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2
이 신전의 철거반은 나야 나!
“팀장님. 검은 교단 쪽 아이템 대부분 복구되었습니다.”
“그래? 전부 이전과 비슷한 옵션 아이템으로 세팅 되었나?”
“예. 몇 개 옵션이 틀어진 게 있지만 대부분 만족하는 것 같습니다. 이전보다 더 좋아진 유저들도 꽤 있거든요.”
“됐어. 유저 대거 이탈만 아니면 돼. 지금 신규 접속자들도 많이 늘고 있다면서?”
“예. 이번 성전 관련 컨텐츠 동영상 조회수가 장난 아닙니다. 그걸 보고 게임에 들어오는 유저수가 많아지는 추세고요. 특히 중국 쪽에서 접속이 많아졌습니다.”
“그쪽은 원래 유행이 늦게 시작되니까. 좋아. 그쪽 애들이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면 더 볼 것도 없지. 자. 그동안 다들 수고 했어요. 다들 보너스 두둑하게 지급될 겁니다.”
구소형이 웃으며 말했다. 그러자 직원들이 큰 소리로 반응했다. 최악의 상황이 발생했지만 수습을 해냈다.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티···팀장님!”
어떤 상황에서도 시니컬한 태도를 유지하던 유동섭이 당황한 목소리를 냈다.
“왜?”
“저기 신전에······.”
“신전이 왜?”
“검은 교단 쪽 신전에 불꽃 교단 신도들이 나타났습니다.”
“뭐? 어떻게? 바리게이트 잘 쳐져 있는 거 아니었어? NPC들 잘 깔아두었잖아. 경계선에.”
“그게 전에 검은 교단 신전을 기습했던 방식으로 들어온 거 같습니다.”
“신전에 지금 북제국 다크 영 들어가 있지?”
“예.”
“그러면 괜찮아. 램파드랑 다르게 플러스는 강하니까. 북제국과의 싸움에서 살아남아서 상당히 강해졌어. 변절자 쿼트 급은 아니지만 말이야. 저번에 기습 했던 정도의 병력이지?”
“이번에는 병력이 좀 더 많아요.”
“얼마나?”
“좀 많이요.”
“못 막아? 거기 대형 길드 유저들도 많잖아. 검은 교단 소속 유저들 제일 많은 데 그걸 못 막아. 설마 또 그 양반이야?”
“예. 그분이랑 꿀매너 길드가 주축인 것 같아요.”
“하···.”
구소형의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아무튼 교단 쪽 NPC들을 총 동원해서 막던지 해. 그렇게 해도 괜찮잖아.”
“이미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만.”
“근데 왜?”
“숫자가 너무 많아요.”
“뭐? 꿀매너 길드가?”
“제국의 다른 가문들도 합세했습니다.”
“얼마나 되는데?”
“만 단위가 넘어요.”
“뭐? 야! 지금 검은 교단 쪽은 그 정도 병력 막을 준비가 안 되어 있어. 대형 길드들은? 검은 교단 쪽 대형 길드들 있을 거 아냐.”
“그 사람들 아이템 박살난 거 복구 되자마자 사냥 나갔습니다. 며칠을 아무 것도 못했으니······.”
“아이고 타이밍도 지랄 맞네. 지랄 맞아. 이쯤되면 누가 그분한테 정보 흘리는 거 아냐?”
“설마요. 그런 거 질색하는 사람이라고 위에서도 섣부르게 컨택하지 말라고 했잖아요.”
“근데 어떻게! 어떻게 이렇게 아픈 곳만 골라서 패는 것 같냐는 말이야.”
“어쩌죠?”
“뭘 어쩌긴 어째? 막아야지. 다크 영이 세니까 막을 수 있어. 피해를 최소화 하게 해야지. 그리고 길드 쪽에도 넌지시 정보 흘려. 아마 다들 돌아오겠지.”
“피해가 클 겁니다.”
“신전만 지키면 돼. 신전만.”
“검은 교단 쪽 유저들은 이미 소문 듣고 몰려들고 있습니다. 그치만 그 전까지 얼마나 피해가 갈지 모르겠습니다.”
“후우······ 사표를 쓰던 가 해야지. 야. 유대리야.”
“네.”
“너 내가 한우 사줄게. 황이사한테 네가 대신 보고하면 안 되겠냐?”
“······.”
***
쿠콰콰콰카콰카캉!
플러스가 벽을 무너트리면서 공격을 휘둘렀다. 꿀매너 길드 사람들이 얼른 뒤로 물러나면서 플러스의 공격을 피했다.
“뭐 저런 놈이 다 있냐. 상태 이상 기술이 하나도 안 먹혀.”
“저항력이 높은 거겠죠.”
“신전이라서 버프를 받는 걸 수도 있어.”
쿵! 콰아아아앙!
“야! 피해! 또 달려든다.”
플러스의 몸에서 검은빛이 흘러나왔다. 그리고 적에게 달려들기 시작했다. 마치 투우소와 같은 모습이었고 점점 가속도가 붙으면서 속력이 더 빨라졌다.
“미친 놈처럼 날 뛰네.”
“캐릭터 하나는 확실하다.”
“야. 너는 뭐 안 되겠냐?”
“몇 대 때려봤는데 반탄력이 느껴질 정도야. 엄청 단단해.”
핏불킹의 질문에 카시마르가 답했다.
“그럼 방법 없나?”
“카시마르 형이 시간 좀 끌어주면 제가 큰 거 한방 날릴 수 있을 거 같습니다.”
용재가 말했다.
“어떤 거? 자폭 쓰려고?”
“그거 말고 시간이 좀 걸리는 스킬 있어요.”
“용재야. 그 스킬로는 안 될 거 같아. 장난 아냐. 마법 다 튕겨낸다. 웬만한 걸로는 생채기 정도인 거 같아.”
“무적 모드인 건 아닌 거 같은데.”
“이 게임에 무적 모드가 어딨어. 분명히 데미지는 들어가는데 강한 거야. 슬로우 걸어도 느려지긴 해. 아주 잠깐이지만.”
“어떻게 할까요? 총 공격 하라고 해볼까요?”
“괜한 소모전이 될 거 같은데요. 차라리 후퇴해서 불꽃 기사들 불러오죠. 그들까지 합세하면 잡을 수 있을 거 같아요.”
골낳괴가 말했다.
“불꽃 기사들은 지금 신전 근처로 몰려드는 지원 병력 막는 중이야. 제대로 자리 잡으려면 시간 좀 걸릴 거야.”
“신전 주위에서 아예 농성을 하겠다는 거네요.”
“그런 거지. 그러면서 공성 병기로는 계속 두들기고, 안에서는 우리가 기둥을 찾고.”
“기둥 찾는 건 철회해야 될 거 같은데요. 다크 영이 저리 강하니. 근처에 가지를 못하겠어요. 스플래쉬 데미지가 저리 세니. 어떻게 접근을 해요.”
플러스가 도끼를 휘두를 때마다 강력한 기운이 흘러나와서 충격을 주었다. 동작은 그리 빠른 편이 아니어서 충분히 접근해서 공격은 할 수 있겠지만, 데미지 범위가 워낙 넓어서 제대로 딜을 넣을 수가 없었다.
결국, 플러스를 잡으려면 소모전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 문제는 유저들과 NPC는 생각하는 게 다르다는 점이었다. 유저들은 충분한 이득이 없으면 소모전을 하는 걸 꺼려 했다. 성장을 위해서 하는 플레이가 오히려 독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만큼 코즈믹 게이트에서 사망 페널티는 크다고 할 수 있었다.
“수행 기사들 놓고 내가 다시 한 번 들어가보도록 하지.”
“괜찮겠어요?”
“집중 공격에 무너지긴 할 거야.”
“가만. 가만 있어 봐.”
카시마르가 움직이려고 할 때 핏불킹이 턱 끝을 쓰다듬으며 제지했다.
“왜?”
“어차피 신전 기둥 어딨는지도 모르잖아.”
“그렇지. 대충 의심 가는 곳은 있지만.”
“그럼 여기서 이대로 시간 끌자.”
“뭐?”
“무리하게 저놈 잡지 말고 시간 끌자고. 알아서 발광해주잖아.”
핏불킹이 플러스를 가리키며 말했다. 핏불킹의 말대로 플러스는 발광 수준으로 주변의 모든 것을 파괴하고 있었다.
“아하. 그렇게 가자는 거지?”
“그래.”
핏불킹의 전략은 단순했다. 플러스를 살살 약올리면서 대신 신전을 파괴하게 만들자는 것이었다.
“될까요?”
골낳괴가 말했다.
“안 될 거 같냐? 지금 저놈이 잠깐 동안 부순 걸 봐라. 불도저 수준이야.”
“흠. 빨리 부수긴 하네.”
“몇 시간 정도 끌고 다니면서 건물 부수면 남아나는 거 없을 거 같다. 저봐. 그냥 휘두르면 다 부서지네.”
“그럼 해보자.”
“그래. 자. 흩어져서 길드원들한테 슬쩍 슬쩍 전달해. 이 지역 귓말 안 되는 거 알지?”
바로 작전이 시작되었다.
“좀 더 열 받게 해보자. 잘 부시네.”
우르르르.
플러스는 눈에 보이는 모든 걸 파괴하고 있었다. 작전을 전달 받은 꿀매너 길드원들은 플러스를 더 자극해서 보다 많은 구조물을 파괴하도록 유도하기 시작했다.
***
“유대리님. 근데 다크 영 신전 안에서 거의 무적 아니었어요?”
신입 직원인 김신애가 말했다. 그러자 심각한 표정으로 상황을 지켜보던 유동섭이 반응을 보였다.
“그게 무슨 소리에요? 신애씨?”
“그 있잖아요. 검은 교단 설정 보면은 다크 영에 관한 부분 있었잖아요.”
“그게 한 두줄이 아니어서요. 그런 내용이 있었어요?”
“아마 무적 맞을 걸요?”
“신애씨. 그런 설정 없어. 내가 설정 잡힐 때부터 관리했었는데.”
김신애 옆자리에 있던 강형석이 말했다.
“본 거 같았는데.”
“없다니까.”
“그래도 확인은 해봐야죠. 설정 열어 확인해 봅시다.”
코즈믹 게이트는 워낙 변수가 많은 게임이어서 관리자들도 설정을 일일이 다 기억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변수가 생기면 찾아서 확인해보는 작업이 필요했다.
팀원들은 얼른 다크 영 관련된 설정을 열어서 확인해보았다.
“없는데?”
“전에 틈틈이 읽어보라고 하셔서 봤을 때 있었는데요.”
“없잖아. F-7 여기가 다크 영이 신전에 거주 중일 때 나타나는 현상에 대한 건데.”
“분명히 봤었는데요.”
“신애씨. 본 거 확실해?”
유동섭이 다시 한번 물었다.
“네.”
“그럼 다크 영이 의식을 진행 중일 때 상황을 한 번 살펴봅시다. 잘 하면 이 상황이 아주 쉽게 해결될 수 있어요.”
유동섭은 설정을 더 파고 들었다.
“신애씨가 본 게 이거 같네요. 유대리님.”
“어떤 건데?”
“신전 기반으로 스타트한 다크 영이 아닌 다크 영이 새로 신전을 점거할 경우. 의식이 필요하며 그 의식이 진행되는 동안 다크 영은 무적 판정을 받는다.”
“가만히 있어 봐요. 그러면 지금 플러스가 처한 상황과 비슷한 거 아닌가요?”
“제가 보기에는 같은 상황 같은데요.”
“어떻게 이런 설정이 들어가 있지?”
“다크 영은 어쨌든 신의 아들이라는 설정이고, 신의 아들이 위기의 상황에서 의식을 시작한 거니까요. 슈브 니구라스와 링크된 상태라는 설정이라서 지상 데미지에 무적 판정을 받는 것 같습니다.”
“그러면 의식이 끝나기 전까지는 안 죽는다는 소리네요?”
“그렇죠.”
“그러면 이대로 내버려 두면 괜찮다는 소리잖아요.”
“아마 그럴 겁니다. 다만 신전 외부에 포진한 불꽃 기사들의 병력이 문제겠죠.”
“그쪽 공성 병기로 신전 부수려면 오래 걸립니다. 그리고 그 전에 유저들과 검은 교단 쪽 신도들이 몰려올 거고요. 아무리 만 명이 넘는다고 해도 본진에서 싸우는 겁니다. 결국은 지게 되어 있어요.”
“예. 다크 영이 의식을 마치지만 않으면 큰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
“그럼 전 팀장님한테 빨리 보고하고 올게요.”
유동섭은 얼른 구소형을 찾았다. 구소형은 황이사에게 상황을 보고하고 내려오는 길이었다. 구소형은 짧은 시간 사이에 무척 수척해진 모습이었다.
“왜? 또 무슨 일 터졌어?”
“그게 아닙니다.”
“무슨 일 터진 거 아니면 그냥 넘어가자. 황이사 뒷목 잡고 괴성지르고 난리도 아니었어.”
“그게 아니라요. 해결 방법을 찾은 거 같아서요.”
“해결 방법? 어떻게?”
“우리 팀 김신애씨가 찾은 방법입니다.”
유동섭은 구소형에게 상황을 설명했다. 그러자 구소형의 수척해졌던 얼굴이 활짝 펴지기 시작했다.
구소형은 즉시 황이사에게 달려갔다.
“또 무슨 일입니까?”
머리를 부여잡고 있던 황이사가 말했다.
“이사님. 제가 설정 집을 보다가 돌파구를 찾아냈습니다.”
“그게 무슨 말입니까?”
“일을 어떻게 해서든 수습해야 되니까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내려가서 설정을 확인했는데, 예전에 다크 영 의식관련 설정을 본 게 어렴풋이 기억나더라고요. 그래서 팀원들 시켜서 확인을 해보았습니다.”
“그게 무슨 설정인데?”
황이사가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
“쉽게 말해서 지금 의식이 진행되는 도중이라 다크 영인 플러스는 무적인 상태입니다. 꿀매너 길드에서 아무리 플러스를 두들겨봤자 데미지 제로에요.”
“그러면 이길 수 없는 싸움이라는 거네?”
“그렇죠.”
“밖에 있는 불꽃 기사들은?”
“그들은 이제 귀환하는 유저들과 NPC들로 쌈 싸 먹어야죠.”
구소형이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그러면 문제 없다는 거네요?”
“그렇습니다. 그런데다가 늘 이벤트에 딴지를 거는 그분도 이번에는 호되게 당하겠죠.”
“으하하. 대주주님한테 이런 마음을 먹으면 안 되지만 속이 다 시원하네. 속이 다 시원해! 구팀장 아주 잘 했어요. 아니 했다기보다는 잘 발견했어요. 하마터면 임원들 다 소집할 뻔 했잖아. 대체 무슨 말로 임원들을 설득해야 하는지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는데. 하하하. 아주 좋아요. 아주!”
“감사합니다!”
“구팀장 그 센스! 내가 그 센스를 예전부터 아주 잘 알고 있었지.”
“좋게 봐주셔서 늘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래요. 그러면 상황 화면 한 번 틀어봐요. 속이 다 시원하네. 지금 그 길드가 신전에 들어간지 얼마나 되었습니까?”
“두 시간 정도 되었습니다.”
“그 정도면 뭔가 이상한 낌새를 챘겠지. 바보들도 아닌데.”
“그렇겠죠.”
“신전 밖의 상황은?”
“본격적인 전투가 벌어졌습니다. 아직은 불꽃 기사들의 힘이 막강한데 그게 밀리는 것도 시간 문제죠. 모니터링 화면 틀까요?”
“그래요. 신전 쪽 화면 틀어봐요. 다크 영 위주로.”
“알겠습니다.”
구소형은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화면을 틀었다. 화면을 틀고 구소형의 얼굴에서 핏기가 사라지는 건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그의 말대로 다크 영인 플러스는 멀쩡히 살아 있었다.
그런데 문제는 신전이 멀쩡하지 않았다.
검은 신전이 우르르 무너지고 있었다.
마치 도미도가 쓰러지는 것처럼.
황이사의 입술이 부들부들 떨렸다. 모니터링을 보던 황이사가 뒷목을 잡았다. 상황은 아까보다 심각했다. 이번에는 입가에 게거품까지 물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