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5
뿔의 분노
“강하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네요.”
셀로니아가 아래로 내린 시선을 거두지 않고 말했다. 그녀의 옆에는 카니발 길드의 길드원들이 서 있었다. 카니발 길드원들 전체가 온 건 아니었다. 이곳에 온 자들은 셀로니아를 포함해서 네 명의 불과했다.
“토너먼트를 봤으면 느꼈을 거 아니에요. 저 양반은 피지컬 부터가 반칙 수준이에요.”
셀로니아 옆에는 붉은 머리를 길게 늘어트린 여인이 말했다. 여인은 셀로니아보다 더 이목구비가 뚜렷한 미인이었지만 말투는 남성처럼 구수했다. 붉은 머리의 여인은 긴 미늘창을 등에 메고 있었다. 미늘창의 창대에는 황금색 뱀이 똬리를 틀며 감싸고 있었다.
여인의 이름은 디마벨.
사람들이 도마뱀녀, 뱀녀, 도마뱀이라고 부르는 여인이었다. 여인은 육중한 크기의 미늘창과는 다르게 방어구는 상당히 간소했다. 셀로니아가 몸 전체를 가리고 있는 것에 비해 디마벨은 중요 부위만 간신히 가린 복장을 하는 중이었다.
그렇다고 중요한 부위를 가린 옷들이 뛰어난 방어구인 것도 아니었다. 그저 수영복 수준의 옷을 입고 다니기 때문에 디마벨은 상당한 인지도가 있었다.
육중한 미늘창을 휘두르는 디마벨의 포지션은 근접 딜러.
장비부터 스킬까지 모두 공격력에 투자한 스타일이기 때문에 길드원들은 그녀를 개복치라고도 불렀다. 그만큼 쉽게 죽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고수들만 모여 있는 카니발에서 자크르 실력만큼은 최고로 손꼽혔다. 비록 생명력, 방어력은 최하일지라도 어마어마한 공격력과 컨트롤 실력이 있어서 상대를 순식간에 녹여버릴 수 있기 때문이었다.
“셀로니아는 그쪽을 말하는 게 아닌 거 같은데?”
디마벨의 말을 받은 사람은 올백 머리를 한 검은 머리의 사내였다. 그는 길게 솟은 보라색 마법사 모자를 쓰고 각진 선글라스를 착용하고 있었다. 그의 이름은 휴고였다.
“그러면?”
“타이탄 쪽을 말하는 거 맞지?”
휴고가 말했다.
“네.”
“우리 카시마르를 보러 온 거 아니었어요?”
디마벨이 물었다.
“카시마르의 전력은 어느 정도 확인이 되었으니까. 어쩌면 우리한테는 타이탄 쪽이 더 어울릴지 모르지. 인원 많은 거 우리 스타일이랑 맞지 않잖아.”
“적은 인원으로 따지면 타이탄 쪽보다 카시마르 쪽이 훨씬 적죠. 혼자 잖아요.”
“카시마르는 매너꿀 길드에 들어갔어. 거기 인원이 조금 될 걸?”
“우리는 카시마르를 보러 온 게 맞다. 타이탄 쪽은 우리에게 도움을 주지 않을 수도 있어. 그들은 사냥 파티로 알려져 있으니까.”
길드장인 스페이스가 말했다.
“우리도 사냥 길드야. 이상하게 엮이지만 않았으면 이렇게 올 이유도 없었어.”
카니발 길드가 이곳에 온 것은 카타루온의 늑대인간 퀘스트 때문이 아니었다. 그들은 다른 목적으로 카시마르를 보러 온 것이었다.
“잘 싸우네. 우리 중에서 저 둘이랑 붙어서 자신 있는 사람 있나?”
휴고가 뒤를 보면서 말했다.
“자신은 있죠. 이긴다는 보장은 없지만.”
“둘 다 탐나긴 하네.”
“타이탄 쪽은 더 대단하지. 저쪽 파티 구성원들 다 한 가닥씩 해.”
“누가 이길까?”
“타이탄이 스타일이 훨씬 안정적이야. 스킬 연계도 좋고.”
“그런데 다가 상성까지 좋질 않아. 타이탄의 방패 컨트롤이 너무 좋다. 피지컬 의존도가 높은 카시마르한테는 최악이지.”
타이탄은 방패를 아주 잘 쓰는 유저였다. 상성상 검을 든 유저는 스킬을 이용하지 않으면 방패를 든 전사를 상대하기 힘든 게 사실이었다. 기본적인 움직임으로는 틈을 찾기가 매우 어려운 게 사실이니까. 컨트롤 능력의 차이가 현저히 나면 그걸 메꿀 수 있겠지만 지금처럼 상대도 컨트롤의 고수인 경우에는 카시마르도 크게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쿵!
타이탄이 카시마르가 휘두른 뿔을 튕겨냈다. 그리고는 차지 스킬을 사용해서 카시마르에게 방패로 부딪혔다. 카시마르는 재빨리 뒤로 점프하듯이 물러나서 타이탄의 방패 박치기 스킬을 파훼했다.
찰나의 반응속도였다.
카시마르가 타이탄의 방패 박치기를 피하자 자크르를 지켜보던 유저들에게서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방금 타이탄의 공격은 타이밍이 완벽했다. 그걸 피하려면 스킬로 막거나 피해야하는데, 카시마르는 컨트롤로 그걸 피해버렸다. 그러니 박수가 나올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
“대단한 양반이긴 하네. 그걸 뒷점프로 피해버리네.”
"하하하. 저 정도는 되어야 우승이 가능하지."
“보통 피지컬 고수라고 불리는 유저들이 최상급 클래스라면 카시마르는 그보다 한 두단계 위라고 봐야해. 문제는 약점이 명확하다는 거지.”
카니말 길드의 길드 장인 스페이스가 말했다. 그는 2미터는 될법한 장신의 사내였다.
“액티브 스킬이 별로 없다는 거?”
“응. 피지컬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도록 육성을 한 게 분명해.”
“그거야 토너먼트 본 유저라면 대충 눈치챈 것들이잖아. 우주.”
“그래서 타이탄이 까다롭다는 거야. 저런 스타일은 스킬로 활로를 뚫어줘야 하는데. 워낙 단단해서. 그렇다고 타이탄이 방어만 고집하는 바보도 아니고.”
스페이스의 말이 끝나자마자 타이탄이 들고 있던 검이 변화하기 시작했다. 그의 스킬은 방어를 바탕으로 코스트를 센 다음 강력한 스킬을 사용하는 것.
현대 격투기에서 쓰이는 카운터와는 조금 다르지만 카운터 개념의 전사였다.
그렇다고 카운터 공격에만 집착하는 게 아니라 기본기가 잘 잡힌 상태여서 카시마르 입장에서는 상대하기가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었다.
“큰 거 나오네. 전사 쪽 직업 같은데 뭘로 전직한 거지?”
“일단 흔히 볼 수 있는 스타일은 아니네요.”
"근데 토너먼트에서 카시마르에게 물 먹었던 유저들이 나타나는 거 같은데? 목적은 하나 겠지?"
"모르지. 근데 골든 로얄 쪽은 아마 좋은 목적은 아닐 거 같다. 저쪽은 돈 되는 일이라면 뭐든 하는 놈들이니까."
"잘하면 개판 되겠는데. 이거."
"일단 그런 거는 싸움이 끝나면 이야기하는 게 나을 거 같아."
카시마르를 노리던 사람들은 목적을 잃고 타이탄과 카시마르의 대결에 집중하는 중이었다.
타이탄의 방패에서 흘러나온 빛이 검에게 옮겨갔다. 그리고 타이탄이 입고 있던 갑옷이 분해되더니 검에 달라붙기 시작했다. 롱소드 정도였던 타이탄의 검이 2미터가 넘는 거대한 검으로 변신했다.
검이라기보다는 커다란 기둥과 같은 모습.
일단 검의 형상을 하고 있으니 검이라고 할 수는 있었다. 타이탄은 로켓처럼 카시마르에게 달려나가 검을 휘둘렀다.
후우웅!
심상치 않은 기운을 느낀 카시마르는 사이드 스텝을 밟으면서 직선으로 오는 타이탄을 피하려고 했다. 그러나 타이탄은 들고 있던 방패를 던져서 카시마르의 움직임을 멈추게 한 다음 달려들었다.
타앙!
카시마르는 뿔을 휘둘러서 날아오는 방패를 쳐냈다. 그 사이 타이탄은 바로 앞까지 도착해서 무지막지한 크기의 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쿠와아아아앙!
굉음이 들렸다. 더불어 미약한 지진 같은 진동까지도 느껴졌다. 카시마르가 등졌던 5층짜리 건물이 완전히 무너져 내리면서 먼지가 뽀얗게 피어올랐다.
타이탄과 카시마르의 모습이 완전히 사라졌고 무너진 건물 위에 있었던 유저들이 얼른 다른 건물로 피신했다.
“저게 전사의 딜링이라니. 대단하네. 뱀아. 저 정도면 너랑 비슷한 수준 아냐?”
“어디다 비교를 해요. 저쪽은 저런 딜을 뿜으려면 조건이 필요한 거고. 나는 당장이라도 저 정도 딜은 내뿜을 수 있고.”
“제대로 맞은 건가? 도무지 보이지가 않네.”
“저 정도 위력이면 수습되려면 꽤 걸릴 거다. 둘 다 시야가 확보되기 전까지는 아무 것도 못할 거야.”
“한 방에 끝나지는 않겠지?”
“모르지. 상성이 어떠냐에 따라서 딜이 들어가는 것도 다르니까.”
“근데 생각해보니까. 이 퀘스트 만든 운영팀 정말 악질 아냐?”
휴고가 말했다.
“왜?”
“이거 순전히 유저들끼리 치고 받으라는 이야기 아냐?”
“카시마르를 다구리 치는 게 아니고?”
“너 퀘스트 안 받았어?”
“응. 우리 가죽 때문에 온 거 아니잖아.”
“이거 퀘스트를 받은 사람들끼리는 서로 치고 받아도 문제가 없어. 죽여도 페널티가 없다는 거야.”
“카시마르를 잡는 것처럼요?”
디마벨이 끼어들었다.
“그래. 그래서 지금 이 상황이 나온 거지. 가죽이 대단한 거라고 하니까 카시마르를 온전히 공격하는 게 우선이 아닌게 되어 버렸거든.”
“그래서 아까 셀로니아 언니가 난전이라고 한 거구나.”
디마벨이 셀로니아를 바라보며 말했다. 셀로니아는 조용히 상황을 보다가 디마벨의 시선을 느끼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슬슬 보이네.”
스페이스가 말했다. 뿌연 먼지가 가라앉고 카시마르와 타이탄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둘은 마주 보고 서 있었다.
“아직 끝나지는 않았네. 하긴 한 방에 끝날 정도는 아니지.”
“그런데 지금 한 대도 못 때린 거 아냐?”
“누구? 카시마르 쪽이?”
“어.”
“맞아. 방패 컨트롤이 너무 좋아. 저 방패도 예사 방패가 아닌 것 같고.”
“차지, 스플래쉬, 연속기, 특수기. 이런 기본적인 공격 스킬들이 저쪽은 없는 게 확실해. 근접 전투형 유저라면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어야할 스킬들 말이야.”
스페이스가 말했다.
“확실한 거야?”
“토너먼트부터 쭉 분석해온 거야. 그런 스킬 이제까지 한 번도 사용안 했어. 컨신과 싸울 때도 그랬어. 컨트롤로 틈을 만들었지. 카운터를 쓰면서 말이야.”
츠아아앙! 쾅!
카니발 길드의 길드원들이 이야기하는 사이에 타이탄의 검이 다시 한번 변화했다. 아까와 같이 어마어마한 크기로 변한 건 아니었지만 나름 눈길을 끌기에는 충분했다.
갑옷 조각이 이번에는 긴 사슬로 변했고 검은 뾰족한 구슬이 달린 모닝스타로 변했다. 모닝스타는 카시마르의 공격하고는 휘휙 하고 돌아서 왼쪽에 있는 뿔을 휘감았다.
“다 되네. 만능이네. 만능이야. 딜도 되고, 방어도 되고, 원거리 제어 기술도 있고. 지가 무슨 트랜스빠마야?”
“힘으로는 상대가 안 될텐데?”
스페이스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카시마르가 타이탄을 끌어당겼다. 확실히 스탯면은 타이탄보다 카시마르가 앞서고 있었다. 특히 힘은 차이가 꽤 컸다. 그러나 타이탄은 카시마르의 힘에 저항하지 않았다.
카시마르가 힘을 쓰자 타이탄이 부드럽게 달려 들어갔다. 타이탄의 몸이 허공에 뜨자 타이탄의 방패가 변하기 시작했다. 방패와 갑옷은 순식간에 뾰족한 창으로 변했다.
창은 기이한 울음소리를 내면서 시야를 어지럽히는 빛까지 사방으로 뿜어댔다. 그 모습을 본 유저들이 다시 한 번 소리를 질렀다.
“저거 들어가면 끝나겠네.”
“상성의 힘인가.”
“준비의 힘이겠지. 타이탄이 제대로 준비하고 왔네.”
“그러면 어떻게 해? 카시마르를 계시의 유저로 생각하고 있던 거 아냐? ‘이 땅에서 자크르에 가장 능한 자’를 담당할 수 있는지 보려고 온 거 아니냐고.”
휴고가 말했다.
“다시 찾아봐야지. 아직 시간은 있으니까.”
“타이탄을 데리고 오는 게 나을 수도 있어요.”
셀로니아가 말했다. 그러자 스페이스가 짧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입을 열었다.
“그런데 타이탄은 여기 마벨이가 충분히 잡을 거 같아. 휴. 네 생각은 어때?”
“붙어봐야 알겠지만 임팩트는 마벨이가 위. 마벨이라면 저 방패 뚫고 충분히 데미지 줄 수 있어. 거기다 마벨이 기본 공격은 방어 뚫고 데미지 들어가는 거 아냐?”
“그렇지. 방패를 들어도 쓸모가 없지.”
디마벨의 공격은 상대의 방어를 무시하고 데미지를 줄 수 있었다. 100퍼센트 데미지를 주는 게 아니지만 그래도 무시못할 거였다. 코즈믹 게이트에서는 정타 시스템이 있어서 아무리 좋은 무기를 들고 있어도 상대를 맞추지 못하면 의미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디마벨의 미늘창은 둔기보다도 무거웠고 충격파가 발생해서 접촉한 유저에게 데미지를 준다는 설정이었다. 이런 옵션을 달고 있는 아이템은 꽤 많았는데 사실 그리 각광을 받지는 못했다. 그다지 많은 데미지가 나오지 않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디마벨은 거기서 한 수 더 나아가서 그 옵션과 관련된 스킬들을 모아 위력을 증폭시켰다. 그 덕에 어마어마한 공격을 손에 넣게 되었다. 대신에 방어력과 관련된 부분은 완전히 버려야 했지만.
카앙!
타이탄이 노린 회심의 공격은 적중하지 않았다. 유저들은 모두 타이탄의 창이 카시마르의 몸을 꿰뚫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카시마르는 위기의 상황에서도 침착함을 유지하고 차분하게 있었다.
카시마르는 타이탄의 창끝을 남은 한 개의 뿔의 날로 차분히 받아서 방어했다. 물론 방어를 했어도 데미지는 있었다. 타이탄의 창은 그 자체로 어마어마한 위력을 지닌 스킬이었으니까.
퍼엉!
뿔을 묶고 있던 타이탄의 모닝스타마저 어이 없게 풀려버릴 정도로 강력한 일격이었다. 카시마르는 건물 더미 속에 처박혔다가 다시 일어났다.
그의 투구 사이로 피가 줄줄 흐르고 있었다. 토너먼트 때도 이런 모습을 보여주지 않은 카시마르였다. 그만큼 타이탄은 강했고 카시마르를 상당히 몰아세우는 중이었다.
타이탄은 금세 원래의 전투 포지션으로 돌아가서 카시마르를 마주보고 서 있었다.
꿀매너 길드들이 아까부터 도착해서 전투를 보는 중이었다. 그러나 그들도 카시마르에게 해줄 수 있는 게 없었다.
이 땅에서 자크르는 그 무엇보다 신성한 것.
그 누구도 자크르를 방해할 수는 없었다.
타이탄과 카시마르의 전투는 10분이나 더 지속 되었다. 10분 동안 카시마르는 더 많은 공격을 허용했다.
일방적인 타이탄의 공세.
카시마르는 바람의 힘도 사용해 보았지만 타이탄의 방패는 바람의 힘을 흡수하는 기능마저 있었다.
천적이라는 표현이 딱 알맞을 정도로 타이탄은 카시마르에게 강한 모습을 보여주는 상황.
그래서 카시마르는 잔상 스킬까지 꺼내려고 했다. 그러나 잔상 스킬을 사용하려면 조건이 있었다. 그 조건을 충족시키려면 연속으로 동작을 수행해서 코스트를 벌어놓아야 하는데, 타이탄은 그마저도 쉽게 허용하지 않고 있었다. 워낙 교묘한 타이밍에 치고 빠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타이탄과 카시마르의 전투는 현장에서보다 넷상에서 더 난리인 상황이었다.
완벽히 카시마르를 압도하고 있는 타이탄.
타앙!
방패로 카시마르를 밀쳐낸 타이탄은 다시 한 번 모닝스타를 만들어서 뒤로 밀려난 카시마르를 공격했다. 이번에 노리는 곳은 카시마르의 머리.
카시마르는 아까부터 엄청나게 섬세한 컨트롤로 급소로 들어오는 공격을 모조리 피하고 있었다.
이 정도로 싸웠으면 카시마르는 상대의 패턴을 진즉에 읽고 활로를 찾았어야 하는데, 그게 쉽지가 않았다. 타이탄의 공격 패턴이 워낙 변화무쌍했기 때문이었다.
그가 사용하는 변형해서 사용하는 무기만 하여도 아홉 가지가 넘었다. 그 아홉 가지를 방패와 검 갑옷으로 조합하여 다양하게 쓰니 카시마르로 입장에서는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었다.
휘힉!
카시마르는 모닝스타가 날아오자 왼손에 있던 뿔을 타이탄에게 던졌다.
그리고는 바람의 힘을 끌어올려 타이탄에게 순식간에 접근했다. 날아오는 모닝스타는 가볍게 피해버린 상태였다. 타이탄은 예상대로 가볍게 뿔을 튕겨낸 뒤 카시마르를 향해 방패를 들이민 상태였다.
아까도 카시마르는 이러한 패턴으로 공격을 한 적이 있었다.
카시마르가 다가오자 타이탄의 방패에 가시가 돋아났다. 카시마르는 그 가시를 무시하고 방패를 손으로 붙잡았다. 그러자 타이탄의 눈에 처음으로 당혹감이 서렸다.
방패의 끝을 잡은 카시마르는 그대로 힘을 주어서 방패를 뜯어버린 것이었다. 당연히 손목을 감아서 방패를 쥐고 있는 타이탄의 방패는 뜯기지 않았다.
대신에 방패를 들고 있는 타이탄이 몇 발자국 딸려들어오는 상황이 발생했다.
카시마르는 오른손을 위로 들어서 그틈 사이로 뿔을 찔러넣었다.
푸슉!
목을 노리고 찔러넣은 것이었는데 타이탄이 고개를 틀어서 목이 아닌 어깨 쪽에 5cm 정도 뿔의 날이 들어갔다. 타이탄은 차지 스킬을 사용해서 카시마르를 날려버렸다.
콰앙!
카시마르가 뒤로 밀려났다. 카시마르는 오른쪽의 뿔을 이용해서 왼쪽의 뿔을 불러들이고 있었다.
처음으로 카시마르의 공격이 타이탄에게 들어갔다. 몇몇 유저들이 그 모습을 보고 환호를 보내거나 박수를 쳤다.
둘의 자크르는 재미가 있었다.
지금까지 명 전투였는데 앞으로는 더 치열해질 거라는 기대감이 생긴 것이었다.
그러나 둘의 전투는 급속도로 카시마르의 공격이 들어간 뒤부터 급속도로 한 쪽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카시마르는 한 번의 공격을 집어넣은 거지만 뿔의 힘으로 체력을 어느 정도 흡수하고 회복했다.
반면에 타이탄은 황당함을 느끼고 있었다.
‘이게 무슨······.’
황당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한 번의 공격을 받았을 뿐인데 타이탄에게 무수히 많은 경고 메시지가 떠오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마치 여러 명의 유저에게 일제히 공격을 받은 것 같은 느낌이었다.
타이탄의 생명력은 계속 소모되고 있었다.
타이탄이 아무리 만능 유저라지만 그는 회복 능력까지는 지니고 있지 않았다.
화르륵!
몇 초 뒤에 타이탄의 어깨에서 시작된 작은 불길이 점점 크게 타올랐다.
두 개의 뿔은 몬스터보다 유저에게 훨씬 치명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중이었다.
유저들 대부분은 웬만한 보스 몬스터보다 저항력이 낮은 게 대부분이었으니까.
그러니 타이탄에게 더 치명적으로 작용하는 건 당연한 것이었다.
“뭐야? 왜 비틀거려?”
타이탄이 살짝 비틀 거리자 유저들이 웅성 거리기 시작했다. 급소를 살짝 비켜 들어간 공격에 타이탄이 정신을 못차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설마 한 방으로?”
“저게 가능해?”
가장 놀란 건 디마벨이었다. 디마벨은 공격력 하나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는 생각이 있었으니까. 하지만 디마벨도 살짝 들어간 공격 한 번에 저런 상황을 연출할 수는 없었다.
“근접 전투형 유저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기본적인 게 없으면 그게 다 어디로 갔겠어? 저게 안 들어갔으면 모르지만 들어간 이상 뒤집혔다고 봐야 돼.”
스페이스가 말했다. 그의 말대로 전투는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었다.
기이하게도 타이탄의 어깨 쪽에 피어오른 검은 불꽃은 꺼지지 않고 더 커져가는 중이었다.
카시마르도 황당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그에게도 타이탄처럼 메시지가 나타났기 때문이었다.
[두 개의 뿔이 적에게 분노하고 있습니다. 태어나서 처음 느낀 분노로 인하여 두 개의 뿔의 위력이 대폭 증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