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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주캐로 멱살 캐리-132화 (132/205)

# 132

두 줄기의 번개

미스터 클린은 기도를 외우는 중이었다. 버프술사인 그는 대스 해적단과의 싸움에서도 큰 도움을 준 적 있었다. 그 뒤로 그는 꾸준히 성장해서 버프 관련된 직업 중에서는 순위를 다툴 정도로 높은 위치에까지 올라 있었다.

포탈이 작동되면 꿀매너 길드의 사람들은 전투 준비를 마치고 미스터 클린에게 모이기로 되어 있었다. 그리고 길드의 간부들은 미접속인 길드원들에게 직접 연락을 해서 알리는 일을 해야했다.

마지막으로 레이는 라브시안의 도시로 가서 라브시안의 전사들을 데려오는 역할을 맡았다. 그들은 이럴 때를 대비해서 보낼 병력을 미리 준비해놓고 있었다.

제국에서 보낼 병력에 비하면 그리 많은 숫자는 아니지만 그래도 상당히 도움이 될 것이었다.

레이는 맴브가 마킹 해놓은 곳을 타고 라브시안으로 움직였다.

“치킨을 아무리 먹어도 살이 찌지 않게 해주시고 쥐새끼가 다시 세상에 기어 나오지 못하도록 간곡히 기도 드리옵나이다. 무멘.”

미스터 클린이 기도를 마치자 길드원들 머리 위에 주먹 모양의 버프 마크가 떠올랐다.

“재는 어쩔 거냐?”

핏불킹이 크릿을 가리키며 말했다. 크릿은 주변이 부산스럽게 돌아가는데도 평소와 다름 없이 강숭이와 해맑게 노는 중이었다. 이제 벌레 소환은 멈추고 강숭이의 등에 올라타서 말타기 놀이를 하는 중이었다.

“일단 내버려 둬야지. 강숭이가 잘 보고 있으니까.”

“그래도 데려가는 게 괜찮지 않을까요?”

미스터 클린이 말했다.

“이번 전투는 카시마르 위주로 갈 거니까. 딱히 필요 없을 거야.”

이번 전투는 적군이 다 넘어오기전에 포탈을 중지시키는 게 작전의 핵심이었다.

그래서 꿀매너 길드는 최대한 병력을 노출하지 않고 카시마르 위주로 싸움을 할 생각이었다. 병력을 노출 시키지 않아야 다음 제국의 침략 때 유리할 테니까.

“자! 다들 계획은 알고 있죠? 저쪽이 치고 들어오지 않으면 노출하지 않는 겁니다. 이번 전투의 메인은 카시마르. 이 친구에요.”

핏불킹의 말을 사람들은 차분히 들었다. 핏불킹의 말이 끝나자마자 길드원들은 포탈이 있는 곳으로 움직였다. 요새에서 포탈까지는 상당히 거리가 있었다. 평지로 이어진 길이 대부분이었지만 포탈이 위치한 곳은 일단 숲의 한복판이었다.

바로 노출된 곳이 아니기 때문에 카시마르 쪽이 일을 벌이기도 수월했다.

“양치기 소련님은?”

카시마르가 핏불킹을 보며 말했다.

“그 친구는 다른 계획은 일러주지도 않았어. 신호탄이 터지면 맴브의 마킹 이용해서 제일 먼저 포탈 근처로 움직이라고 했다.”

맴브의 표식은 요새 주변으로 다양하게 설치되어 있었다. 어떤 의미에서는 포탈을 이용하는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굉장히 유용한 능력이라고 할 수 있었다. 다만 아주 먼 거리까지 표식을 만들 수 없기 때문에 표식을 잘 배치하는 게 중요했다.

“신호만 제대로 주면 되겠네?”

“그렇지. 그런데 그 타이밍을 맞추는 게 쉽지는 않을 거야. 너무 욕심내면 안 돼. 저쪽은 널 잡을 준비가 되어 있으니까 온 거야. 저번과는 다르다고.”

“알고 있어.”

“아직 부활 게이트가 완성이 안 되었어. 그러니까 소모전을 해서도 안 돼.”

“제약이 많네.”

“부활 게이트가 완성되기 전까지는 어쩔 수 없지.”

“욕심 부리지 말자.”

“너나 부리지 마. 막상 전투에 들어가면 욕심을 제일 많이 부리는 건 너잖아. 그리고 이번에도 욕심 부리면 네가 손해야. 일단 네가 먼저 나가서 어그로 끄는 역할이니까. 문제 생기면 바로 콜하라고.”

“형이 알아서 잘 도와줘야지. 나랑 형이랑 링크로 연결하는 거 아냐? 그럼 생명력도 볼 수 있잖아.”

“볼 수 있는데 그래도 몰라. 찰나의 감이라는 게 있잖냐. 낌새가 이상하면 콜하라고. 맞고 나서 콜하지 말고.”

“알았어.”

말을 마친 카시마르 일행은 재빨리 전투 장소로 움직였다.

***

황제파는 원정대 생환자들에게서 얻은 정보를 토대로 병력을 구성했다. 생환자들의 말은 믿기 어려운 증언이 많이 있었지만 토벌대의 지휘관인 탈마우드는 그 증언을 토대로 만반의 준비를 하고 토벌대를 준비시켰다.

병력의 양도 많았고 질도 이전보다 강력했다. 이전에는 붉은 오크 사업을 벌이기 위한 병력이었다면, 이번에는 오로지 카시마르를 잡기 위해서 병력이 구성되었다.

당연히 이전보다 마법사, 사제들의 비율이 많아졌다. 그런데다가 몬스터 포획의 전문가들인 헌터까지도 이번 토벌에 참여했다. 그들의 주업은 몬스터를 잡는 것이지만 단일 대상을 잡는 것에는 큰 노하우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가 보입니다.”

“다른 적은?”

“보이질 않습니다.”

“계획대로 움직인다. 그에게 공격을 집어넣는 건 나중 문제다. 일단 포위부터 하도록.”

“예!”

지휘관 탈마우드의 명령에 부관들이 크게 대답하고 움직였다.

그들은 곧 카시마르와 조우할 수 있었다.

탈마우드는 전투가 시작되자 자신의 선택이 옳았다고 생각했다. 훈련대로 카시마르를 제대로 포위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카시마르는 금방 토벌대에 둘러싸였다.

차르륵!

특별하게 준비된 사슬이 카시마르의 사지를 묶었다. 사슬을 든 헌터들이 카시마르가 움직이지 못하게 단단히 묶었지만 소용이 없었다.

원정대와 싸움을 벌였을 때와는 완전히 다른 상태였기 때문이었다. 각종 버프를 있는 대로 받은 카시마르는 상상 이상의 괴물이었다. 특히 미스터 클린이 새로 익힌 버프 중에는 힘 스탯을 뻥튀기 해주는 것이 있었는데 이건 단일 대상에게만 줄 수 있는 버프였다.

미스터 클린은 전투에서 이 버프를 자신에게 걸고 최전방 전사 역할을 맡기도 했다.

그런데 지금은 그 버프를 카시마르에게 주었다. 현재 카시마르의 힘은 대형 몬스터보다도 강력했다. 그런데다가 힘을 증폭시켜주는 버프까지 받았으니 대형 몬스터들을 전문으로 포획하는 헌터들도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촤륵!

카시마르가 힘을 한 번 사용하자 사슬을 붙잡고 있던 헌터들이 허공에 붕 떠서 끌려오기 시작했다. 수 백 명의 헌터들이 끌려와서 바닥에처박혔다.

파파파팡!

마법이 카시마르에게 쏟아졌지만 적절하게 보호막이 생성되었다. 이전에는 피하거나 그냥 맞았어야 할 마법. 지금은 그를 서포트하는 자들이 아주 많았다.

탈마우드 무언가 이상함을 느꼈지만 크게 의심하지 않았다. 여행자인 카시마르가 그동안 새로운 마법을 익혔다고 생각했을 뿐이었다.

꿀매너 길드원들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카시마르를 서포트하는 중이었다.

마법의 사정거리는 무한이 아니었다.

특히 지원 마법은 보통의 마법보다 사거리가 짧은 게 보통이었다. 유저마다 차이가 있지만 아예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면서 마법을 걸어주는 건 굉장히 특별한 능력이라고 할 수 있었다.

꿀매너 길드에도 그런 능력을 가진 자는 없었다. 다만 마법의 사거리를 늘려주는 능력을 가진 자는 있었다.

바로 핏불킹이었다.

핏불킹은 3인칭 시점으로 전장을 바라보는 능력을 활성화하지 않고 아군의 마법 사거리를 넓혀주는 기능을 활성화했다. 덕분에 꿀매너 길드의 술사들은 육안으로 보이지 않는 숲속에서 카시마르에게 온갖 마법을 걸어주고 있었다.

“핏불킹님. 이제 들어가야 하는 거 아니에요?”

킨스키가 물었다.

“아직. 아직은 충분히 버틸 수 있어.”

카시마르는 잘 싸우고 있었다. 뿔이 가진 스킬까지 적극 활용해서 싸우는 중이었다. 다만 이전에 원정대와의 싸움에서처럼 적을 확실하게 줄이지는 못하는 중이었다.

탈마우드가 준비한 병력은 공격력 보다는 방어, 생존에 특화된 구성이었다. 그랬기에 이전처첨 쉽게 불꽃 기사가 죽거나 하는 일은 없었다. 다만 마냥 좋다고도 할 수 없는 상황이라 탈마우드의 표정은 좋지 않았다.

그의 계획대로였으면 카시마르에게 유의미한 공격이 들어가고 있어야 했다.

그는 이번 계획에서 제일 어려운 것이 카시마르를 포위하는 것이라고 봤으니까.

탈마우드는 카시마르가 숲 쪽에서 모습을 드러낼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소수가 다수를 상대할 때는 탁 트인 평지보다 장애물이 많은 곳이 좋다는 건 당연한 상식.

그러니 원정대와 싸웠던 상황처럼 간단하게 카시마르를 포위하기 어려울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카시마르는 당당하게 정면으로 치고 들어왔다.

탈마우드는 일이 쉽게 풀린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전투는 그렇게 흘러가지가 않았다.

포위를 했는데도 공격이 제대로 들어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인상을 찌푸린 탈마우드는 손을 들었다. 그의 주변에는 제국의 기사들과는 다른 옷차림을 한 사내들이 있었다.

“칼라단.”

탈마우드가 명령했다. 그러자 한 명의 사내가 움직였다. 너저분한 천을 뒤집어쓴 자는 행색이 거지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지저분했다. 그러나 그가 들고 있는 창만큼은 새것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빛나고 있었다.

탈마우드는 제국의 황제파를 위해서 일하고 있었지만 그는 북제국 출신이라는 독특한 이력을 지니고 있었다. 그의 휘하에는 북제국 출신의 수하들이 꽤 있었는데 칼라단도 그중 하나였다.

특히 칼라단은 탈마우드가 데리고 있는 수하 중에서도 가장 위력적인 기술을 가진 사내였다.

샨 케니타.

푸른 번개를 다루는 북제국 최고의 무인 집단.

칼라단이 병사들의 등을 밟고 달리기 시작했다. 엄청난 속도로 카시마르에게 향하는 칼라단.

그의 창에 조금씩 푸른색 번개가 맺히기 시작했다.

샨 케니타의 무인들이 다루는 푸른 번개.

그들을 북제국 최강의 무인 집단이라고 부르는 이유가 있었다. 그들이 생성하는 푸른 번개는 보통의 방법으로는 막는 게 불가능한 기술이었다.

마법으로도 막아 지지 않는 능력.

지지직! 휭!

칼라단은 허공에 뜬 상태에서 카시마르에게 창을 던졌다. 멀리서 던진 창이 아니라 2미터 정도 거리가 좁혀진 상태에서 던진 창이었다. 칼라단이 창을 던지는 타이밍에 맞춰서 헌터들은 물론이고 주변 병사들까지 카시마르를 묶은 사슬을 온힘을 다해서 잡았다.

조금이라도 카시마르의 움직임을 제한하려는 의도였다.

푸슉!

한 줄기의 번개가 되어버린 칼라단의 창이 카시마르의 옆구리에 깊게 박혔다.

그러자 푸른 번개가 온몸을 타고 카시마르를 덮쳤다.

카시마르는 순식간에 패닉 상태에 빠졌다.

푸른 번개의 힘은 이전까지 그가 받았던 그 어떤 공격보다 강력했기 때문이었다.

무수히 많은 공격에도 꿋꿋하게 버텨왔던 카시마르가 처음으로 한쪽 무릎을 꿇었다.

카시마르가 무너지자 탈마우드는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말 위에 올라 모든 상황을 지켜보는 중이었다.

콰콰콰쾅!

카시마르가 쓰러지자 그 위로 무수히 많은 공격들이 쏟아졌다. 무수히 많은 공격을 카시마르는 무방비 상태로 허용했는데, 그들의 공격보다 푸른 번개로 인해 받는 데미지가 더욱 강력했다.

푸른 번개는 여전히 카시마르의 몸을 돌면서 데미지를 주는 상황이었다.

순식간에 무너진 카시마르.

카시마르는 핏불킹에게 콜을 하려고 했고 핏불킹도 길드원에게 총 공격을 지시하려고 움직였다.

그러나 이들보다 먼저 반응한 존재가 있었다.

그건 바로 두 개의 뿔이었다.

[예기치 못한 강력한 못한 충격에 두 개의 뿔이 분노합니다. 두 개의 뿔이 적의 공격을 모방하여 분노를 표출합니다.]

간단하게 떠오르는 메시지.

그러나 전장에 나타난 효과는 그리 간단하지 않았다. 두 개의 뿔에서 푸른 번개가 흘러나와 사방으로 퍼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푸른 번개만 쏟아지는 게 아니었다.

카시마르의 몸에서 검은 번개도 생성되고 있었다.

푸른 번개와 검은 번개가 뱀처럼 서로를 꼬아서 주변으로 퍼졌다.

번쩍!

엄청난 속도로 사슬을 타고 뻗어 나간 두 줄기의 번개.

사슬 근처에 있던 병사들이 그대로 재가 되어 사라졌다. 무릎을 꿇었던 카시마르가 몸을 일으켰고 다시 한 번 두 줄기의 번개가 방출되었다.

태양이 퍼지듯이 주변이 환하게 변했고 일순간 주변의 소리가 어둠이 깔린듯이 사라졌다.

소리가 삭제되었다는 표현이 어울리는 상황.

몇 초 있다 소리가 조금씩 들리면서 태양처럼 발하던 빛이 사그라들었다.

그리고 전장의 풍경이 온전하게 드러났다.

카시마르만 오롯히 선 채였다.

재가 눈꽃처럼 흩날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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