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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주캐로 멱살 캐리-120화 (120/205)

# 120

규모의 확장

“징그러운 놈아. 넌 그렇게 먹고도 새벽에 눈이 떠지디?”

오정룡이 다 죽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는 새벽부터 시작된 유중악의 운동 소리에 잠을 깬 상황이었다. 반면에 유중악은 전날에 술을 마시지 않은 사람처럼 멀쩡했다.

“난 별로 안 마셨어.”

“안 마시기는. 어제 죽력고를 그리 마셔 놓고.”

“형이 술이 약해진 거 아냐?”

“아니. 네가 센 거야. 너 술 이렇게 센 놈인지 어제 처음 알았다.”

“맛있더라고. 죽력고인가 그거는 나 처음 먹어봤어.”

“나도 그거는 오랜만에 먹어봤다. 이 대표 말로는 그게 약술이라고 하던데. 맛이 괜찮더라고. 예전에는 그런 맛이 아니었던 거 같은데.”

“점점 맛을 개량한 거래. 어제 우리가 먹은 죽력고는 전통 그대로 만든 건 아닌 셈이지.”

“그래?”

“그래도 나쁘지 않았어. 숙취도 그리 많이 없고.”

“난 죽겠는데. 넌 없냐?”

“나도 피곤한 감은 있어.”

“무시무시한 새끼. 진짜. 너 솔직히 말해봐. 어렸을 때 산에서 산신령이 산삼 이런 거 준 거 아니냐?”

“아니라서 미안하네. 아무튼 오늘 게임 안 해?”

“코즈믹이고 나발이고 나는 때려 죽여도 못한다.”

“그럼 아침은?”

“아침은 개뿔. 안 먹어!”

“이 대표님이 여기 근처에 복국 잘하는 곳 있다고 아침 꼭 먹자고 했는데.”

“야. 그러고 보니까. 어제 기억이 없는데. 대표님이랑 윤창선 그 인간은 어디서 주무셨냐? 어제 올라갔냐?”

“삼촌은 어제 2차까지만 하고 올라갔지.”

“윤형은? 윤형 어제 늦게까지 있었던 거 같은데. 기억이 잘 안 난다.”

“윤감독님?”

“어. 그 양반 나이 먹더니 말 많아졌어. 아오. 아무튼 윤형도 올라갔냐?”

오정룡의 말에 유중악은 대답하지 않았다. 자연스럽게 답을 알 수 있을 거기 때문이었다.

“왜? 대답을 안 하냐? 그 양반 어디서 잤냐니까. 호텔에서 잔 거?”

“그 양반 네 뒤에 있다.”

윤창선이 오정룡의 뒤에서 귀신처럼 나타났다. 이제 오십을 훌쩍 넘은 윤창선이었지만 그도 선수 출신이었다. 거기다 오정룡은 윤창선에게 잡힌 약점이 한두 개가 아닌 상황. 지금에 와서는 윤창선에게 많이 대드는 모습을 보여주지만 예전에는 윤창선에게 말도 함부로 못 꺼내던 오정룡이었다.

그러니 지금 같은 상황에서 오정룡이 취할 수 있는 행동은 하나였다.

냅다 도망치는 것.

그러나 윤창선이 오정룡이 도마치는 것보다 한 발 빨랐다. 윤창선은 오정룡의 목을 큼지막하고 두툼한 손으로 붙잡았다.

“아! 아파! 아프다고요! 윤형! 같이 늙어가는 처지에 너무 하십니다!”

“뭐? 윤형? 네가 정신을 아주 못 차렸지? 너 어제 후배들한테 존경 받는 선배 코스프레 제대로 했더라. 그거 내가 무참히 깨줘? 중악아. 너 이놈이 너 합류하기 전에 으브븝!”

“하하하. 윤감독님! 왜 이러십니까! 농담한 거예요! 농담! 전 언제까지나 윤감독님의 충성스러운 오정룡 아닙니까! 아시면서!”

“충성이고 나발이고! 중악아! 예전에 무슨 일 있었냐면!”

결국 오정룡이 윤창선에게 싹싹 비는 걸로 헤프닝은 마무리 되었다.

***

“근데 너 지금 들어가도 의미 없는 거 아냐?”

“왜?”

“그거 어차피 시간 끌어야 하잖아.”

“그래도 접속해 있어야 변이가 계속되는 거 아닌가?”

“아닐걸.”

“그래도 접속해 있지.”

“어차피 저택 밖으로 나가지도 못하는데 뭐하러 그래?”

“저택 밖으로 못 나가도 할 수 있는 일은 있어. 간만에 투기장에서 자크르나 하지 뭐.”

“그러네. 자크르는 가능하겠네.”

“아니면 팀전이나 게이트 로얄을 해도 되고. 형은 진짜 접속 안 할 거야?”

“야. 나는 좀 더 자야겠다. 복국 먹었더니 잠이 솔솔이다. 넌 게임 해. 근데 여기는 언제까지 비워줘야 한다냐?”

“며칠 더 있어도 된다고 하더라고.”

“너는 호주에 언제 들어가려고?”

“모르겠네. 방송 쪽 섭외 들어와서 조율 중이라고 해서 들어가고 그래.”

“그래도 집에는 한 번씩 다녀와라. 너무 비워두면 제수씨가 서운해 하는 거야.”

“에이. 안 그래.”

“안 그러기는 아무튼 요즘 호주에서 여기까지 얼마 걸리지도 않으니까 방송은 천천히 생각해보던가. 방송 꼭 해야 할 이유도 없잖아.”

“그래도 약속한 게 있으니까 지켜야지.”

“뭐. 그건 너 알아서 하고. 나는 한숨 더 자고 일어나서 접속할 게. 넌 게임하고 있어라.”

“그래.”

오정룡이 방에 들어가자 유중악은 코즈믹 게이트에 접속했다. 유중악에서 카시마르라는 유저로 탈바꿈하는 순간이었다.

***

유중악이 접속하자 바로 골낳괴와 친구들에게 귓속말이 날아왔다.

[형! 어디에요?]

[나 저택.]

[그럼 저택으로 갈테니까 문 열어주세요.]

[기다린 거야? 그럼 저택에 들어와서 기다리지.]

[형 없을 때는 출입이 불가능하던데요?]

[어? 내가 우리 길드 사람들은 출입할 수 있도록 말해뒀는데. 전에는 그냥 들어갈 수 있게 되어 있지 않았었나?]

[형이 없으면 수행기사들이 입구를 지키는 거 같아요.]

[그래? 그래서 못 들어온 거였어? 그러면 내가 말해 둘테니까. 길드원들한테도 말해놔. 저택 넓은데 놀려서 뭐하냐. 길드 건물 같은 걸로 쓰지.]

[근데 길드 건물로 쓰기에는 무리가 있어요.]

[왜? 코인 소비 때문에?]

코즈믹 게이트의 대부분의 유저들은 투기장 보다 투기장 밖에서 시간을 더 많이 보낸다. 렙업을 하고 파밍을 하기에는 투기장 보다 투기장 밖이 더 효율적이기 때문이었다. 물론, 투기장에서도 렙업을 빠르게 하는 방법이 있었다.

무조건 이기는 것.

이기기만 한다면 투기장은 보상도 주고 경험치도 많이 주는 곳이라 할 수 있었다.

그러나 투기장에서는 상성이라는 게 있었기에 마냥 이기는 건 불가능했다. 무엇보다 일정 등급 이상으로 좋은 템은 투기장에서는 거의 나오질 않기 때문에 투기장에 마냥 붙어 있는 건 그리 좋은 선택이 나이었다.

[그렇죠. 대부분 투기장에서 시간을 보내는 게 아니니까요. 형은 플래티넘 코인 있어서 언제든 들어갈 수 있다면서요. 투기장 입구만 있으면요.]

[그렇지.]

[요새 투기장 코인 가격이 엄청 올라서요. 블랙 코인 마켓도 생겼어요.]

[블랙 코인 마켓? 그건 뭐야?]

[유저들이 만든 시장인데요. 장물 취급 받는 물건들을 본격적으로 취급하는 곳이에요.]

[그거 문제 되지 않나?]

[시스템에서 지정한 버그는 아니니까요. 다만 제국 쪽에 걸리면 문제가 되죠. 어쨌든 대부분 정당한 방법으로 취득한 것들이 아니니. 원래 귀속 아이템 같은 경우는 거래 금지 걸려 있는 경우도 있잖아요.]

[근데 귀속 아이템을 어떻게 구해?]

[특수한 스킬이 있는 유저들이 있다고 해요. 그 유저들과 함께 타겟을 지정하고 아이템을 반쯤 강탈해가는 거죠. 거기는 스킬도 팝니다.]

[스킬 거래도 가능하다고? 투기장에서만 되는 거 아니었나?]

[저도 그 부분은 좀 이상하긴 한데요. 듣기로는 상인 쪽 A랭크 유저 중에 스킬 거래도 가능한 직업이 있다네요. 수수료가 상당하다고는 들었어요. 여기는 원래 초기부터 있었던 곳이었는데, 이번에 검은 교단 사태 터지면서 확 커진 곳이라고 하더라고요.]

[초기부터 있었다면 수배 유저들이 이용하던 곳이었나봐?]

[그렇죠.]

코즈믹 게이트에서는 웬만해서는 수배자가 되질 않는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상금이 붙은 유저들이 있었다. 그들 중에는 마을 근처에도 접근이 불가능한 악질 유저들도 있었는데, 블랙 마켓은 그런 유저들끼리 이용하던 곳이었다. 그러다가 이번 검은 교단 사태로 대규모 수배 유저들이 발생하면서 블랙 마켓이 블랙 코인 마켓으로 변경되어 활성화되었다.

[나중에 형도 가보실래요?]

[필요한 물건 있으면 가봐야지.]

[신기한 물건 많다고 했어요. 신기한 물건 뿐만 아니라 신기한 직업군의 유저들도 있어서요. 무슨 말인지 아시죠?]

[내 가면에 걸려 있는 거?]

[네. 어쩌면 가능할지도 모르죠.]

[그랬으면 좋을 거 같긴 한데. 잘 모르겠다.]

[일단 코인 구하는 거 있으면 쓰지 말고 모아두세요. 형. 혹시 필요할 곳 생길지 모르니까요.]

[알잖냐. 코인은 많아. 쓸 수가 없어서 그러지.]

카시마르의 말에 골낳괴가 웃었다. 카시마르가 언급한 코인은 대스 해적단에게서 입수한 코인을 말했다.

골낳괴와 카시마르가 귓속말을 주고 받는 사이에 골낳괴 일행이 저택으로 방문했다. 그들은 오자마자 그림자 가죽에 대해서 먼저 물었다.

“아직. 계속 변이 중이라고만 뜨네.”

“형. 그러면 오랜만에 게이트 로얄 한 번 어때요?”

슭곰발의 제안에 카시마르가 고개를 끄덕였다. 용재는 바로 팀을 만들어 등록했다. 바로 게이트 로얄이 시작되었다.

***

카시마르는 며칠 동안 게이트 로얄과 자크르를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게이트 로얄은 승패를 반복했다. 카시마르가 아무리 강력해도 게이트 로얄의 룰에서는 무조건 승리만 할 수 없었다. 무엇보다 유저들 중에는 게이트 로얄만 전문적으로 플레이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승패를 반복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골낳괴 친구들이 다른 일을 보러 갔을 때는 자크르를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자크르의 승률은 아직까지 100퍼센트.

꽤 까다로운 상대들도 자주 만났지만 이기는 데는 큰 문제가 없었다. 카시마르는 이미 A랭크 수준을 벗어난 상태였기 때문이었다. 월드 자크르 챔피언쉽이 열릴 때만 하여도 카시마르는 불꽃 기사 하나를 감당하기 힘들었다.

그러나 지금은 달랐다. 웬만한 불꽃 기사는 카시마르의 상대가 되질 못했다.

“그 퀘스트 진짜 징하다. 아직까지도 변이 중이야?”

핏불킹이 말했다.

“나도 슬슬 지치는 중이야.”

“그거 그냥 기다리는 게 아니라 다른 방법이 있는 거 아냐?”

“그건 아닌 거 같아. 얼마전부터는 퍼센트도 생겼더라고.”

“지금 몇 퍼센트인데?”

“33퍼센트.”

“와. 그럼 한 일주일을 더 기다려야 한다는 소리네?”

“몰라. 무슨 게임 업데이트 하는 것처럼 그래. 꾸준히 오르는 게 아니라 갑자기 확 오르고 그러더라고.”

“야. 그러다가 너 그 가면 얻을 때처럼 저주 걸리는 거 아냐? 그러면 진짜 대박인데.”

“진짜 농담이라도 그런 소리 하지 마라. 그러면 진짜. 진짜로 열 받을 거 같아.”

“그게 빅재민데.”

“진짜 재밌게 만들어줘? 이씨. 길드 탈퇴한다.”

“야! 무슨 말을 해도 그렇게 하냐.”

“아무튼 사냥이나 가. 나는 자크르 하면서 놀 거야.”

“재밌냐?”

“별로. 자크르 하는 유저 중에 랭커는 없는 거 같아.”

“당연하지. 랭커들은 지금 따로 사냥하고 있을 거다. 랭커들이 자크르 해서 뭐해. 그 친구들이 쓸만한 아이템은 여기 떨어지지도 않는데.”

“떨어지긴 해. 드랍률이 극악이어서 그러지.”

“자크르 50연승 정도 하면 영웅급 정도 떨어질려나?”

“그것도 확률이야. 떨어질 수도 있는데 대부분 유니크 아니면 레어지. 그러니까 자크르를 안 하는 거야. 대신에 초보 중수들이 템 맞추기에는 좋지 여기가. 실력만 있으면.”

핏불킹은 몇 분 정도 수다를 떨다가 길드원들과 함께 사냥하러 움직였다. 카시마르는 다시 자크르를 하려다가 저택으로 찾아온 손님 때문에 자크르를 그만두었다.

저택을 찾아온 사람은 놀랍게도 카르 공작이었다. 카시마르는 카르 공작을 응접실로 안내했다. 수행 기사들이 시종처럼 차를 만들어서 가져왔다.

“직접 데리러 오신 겁니까?”

카시마르가 물었다.

“아닙니다. 지금 밖으로 나올 사정이 안 된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래서 직접 오셨군요.”

“자세한 이야기는 모릅니다. 여행자들 사이에서 일어난 일이니까요. 알고 싶지도 않고요. 그쪽 세계는 그쪽 세계의 룰이 있는 거 아니겠습니까?”

“예.”

“제가 찾아온 이유는 붉은 오크 토벌이 약간 늦춰질 것 같다는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입니다.”

“무슨 일 있습니까?”

“제가 카시마르님을 과소 평가 했던 것 같더군요. 정확히 말하자면 저희 파벌에서 말입니다.”

“그게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군요.”

“카시마르님이 이번 붉은 오크 사업에 참여한다는 이야기가 살짝 새어나가자 귀족들의 참여가 어마어마하게 늘었습니다.”

“그렇습니까?”

“여행자 최초의 불꽃 기사이자 불꽃의 기수이신 카시마르님의 명성을 낮게 평가한 실수이지요. 어쨌든 지금 반응이 아주 좋습니다. 이번 토벌에 배당금을 받지 않고 참여만 할 수 있게 해달라는 가문까지 있을 정도니까요. 이번 일의 가능성이 제대로 평가받기 시작한 것이지요.”

카시마르가 이번 일에 참여하는 이유는 퀘스트와 관련된 일이기 때문이었다. 카시마르는 딱히 이번 일에 대해서 큰 감흥이 없었기 때문에 카르 공작의 말이 크게 와 닿지 않고 있었다.

“어쨌든 며칠만 시간을 더 주시지요. 규모가 이전보다 커지긴 하겠지만 커져서 나쁠 건 없으니까요.”

“알겠습니다.”

“그러면 준비가 완료 되는대로 연락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카르 공작이 저택을 빠져나갔다. 카시마르는 예정대로 자크르를 하러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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