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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주캐로 멱살 캐리-109화 (109/205)

# 109

측정 불가의 무기

우리가토는 벌초 가위를 아주 자랑스럽게 소개하고 있었다. 카시마르는 이번에 다시 한 번 그가 전형적인 마이웨이형 인물이라는 걸 알았다. 그는 옆에 있는 골낳괴가 데굴데굴 구르면서 웃는 걸 신경 쓰지 않고 있었다.

주변의 말은 신경 쓰지 않는 앞만 보고 달리는 경주마 같은 사람.

“여기에 뭐가 걸리던지 간에 다 잘라버릴 수 있다네.”

“제가 다루기에는 조금 어려운 물건 같군요.”

“그런가? 하긴 이게 단순한 물건인 거 같아도 오묘한 매커니즘으로 돌아가는 거라 숙련도가 필요하긴 하지. 그럼 이거 말고 다른 디자인을 보여줄까?”

“그보다 이 재료를 가공만 할 수 있습니까?”

“가공이라면 어떤 걸 말하는 거지? 날카롭게 벼르고 기본적인 모양을 내는 걸 말하나?”

“예.”

“우리가 또 그런 건 잘 하지.”

“그럼 가공만 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

“아무래도 미리 봐둔 장인이 있나 보군?”

“예. 가공이 가능하다면 그 사람한테 주기로 했거든요.”

“아쉽지만 어쩔 수 없지.”

우리가토는 크게 집착하지는 않는 모습이었다. 카시마르는 많은 비용이 들어갈 거라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뿔을 가공하는 비용은 그리 많이 들지 않았다.

“여기다 플렉스를 달거나하면 비용은 어마어마하게 높아지겠지. 하지만 가공 하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아. 우리 공방에 있는 기계를 이용하면 웬만한 재료는 다 가공할 수 있으니까.”

“지상의 대장장이가 이걸 가공하려면 쉽지 않겠죠?”

“개인이 소유하기는 어렵지. 크기가 작은 도시만 한 물건이니까. 우리가 또 이런 설비 하나는 기가 막히거든. 그래서 많은 장인들이 우리 공방을 찾아. 아무리 뛰어난 장인일지라도 가공할 수 없는 재료가 많이 있거든.”

“그렇군요.”

뿔을 가공하는 일은 아주 간단히 완료되었다. 원하는 모양을 입력하고 기계 넣어주면 간단하게 완성이 되었다. 카시마르는 뿔의 모양을 최대한 해치지 않는 선에서 가공을 부탁했다.

전체적인 모양을 보면 환도와 흡사한 느낌이 있었지만, 그보다 날 자체가 훨씬 두터웠다. 거기다 폭도 훨씬 넓었기 때문에 전체적인 모양만 환도를 떠올리게 할 뿐, 전혀 다른 느낌이었다.

뿔을 최대한 훼손하지 않게 가공했기 때문이었다. 날 길이는 1미터 정도였다. 폭은 보통 도검보다 훨씬 두꺼워서 도검이라기 보다는 두꺼운 칼에 가까워 보였다.

“느낌이 장난 아닌데요.”

골낳괴가 뿔을 보면서 말했다.

“이제 여기다가 손잡이를 달고 하겠지. 넌 살 물건 골랐어?”

“고르긴 했는데 생각보다 가격이 너무 비싸서요.”

“돈이 모잘라?”

“많이요.”

골낳괴가 허탈한 표정으로 말했다.

“물건이 좋긴 해?”

“생각보다 다양해요. 성능도 굉장하고요.”

골낳괴가 가장 마음에 들어하는 물건은 바로 주먹을 로켓처럼 발사할 수 있는 무기였다. 팔뚝부터 이식할 수 있는 이 무기는 방어구로도 사용이 가능했고 무기로도 사용할 수 있었다.

“그냥 로켓 펀치 아냐?”

“저 안에 다양한 무기를 넣을 수 있어요. 팔 두 개만 플렉스로 만들어도 저 같은 기계 종족은 능력치가 대폭 상승하니까요.”

“너는 검을 쓰는 거라 많이 안 어울릴 거 같은데.”

“저 안에 레이저 기능이 있어요. ”

“레이저?”

“네. 출력을 많이 소모하긴 하지만 성능 하나는 죽여주는 기능이죠. 기존 전투 스타일과 연계해서 쓰면 진짜 딱일 거 같아요. 아시잖아요. 저 기계종족이긴 하지만 밸런스 형으로 육성한 거.”

기계종족들은 대부분 딜러 캐릭터들이 많았다. 기본적으로 다른 종족보다 생존력이 있기 때문에 공격에 투자를 하는 게 효유적이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골낳괴는 기계 종족이라는 히든 종족이 걸렸지만 그걸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케이스였다. 초기에 얻은 스킬들이 대부분 기계 종족과는 어울리지 않는 것들이기 때문이었다.

“너무 마음에 드는 구나?”

“네. 너무 마음에 들어서 걱정이에요. 전에 대스 해적단 때 받은 걸 처분하면 어찌 될 거 같기는 한데. 그건 지금 풀면 안 되는 거라면서요.”

“지금 풀면 안 되는 거긴 하지. 그러면 이렇게 해. 내가 네가 가지고 있던 대스 쪽 돈을 가져올게. 대신에 당장 쓸 수 있는 돈을 빌려주지.”

“형. 그래도 되는 거에요? 형도 돈 필요하잖아요. 어차피 그 돈은 형도 못 쓸텐데요.”

“난 딱히 쓸 곳도 없어.”

“그래도······ 그리고 형 돈이 그리 많은 것도 아니잖아요. 설마 현금을 바꿔서?”

“나 현질하는 거 별로 안 좋아해. 그리고 나 돈 많은데? 그동안 플레이 하면서 번 돈 거의 안 썼어.”

카시마르는 돈이 많이 들지 않는 캐릭터였다. 반면에 기계종족인 골낳괴는 육성하는데 가장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캐릭터 중 하나였다.

“형. 그 돈 언제 처분할 수 있을지 모르는데 정말 괜찮아요?”

“괜찮아. 난 네가 손해 보는 걸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데?”

“제가요?”

“거기 있는 물건들 나중에 가치가 엄청 오를 수도 있다고 하더라고. 특히 금화만 해도 가치가 오르는 중이잖아.”

“그래도 언제 처분할 수 있을지 모르잖아요. 형. 제국 황족의 힘을 만만하게 보면 안 됩니다. 지명 수배라도 떨어지면 사방에서 공격이 들어와요.”

“공격 들어오면 싸워야지.”

“단순히 죽고 레벨 다운 되는 게 문제가 아니에요. 그 게시판 글 못 봤어요? 유저 하나가 황족 여인을 추행했다가 지하감옥에 들어갔다는 이야기요.”

“감옥에 들어가면 못 나오는 건가?”

“웬만해서는 못 나온다고 봐야죠. 간단하게 1년 정도만 떨어져도 그게 얼만나 손해인데요. 그 캐릭터는 접는다고 봐야 해요.”

“보석 시스템 이런 게 있잖아.”

“그것도 나름이죠. 황족들은 그런 것도 다 조종할 수 있어요.”

“그래서 그렇게 조심하라고 한 거구나.”

“아예 북제국으로 넘어가서 그쪽에서만 생활할 각오가 아니면 황족이랑은 안 좋은 쪽으로 엮이지 않는 게 좋아요.”

“그거야 나중에 방법이 생기겠지. 아무튼 난 당장 돈 쓸 일 없어.”

“이걸로 무기 만드는 거 끝난 거 아니잖아요.”

“너 빌려줘도 그 정도 돈은 충분히 있어. 대스 해적단 공략하기 전에 이미 해적단 많이 잡았잖아. 그때 쌓아둔 돈 꽤 많다.”

카시마르는 골낳괴에게 돈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덕분에 골낳괴는 사고 싶은 플렉스를 장착할 수 있었다.

***

테스는 가공된 뿔을 가지고 멋진 도를 만들어주었다. 성능도 성능이지만 뼈라는 특수한 재료를 잘 살린 디자인의 무기였다.

“장인마다 특수한 능력이 있는 건 알고 계시죠?”

“특수한 능력이요?”

“특징이라고 할까요? 어떤 장인은 무기를 만들면 공격력이 높게 부여 되기도 하고요. 어떤 장인은 내구도를 더 단단하게 만들어주기도 하죠.”

“그런게 따로 있었군요.”

테스의 설명에 카시마르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렇지만 지금 설명 드린 건 아주 간단한 거고요. 더 다양하게 있죠. 저 같은 경우는 세트 아이템을 지정할 수 있어요.”

“세트 아이템이요?”

“보통 세트 아이템은 그 아이템을 여러 개 모았을 때 능력을 증폭 시키는 걸 말하잖아요.”

“그렇죠.”

“근데 저 같은 경우는 아이템 하나를 부위별로 나눠서 세트 아이템을 지정할 수 있어요.”

테스의 설명에 카시마르가 크게 반응했다.

“그게 가능한 겁니까?”

“그래서 제가 몇몇 랭커들한테 인기가 있어요. 이건 자랑입니다.”

테스가 미소 지으며 말했다.

“그게 어떻게 가능한 건지 모르겠네요.”

“검을 예로 들면 검신이 있고 손잡이가 있죠. 그리고 검집도 있을 거고요. 그걸 따로 지정해서 세트 아이템으로 만들어 버리는 거죠.”

“그러면 세트 아이템 효과를 받습니까?”

“예.”

“그러면 지금 이 무기도.”

“이 무기는 세트 아이템을 지정하기 더 쉬웠어요. 두 자루가 있으니까요. 디자인은 어떠세요?”

“마음에 들어요.”

“옵션도 상당히 좋게 들어갔습니다. 여기다 좋은 버프만 넣으면 지금 나온 무기 종류 중에는 제일 좋은 게 나올 거에요.”

“그렇군요.”

“마법 부여를 전문으로 하는 사람을 소개 시켜드릴까요?”

“아뇨. 따로 정해둔 게 있습니다.”

카시마르는 테스의 소개를 거절했다. 그는 우주적 존재가 내려주는 버프를 받을 생각이기 때문이었다.

“그렇군요.”

“예.”

“좋은 버프를 받으셔야 합니다. 특별한 경우가 아닌 이상 버프는 초기에 한 번만 넣을 수 있는 거 아시죠?”

“알죠.”

“나중에 또 넣을 수 있는 방법이 있긴 하지만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라서요. 초기에 넣는 것만큼 효율도 좋지 않고요. 강화 느낌으로 가는 거니까요.”

“알고 있어요.”

“좋은 방법이 있나보군요.”

“예. 좋을 겁니다.”

“그러면 나중에 아이템을 한 번 보여주실 수 있겠어요?”

“그럼요.”

“그리고 아이템에 제 이름을 달아도 될까요?”

“그렇게 하셔도 됩니다.”

“대신에 제가 그 검과 잘 맞는 아이템을 넣어드릴게요. 세트 아이템 설정으로요.”

“어떻게요?”

“지금 가지고 있는 장비들 평생 쓰실 거 아니잖아요. 좋은 템 나오면 바꿀 거 아니신가요?”

“그렇죠.”

“그러면 그 검과 맞춰서 세트 아이템을 설정할 수 있어요. 좋은 재료가 생기면 저한테 가져다 주세요. 그러면 제가 거기에 맞게 세트 아이템으로 만들어드릴게요.”

“아. 그게 그렇게도 가능한 거군요.”

“그럼요.”

“그러면 잘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카시마르는 테스에게 아이템을 만들어준 비용을 준다고 했지만, 테스는 거절했다. 새로운 재료로 아이템을 만들어서 대장장이 스킬에 상당히 많은 도움이 되었다는 이유였다.

테스 정도로 고렙 대장장이가 되면 반복해서 무기를 만드는 것 보다는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게 훨씬 많은 경험치를 얻을 수 있었다.

“이름 넣는 거 끝냈습니다. 뭐라고 부를까 하다가 두 개의 뿔로 했어요.”

“두 개의 뿔이라 어울리네요.”

“네. 카시마르 소유의 두 개의 뿔이라고 적어놨습니다.”

카시마르는 완성된 두 개의 뿔을 찬찬히 살펴보았다. 내구도도 아주 높았고, 공격력도 상당했다. 그러나 카시마르의 눈에 크게 차지는 않았다.

카시마르는 무기를 사용하는 것보다 격투술에 특화된 캐릭터였다. 격투와 관련된 스킬이 많아서 웬만한 무기로는 직접 때리는 것보다 힘을 사용할 수가 없었다. 그러니 공헌도를 이용한 버프가 중요했다.

카시마르는 테스에게 인사를 한 다음 얼른 포말하우트로 향했다.

***

“진짜 15만을 다 때려 부을 거냐?”

카시마르가 공헌도를 무기에 다 넣는다는 소식에 꿀매너 길드 사람들이 찾아왔다. 대체 어떤 무기가 탄생하게 될지 궁금해서였다. 공헌도로 내려받는 버프는 결코 약하지 않았다. 오히려 기존에 있던 마법 부여보다 특이한 능력이 많이 부여되는 편이었다. 그래서 십오만이라는 어마어마한 수치가 부여된 무기가 대체 어떤 것일지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건 당연한 일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럴 건데?”

“좀 나눠서 하지 그래?”

“됐어. 나중에 가면 좋은 장비 나오겠지. 다른 장비들은 다 바꿀 수 있는 것들이야.”

“너 지금 가지고 있는 아이템들 다 계속 쓰려는 거 아니었어?”

“저주 걸린 것만 빼고 다 바꾸려고.”

“그 건틀릿은?”

“이제 이건 그냥 건틀릿이야. 크게 상관 없어.”

“야네크는 그대로 가져갈 거고?”

“그래야겠지.”

“그 우주인 투구를 벗는 날이 오겠구나.”

“모르지.”

“요새 그거 쓰고 다니는 유저들 많아. 너 따라한다고.”

“그래?”

“어.”

“아무튼 나 공헌도 넣을 거야.”

“지금?”

“어.”

“야. 기다려 봐 역사적인 순간인데.”

“이미 했어.”

카시마르는 주저하지 않고 공헌도를 두 개의 뿔에 다 집어넣었다. 두 개의 뿔에서 몇초 동안 엄청난 빛이 쏟아졌다. 그리고 카시마르는 두 개의 뿔을 확인했다.

[살아 있는 불꽃의 축복을 받은 두 개의 뿔 - 등급 측정 불가.]

“등급 떴냐? 뭐 떴냐? 영웅이냐? 아니면 전설?”

유저가 만든 장비들은 1차 버프가 주어진 다음에 등급이 확정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카시마르의 아이템은 등급 측정 불가라고 되어 있었다.

카시마르가 쓰고 있는 바람의 가면과 같은 현상. 카시마르는 옵션을 확인하기 전에 무기의 설명을 먼저 읽어보았다.

[우주적 존재의 힘이 두 개나 깃든 무기입니다. 크투가와 슈브 니구라스의 힘이 융합하여 새로운 힘을 지닌 무기가 탄생했습니다. 두 개의 뿔은 두 우주적 존재의 힘을 거부하며 성장합니다.]

[신규 퀘스트 - 두 개의 뿔에 다른 우주적 존재의 힘을 부여하세요. 두 개의 뿔은 우주적 존재의 힘을 먹고 더욱 강력한 무기로 진화합니다.]

카시마르는 핏불킹의 말을 무시하고 무기와 관련된 글을 읽었다. 차분하게 읽어야 할 정도로 두 개의 뿔과 관련된 텍스트는 많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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