

제국의 다크 영이 사라졌다는 걸 알아차린 플러스는 신전으로 향했다. 그 신전을 자신이 차지하게 되면 더 강력한 힘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구팀장님. 북제국 다크 영이 신전 쪽으로 들어갔다고 합니다.”

유동섭이 퉁명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북제국에 있는 작은 신전은 어케 되는 거야?”

“플러스가 신전 완전히 먹으면 교체 되겠죠.”

“서브로 변경되는 건가?”

“그렇겠죠.”

“그럼. 이 일만 수습되면 검은 교단의 영역이 생기는 거네?”

“그런 셈이 되는 거죠. 원래 계획보다는 틀어졌지만.”

“작아도 세력이 확립되는 게 중요해. 나머지는 차차 조정하기로 했으니까. 지금 위에서 난리야. 황이사가 지랄을 아우. 그보다 플러스가 신전을 차지하면 양쪽에서 치고 들어와도 충분히 버티는 건 가능한 거지?”

“지금도 플러스는 강합니다. 신전까지 차지하면 더 강해질 테니 영역을 넓히지는 못해도 지키는데는 충분할 겁니다.”

“그럼 된 거야. 삼자구도만 만들어두면 이제 나머지 세력들은 등장시키기도 어렵지 않아.”

“AOS 모드가 잘 나오긴 했나봐요.”

“지금 8팀은 그거만 전담으로 해서 준비하고 있잖아. 테스트 결과 재미는 끝내준다는 거야.”

“그냥 재밌기만 한 건 아니겠죠. E 스포츠 쪽을 활성화 시키기 위해서 나온 거니까요.”

“그렇지.”

코즈믹 게이트에서는 AOS 모드를 준비하고 있었다. 루테스 대륙에 다양한 신의 세력이 등장하면 나올 모드. 코즈믹 게이트에서는 그 모드를 출시하기 위해 많은 준비를 하고 있었다.

“팀장님은 테스트에 참여 안 하십니까?”

“왜? 유대리 테스트 해보고 싶어? AOS 장르 좋아해?”

“그거 저희 또래들은 다 좋아했어요.”

“하긴···. 이번 일만 잘 마무리 해. 그러면 8팀장한테 내가 말 해볼게. 안 그래도 팀장들한테 이야기가 오긴 했어.”

“예!”

***

사제를 따라서 움직이던 카시마르는 적당한 공터로 안내해달라고 부탁했다. 일단 변한 부분이 정확히 무엇인지 확인하는 게 중요했기 때문이었다. 수행기사들은 그를 그림자처럼 조용히 따라다니고 있었다. 카시마르와 그들은 시스템으로 연결되어 있었다.

결론적으로 따지자면 수행기사들의 능력치는 카시마르의 예상을 뛰어넘고 있었다.

그들은 특별한 스킬은 지니고 있지 않았지만 대신에 스탯이 보통 유저와는 다른 수준이었다.

힘, 생명력, 체력 수치가 보통 유저와는 단위 자체가 달랐다. NPC들은 스킬에 포인트를 투자하지 않고 성장을 하니, 스탯이 기괴하게 높은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몰랐다.

‘타티아민이 괜히 힘이 강하다고 했던 게 아니구나.’

타티아민의 말을 그제야 이해할 수 있었다. 불꽃 기사는 랭크로 따지자면 A랭크 수준의 스탯을 지니고 있었다. A랭크 유저가 스킬에 투자하지 않고 스탯에 모두 투자했을 때 정도의 스탯.

특히 쌍둥이인 아렌과 카렌의 힘은 오우거와 힘으로 겨뤄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엄청난 힘을 지니고 있었다.

“아렌. 카렌.”

“예.”

카시마르의 부름에 아렌과 카렌이 자연스럽게 걸어 나왔다.

“한 번 공격해보겠어요?”

“공격을 말입니까?”

“예. 힘을 시험해보고 싶어서 그럽니다.”

원래대로라면 카시마르는 무멘의 폭발력이 활성화되기 전까지는 카렌과 아렌에게 힘으로는 상대가 되지 않아야 했다. 그러나 카시마르는 이상하게 둘을 상대해도 질 것 같지가 않았다.

아렌과 카렌은 서로를 한 번 바라보더니 재빠른 속도로 달려들어 공격했다. 아렌은 카시마르의 얼굴을 카렌은 카시마르의 복부를 공격했고, 카시마르는 양손으로 그걸 막아냈다.

타닥!

아주 가볍게 아렌과 카렌의 공격을 막아내는 카시마르. 강력한 힘이 느껴지긴 했지만 카시마르는 큰 무리 없이 막아낼 수 있었다. 카시마르는 인벤토리에서 아이템들도 확인했다. 가장 먼저 확인한 것은 가면이었다.

가면은 변한 부분이 거의 없었다. 대신에 카시마르가 가지고 있던 달리 달로스의 금속을 다루는 능력만 삭제된 상태였다. 카시마르는 꼼꼼하게 아이템을 확인했다.

모든 건 롯다오의 말대로였다. 카시마르는 바람을 다루는 능력을 얻었고 강력한 힘과 번개를 다루는 능력도 얻었다. 상대의 능력을 훔치는 능력은 사라졌지만 대신에 효율이 좋아졌다. 워낙 정신력 수치가 높은 카시마르다보니 바람의 능력 하나만으로도 어마어마한 일을 할 수 있을 것이었다.

카시마르는 선 상태로 차분하게 바뀐 것을 확인했다.

1. 가면의 진화는 계속 진행된다. 그러나 언제 어떻게 진화될지는 알 수 없다. 카시마르의 스탯 자체가 확인할 수 없게 바뀌었기 때문이었다. 카시마르가 확인할 수 있는 건 생명력과 체력 정신력 수치뿐이었다. 레벨도 확인 불가능.

2. 두 개의 능력을 훔칠 수 있던 야네크는 고정된 능력으로 바뀌었다. 하나는 폭풍을 다루는 능력. 다른 하나는 힘과 검은 번개를 소환하는 능력. 야네크에 고정된 무멘의 힘은 정신력을 소모할 필요가 없이 스탯처럼 각인이 되었다. 검은 번개는 자연스럽게 발현이 된다.

3. 달리 달로스의 금속을 변형시키는 능력은 사라졌다. 강철 원숭이의 전투 갑옷 잔해인 그로와 카이로의 꼬리는 강철용 카이로를 닮은 ‘꼬리’로 변신했다. 꼬리는 귀엽고 카시마르의 명령을 듣지만, 강철 원숭이를 괴롭힌다.

4. 수행기사들은 강하다. 아렌과 카렌이 특히 강력하고 중년의 수행기사인 드아이가 그보다 능력치가 조금 떨어진다. 아렌과 카렌도 말이 별로 없지만 드아이는 더 말이 없다.

5. 롯다오는 인벤토리에 아이템을 넣어두었다. 신전으로 공간이동을 할 수 있는 아이템.

“선생님! 제발 좀!”

꼬리가 강숭이를 깨물어 먹으려고 하고 있었다. 당연히 강숭이는 꼬리를 피해서 필사적으로 도망쳤다. 그러나 강숭이와 다르게 꼬리는 아무리 달려도 지치질 않았다. 결국, 강숭이는 머리를 깨물려서 카시마르의 앞에 질질 끌려왔다.

카시마르 앞에 온 꼬리는 강아지처럼 칭찬해달라는 듯이 꼬리를 마구 흔들었다.

“그래. 잘 했다. 근데 이제부터는 명령하기 전에는 그만 괴롭히자.”

꼬리는 카시마르의 말을 아주 잘 알아 듣고 있었다. 카시마르는 품속에서 금속을 몇 개 꺼내 꼬리에게 넘겨주었다.

아그적!

꼬리는 금속을 받아먹으면서 기분 좋은 듯이 폴짝 뛰었다.

***

길드원들을 다시 소집했다. 성전이 끝난 후 보상을 받고 각자의 일정대로 움직이려던 길드원들은 카시마르의 소집에 귀신 같이 다시 모여들었다. 그들은 카시마르와 관련된 일이라면 레이드 도중이라도 달려올 기세였다.

“신전을 다시 가자고? 인마. 성전 보상 다 끝나서 아이템 다 가지고 있을 거야. 괜찮겠어?”

“그전에는 들어가서 깽판 안 쳤나.”

“두 번은 안 당하지 않을까요?”

골낳괴가 말했다.

“그니까 제대로 털어야지. 이번에는 목표가 확실해. 신전을 아예 박살내는 거야.”

“스케일이 너무 커지는데.”

“싫으면 빠지던가.”

카시마르가 퉁명스럽게 말했다. 그러자 핏불킹이 웃으면서 뒤를 돌아보았다. 그의 뒤에는 이미 꿀매너 길드원 전원이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이미 다 왔어. 근데 이번에도 마법진으로 가는 거냐?”

“아냐. 이번에는 섬광탄이야.”

“섬광탄?”

카시마르는 롯다오에게 받은 섬광탄을 들었다.

“이 빛을 받은 사람은 모두 검은 교단 신전 쪽으로 넘어갈 수 있나봐.”

“그러면 전처럼 인원 제한도 없는 거잖아?”

“그렇지.”

“그러면 우리끼리 갈 필요 있어?”

“유저들은 위험 부담이 있어. 언제 말이 새어나갈 지 모르고. 알잖아. 믿을 수 있는 사람들이랑 움직이는 게 중요하다는 거.”

“누가 유저를 부른데?”

“그러면? 교단 쪽에 연락해보려고? 교단 쪽은 포말하우트 복구하는데도 난리야. 불꽃 기사들도 이미 다 돌아간 상태고.”

“있어 봐.”

핏불킹은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통신구를 꺼내서 누군가와  대화를 나눴다. 웃으면서 대화를 나누는 게 오래된 친구와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아 보였다.

“누구를 부른 건데?”

“오피아 가문 친구.”

“오피아?”

“그 있잖아. 이번 성전에 참여한 가문. 입술 시뻘게 가지고 약간 목소리 내시 같고.”

오피아 가문은 제국 내에서도 꽤 큰 가문이었다. 이번 성전에 참여해서 많은 공을 세운걸로 되어 있었다. 오피아 가문의 현 가주는 가로겔로 특이한 목소리를 지니고 화려한 의상과 장신구를 달고 다닌다.

“그 사람이랑 알아?”

“성전 끝나고 술 한잔 했지. 보니까 성격이 꽤 괜찮더라고. 자기네 성에 놀러 오라고도 했고. 아까도 메리씨랑 그쪽으로 넘어가는 중이었다. 거기 경치가 아주 좋다던뎅.”

“대체 술은 언제 마신 거야.”

“안 그래도 입이 삐죽 나와 있었어. 내가 간다고 했다가 여기로 왔거든. 이리로 오라니까 좋다고 온단다. 그놈이 있는 곳은 제국 서남부 쪽에서도 끝자락이어서 심심한가 봐. 외지인을 아주 좋아해.”

“지방 유지 같은 느낌인가?”

“그런 느낌이긴 하지.”

“근데 빨리 올 순 있어?”

“성전에 참여한 가문들은 포말하우트에 포탈을 두고 있다고. 금방이야.”

“크게 도움 안 될 거 같은데.”

“저기 오네.”

정말 순식간에 가로겔이 등장했다. 가로겔은 흰 모피 코트를 입고 머리를 금발을 휘날리면서 달려오는 중이었다. 그 뒤를 가로겔의 호위 기사들이 따랐다. 손가락에는 화려한 반지가 마디마다 껴져 있었고, 목걸이며 팔찌도 가득했다. 귀걸이는 말할 것도 없었다. 아무리 봐도 전투를 하려는 사람 같지는 않은 모습.

“야. 저래 보여도 불꽃 기사다.”

“불꽃 기사라고? 진짜?”

“응. 이번에 꽤 잘 싸웠다던데?”

“저 복장으로 잘 싸웠다면 대단하긴 하네.”

“듣기로는 꽤 한다고 하던데.”

“핏불킹씨. 안 온다고 해서 섭섭해하고 있었는데. 어머! 서프라이즈!”

가로겔의 목소리는 톤이 높았다. 그런데다가 말투까지 여성스러워서 도무지 기사의 이미지와는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만 불꽃 기사라고 했다. 카시마르는 핏불킹과 가로겔이 인사를 나누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야. 저 친구는 먼저 온 거고 병력들이 더 올 거래.”

“알았어.”

“그리고 아는 가문의 사람들한테도 연락을 해도 되냐고 하던데? 유저만 아니면 크게 상관 없지 않을까?”

“그치?”

“근데 너무 좋아하는 거 아냐? 이거 놀러가는 거 아냐. 가서 죽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 했어?”

“어. 잘 알고 있던데?”

“참 이해가 안 가네. 유저가 아니어서 부활도 안 되는데 다들 왜 저리 좋아하지.”

“제국 놈들 원래 싸우는 거 좋아해. 원래 쥐똥만한 지역에서 시작해서 이리 크게 만든 거 아냐. 태생이 약탈이고 전쟁이었는데 그 피가 어디 가겠어?”

“아무튼 너무 시간 끌지 말고 데려오라고 해.”

“금방이야.”

잠시 뒤, 가로겔이 말한 가문들이 합류했다. 가문의 가주들은 마치 반상회라도 온 것처럼 즐겁게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그들 손에는 포도주 잔이 들려 있었다.

가주들은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는 반면에 그들 뒤에 있는 병사들은 전혀 흐트러짐이 없는 모습이었다.

“대체 얼마나 부른 거야?”

“나도 이 정도로 많을 줄은 몰랐지.”

“포탈 타고 계속 넘어오는데요?”

“이래도 되는 거에요?”

“몰라.”

“이 정도면 길 헤맬 걱정은 안 해도 되겠다.”

“그러겠지. 이 정도 인원이면 가자마자 걸리테니까.”

몇백 명 수준일 줄 알았던 가문의 병력들은 몇천 단위를 넘어가고 있었다.

오피아, 칼덴, 다기스, 소키란, 타르켄 가문의 합류가 결정되었다.

모인 병력의 규모는 검은 교단을 기습하러 가는 수준이 아니라, 박멸하러 가는 수준으로 바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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