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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주캐로 멱살 캐리-104화 (104/205)

# 104

두 개의 뿔

쿠와아아아아아아악!

신전이 무너진 걸 확인한 플러스가 기괴한 소리를 질렀다. 그는 눈앞의 적을 확인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작은 원숭이 한 마리였다.

강숭이를 본 플러스는 강철 원숭이의 이야기를 떠올렸다. 이 땅에 현신한 또 다른 다크 영인 램파드의 위업을 날려버린 그레이트 올드 원 강철 원숭이.

플러스는 강숭이를 보자마자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그리고 그를 향해 미친 듯이 달려가기 시작했다.

쿵!

강숭이는 플러스를 보자마자 기겁하면서 도망쳤고, 꼬리는 해맑은 모습으로 강숭이를 쫓았다. 그리고 그런 플러스를 제지한 건 바로 카시마르였다.

“아까와는 느낌이 다른데?”

카시마르는 플러스에게 공격했을 때의 느낌이 이전과는 다르다는 걸 한 번에 알아차렸다. 이전에는 공격을 넣어도 어마어마한 반탄력이 느껴졌는데, 지금은 그런 반탄력은 느끼지 않았다. 그리고 플러스의 반응도 이전과는 달랐다.

카시마르의 공격에 플러스의 몸이 잠시 휘청거린 것이었다. 플러스는 카시마르를 바라보며 분노한 얼굴로 도끼를 휘둘렀다.

휘잉! 팡!

카시마르는 도끼를 뒤로 물러나며 피했지만 도끼에서 흘러나오는 기운이 카시마르를 덮쳤고, 카시마르는 뒤로 주욱 밀려나야 했다.

촤앙!

그때 아렌이 뒤에서 플러스의 다리를 검으로 베었다. 플러스의 다리에서 검은 피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쿠웅!

지면이 흔들리면서 후속 공격을 퍼부려고 했던 드아이와 아렌이 뒤로 밀려났다. 카렌은 플러스가 발구름을 하는 타이밍에 맞춰서 높게 점프했고 검으로 머리를 공격했다.

플러스는 뒤돌아보지도 않은 채 머리를 흔들어서 방어했다. 높게 솟은 뿔은 생각보다 활용도가 높았다. 단순한 뿔이어도 머리를 흔드는 순간 상대가 제대로 공격을 할 수 없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었다.

카앙!

카렌의 검과 플러스의 뿔이 부딪히면서 불꽃을 만들었다. 카렌의 허공에서 한 바퀴 회전한 다음 안전하게 착지했다. 안전하게 착지한 다음 곧바로 체조 선수처럼 백덤블링을 하면서 플러스의 공격을 피했다.

카렌의 검은 위이잉 하면서 떨고 있었다. 그만큼 플러스의 뿔에 담긴 힘은 강력했다.

[어때? 할만 하냐?]

핏불킹의 귓속말이 들렸다. 핏불킹은 뒤쪽은 돌아보지 않고 전장을 지켜보면서 사방에서 밀려드는 적을 막아내고 있었다. 핏불킹은 양 사이드에 창병 부대를 배치한 뒤 중앙에는 기마병을 뒤쪽으로 빼서 별동대로 사용했고, 중앙에는 불꽃 기사를 비롯한 기사들을 배치했다. 그리고 방패병들을 제일 앞쪽에 두고 활용하면서 빈틈을 커버했다. 불꽃 기사들이 지휘할 때보다 훨씬 안정적인 모습이었다.

[아까와는 달라. 이제는 공격이 제대로 들어가는 거 같아.]

[그래서 괜찮겠냐고.]

[해볼 만할 거 같아.]

[무리하지 마라. 죽으면 페널티 큰 거 알지? 그리고 수행 기사들은 죽으면 끝이야. NPC란 말이야.]

[알아. 조심할 거야.]

[그럼 믿는다.]

[그쪽은?]

[할만해. 더 밀려드는 데 길드원이 합류하고 나서 훨씬 수월해졌어.]

귓속말을 끝낸 카시마르는 바람을 일으켰다. 수행 기사들은 사방으로 흩어져서 플러스를 상대 중이었는데 큰 데미지를 주지 못하고 있었다. 그대로 두었다가는 플러스에게 당할 지도 모르는 상황.

카시마르의 손끝에서 생성된 바람이 소용돌이 모양으로 휘몰아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점점 커졌다. 처음에는 작은 모양이었지만 점점 커지던 소용돌이는 이내 커다란 몸의 플러스를 집어삼킬 정도가 되었다.

잠시 뒤, 소용돌이는 10미터가 넘는 높이로 변했다. 어마어마한 정신력을 쏟아부어서 만든 소용돌이.

드드드드드드!

플러스가 거대한 소용돌이에 휩싸였다. 시야를 구분할 수 없어서 몸을 움크리고 있을 때 공격이 들어왔다. 카시마르의 주먹이었다. 그는 소용돌이 안에 몸을 숨기고 있었던 것이었다.

지지지직!

마침 카시마르의 손에서 검은 번개가 생성되었다. 거대한 소용돌이 안에서 마구잡이로 휘몰아치는 번개. 플러스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소용돌이 안에서 카시마르와 맞붙어 싸우기 시작했다.

수행기사들은 소용돌이에 휩싸이지 않으려고 멀찌감치 떨어졌다.

“저게 뭐냐.”

전투를 지휘하던 핏불킹이 말했다. 그의 옆에는 전투를 하다가 쉬러온 골낳괴 일행이 있었다. 워낙 밀려드는 적이 많았기 때문에 이들은 효율적으로 교대하면서 싸우는 중이었다.

10미터가 넘는 높이의 거대한 소용돌이가 갑자기 나타나면 시선을 사로 잡을 수밖에 없었다.

“다크 영의 힘인가요. 이거 도와줘야 될 거 같은데요.”

“그놈이 쓸데 없이 고집은 안 부려. 위험할 거 같으면 알아서 빠져나오는 놈이다.”

“그래도 심상치가 않은데요. 저거 이쪽으로 오면 우리 다 쓸려나가는 거 아니에요?”

“그건 아닌 거 같고.”

“저거 치는 거 검은 번개 같은데······.”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 거야. 도와줘야 돼 말아야 돼.”

핏불킹이 인상을 찌푸렸다.

“그러게요. 도무지 상황을 알 수가 없으니. 수행기사들도 멀찌감치 떨어져서 지켜보는 거 같은데요.”

“골치 아프네.”

“핏불 형. 그런데 카시마르 형 저렇게 내버려 두면 안 되는 거 아니에요?”

슭곰발이 방패를 바닥에 내려놓으면서 말했다. 슭곰발은 머리에서 피를 흘리고 있었는데, 아르케가 얼른 슭곰발에게 다가가서 응급조치를 해주었다.

“왜?”

“싸우다가 여차하면 도망가는 게 전략 아니었어요?”

“그랬지?”

“카시마르 형이 섬광탄 들고 있잖아요.”

“······.”

“······.”

슭곰발의 말에 사람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지금이라도 가볼까요?”

“저거 가서 할 게 있나.”

“이거 잘못하면 전멸할 수도 있겠는데요. 카시마르 형 당하고 저쪽 다크 영 해결할 방법 못 찾으면.”

“좋은 생각만 하자. 좋은 생각만.”

아르케의 말을 핏불킹이 끊었다. 그때 내시와 비슷한 톤의 목소리가 들렸다.

“야네크네요. 야네크.”

가로겔 오피아였다. 그는 여전히 전장과는 어울리지 않은 복장으로 있었다. 다만 전투를 하기 전보다 무척 더러워진 상태였는데, 그는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웃고 있었다. 그의 옆에는 집사 복장의 시종이 있었는데, 가로겔이 잔을 내밀자 시종이 얼른 포도주를 따랐다.

전투를 한 차례 치른 후인데도 전혀 긴장감이 없는 모습.

너무 긴장감이 없어서 유저처럼 보일 정도였다. 그러나 그는 유저가 아니었다. 죽으면 두 번의 기회를 부여받지 못하는 NPC. 아무리 개성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고 해도 그는 NPC였다. 그러니 사람들은 그의 초연함이 이제는 대단해보이기까지 했다.

“야네크라고요?”

“불꽃 기사들은 딱 보면 알죠. 핏불씨. 저건 야네크의 힘이에요. 그러니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될 거 같은데요? 하하.”

가로겔이 웃었다. 웃으면서 고개를 살짝 뒤로 젖혔다가 똑바로 했는데 코에서 피가 살짝 흘러나왔다.

“가주!”

시종이 호들갑을 떨면서 품속에서 손수건을 꺼내 가로겔의 코 부근을 닦아주었다. 가로겔은 여전히 웃고 있었다.

“야네크로 저 정도 바람을 부릴 수 있습니까?”

“훈련하면 가능하죠. 정신력도 강하게 무장되어 있다면 그럴 테고요. 야네크는 상상력의 힘이에요. 불꽃 기사가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서 달라지게 되죠. 그런데 확실히 게이트에서 온 자로군요. 이렇게 빠른 시간 안에 저 정도로 야네크를 다루다니.”

“빠른 거에요?”

핏불킹이 물었다.

“빠르죠. 저 정도면 야네크의 힘을 아주 제대로 사용하고 있는 겁니다.”

소용돌이 속 상황은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거대한 소용돌이 속에서 플러스와 카시마르는 자크르를 벌이는 중이었다. 소용돌이 안 쪽에서의 움직임은 카시마르가 훨씬 우위였다.

소용돌이는 카시마르의 정신력을 대부분 쏟아부어서 만든 것. 정신력을 꾸준히 소모하는 동안에는 자유자재로 컨트롤이 가능했다. 덕분에 플러스는 소용돌이 안에 있는 것만으로도 데미지를 입고 있었다.

치지직!

소용돌이에 저항하고는 있지만 플러스의 움직임은 이전보다 자유롭지 못했다. 피부에 상처도 나고 있었고 풍성했던 털은 점점 빠져나가는 중이었다. 반면에 카시마르는 플러스보다는 훨씬 수월하게 움직이는 중이었다.

카시마르는 공격하는 순간에만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고, 플러스는 좀처럼 타이밍을 읽지 못하는 중이었다.

퍽!

카시마르의 주먹이 플러스의 얼굴에 닿았다. 카시마르보다 플러스가 훨씬 커다랬기 때문에 지상에 발을 디디고 주먹을 휘두르지 않고, 소용돌이가 도는 타이밍에 맞춰 허공에서 주먹을 내질렀다.

큭!

주먹에 적중당한 플러스의 얼굴이 살짝 흔들렸다. 그와 동시에 시작된 여러 공격들.

카시마르는 이 소용돌이 안에서라면 플러스가 내뿜는 기에 밀리지 않고 공격을 퍼부울 수 있다는 걸 확인했다.

카시마르가 플러스와의 대결을 난감해 했던 이유는 바로 가까이 가기만 해도 스플래쉬 데미지의 사정권에 들어가기 때문이었다. 카시마르는 특별한 스킬이 없는 유저였기 때문에 플러스의 스플래쉬 공격을 무력화 시키는 건 무척이나 중요했다.

소용돌이로 인한 정신력 소모는 계속 되고 있었다. 그와 동시에 카시마르의 공격도 더욱 빠르고 강력해지고 있었다.

플러스는 몇 가지 패턴만 익히면 반격의 기회가 올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카시마르의 패턴은 몇 가지가 아니었다. 맨손으로도 수많은 공격 패턴을 만들 수 있었고 거기다가 페이크까지 넣을 수 있는 상대였다.

빠각!

공중에서 내려찍는 듯한 니킥이 플러스의 후두부를 가격했다. 격투기에서는 절대 금지될 정도로 위험한 기술이지만 코즈믹 게이트에서는 크게 문제가 없었다.

둔탁한 소리가 들리면서 플러스가 앞으로 휘청거렸다. 카시마르는 니킥을 성공시킨 상태에서 플러스의 양쪽 뿔을 붙잡고 매달렸다. 그리고 발로 플러스를 밀면서 뿔을 당기기 시작했다.

고통을 느낀 플러스가 괴성을 지르면서 몸부림쳤다. 그러나 카시마르는 힘을 줄이지 않았다.

점점 더 뿔을 잡아당기는 것에 집중하는 카시마르. 그 이유는 이 상태에서는 플러스가 반격을 못한다는 걸 확인했기 때문이었다. 이상하게도 플러스는 이 상태가 되자 별다른 힘을 못쓰고 몸부림치기만 했다.

뿔이 그의 힘의 원천 중에 하나였기 때문이었다.

지지지직!

카시마르의 손에서 은은하게 뿜어져 나오던 검은 번개가 더 거세졌다. 소용돌이는 점차 잦아들었고 카시마르와 플러스의 모습이 드러났다.

소용돌이가 사라지자 플러스가 카시마르를 뜯어내려고 했다. 몸이 자유로워진 걸 확인한 것이었다. 그러나 플러스는 카심마르를 뜯어내지 못했다.

수행기사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공격을 퍼부어서 플러스의 움직임을 제지했기 때문이었다.

서걱! 푸슉! 파악!

세 명의 수행기사들의 공격에 일제히 적중당한 플러스.

콰지지지지직!

그와 동시에 검은 번개가 요동치기 시작했다. 카시마르는 마지막으로 힘을 주었고, 검은 번개가 그를 완전히 감쌌다.

푸슈슈슈슈슈!

플러스를 지탱하던 두 개의 뿔이 뽑혔다. 뿔이 뽑히자마자 플러스는 실이 끊긴 인형처럼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의 뿔이 있던 자리에서 검은 피가 꾸역꾸역 흘러나와 바닥을 적셨다. 작은 연못이 생길 정도로 많은 양이었다. 그러면서 플러스의 몸은 점점 연못 속으로 가라앉았다.

[슈브 니구라스의 피조물인 다크 영을 어둠으로 돌려보냈습니다. 막대한 공헌도를 보상으로 받습니다.]

다크 영을 처리했다. 카시마르의 손에 들린 두 개의 뿔은 사라지지 않고 그대로 있었다. 카시마르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다크 영의 뿔을 인벤토리에 넣었다. 아이템으로 만들 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다크 영의 뿔 - 이 땅에 강림했던 다크 영 플러스의 뿔입니다.]

어떤 재료던지 튼튼하기만 하면 아이템이 될 수 있었다. 물론, 달리 달로스의 금속 같은 특수한 권능이 필요한 경우는 제외되었다. 다크 영의 뿔도 특별한 권능이나 제련법이 필요할지 모르지만 어쨌든 가지고 있어서 나쁠 건 없어 보였다. 카시마르는 담담한 모습으로 플러스가 만든 피의 연못을 건너왔다. 검은 피들은 서서히 땅속으로 가라 앉는 중이었다.

“뭐해? 전쟁 안 해?”

“잡았네?”

“응. 신전이 있을 때 강력한 버프를 받은 모양이야.”

“너 그 태풍. 그건 나중에 이야기하고. 너 아직 멀쩡하지?”

“안 멀쩡한데.”

“저쪽 좌측이 밀린다. K 길드가 밀고 들어왔어.”

“K길드가?”

“저기 깃발 보이잖냐. 저게 K길드 깃발이에요. 이 난리통에 어떻게 깃발은 들고 왔네. 아무튼 너 갈 거냐? 말 거냐? 너 안 가면 저쪽에 다른 인원 보내야 돼. 지금 밀리면 큰일 나. 네가 저쪽 애들한테 빚이 있지 않았냐?”

카시마르는 감벨 마을에서의 일을 떠올렸다.

“갈게. 빚은 갚아줘야지.”

카시마르가 말했다. 카시마르의 눈빛은 플러스를 상대할 때보다 매섭게 빛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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