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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주캐로 멱살 캐리-125화 (125/205)

# 125

요새

구팀장은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원래 계획되어 있었던 성전 관련 컨텐츠가 어그러지자 해야할 일이 아주 많았다. 계획된 컨텐츠는 많이 있는데 초반부터 어긋나니 수습해야할 일이 많은 건 당연했다.

“팀장님!”

유동섭이 찾아왔다. 구팀장은 이제 유동섭의 표정만 봐도 뭔가 문제가 생겼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가만히 생각을 해봐도 딱히 문제가 생길만한 일이 없었다. 이미 문제는 한가득 생긴 상태였다.

“왜? 뭐? 일이 생길 게 없잖아. 무슨 일인데?”

“저기 뿔 엘프 팀에서 항의가 들어왔습니다.”

“그쪽이 왜? 그쪽은 아직 멀었잖아. 이제 시작하는 단계 아냐?”

“그렇죠.”

“뭐야······ 설마 이번 원정에 그 양반도 들어간 거야?”

“네.”

“또?”

“네.”

“왜 보고 안 했어?”

“딱히 일이 생길 거라고 생각 안 해서요. 제국에서 영지 획득으로 준 퀘스트라 문제가 생길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지금 문제가 생겼잖아!”

“죄송합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또 뭔데?”

“그 제국이 서쪽 유민들 토벌하는 작업이 시작되었는데 그걸 또······.”

“그걸 어떻게 방해 했는데?”

“이번에 제국에서 불꽃의 기수 효과로 그쪽에 힘을 주었나봅니다. 그런데 그분이 제국에서 말하는 붉은 오크가 유민들인 것을 알고는 원정대 쪽으로 칼을 빼어들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럼 퀘스트 실패하는 거 아냐? 그거야 그 양반 선택이니까 문제없지. 혹시 그걸로 그 양반이 항의를 한 거야? 그럴 사람이 아닌데?”

“그게 아니라······ 그분이 원정대를 돌려보냈답니다.”

“응? 그게 가능해?”

“예. 관련 영상 기록된 거 확인했습니다. 이번 원정에 참여했던 불꽃 기사들 대부분이 죽었습니다.”

“얼마나 갔는데? 이제 1차 원정이니까 얼마 안 될 거 아냐?”

“아뇨. 규모가 커져서 예상보다 훨씬 많이 참여했습니다. 최상위급 불꽃 기사도 다섯이나 죽었고요.”

“그렇게 많은 불꽃 기사들이 있었는데 못 이겼다고? 아무리 그 양반이 강하다고는 해도 이상한데?”

“최근에 얻는 무기 덕분인 것 같습니다.”

“무슨 무기인데?”

“저희도 옵션은 파악할 수가 없습니다. 공개된 무기도 아니고 직접 제작된 거니까요. 어쨌든 이번 성전에서 가장 많은 포인트를 얻었지 않습니까. 그걸 무기 하나에 다 쏟아부었다고 합니다.”

“그걸 다?”

“네.”

“제대로 미쳤······ 아니지. 그걸 무기 하나에 쏟아부었으면 야네크 급 무기는 나왔겠네.”

“그 정도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전설템 중에서도 최상이겠죠. 거기다가 최근에 카타루온의 늑대인간 퀘스트로도 한 건 하지 않았습니까.”

“그랬지. 하아. 그 양반은 진짜 아픈 곳만 골라서 때리는 거 같은데. 진짜 미쳐 버리겠다. 그래서 저쪽 팀에서는 뭐라고 해?”

“팀장님이랑 바로 연결해 달라는 걸 일단 막았습니다.”

“그래. 그래. 아주 잘했어. 이번에 성전 일 때문에 전화를 팀으로 돌려놓은 게 아주 신의 한 수였네. 그쪽 팀장 성질 더러워. 어휴.”

“근데 항의가 계속 되고 있습니다.”

“피해가 어느 정도인데? 최상위 불꽃 기사 다섯이 죽었으면 좀 크긴 하다만 그 정도로 징징댈 사안은 아니잖아?”

“그게 피해가 좀 큽니다.”

“어느 정도인데?”

“일단 이번 원정에 참여한 인원이 총 만 명 정도 되는데요. 그중 3분의 1도 못 살아 돌아갔습니다.”

“그게 그 양반 혼자서 했다는 거지?”

“네.”

유동섭의 말에 구소형이 미간을 검지와 중지로 비볐다. 그러면서 엄지로 오른쪽 관자놀이를 눌렀다. 앉아 있었는데도 현기증이 나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그럼 타격이 크겠네.”

“그런데 앞으로의 행보가 더 문제죠. 그분이 계속 거기에 머무르면서 원정을 막는다고 치면 아예 이야기 자체가 진행이 안 되니까요. 지금 저쪽 팀에서 항의를 하는 건 그런 이유 때문입니다.”

“거참. 골치 아프네. 그런데 유대리.”

“네. 팀장님.”

“그걸 왜 우리가 응대하고 앉아 있어?”

“네?”

“아니. 쓰바. 우리가 그 양반 전담 마크 팀이야? 그 양반이 버그를 썼으면 그쪽 부서에 문의를 하는 거고 그게 아니라면 우리한테 이야기할 이유가 없지. 야. 우리가 보냈냐? 아니잖아.”

“저쪽에서는 성전 관련된 여파가 여기까지 미치는 게 아니냐고······.”

“참나. 바나나 까 잡수는 소리하고 앉아 있네. 이미 그 이벤트는 나가리 됐어. 지금 수습 뭐 빠지게 하고 있는데 어쩌라고. 그리고 그거 수습할 때 지들이 뭐 도와준 거 있어? 지금 집에도 제대로 못 들어가고 있구만. 아무튼 그쪽 관련된 항의는 그냥 무시해. 들어보니 우리가 책임질 게 없네.”

“그래도 될까요?”

“돼. 위에서 쪼는 거 아니면 무시해. 지금 우리 일도 바빠.‘

“예. 알겠습니다.”

“근데. 유대리.”

“네.”

“그쪽 팀도 애 좀 먹겠지?”

“그 정도 아닐텐데요.”

“그래?”

“성전은 유저들이 피해를 입은 거라 편법으로 복구가 가능했지만. 이건 제국이 타격을 입은 거라서요.”

“그러네. 그러면 그거 복구가 불가능하네?”

“네.”

유동섭의 말을 들은 구소형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유동섭은 바로 팀장실을 빠져나갔다. 유동섭이 빠져나간 뒤 구소형은 푹신한 의자에 몸을 깊숙이 기댔다.

“가만. 그러면 이거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 거야?”

***

“그러니까 제국의 붉은 오크 토벌이라는 게 결국은 노예 사업이었다는 거지?”

핏불킹의 질문에 카시마르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수행기사들은 카시마르의 몸에 묻은 피를 닦아내고 있었다. 그를 마주보고 있는 건 여전히 헐벗은 모습의 핏불킹이었다.

“무슨 그런 개 같은 퀘스트가 있나.”

“모르지. 어떤 의도가 있었는지. 아무튼 탈퇴 처리 해달라니까 왜 여기 온 거야.”

“우리도 생각 없이 온 거 아냐. 길드원에게 사정 설명했어."

"그래서?"

"우리는 언제까지나 같이 가기로 했다.”

“이건 같이 갈 상황이 아냐. 제국이라니까? 이제 제국에서 활동 안 할 거야? 북제국으로 넘어가려고?”

“상황이 아니어도 같이 해야죠. 형. 이런 거지 같은 일을 벌이는 건 그냥 두고 볼 수 없는 거에요.”

골낳괴가 말했고 나머지 친구들이 그에 맞춰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이제 어쩔 거냐?”

“모르겠어. 이 사람들을 어떻게 해야할지도 모르겠고.”

“분위기 보니까 이 사람들은 널 영웅이나 구세주 이런 걸로 생각하는 것 같은데?”

“모르겠어. 일단 말이 통해야지.”

“그건 지금 레이가 스킬 시전 중이니까. 기다려.”

"대화가 통하긴 하는 거야?"

"몬스터랑도 대화할 수 있어. 그리고 대화하면서 상대의 정보를 추가적으로 획득하는 능력도 있어서 딱이야. 상황을 좀 더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을 거다."

탐험가 계열의 직업을 가진 레이는 몬스터와도 소통할 수 있는 능력이 있었다. 그런 그에게 서인들과의 소통은 그리 큰 문제가 아니었다.

30분 정도 후에 서인들의 대표와 이야기를 나눈 레이가 다가왔다. 서인들의 터전은 규모가 무척 큰 것에 비해서 병사의 숫자가 그리 많지 않았다.

“이들은 신족의 후손이라고 합니다.”

“신족?”

“이 지역보다 훨씬 더 깊숙한 곳으로 들어가면 머리에 뿔이 달린 인종들이 사는 왕국이 있어요. 그곳에서 추방된 자들이 떠돌다가 이곳에 터전을 잡고 사는가 봅니다.”

“범죄 같은 것 때문에 추방당한 건가?”

“그 때문에 추방된 게 아니라 이들이 혼혈이기 때문에 추방된 것이라고 해요.”

"인간과 신족의 혼혈?"

"이들은 신족이라고 하는데 얼핏 전달된 정보로 추정해보면 우리가 판타지 관련된 컨텐츠에서 본 엘프랑 흡사한 거 같아요."

"엘프?"

"네. 엘프인데 뿔이 달려 있는 거죠. 그리 큰 뿔은 아니고 머리에 가려질 정도의 작은 뿔이요."

“아무튼 이보다 더 서쪽으로 가면 새로운 지역이 있다는 거네?”

“그렇죠. 그런데 거대한 결계가 펼쳐진 곳이어서 들어갈 수가 없다고 합니다. 그쪽에서도 결계 밖으로 나오지 않고요.”

“제국에서는 그쪽을 노리고 원정을 시작한 거 아냐?”

핏불킹이 말했다.

“그건 아닌 것 같아요. 과거에도 제국이 침범을 한 적이 있었지만 그 지역까지 간 적은 한 번도 없었다고 합니다.”

“하긴 이들의 목적은 이들을 데려가서 노예로 쓰는 거였어. 왜 그런지는 딱 보면 알 수 있지.”

“그러네.”

붉은 오크라고 불리는 서인들의 용모는 아름다웠다. 뚜렷한 이목구비에 다양한 눈동자색 그리고 매끄러운 피부를 지니고 있었다.

“그런데 이들은 병력이 그다지 많지 않은 것 같은데.”

“원래 이 지역은 몬스터의 침입도 많이 없어서 그리 많은 군사가 필요하지 않다고 해요. 과거에는 제국에서 자주 침범을 했지만 몇 백년 동안 없었던 일이기에 방심을 했다고 합니다.”

“그러면 문제가 심각한데? 이제 저쪽에서는 제대로 준비하고 올 거 아냐?”

“그래서 내가 탈퇴하려고 한 거야.”

“제국이랑 싸우려고?”

“어차피 이제 제국으로 못 돌아가.”

“황제파랑 틀어진 거지 제국이랑 틀어진 건 아니잖아요. 귀족파 쪽과 같이 흔들어보면 괜찮지 않겠어요?”

용재가 말했다.

“그것도 방법이긴 한데 그러다가 골로 갈 확률이 높지. 어차피 우리는 그들 입장에서는 이방인이야. 귀족파나 황제파나 이놈한테 접근한 건 이용가치가 있어서지 다른 의도가 있어서가 아니라고. 거기다 불꽃 기사를 이리 많이 죽였는데 그냥 넘어갈 수 있겠어?”

“그러면 결국 싸우는 수밖에 없겠네요.”

“일단은 버티는 쪽으로 가야지. 다행히 레이가 이쪽 사람들이랑 소통이 되니까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거야. 듣자 하니 이쪽 사람들이 숫자는 적어도 상당히 강하다고 하던데?”

“네. 신체 능력이 제국인들보다 뛰어난 것 같아요. 이들의 말단 병사가 제국의 기사 수준이라고 보면 편할 겁니다.”

“다만 제국에는 불꽃 기사와 마법사들이 있으니 이들의 힘으로는 막기 쉽지 않겠지.”

“예. 예전에도 침략당하면 대부분 당하는 게 수순이었다고 합니다. 이곳의 족장과 이야기를 해보니 이들은 신족들이 던져놓은 먹이감 같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먹이감이라면?”

“제국이 그들의 결계까지 넘어오지 못하도록 하는 거죠. 아직까지도 신족의 왕국에서는 추방자들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고 합니다.”

“그건 그거대로 기분이 별로네. 아무튼 넌 그냥 계획 없이 친 거지?”

“이제 세워 봐야지. 근데 이거 쉬운 일 아니야. 일단 여기는 공개된 지역도 아닌 상황이라 부활 장소 지정도 안 된다고. 그 말이 무슨 뜻인지는 알지?”

“알아. 죽으면 그대로 끝이라는 거. 근데 게임은 원래 난이도가 있어야 재밌는 거거든. 안 그래요? 여러분!”

핏불킹이 손을 들면서 크게 소리치자 꿀매너 길드의 길드원들이 따라서 크게 소리쳐서 호응을 해주었다. 그 모습을 본 카시마르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무슨 피크닉 온 줄 아나.”

“다들 알고 있어요. 심각한 상황인 거. 그런데 또 이런 게 더 재미난 것도 사실이에요. 그리고 얼마나 멋집니까. 약자를 지켜주는 정의의 사도.”

“사도는 되었고. 어쨌든 기본 계획은 그거야. 이 지역 벗어난 곳은 어마무시한 몬스터들이 다녀. A랭크 유저 10인 팟은 되어야지 사냥 좀 할까말까한 곳이라는 거지.”

“알아. 그래서 제국 놈들도 포탈로 넘어온 거 아냐.”

“그니까. 우리도 너한테 올 때는 계획이 없었어. 근데 오면서 다 찬찬히 살펴봤다니까. 그쪽 포탈에서 이 지역을 넘보려면 그 동굴을 무조건 넘어야 하더만. 안 그래?”

“맞아. 그쪽 길에서 벗어나면 몬스터들 나온다고 했어.”

“그러면 일이 의외로 쉬워질 수 있다니까? 솔직히 우리들이 제국을 이길 수는 없어. 그건 너도 인정해야 돼 안 그래?”

“그래. 이길 수는 없지.”

“근데 졸라 열받게 만들면서 버틸 수는 있지.”

“그 동굴을 이용해서?”

“어. 거기를 요새로 만들자.”

핏불킹의 눈빛이 매섭게 빛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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