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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주캐로 멱살 캐리-117화 (117/205)

# 117

금뱃지

“스킬 없다면서!”

디마벨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그러자 스페이스가 인상을 찌푸리며 귀를 만지작 거렸다.

“그러게. 없는 걸로 알았는데. 저것도 패시브 그런 거 아닐까?”

“패시브로 저런 스킬을 쓸 수 있을 리가 없죠. 저 정도 위력이면 토너먼트에서 나왔던 브레스 정도 위력인 것 같은데요.”

“자크르는 끝난 거지? 그 한 방으로?”

“그렇지.”

“하여튼 이 자크르 시스템도 문제야. 아니 알아서 주변에 피해가 가질 않게 해줘야지.”

“그래서 코즈믹 게이트에서는 투기장에서 자크르를 권장하고 있잖아. 필드에서 벌어지는 자크르는 게이트에서 커버를 안 해줘.”

“아니. 그러면 구경하다 죽어도 유저 책임이라는 거야?”

“설정상은 그렇지.”

“무슨 그런······.”

“그거보다 저 정도 스킬을 숨기고 있었으면 이제 다시 생각해봐야 하는 거 아냐?”

“왜 처음부터 저런 걸 쓰지 않았을까?”

“저런 큰 기술을 처음부터 쓰는 또라이가 어딨냐. 그리고 저건 타이탄이 방심을 해서 들어간 거야. 아마 방패로 제대로 커트 했다면 저 기술도 흡수당했을지 몰라.”

“그래서 타이탄이 공격적으로 나올 때까지 끌어낸 거다?”

“어쩌면. 아니면 저 기술을 쓰기 위해서는 몇 가지 전제 조건이 필요한 걸 수도 있지.”

“어떤 거?”

“특이한 제약 걸려 있는 기술 많잖아.”

“그래서 이제 저런 걸 투척한 거다?”

“아니면 저걸 계산하고 자크르를 받은 걸 수도 있죠. 꽤 위기였잖아요. 카시마르.”

“그 정도까지 치밀한 인간인가.”

“치밀한 건 모르겠는데 대단한 사람이긴 하지. 올 타임 레전드 수준을 넘어선 격투가니까.”

“근데 이제 어떻게 해? 더 쫓아?”

“아직 우리가 접촉할 단계는 아냐. 이 정도면 확인할 건 충분히 했어.”

스페이스의 말에 길드원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스페이스가 포탈을 열었고 카니발 길드원들은 포탈을 타고 이루카니아를 떠났다.

***

카시마르가 소환한 불꽃은 어마어마한 기세로 주변을 덮쳤다. 카시마르의 예상보다 훨씬 거대한 불길이었다. 두 개의 뿔 상태에서 소환한 것보다 하나의 뿔 상태일 때 쓰는 기술이 더 강력했다. 카시마르는 불꽃을 소환하는 순간 떠오르는 설명으로 알 수 있었다.

[자크르에서 승리하였습니다.]

카시마르를 상당히 피곤하게했던 타이탄도 검은 불꽃 스킬 한 방에 사라졌다. 타이탄은 탄탄한 방어 능력을 지닌 유저였지만 생명력이 어마어마하다고 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었다.

그는 방패 사이로 스며드는 검은 불꽃의 데미지를 견뎌낼 수 없었다. 방패로 제대로 막았다면 아테나의 축복 효과로 인해서 버텨낼 수도 있었겠지만, 카시마르는 정확하게 방패의 틈사이로 스킬을 집어넣었다.

전투를 구경하던 유저들이 죄다 멀찌감치 떨어졌다. 카시마르가 소환한 불꽃은 계속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태울 것이 많은 시장이니 더 번지기 좋았다.

카시마르는 불길이 번지는 틈을 타서 재빨리 다른 곳으로 사라졌다. 불길과 뿔은 같이 상생하는 존재였기 때문에 뿔이 불길이 치솟은 곳에서 떨어지면 불길은 사라지게 되어 있었다.

[야! 어디야!]

핏불킹에게서 귓속말이 왔다.

[나 지금 도망치고 있는데?]

[어디로 도망치고 있냐고.]

[여기? 여기가 어디냐고 해야 되나. 일단 이루카니아에 있어.]

[인마! 이루카니아인 건 나도 알아. 너 타이타노스랑 싸우는 거 지켜봤어.]

[근데 왜?]

[지금 위치가 어디냐고. 골드 로얄부터 시작해서 대형 길드들이 너 잡겠다고 우르르 몰려와 있어. 이건 너 혼자서 커버 절대 못 해. 말 그대로 사냥 당한다고! 지금 길드원들 다 와 있다.]

[그러다가 같이 망하는 거 아냐?]

[길드가 이러라고 있는 거지. 아무튼 너 위치 어디야?]

[몰라. 사람들 없는 곳으로 이동하고 있기는 한데.]

[아니. 주변을 좀 살펴봐봐. 뭐가 있을 거 아냐.]

[내가 여기 토박이도 아닌데 이 복잡한 곳을 어떻게 다 알아.]

[아. 길치 새끼. 답답하네. 야. 너 말고 강숭이 불러.]

[강숭이? 강숭이가 왜?]

[강숭이가 너보다 길은 훨씬 잘 아니까. 강숭이 부르라고.]

[알았어.]

카시마르는 계속 움직이면서 강숭이를 불렀다. 카시마르가 소환한 검은 불꽃은 이미 사라진 상태였다. 검은 불꽃이 사라지자 사람들은 다시 카시마르를 쫓기 시작했다.

카시마르가 그림자 늑대인간 가죽을 들고 있는 이상 그의 위치는 계속 드러나게 될 거기 때문이었다. 물론, 아주 상세하게 드러나는 건 아니었다. 어느 지역에 있는지 정도만 드러나는 거였지만 이루카니아에 있다는 것만 확인되면 유저들은 카시마르를 계속 추적할 것이었다.

“야. 강숭이.”

“선생님! 강숭이 대기하고 있었습니다요!”

“대기는 무슨 퍼질러 자고 있었구만.”

“아닙니다요! 반성하는 마음으로 각잡고 있었습니다요!”

“이게 또 거짓말이야. 입가에 침이나 닦고 말해라!”

“헉! 이건 선생님을 너무 오랜만에 봐서 기쁜 마음에 제가······.”

“······.”

강숭이는 카시마르의 눈빛이 달라지자 얼른 입을 다물었다. 이런 상황에서 더 말했다가는 지옥 같은 구타가 이어진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무튼 너 여기 길 안내 좀 해봐. 핏불킹 형이 너 부른다.”

“길이요? 저 여기 처음인데요."

“몰라 너 바꾸래.”

카시마르는 강숭이와 핏불킹을 연결시켜 주었다. 핏불킹과 강숭이는 몇 분 정도 이야기를 나누었다.

“뭐래?”

“어. 여기 위치에 대해서 상세하게 전했습니다요.”

“그래? 그럼 들어가.”

“선생님!”

“왜? 거기 좋다며.”

“아니. 저 오랜만에 나왔는데.”

“나왔는데?”

“그······.”

강숭이가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면서 눈치를 보았다. 예전 같았으면 보석이라도 두어 개 정도 던져주었을 테지만 검은 교단 사건 이후로 카시마르는 철저하게 채찍을 휘두르고 있었다.

“꼬리.”

카시마르는 더 말을 섞지 않고 조용히 꼬리를 불렀다. 그러자 강숭이의 눈이 휘둥그레 지면서 뒷걸음질 치기 시작했다.

“서···선생님! 잠시···.”

꼬리는 강숭이의 천적이었다. 여러모로 유용하게 쓸 데가 많은 녀석이었지만 주 임무는 바로 강숭이를 제압하는 것. 카이로의 꼬리로 만들어진 꼬리는 강숭이를 그 누구보다도 쉽게 제압했다.

꼬리의 공격은 강숭이에게 크리티컬 데미지가 들어가는 것보다 더한 수준의 고통을 주었다. 강숭이의 입에서 차라리 때려달라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였으니 보통 고통은 아니라고 할 수 있었다.

“선생님! 그냥 들어가겠습니다!”

“이미 불렀어.”

강숭이는 비명을 제대로 지르지도 못했다. 쿵하는 소리와 함께 꼬리가 강숭이의 머리에 박치기를 먹였고 박치기에 적중당한 강숭이는 그대로 기절했다. 머리에서 피가 줄줄 새고 있는 강숭이를 꼬리는 꼬리를 물고 질질 끌고 인벤토리 창으로 연결된 포탈로 사라졌다.

[형! 어디 쯤이야?]

[가고 있다. 강숭이가 잘 말해줬으면 10분이면 도착해. 너 거기 근처에서 조용히 있어라.]

[그럴 예정이야. 근데 그게 또······.]

카시마르는 말을 줄였다. 그를 위에서 내려다보고 있는 시선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그렇지 일이 쉽게 풀릴 리가 없지.”

카시마르는 익숙한 물체를 확인했다. 월드 자크르 챔피언쉽에서 전투를 벌였던 룽크였다.

거대한 괴물 고양이.

고양이처럼 민첩하지만 호랑이보다 큰 괴물.

건물 옥상에서 룽크가 카시마르를 향해 내려오고 있었다. 벽을 타고 내려오는 게 아니라, 여러 벽을 점프 뛰면서 카시마르를 혼란스럽게 했다.

챠앙!

룽크는 보통의 유저보다 민첩하기 때문에 일반 공격 의존도가 높은 카시마르에게는 까다로운 상대였다. 카시마르는 룽크의 공격을 하나의 뿔로 가까스로 막았다.

창!

그리고 이어지는 공격.

룽크가 한 마리 더 존재했다. 룽크의 주인인 루지는 아주 작은 목소리로 골드 로얄 길드원에게 명령을 내렸다.

루지가 데려온 골드 로얄의 길드원들은 상당히 많았다. 골드 로얄 소속임을 증명하는 금뱃지를 가슴에 달고 카시마르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숫자가 많다.

카시마르가 아무리 강하다고는 하나 유저들의 제대로된 협공은 무시할만한 수준이 아니었다.

카시마르는 불길을 한 번 더 소환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렇다고는 해도 너무 많은 거 아냐?’

아까는 좁은 골목에서 유저들이 밀집되어 있었지만 지금은 그보다 넓직한 곳이었다. 불길이 번질만한 구조물도 많이 없었다. 그렇기에 카시마르는 검은 불꽃을 소환하는 걸 주저하고 있었다.

그런데다가 골드 로얄의 유저들은 룽크만 던져놓고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 섣부르게 접근했다가 불길에 휩싸이는 걸 방지하기 위해서였다.

차앙!

룽크는 두 마리가 다가 아니었다. 카시마르의 시선을 끌고 뒤에서 두 마리가 동시에 카시마르의 목줄기를 노리고 뛰어들었다. 한 마리는 카시마르의 어깨를 물었고, 다른 한 마리는 허벅지를 물고 늘어졌다.

생명력이 아무리 높아도 급소를 공격 당하면 즉사 판정을 받을 수 있었다.

카시마르는 강인함 수치가 높아서 그 확률이 적은 편이었지만 그래도 문제가 생길수 있었다. 두 마리의 룽크가 카시마르를 물고 늘어진 상태에다가 다른 룽크들도 공격을 퍼붓고 있었다.

아마 카시마르가 아닌 다른 유저였으면 벌써 쓰러졌을지도 몰랐다. 위기의 상황이었지만 카시마르는 침착했다. 침착한 상태로 룽크 두 마리의 공격을 막아내는 중이었다.

그러나 골드 로얄의 공세는 그게 끝이 아니었다. 그들은 카시마르가 검은 불꽃을 쏟아낼 때까지 유저들 대신에 룽크를 보낼 생각이었다. 룽크 세 마리가 더 옥상에서 내려오는 중이었고 카시마르는 인상을 쓰면서 뿔이 가지고 있는 기술을 쓰려고 준비했다. 다른 방법으로도 충분히 털어낼 수 있지만 여기서 생명력을 더 소비하면 아군이 올 때까지 버티기 힘들 수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골드 로얄의 숫자는 그만큼 많았다.

탕! 탕! 탕! 탕! 탕! 탕! 탕!

카시마르가 스킬을 쓰려고 마음 먹었을 때 총소리가 들렸다. 꽤 큰 총성이었고 장내에 있던 모든 인물들의 시선이 총소리가 난 쪽으로 쏠렸다.

총성 하나에 룽크 하나.

룽크들은 비명한 번 지르지 못한 채 총에 맞아 죽었다. 카시마르 같은 유저에게는 유독 강력한 모습을 보이는 룽크들이었지만 또 의외로 약한 면을 보이기도 했다.

일단 룽크들은 강력한 공격력만큼 뛰어난 방어력을 지닌 괴물이 아니었다. 워낙 민첩해서 공격을 집어넣기가 힘들지 공격이 들어가면 의외로 쉽게 잡을 수 있었다.

특히 지금처럼 기습을 당하게 된다면 굉장히 무기력하게 무너지기도 하는 몬스터였다.

그리고 방금 발사된 총은 보통의 총이 아니었다.

타이타노스와 같은 파티원인 케이드의 스킬.

그의 총도 타이타노스와 같은 등급인 전설 등급의 무기였다. 복잡한 능력은 없지만 공격력 하나만큼은 아주 확실한 무기.

케이드는 정확하게 카시마르만 피해서 공격을 넣어 룽크들을 처리했다.

“타이탄 녀석이 부탁했습니다. 자크르로 인해서 힘이 많이 빠졌을 거라고요.”

놀란 표정으로 있는 카시마르에게 데일리가 와서 먼저 말했다. 말을 하면서 데일리는 마법을 사용하고 있었다.

주변을 감싸는 보호막.

데일리가 보호막을 감싸자마자 원거리 공격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두두두두두두!

마치 소나기가 쏟아지는 것처럼 공격이 쏟아졌다. 그러나 골드 로얄의 그런 공격도 그리 오래 가지는 않았다.

꿀매너 길드원들이 바로 도착했기 때문이었다.

“이 새끼들! 치사하게! 형! 제가 다 쓸어버릴게요!”

제일 선두에 선 사람은 바로 골낳괴였다. 골낳괴는 커다란 새에 올라탄 상태였다.

우리가토에게 신무기를 받아 장착한 골낳괴.

“저거 로켓 아냐?”

케이드가 중얼거렸다. 그랬다. 골낳괴의 팔에서 로켓이 발사되어 사방으로 쏟아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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