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저주캐로 멱살 캐리-129화 (129/205)

# 129

이이제이(2)

“이이제이를 쓰자는 거면 북제국을 끌어들이자는 거에요?”

골낳괴가 말했다. 그러자 사람들이 그에 동조했다.

“북제국은 제국보다 더 복잡한 곳 아닌가? 그쪽은 아직 유저와 접점이 별로 없을 걸요?”

“제국도 접점은 별로 없어. 카시마르 형이 특이한 케이스지. 주변을 둘러보면 제국에서 먼저 유저에게 접근해서 중책을 맡긴 일이 거의 없어. 거의 유저가 먼저 들이대서 프로젝트를 하는 쪽이지. 그쪽에서는 아쉬울 거 없으니까.”

아르케가 골낳괴를 바라보면서 말했다.

“확실히 북제국은 접촉하기가 쉽지 않을 거야. 북제국을 끌어들일 수 있겠어?”

“거기는 너무 복잡해. 그럴 거면 차라리 귀족파에게 가서 소스를 주는 게 낫겠지. 안 그래?”

핏불킹의 말에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말은 일리가 있었다. 북제국은 제국과 상당히 멀리 떨어져 있었고 제국처럼 통합된 국가도 아니었다.

그들은 무수히 많은 국가로 이루어진 연합.

그들은 제국과 대대적인 전투가 벌어지지 않는 한 통합된 의지를 보여주지 않았다. 쉽게 말해서 연합이 무너질 위기가 아니라면 딱히 움직이지 않고 서로를 견제하면서 살아간다는 이야기였다. 그러한 북제국 연합이었기에 제국도 딱히 그들을 도발하지 않았다.

제국 역사에 북벌을 시도한 적은 많이 있었지만 제대로 성공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만큼 북제국 연합의 잠재력은 대단했다.

“그러면 누구를 끌어들이자는 거야?”

“이곳이 가지고 있는 메리트가 뭘까?”

“아직 공개되지 않은 지역이라는 거요?”

“고렙 사냥터를 독점할 수 있죠. 사냥할 수만 있다면.”

“어차피 필드 몬스터야 패턴만 익숙해지면 사냥이 가능하지.”

“그렇죠. 광렙을 원하는 유저에게는 딱이겠네요. 또 공개되지 않은 사냥터니 새로운 재료템들이 떨어질테고요. 여러모로 메리트는 많이 있네요.”

킨스키가 말했다.

“대신에 자칫하면 캐릭터 영구 봉인 수준으로 망할 수 있죠. 얻는 거에 비해서 잃는 게 어마어마하게 큰 도박이죠.”

“반대로 잘 버티기만 하면 얻는 건 어마어마해지는 거고.”

골낳괴와 용재가 서로 말을 주고 받았다.

“사실 저희가 이상한 거에요. 제국이 무슨 동네 마트도 아니고 이 인원으로 제국이랑 싸운다니. 이상한 일이죠.”

“그렇지만 재미는 있을 거야.”

“재미는 있겠지.”

“다 끝난 이야기는 더 하지 말고.”

“그래서 누굴 끌어들이자는 건데? 용병?”

“용병은 돈만 쥐어주면 목숨 걸고 싸우죠. 근데 제국의 정예들을 상대로 버틸만한 용병을 저희가 구할 수 있을까요?”

“최상급 용병이면 가능하지. 하지만 그 정도 용병을 구할 수 있을 정도로 친화도가 높은 유저가 있겠어요?”

“있어도 야네크를 든 불꽃 기사에겐 안 되지. 어차피 시간을 끄는 역할 밖에 안 돼. 병력으로는 우리가 그들을 이길 수 없다니까. 우리는 다른 방식으로 싸워야 돼.”

“결국 유저네. 유저를 끌어들어야 하는 거네.”

“그렇지.”

핏불킹이 고개를 끄덕였다.

“계속 이야기가 원점으로 돌아가잖아요. 유저가 이 이야기를 알고도 합류하겠어요?”

“사기 치자는 이야기는 아니지?”

카시마르가 핏불킹을 바라보며 물었다.

“이놈아. 사기라니.”

“형이 방금 하려던 게 사기야.”

“전 사정을 설명하고 충분히 설득하면 가능할 거라고 보는데요.”

양치기 소련이 손을 들며 말했다.

“양치기 소련님 같은 유저만 있는 게 아니니까요. 이걸 업으로 삼고 있는 유저도 있으니 신중하게 생각해야 됩니다. 유저 한 명이 정보라도 흘리면 일이 되게 복잡해져요. 물론, 정보 조금 흘러나간다고 계획이 완전히 망가지는 건 아니겠지만요.”

“일단 유저를 끌어들이는 계획은 맞아. 대신에 정보를 흘리지 않고 이번 일에 목숨 걸고 뛰어들 수 있는 유저들을 끌어들여야지.”

“근데 왜 이이제이라고 한 거에요?”

“이 친구들 셈이 되게 느리네. 생각을 해봐. 절박하고, 제국에 붙어 먹을 가능성이 제로인 유저들이 없어?”

“북제국 유저?”

“북제국 유저가 왜 붙어먹을 가능성이 제로야. 얼마든지 붙어먹을 수 있지.”

핏불킹이 웃으면서 말했다.

“있네.”

카시마르가 말했다.

“누구요?”

“검은 교단 쪽 유저들.”

“아!”

카시마르의 말에 사람들이 감탄사를 내뱉었다. 핏불킹이 사악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너무 사악한데요. 하긴 그쪽 사람들은 확실히 뒤탈이 없긴 하겠네요. 그런데 어떻게 끌어들이게요?”

“생각해놓은 게 있어. 우리가 직접 움직이면 그놈들은 안 넘어와.”

“당연하죠.”

“그러니까 NPC 하나를 비싼 돈 주고 구해서 그 사람을 이용하는 거야. 뭐 새로운 사냥터 호위 이런 퀘스트 계약 같은 거 만들어서 묶어두는 거지.”

“그게 되나?”

“돼. 그쪽은 지금 절박함의 수준이 다르거든. 그리고 한 번 더 꼬아 놓을 거야. 하청에 하청을 준다고나 할까? 돈은 좀 들겠지만 이걸로 확실히 묶을 수 있어.”

“하긴. A랭크 쯤 되면 투기장 도는 걸로는 한계가 있으니까. 그 친구들 근거지는 제국이나 북제국에서 틈만나면 공격해서 난리도 아니라던데.”

“대형 길드 쪽으로 접촉을 해야 돼. 어차피 우리는 소수 정예야. 너무 많으면 관리가 힘들고, 너무 적어도 안 되고. 그렇다고 실력이 없어도 안 돼. 일단 싸움 벌어지면 든든하게 버텨줄 수 있어야 된다고.”

“생각해놓은 길드도 있겠지?”

“응. K 길드. 그 친구들이 실력은 제일 좋아.”

핏불킹의 말에 사람들이 반응을 보였다.

“와우. 그 사람들이 저희 보면 반응 장난 아니겠는데요?”

“너무 위험한 거 아냐?”

“너무 부들부들하게 만들 필요 없어. 계약으로 확실하게 묶고 보상도 확실하게 해주면 돼.”

“그래도 좀 그런데······.”

“그 친구들은 프로야. 프로. 광렙, 돈, 아이템 준다는 걸 마다할 처지가 아니라고. 거기다 요새 그 친구들 커뮤니티에서 어떤 취급을 받는데. 유저들이 그 친구들이랑 거래할 때 적게는 30퍼센트에서 많게는 50퍼센트까지 비싸게 팔아먹는다고 해.”

“그래도 살 수 밖에 없죠. 투기장에서 구하는 건 한계가 있으니까.”

“그래. 사냥을 하려면 소모 아이템이 반드시 필요하니까. 무엇보다 그들은 지금 도망치는 신세라서 말이야. 차라리 언해피 길드 이런 애들이면 사정이 나을 수 있어. 그놈들은 대놓고 블랙 유저니, 막 죽이고 다니지만 K길드는 포지션이 어정쩡 하잖아.”

“그런데다가 제국이나 북제국 쪽에 잡히면 그대로 감옥행이죠.”

“제대로 감옥행이지.”

“형이 K길드를 포섭하자는 건 그 길드가 검은 교단에 가장 깊숙하게 관여했기 때문이지?”

“그렇지. 다크 영의 제자로 임명된 자들도 제일 많잖아.”

“요새 K길드 쪽 사람들 많이 이탈했다고 하던데요.”

“준회원들은 대부분 빠진 상태지. 대신 정회원들은 그대로야. 그리고 정회원이야말로 K길드의 주체고.”

“준회원들은 K길드 휘하로 있으면 얻는 게 많았으니까 있었지 지금은 굳이 거기 있을 필요가 없지. 있어 봤자 마이너스인데.”

“게임 접는다는 이야기도 들렸던 거 같은데. 그건 아닌가 보네?”

카시마르가 말했다.

“쉽게 못 접지. 들인 시간이 얼만데.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이걸 제일 잘하는 친구들인데 어떻게 접겠냐. 쉽게 못 접어. 그리고 이만한 가상현실 게임이 없어서 말이야.”

핏불킹의 말에 다들 동의했다. 현재 가상 현실 게임 중에서 가장 완성도가 높은 건 코즈믹 게이트였다. 이미 나와 있는 가상현실 게임 전부를 합쳐도 코즈믹 게이트의 반을 못 따라갈 정도라는 말이 나올 정도니 코즈믹 게이트가 완성도 하나만큼은 대단하다고 할 수 있었다.

“뭘 어떻게 하려고?”

“당근과 채찍이라는 말 있지? 일단 당근부터 좀 많이 주자고. 처음에는 당근을 좀 먹여주는 거야. 짧게 계약을 해서 광렙을 좀 하게 해준 다음 장기 계약을 해서 묶어버리는 거지.”

“와. 진짜 사악하다.”

골낳괴가 말했다.

“인마. 검은 교단 놈들이 성전에서 이겼으면 우리는 더 우울한 시기를 보내고 있을 거야. 이건 사악 수준도 아니지. 그러니까 낳괴.”

“옙.”

“너는 여기서 좀 떨어진 곳을 찾아봐. 사냥하기도 적당하고 머무르기도 좋은. 거기다 시설 좀 지어서 사냥터라고 제공할 거다.”

그렇게 검은 교단 유저 끌어들이기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

***

계획은 착실하게 진행되었다. 카시마르 일행은 제국보다 한 발 빠르게 움직였다. 그 한 발이 꽤 큰 효과로 나타났다. 일단 카시마르 일행이 들고 있던 대스 해적단의 비자금을 제대로 처분할 수가 있었다.

그리고 상당히 많은 용병을 고용할 수도 있었다. 대부분 북제국 출신의 용병이라 나중에 문제 생길 일도 적었다.

동굴을 요새로 만드는 일은 아직 시작 단계였지만 사람을 모으는 일은 착실하게 속력을 내고 있었다. 특히 K 길드를 끌어들이는 일이 그랬다.

핏불킹이 생각했던 것보다 그들은 많이 절박했고 덕분에 일은 아주 쉽게 풀리고 있었다.

“착실하게 잘하고 있다던데?”

핏불킹이 고용한 상인의 서신을 읽으면서 말했다. 그는 지금 상인을 고용했고 그 상인은 용병단을 고용해서 K길드를 끌어들인 셈이었다. K길드의 주요 임무는 호위.

상인들이 서쪽 오크의 특수한 지역에서 일을 보는 동안 그들을 호위하는 게 일이었다. 그러나 사실 딱히 호위할 것도 없어서 그들은 마음 것 사냥을 할 수 있었다.

“어디서도 볼 수 없는 진귀한 몬스터들이니까. 렙업 속도가 다르겠지. 어느 정도 넘어온 것 같아?”

“꽤 많이? 생각보다 빨리 끌어들일 수 있겠는데?”

“그러면 요새 작업만 빨리 하면 되겠는데 이게 생각보다 걸리네.”

“그러게 말이다. 야! 바트야! 거기가 아니라 그 옆이라고! 그 옆을 파야지. 아오 답답해!”

핏불킹이 소리치며 말했다. 일주일 동안 동굴 주변은 많은 변화가 있었다. 마치 거대한 건물을 짓는 공사장과 흡사한 풍경이었다. 사람들은 누구할 거 없이 바쁘게 자기 할 일을 하고 있었다.

“그래도 포탈 관련된 건 의외로 쉽게 처리되었잖아.”

양치기 소련이 요구한 시설을 만드는 데는 이틀이 걸리지 않았다. 그리고 요구한 마정석의 양도 그리 많지가 않았다. 그래서 포탈을 닫을 준비는 언제든지 되어 있는 상태였다.

“마냥 좋은 건 아냐. 쉽게 닫았다는 건 그만큼 쉽게 열 수 있다는 뜻도 되니까.”

“그래도 닫을 수 있다는 게 어디야.”

“선생니이이임!”

카시마르와 핏불킹이 이야기를 하는데 어디선가 익숙한 소리가 들렸다. 목소리의 주인은 바로 강숭이였다.

“왜? 너 일하라고 했더니 계속 밖으로 나오네? 아직 정신 못 차렸지?”

안전모를 쓰고 있는 강숭이는 영락없는 공사장 인부의 모습이었다.

강숭이가 맡은 임무는 동굴 안의 영역을 넓히는 일.

바로 삽질이었다.

“너 땅 파는 거 좋아하길래 땅 파는 거 시켜줬더니 자꾸 요령 피운다. 안 되겠네.”

“아닙니다요! 이건 진짜 선생님한테 보고드릴 일이라서 나온 겁니다요!”

“뭔데?”

“여기서는 조금··· 말하기가.”

“뭔데.”

“일단 가 보시는 게 좋을 거 같습니다요.”

“가봐서 별거 아니면 꼬리 잘라서 꼬리찜 만들어 버린다.”

핏불킹이 말했다. 그러자 강숭이가 인상을 팍 쓰려다가 다시 비굴한 표정으로 바꿨다.

“이봐. 이놈은 아직도 그래.”

“아무튼 가보자.”

강숭이의 안내를 받아서 간 곳은 제국에서 공사를 중단한 지역이었다.

“여깁니다요.”

“오.”

“뭐냐 이건.”

강숭이가 안내한 곳은 커다란 신전이었다. 신전 벽에는 마수정이 빽빽이 박혀 있었다.

“이것만 가져다가 팔아도 난리나겠는데. 제국 놈들은 왜 노다지를 못 알아봤다냐.”

신전은 상당히 길게 이어져 있었다.

“처음부터 노예가 목적이었으니까. 길트는 거 외에는 의미가 없다는 거겠지.”

“근데 여기 그냥 막 들어가도 되겠냐? 보통 이런 신전에는 꽤 중요한 애들이 있는 것 같던데.”

“골낳괴 애들 부르지 뭐.”

카시마르가 골낳괴 친구들을 불렀다. 가까운 곳에서 일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들은 금방 합류할 수 있었다.

“들어가자.”

신전 탐색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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