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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주캐로 멱살 캐리-123화 (123/205)

# 123

검은 불꽃

붉은 오크라고 불리는 자들은 갈색 피부를 지닌 자들이었다. 그들은 키가 크고 늘씬하며 남성, 여성 할 것 없이 아름다운 이목구비를 지니고 있었다.

그래서 제국은 그들을 좋아했다. 그들만큼 비싸게 팔리는 노예가 없기 때문이었다.

제국은 늘 서쪽의 붉은 오크가 제국의 안위를 위협한다고 선전했지만, 사실 그들이 직접 제국을 공격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들은 그들 지역 내에서 벗어나질 않기 때문이었다.

“명령을 내리겠습니다.”

전투는 치열해지고 있었다. 뿔의 분노의 위력은 상상이상이었지만 모든 적을 쓸어버릴 수는 없었다. 원정대에는 불꽃 기사와 마법사들이 상당수 존재했기 때문이었다.

특히 이들이 데려온 마법사들은 공격 마법을 전문적으로 사용하는 전투 마법사들이라기 보다는 치료와 방어를 담당하는 서포터 개념의 마법사들이었다. 전투 마법사들도 있었지만 그들은 상대적으로 소수였다.

그러다 보니 뿔의 분노는 완전히 뻗어 나가지 못했다. 그렇다고 해도 최상위 불꽃 기사들이 긴장할 만큼의 위력이긴 했다. 원정대들은 카시마르가 멈추자 섣부르게 공격을 하지 않고 대열을 정비했다. 급조된 병력 같았지만 나름 제대로 훈련이 되어있었던 것이었다.

“말씀 하십시오.”

“지금 즉시 이곳을 빠져나가세요.”

“주인을 두고는 갈 수가 없습니다.”

“명령입니다. 저는 이곳에서 죽어도 다시 살아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대들은 아니지 않습니까. 이건 전략적인 판단입니다. 그대들은 후에 나를 위해 해야 할 일이 많아요.”

드아이가 먼저 고개를 끄덕였다. 카렌과 아렌도 따라서 고개를 숙였다.

불꽃 기사 달루의 공격은 아렌과 카렌에 의해서 실패했다. 달루는 불꽃 기사들 중에서도 손에 꼽히는 실력자였지만 너무 흥분한 나머지 야네크를 사용하는 것도 잊어먹고 달려들었다. 아렌과 카렌 쯤은 충분히 돌파할 자신이 있었으니까.

그러나 아렌과 카렌의 힘은 야네크를 쓰지 않은 달루 정도는 충분히 커버할 수 있었다. 달루는 아렌과 카렌에게 옆구리와 팔에 검상을 입고 뒤로 물러났다.

수행기사들은 공격이 시작되기 전에 카시마르의 곁에서 물러났다. 카시마르는 움직이지 않고 공격이 들어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어차피 지금 상황에서 먼저 공격을 한다고 해도 큰 의미가 없었다. 어차피 카시마르는 적들에게 포위 당해서 싸워야했다.

카시마르는 그 사이에 제일 먼저 해야할 일을 하고 있었다. 이미 퀘스트 실패 메시지가 떠오르고 있었다. 퀘스트 실패에 황제파 세력과의 적대적 관계 설정 메시지.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핏불킹이 짜증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

[뭐 들었어. 황제파랑 완전히 틀어졌다니까.]

[그니까 대체 왜?]

[아무튼 나 길드 탈퇴한다. 아니 탈퇴해야 돼. 안 그러면 길드원들 다 표적이 될 거야.]

[아니 잘 설명을 해봐.]

[아무튼 지금 나 싸워야 돼. 아마 죽을 거야. 그니까 부활 장소에 미리 가서 있어 줘. 혹시 모르니까.]

[부활 장소 어디로 지정해놨는데?]

[카타루온]

[거기도 충분히 황제파가 있을 텐데. 근데 길드 탈퇴하면 뭘 어떻게 도와줄 수가 없어.]

[길드 탈퇴 안 하면 나랑 같은 길드라는 것만으로도 공격당할 걸? 그냥 도망칠 시간만 벌어달라는 거야.]

[네가 원정대랑 싸우는 건 알겠는데. 너 그러다가 그 캐릭터 감옥간다. 부활 장소에서 붙잡히면 감옥 들어가고 못 나와. 그럼 너 캐릭터 다시 파야 돼.]

[이미 저질렀어.]

카시마르의 말을 끝으로 대화는 더 이어지지 않았다. 선두 부대의 피해를 어느 정도 복구한 원정대가 공격을 개시했기 때문이었다.

철컹!

카시마르는 수행기사들이 적당히 거리를 벌린 것을 확인했다. 그들을 공격하는 원정대들이 몇몇 있었지만 수행기사들을 막지는 못했다. 그들도 불꽃 기사였던 자들이라서 보통의 병력으로는 쉽게 잡을 수 없는 게 당연했다.

달루는 간단한 치유마법으로 손목의 출혈을 잡았다. 고위 마법사만큼은 아니더라도 간단한 보조 마법 정도는 사용할 줄 알기 때문이었다.

불꽃 기사들은 제국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교육을 받은 자들이기에 마법을 할 줄 아는 기사들이 꽤 있었다. 과거에는 고등교육을 받지 않아도 불꽃 기사가 되는데는 큰 문제가 없었지만, 현존하는 불꽃 기사들은 대부분이 어렸을 때부터 교육을 받아서 된 인물들이었다.

달루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치유 마법을 사용한 다음 보호막을 펼쳤다. 그리고 야네크를 사용했다.

그의 야네크는 철거인을 소환하는 것이었다. 목걸이에서 잠시 빛이 새어나왔고 철거인이 등장했다. 어딘지 모르게 달루와 닮은 듯한 모습의 철거인이었다.

누가 소환하느냐에 따라서 생김새와 전투 능력이 달라지는 철거인은 보기보다 굉장한 위력을 발휘하는 물건이었다. 보통의 소환수들과 다르게 빠르고 강력하며 부자연스러운 움직임이 없었다.

불꽃 기사인 달루의 움직임을 완벽하게 재현해낼 수 있는 철거인.

3미터가 넘는 크기의 쇳덩어리 괴물이 불꽃 기사처럼 움직인다고 가정한다면 그것만큼 무시무시한 일은 없을 것이었다. 그래서 테인 가문에서 대대로 내려오는 철거인은 야네크 중에서도 최강의 소환수 중 하나라고 일컬어졌다.

달루가 바로 야네크를 소환하지 않은 건 제대로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철거인을 소환했다가는 바로 제압당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소환수를 부리는 야네크를 지닌 자들의 약점이 바로 소환한 불꽃 기사가 당하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달루는 방어와 관련된 기술에 능했다. 철거인과 어느 정도 거리를 유지해야지 안전한지도 알고 있었다.

카시마르는 쉽지 않은 싸움이 될 거라는 걸 직감했다. 그림자 망토와 두 개의 뿔이 있다고 해도 쉽지 않았다. 단순히 병사들만 있는 게 아니라 불꽃 기사들과 마법사, 사제까지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선발대가 상당히 많은 병력을 끌고 갔다는 점이었다. 스무 명의 불꽃 기사와 정예 기사들. 백여 명 가까이 되는 마법사와 사제들을 에메가 선발대로 데리고 갔다.

카시마르는 후방 부대인 쥘이 완전히 합류하기 전에 최대한 큰 피해를 줘야한다고 생각했다.

그런 카시마르의 계획을 알아차렸는지 불꽃 기사들이 먼저 선두에 나섰다. 그리고 일제히 야네크를 사용해서 공격하기 시작했다.

청명한 하늘에 각양각색의 불빛들과 소음들이 뒤섞이기 시작했다.

그 중심에는 카시마르가 있었다.

숫적으로 계산해보면 말도 되지 않는 싸움.

그러나 카시마르는 순순히 죽어줄 생각이 없었다.

채엥!

제일 먼저 카시마르에게 공격을 퍼부은 것은 철거인이었다. 철거인은 부드러운 움직임과 다르게 저돌적인 공격 방법을 택해서 카시마르에게 달려들었다.

멀리서부터 달려와서 몸통으로 카시마르를 밀어버리려고 한 것이었다.

철거인의 육중한 무게감에 카시마르가 튕겨져 나갈 거라고 달루는 생각했다.

그러나 카시마르는 철거인의 몸통 박차기를 가볍게 막아냈다. 달루를 비롯한 불꽃 기사들의 놀란 표정을 지었다. 불꽃 기사들은 달루가 소환한 철거인의 위력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카시마르는 철거인의 공격을 가볍게 막아내고 튕겨냈지만 그가 타고 있던 말은 힘을 이겨내지 못하고 그대로 주저앉아버렸다. 발이 기괴하게 꺾여 더는 뛰지 못할 것이었다.

카시마르는 자연스럽게 말 위에서 내려왔다. 철거인이 후속 공격을 퍼부으려고 할 때 자연스럽게 꼬리가 나타났고 철거인의 팔을 물었다. 갑작스러운 꼬리의 등장에 철거인이 팔을 흔들었다.

철거인의 무서운 점은 고통을 느끼지 못한다는 점이었다. 고통을 느끼지 못하면 생명체가 할 수 없는 과감한 공격들도 시전할 수 있었다. 철거인은 인간보다 월등히 신체 능력이 높았고 강력했다. 그런 철거인이 불꽃 기사와 비슷한 수준의 움직임으로 방어에 신경쓰지 않고 밀고 들어온다면 카시마르도 상당히 애를 먹을 게 분명했다.

그러나 꼬리의 등장으로 선두에서 카시마르를 붙잡아두어야할 철거인의 움직임이 봉쇄되어버렸다.

혹시나 하는 심정으로 꼬리를 꺼낸 게 카운터로 작용했다.

꼬리에게 팔을 물린 철거인은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고 허둥대기 바빴다.

꼬리는 단순히 철거인을 물고만 있는 게 아니었다. 중형견 정도 사이즈에 불과한 꼬리였지만 철거인을 제압하고 있었다.

꼬리가 철거인을 제압해준 덕분에 카시마르에게 여유가 생겼다. 이미 많은 공격이 들어오고 있었지만, 카시마르는 치명적인 공격을 제외하고는 몸으로 버티기로 했다.

어차피 모든 공격을 막아내는 건 불가능이었다. 딱히 방어 스킬이 없는 카시마르였기에 더욱 그랬다. 그러나 카시마르에게는 방어 스킬 대신에 강인한 생명력과 방어력, 그리고 마법 저항력이 있었다. 그런데다가 두 개의 뿔로 생명력 흡수까지 가능해진 상황이어서 충분히 버틸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일단 카시마르는 바람의 힘으로 피할 수 있는 공격은 피했다. 원거리 공격을 시도하는 불꽃 기사들도 있었지만, 대부분이 근접전을 시도했고 그건 카시마르 입장에서는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다행스러운 일이라고는 해도 사방에서 공격이 들어왔고 멀리서 봤을 때 카시마르는 제대로 저항 한 번 못해보고 쓰러질 것처럼 보였다.

먹이감을 사방에서 노리는 피라냐떼 같은 불꽃 기사들의 공격.

마법사들은 아군을 공격할 수 있다는 걸 잘 알고 있어서인지 지원 마법으로 불꽃 기사들의 힘을 강화시켜주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 뒤에는 완전 무장을 하고 서 있는 기사단이 출격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이런 전투에서 기사단의 역할은 불꽃 기사들이 부상당하거나 체력이 빠졌을 때 들어가서 시간을 끌어주는 것이었다. 그들은 그 순간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카시마르의 몸에 자잘한 상처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불꽃 기사들은 공격이 의외로 쉽게 적중하는 것을 확인하고 전투가 생각보다 쉽게 끝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대부분 불꽃 기사들은 그들이 부르는 여행자에 대한 정보가 많이 부족한 상황이었다. 특히 카시마르는 작은 상처로는 절대 잡을 수 없는 유저라는 걸 몰랐다.

그들은 체력전으로 가서 카시마르를 쓰러트릴 생각이었고 그게 악수로 작용했다.

푸슉!

카시마르의 허벅지에 창이 깊숙이 박혔다. 그러자 다른 불꽃 기사들이 카시마르에게 일제히 달려들었다. 허벅지를 관통시킨 불꽃 기사는 공격이 제대로 들어갔다고 생각했지만 이건 카시마르가 파놓은 함정이었다.

카시마르는 허벅지를 내주고 뿔을 휘둘렀다. 창을 찔러넣은 불꽃 기사가 임기응변으로 창을 밟고 뒤로 백덤블링을 하려고 했지만 카시마르의 공격이 미세하게 빨랐다.

쩌적!

창을 찔러넣은 불꽃 기사가 그대로 반으로 쪼개졌다. 그럼에도 불꽃 기사들의 공격은 멈추지 않았다.

푸슉!

카시마르의 어깨에 깊숙하게 검이 틀어박혔다.

투두두두둑!

그의 정면으로 주먹만한 빛덩어리들이 수십여 발 쏟아졌다. 어깨에 검을 찔러넣은 불꽃 기사는 이미 물러난 뒤였다. 그의 공격은 카시마르의 움직임을 봉쇄했고 기다렸다는 듯이 빛덩어리들이 카시마르를 덮쳤다.

한 발, 한 발이 바위를 파괴할 정도로 강력한 공격.

불꽃 기사들의 연계 공격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바로 끝내죠.”

카시마르의 어깨에 검을 찔러넣은 불꽃 기사가 주변의 불꽃 기사들에게 말했다. 순식간에 뒤로 물러난 그는 또 다른 검을 꺼내들고 있었다. 그의 검은 보통의 검보다 폭이 좁고 뾰족해서 찌르기에 특화되어 있었다. 레이피어 같은 생김새처럼도 보였지만 레이피어보다는 일반 장검과 비슷했다. 단지 끝이 훨씬 더 뾰족할 뿐이었다.

말함과 동시에 그의 신형이 사라진 다음 카시마르의 등 뒤에 다시 나타났다.

그는 자세를 낮춰서 심장을 노렸는데 카시마르는 살짝 몸을 틀어서 공격을 피해냈다. 그러나 다른 불꽃 기사들의 공격을 모두 피할수는 없었다.

불꽃 기사들이 사방에서 달려들어 카시마르에게 공격을 집어넣었다.

모두 여섯 명이 공격을 성공시켰다. 도끼를 든 불꽃 기사가 점프를 한 뒤 카시마르의 머리를 내려칠 준비를 했다. 공격을 성공 시킨 자들은 카시마르를 붙들어두는 역할이었다.

처음 손발을 맞춰보는 그들이었지만 연계는 확실했다. 최고의 기사들끼리의 만남이니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였다.

허공에서 내려오는 도끼가 카시마르의 머리에 점점 접근했다. 도끼가 거의 머리에 다다랐을 때 그의 머리 위에 원형의 검은 방패가 생성되었다.

검은 방패는 카시마르를 보호하고 도끼를 든 불꽃 기사를 날려버렸다.

그와 동시에 카시마르의 몸 주변에서 검은 불꽃이 피어올랐다.

화르륵!

처음부터 카시마르는 이들에게 뿔의 능력을 마구잡이로 쓰는 것은 어렵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막대한 생명력을 바탕으로 카운터를 날릴 준비를 하고 있었다.

도박에 가까운 카운터.

그러나 효과는 확실했다.

검은 불꽃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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