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저주캐로 멱살 캐리-128화 (128/205)

# 128

이이제이(1)

“일을 벌려놓기만 하는 건 좋지 않습니다.”

티지스가 말했다. 티지스는 카르 공작이 가장 신뢰 하는 부하였다. 카르 공작은 중요한 결정을 하기 전에는 반드시 티지스와 상의를 하곤 했다.

“알고 있어요. 티지스.”

“결국에는 공작님이 나서서 수습을 해야 할 겁니다.”

열이 잔뜩 받은 카르 공작에게 다른 귀족이 이런 이야기를 했다면 카르 공작은 불같은 반응을 보였을 터였다. 그러나 카르 공작은 차분했다. 차분히 티지스의 이야기를 듣는 중이었다. 이미 카르 공작이 소집한 귀족들은 빠져나간 뒤였다.

“그래야겠지요. 좋은 것만 빼먹으려는 심보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 조금 과하게 이야기를 해봤습니다.”

“무언가 계획이 있으신 거 아닙니까?”

“티지스는 뭐가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합니까?”

“가장 시급한 문제 말입니까?”

“네.”

“그야 윗분들의 심기를 잠재우는 일이 가장 시급하겠지요. 그분들이 움직이기 시작하면 일단목이 꽤 많이 날아갈테니까요.”

“그렇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뭐가 필요하겠습니까?”

“손해를 메꿔야 하겠지요.”

“그래요. 손해. 그런데 그 손해는 저희 가문의 힘만으로도 충분히 감당할 수 있습니다.”

카르 공작의 말은 사실이었다. 제국의 황족과 귀족들은 어마어마한 부를 축적하고 있는 자들이었다.

“금전적인 손실이야 그렇겠지요. 불꽃 기사를 비롯한 병력들을 금전으로 환산할 수 있다면요.”

“바로 그게 문제입니다. 제대로 환산할 수 없는 것들. 어르신은 그것까지도 계산하고 계십니다. 더 나아가서는 원정대가 지속되면서 얻을 수 있는 이익까지도요. 쉽게 생각해봅시다. 원정대가 계속 지속되었다면 저희 파벌이 얻을 수 있는 이익이 얼마나 되었겠습니까?”

“역대 저희 파벌에서 벌였던 사업 중에서는 가장 큰 규모가 되겠지요. 이익도 가장 컸을 테고요.”

“거기다 이번 원정 사업은 원정 사업만으로 끝나는 게 아니었어요.”

“식민지까지 생각하고 있던 걸로 압니다.”

티지스의 말에 카르 공작이 살짝 놀란 눈빛을 보냈다.

“제게 이야기 하지는 않으셨지만 눈치는 채고 있었습니다.”

티지스가 말하자 그제야 카르 공작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티지스의 이런 스마트한 면모를 좋아했다. 가끔 이야기를 하다 보면 그가 불꽃 기사라는 사실마저 잊어먹을 정도였으니까.

티지스는 불꽃 기사였다. 불꽃 기사인데다가 마법사이기도 했다. 마법 학회에서 매번 초청을 받을만큼 마법에 대한 조예가 뛰어났다. 대외적으로 알려진 그가 주로 연구한 마법은 주문 연구학.

마법을 사용하기 위해 외워야 하는 주문을 간략하게 만드는 것을 연구하는 학문이었다. 또, 기존에 있던 주문을 이용하여 마법의 위력을 강력하게 만드는 마법도 연구했다.

그러나 아주 극소수는 티지스의 진짜 주특기를 알고 있었다. 불꽃 기사이자 학자로 알려진 티지스의 진짜 주특기는 바로 고속 캐스팅. 보통 마법사가 하나의 마법을 시전할 때 그는 몇 개의 마법을 사용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었다.

“그곳을 완벽하게 장악하게 된다면 거기는 티지스 그대가 관리하게 될 것이었습니다. 이건 어르신과도 이야기가 끝난 거였습니다.”

“원정에서 고생한 불꽃 기사들이 관리하는 하는 거 아니었습니까?”

“그들은 그 정도 규모의 사업을 관리하기에는 아직 부족합니다.”

“제가 이번 일에 적극 나서길 바라시는군요.”

티지스의 말에 카르 공작이 희미하게 웃었다.

“그런 이야기를 하지 않으셨어도 움직였을 겁니다. 이 정도로 일이 틀어졌으면 제가 움직여야할 상황이니까요.”

“그렇지만 방금 한 이야기는 사실이었습니다. 티지스.”

“그러면 이제 제게 명령을 내려주시죠. 공작님. 제가 따로 할 일이 있는 거 아니었습니까?”

“맞아요. 윗분들은 단순히 카시마르를 잡는 걸로 끝낼 생각이 없어요. 그를 잡아서 파벌의 명성을 새로 잡는 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하는 일입니다.”

“그런데 카시마르란 작자가 다른 방식으로 대응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안 해보셨습니까?”

“무슨 방식을 말하는 겁니까?”

“그가 우리의 생각보다 영리하다면 적반하장으로 나올 수도 있습니다.”

“어떤?”

“'원정대를 이끌던 불꽃 기사들이 명령을 듣지 않고 먼저 하극상을 일으켰다.' 이런 이야기로 나오면요?”

“그게 무슨 말입니까?”

“방법을 생각해둔 거라고 있습니까?”

“카시마르 쪽에서 그렇게 나와버리면 이야기가 이상하게 흘러갈 수도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생환자들이 꽤 있습니다.”

“중요한 자들은 죄다 죽었죠. 영향력이 있는 자들은 말입니다. 그는 어쨌든 제국 역사상 가장 큰 전쟁 중 하나인 성전에서 일어난 영웅입니다. 이걸 가볍게 여기시면 안될 것 같습니다.”

티지스의 말에 카르 공작의 표정이 굳었다. 티지스는 카르 공작의 표정을 읽으면서 계속 말을 이어나갔다.

“그의 기반은 교단입니다. 이번 일도 저희 쪽에서 요청하긴 했지만 대외적으로는 교단에서 보낸 것으로 되어 있죠.”

“교단을 이참에 정리하자는 이야기입니까?”

카르 공작이 티지스를 빤히 바라봤다.

“그건 마지막까지 남겨둘 방법입니다.”

“살짝 압력을 가하는 것만으로도 카시마르를 고립 시킬 수 있다는 거로군요.”

“예. 귀족파의 방해만 없다면 말이죠.”

“그러다가 귀족파가 방해를 하면 교단까지 이참에 쓸어버리자?”

카르 공작의 눈빛이 매섭게 반짝였다.

“솔직히 교단의 힘이 지나치게 커진 건 사실 아닙니까. 제국 역사상 교단은 늘 힘이 일정 이상 커지면 견제를 받아왔습니다.”

“견제라기 보다는 물갈이였지요. 지금이 그때라는 거로군?”

“예.”

“그 부분에 관해서는 제가 따로 계획을 만들어보지요. 어르신과도 이야기를 나눠봐야하니까요.”

카르 공작의 말에 티지스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맡아야할 일은 무엇입니까?”

“여행자들을 알아봐주세요.”

카르 공작의 말에 티지스의 눈이 커졌다. 이번 일이 이렇게 어그러진 이유가 누구 때문이던가. 바로 여행자 때문이었다.

“이건 어르신의 생각입니다.”

“조금 불만스럽군요. 저희의 힘을 못 믿으신다는 뜻으로 들립니다.”

“어르신 말씀은 여행자 하나가 그 정도 일을 벌일 정도라면 그들을 잘만 쓰면 아주 큰 힘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셨습니다.”

“그들은 제국인이 아닙니다.”

“그러니 철저하게 계약 관계로 묶어야죠. 돈을 위해서 움직이는 여행자들은 많습니다. 그들에게 제대로된 돈을 쥐어주세요. 어차피 이번 프로젝트가 제대로 시행만 되면 돈은 얼마든지 굴러들어옵니다. 거기다 우리 파벌에서 앞으로 백년 이상은 제국을 장악할 수 있어요.”

“하긴······ 이미 많은 손해를 입었지요. 귀족파와 무력 충돌을 하게 된다면 저희가 힘을 아껴야하는 것이 맞을 수도 있습니다.”

“어르신이 그런 생각까지 한 건 아닌 것 같지만 어쨌든 그런 대비도 할 수 있겠죠.”

카르 공작의 말에 티지스가 웃었다. 둘은 어르신이 돈에 과도하게 집착하는 사내라는 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규모는 얼마나 생각하고 계십니까?”

“이번 일을 마무리 지을 정도는 필요하겠죠.”

“당장 투입을 해야 되는 건 아니겠지요?”

“그렇죠. 우리 쪽 귀족들도 이참에 땀을 좀 흘려야지요. 너무 받아 먹기만 했어요.”

“그들은 피라고 생각할 겁니다.”

“어떻게 생각하든 상관없습니다. 어쨌든 티지스, 이번 일을 맡아줄 수 있겠지요?”

“여행자는 여행자로 잡는다··· 좋은 생각 같습니다.”

티지스가 웃었고 카르 공작이 따라서 미소를 지었다.

***

“포탈을 어떤 원리로 없앤다는 건가요?”

골낳괴가 질문했다. 양치기 소련은 꿀매너 길드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 앞쪽에 나서서 상황을 설명하고 있었다. 양치기 소련 옆에는 큰 키의 킨스키가 서서 그를 보조하는 중이었다.

간단히 말해서 브리핑을 하고 있는 상황.

“저한테 원리를 물어보시면 저도 딱히 설명을 드릴 수가 없어요. 스킬이 어떤 원리로 나가느냐고 물어보시는 거랑 비슷하달까요?”

양치기 소련은 스무스한 화술의 소유자였다. 적당히 여유가 있고 적절한 유머를 사용할 줄도 알았다.

“그래. 우리가 원리를 알아서 뭐해. 없앴을 수 있다는 것만 중요하지. 그러니까 양치기님 말은 포탈을 확실히 없앨 수 있다는 거죠?”

“그렇죠.”

“그럼 일이 엄청 쉬워지는 거 아냐?”

“쉬워지는 게 아니라 게임 끝이지. 제국 놈들도 요 앞쪽에 사는 몬스터들이 무서워서 못 넘어 온다면서?”

“넘어 올 수 있다고 합니다.”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에서 떨어진 곳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바로 라브시안 부족과 소통을 하고 있던 레이였다.

“언제 왔어?”

“지금 도착했어요.”

“근데 포탈을 없애도 넘어올 수 있다는 이야기는 뭐야?”

핏불킹이 물었다.

“예전에는 포탈 개념이 없었다고 해요. 포탈을 여는 기술은 비교적 최근에 발명된 기술이니까요. 제국은 몇 백년 전에도 이곳을 침략해서 노예 사업을 했었다고해요.”

“그럼 어떻게 넘어왔다는 거야?”

“요기 앞쪽 서식지에 사는 몬스터들이 흉폭하기는 하지만 군대를 습격할 정도로 체계화된 게 아니어서 충분히 육로로 넘어올 수 있다고 해요. 군대를 위협할 정도로 위험한 몬스터들이 몇 종류 있는데, 그들은 따로 따돌릴 수 있는 방법이 있고요.”

“하긴 그러니까 포탈이 없는 시대에도 이곳을 넘봤겠지.”

“몬스터만 아니었으면 이곳은 벌써 제국의 땅이었을지도 몰라요. 여기는 여러모로 축복 받은 땅이라고 하니까요.”

“그래?”

“네. 일단 이곳으로 넘어오는 몬스터들은 그리 많지 않다고 해요.”

“그러니 이곳 사람들이 병력에 그리 많이 투자를 안 하는 거였군요.”

“신기한 일이죠. 그런데 다가 토질이 좋아서 어떤 씨를 뿌리던지 잘 자라고 야생동물도 많아서 샤낭감도 풍부하고요. 거기다 이 근처에   커다란 강이 있어서 자원도 풍부하고요.”

“강이 있다고요?”

카시마르가 놀란 듯이 물었다. 그가 확인하기로 이 근처에 강은 없었다.

"그동안 무수히 많은 제국의 침략을 받으면서도 강이 있다는 정보는 한 번도 새어나가지 않은 것 같아요.“

“이 근처에 강이 있었어? 쭉 둘러봤다면서.”

“강은 없던데.”

“있어요. 지하로 연결된 강이 있다고 합니다.”

“라브시안 사람들이 사는 곳 지하에 연결된 게 있다고?”

“네.”

“그러면 거기를 최후의 수단으로 생각하면 되겠군. 어차피 이곳에서 서쪽으로 더 가봤자 결계가 있어서 갈 수도 없다면서.”

“그래서 그쪽도 프로젝트를 진행해야할 거 같아서 왔습니다.”

“그런 건 귓말로 해도 되잖아.”

핏불킹이 말했다.

“어차피 지금 알아낼 수 있는 정보는 다 알아냈어요. 나머지는 이쪽 사람들과 머무르면서 시간을 보내야 알 수 있습니다.”

“이쪽 사람들이 경계를 하거나 하지는 않아?”

“굉장히 순박한 사람들이에요. 순박을 넘어서 멍청해 보일 정도로요.”

“이놈은 어떻게 생각한데?”

“카시마르님을 구세주 정도로 생각하던데요. 자기들 예언에 나온 사람이라고.”

“예언?”

“예. 예언이 있다고 하던데 제가 보기에는 끼워맞추기 수준이에요. 어쨌든 상황을 잘 설명했고 거기에 최대한 협조하겠다는 이야기는 일단 받아놨습니다.”

“그럼 됐네. 양치기 소련님. 이제 더 이야기 해주세요.”

“다들 할 일이 많으신 것 같은데 간단히 설명을 하겠습니다. 저 포탈. 없앨 수 있습니다. 다만 마정석이 굉장히 많이 필요합니다. 저 정도면 또 마법의 위력을 증폭시킬 시설도 준비를 해야하고요. 포탈의 크기가 크다보니까요.”

“마정석과 시설을 만들 수 있는지 유무에 따라서 그 계획도 변경이 되겠네요.”

“계산은 어느 정도 끝나 있습니다. 지원만 해주시면 됩니다. 다만 포탈을 닫는 게 끝이 아니라는 겁니다.”

“닫는 게 끝이 아니라뇨?”

“포탈이라는 건 일종의 에너지에요. 이 에너지가 끊임없이 저 주변에 순환되고 있는 건데요. 이걸 없애도 저쪽에서 다시 열수가 있어요. 물론 규모가 규모다 보니까 다시 열려면 시간과 노력이 아주 많이 들어가겠죠.”

“그러면 닫아봤자 의미가 없다는 거잖아요?”

용재가 말했다.

“시간은 벌 수 있겠죠. 빠르면 일주일. 늦으면 10일 정도는 시간을 벌 수 있을 겁니다.”

“그거면 꽤 크네. 그 동안에 준비할 수 있는 게 많으니까.”

“그러면 바로 준비해서 저 포탈 닫아버려야겠군요.”

“아니지. 포탈은 바로 닫으면 안 되지. 우리는 준비만 해놓고 저쪽에서 공격이 들어오면 닫아버려야지. 그래야 제대로 시간을 버는 거야.”

“일부만 넘어오게 두어서 병력도 잡아먹고?”

카시마르가 말했다. 그러자 핏불킹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양치기 소련님은 그 일을 차근히 진행해주세요. 비용에 관한 건 저희가 다 지원할겁니다. 킨스키는 옆에서 도와주고.”

“그러죠.”

“그러면 이제 다른 이야기를 한 번 해보겠습니다.”

양치기 소련과 킨스키가 자연스럽게 뒤로 물러나고 핏불킹이 앞으로 나섰다.

“오늘 할 이야기 다 끝난 거 아니었어?”

“가장 중요한 이야기가 남았지. 저쪽에서 지금 무슨 생각 하고 있을까?”

“병력 모으고 있겠죠.”

“그건 당연한 이야기고. 저쪽에서는 지금 유저를 끌어들일 생각을 하고 있을 거야. 일명 이이제이. 아무래도 불꽃 기사로만 이루어진 파티로는 실패를 좀 맛봤으니까.”

“그거야 어느 정도는 예상했던 일이잖아.”

“그러니까 생각을 전환해보자는 거야. 이이제이. 저쪽만 쓸 수 있는 거야? 우리도 충분히 쓸 수 있잖아.”

핏불킹의 말에 사람들의 표정이 달라졌다. 잠시 뒤, 핏불킹의 입에서 기가막힌 계획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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