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5
데몬 토이(1)
“하청에 하청이라. 머리를 제대로 굴리긴 했네.”
“솔직히 의외였어요. K길드 쪽에서 그런 생각을 했다는 게요.”
용재가 말했다.
“그쪽도 바보들만 있는 게 아니니까. 근데 오히려 잘 된 일이야. K길드 쪽에서 펑크 라이온, 뮤테이션, 해피 드라이브 쪽을 접촉해준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지.”
“그쪽 길드들은 K길드처럼 사람들 안 빠져나갔나?”
카시마르가 물었다.
“빠져나갔죠. 많이 빠져나갔어요. 그래도 K길드 만큼은 아니었어요. K길드랑은 길드 시스템이 다르니까요. K길드는 정회원과 준회원이 나눠져 있잖아요. 그래서 성전 이후로 준회원이 싹 빠져나갔어요. 근데 다른 길드들은 그런식으로 구분은 안 되어 있었거든요. 그래서 타격이 좀 덜하긴 했죠.”
“원래 K길드가 준회원들이 정회원을 밀어줘서 정회원들이 크면 그걸 나눠 먹는 구조였으니까. 다른 길드들은 그 정도 시스템까지는 아니었거든. 그러니 K길드 보다는 타격이 덜 할 수 있었지.”
“어쨌든 그쪽은 인원이 좀 있다는 거잖아?”
“그렇지.”
“그럼 좋네. 이제 슬슬 인원이 필요해질 수도 있는데.”
“근데 설득이 될까요? K길드 그쪽이랑 사이가 안 좋다고 들었는데요.”
“그래?”
“네. 커뮤니티에 소식이 들려오긴 하거든요.”
용재가 말했다.
“난 그 정도까지 깊게 파고들지는 않아서 말이야.”
“사이가 안 좋을 게 있어? 어차피 운명 공동체 아니었나? 붉은 산맥 쪽에 터를 잡는다고 했잖아.”
“처음에는 그럴 계획으로 그 유저들이 거기 들어갔었죠. 근데 잘 뭉쳐 지지가 않은 거죠. 그 계획이 제대로 되었으면 아마도 그쪽 유저들은 제대로된 지역을 하나 형성 했을 거에요.”
“그쪽 관련된 걱정은 미리할 필요가 없어. K길드는 이번에 제대로 합류를 했어. 그러니까 알아서 잘 설득하겠지. K길드도 이번 일에 올인을 한 거나 마찬가지니까. 거기다 그쪽 길드들도 K길드와 상황이 별반 다를 게 없어서 받아야 하는 상황이야. 무조건 받아야하는 딜이지.”
“그런데 양치기 소련님. 아까 포탈 이야기 하시지 않았어요?”
골낳괴가 물었다. 양치기 소련은 이제 완전히 길드로 합류해서 회의에도 자연스럽게 참여하고 있었다.
“네. 포탈이 하나 더 생길 수 있다는 거에요.”
“그게 그렇게 쉽게 생기는 겁니까?”
“쉽게 생기지는 않겠죠. 제가 그랬잖아요. 포탈을 한 번 생성하는 게 어렵지 그 뒤부터는 닫는 것도 여는 것도 그리 어렵지 않다고. 저건 일종의 에너지가 뭉쳐 있는 거에요. 저 포탈과 연결된 곳과 끊임 없이 에너지를 교환하는 거죠.”
“지금은 그 에너지를 차단한 상태고요?”
“예. 그러니 저걸 아예 없애지 않은 이상 포탈은 계속 만들 수 있습니다.”
“좌표가 있는 거나 마찬가지니 그 옆에다가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는 거네요. 이렇게 이해해도 되죠?”
카시마르의 말에 양치기 소련이 고개를 끄덕였다.
“대신에 마구잡이로 늘릴 순 없어요. 저 정도 크기의 포탈은 쉽게 만들 수 있는 게 아니거든요. 어쨌든 시간은 꽤 걸릴 겁니다.”
“포탈이 늘어나게 되면 일이 복잡해지는데. 막말로 저 동굴 뒤쪽에 포탈을 만들어 봐. 그거 난리나는 거 아냐?”
핏불킹이 턱을 쓰다듬으면서 말했다.
“그건 어려워요.”
“그래요?”
“네. 무지 어렵죠. 바로 옆에 있는 건 에너지를 끌어와서 어찌 연결한다고 치지만 아예 떨어져 있는 거리는 만들기 어려워요.”
“그러면 생뚱 맞은 곳에 포탈이 떨어지는 건 걱정 안 해도 되겠네.”
“예. 그건 걱정 안 해도 됩니다. 지금 걱정 해야할 건 제가 쓰는 기술은 한 번이 한계라는 거에요.”
“포탈이 늘어나면 하나만 닫을 수 있다는 뜻이네요.”
“감시 인원을 늘리는 것밖에 답이 없겠네. 다음부터는.”
“그렇죠.”
“인원이 더 필요하긴 하겠다. 이제부터는 유저들도 참전할 테니까.”
“진짜 유저들을 끌어들일까?”
카시마르가 물었다.
“그럴 거야.”
“형. 근데 이거 참여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
“뭘 참여해?”
“그 토너먼트 있잖아요.”
“무슨 토너먼트?”
“베이직 모드인가 그거? 그거 대회도 하나?”
“오픈 기념으로 하잖아요.”
“그거 초보용으로 만든 건데 가서 뭐하려고.”
“근데 상품이 심상치가 않아요.”
용재가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상품이 뭔데?”
“데몬 토이요.”
“데몬 토이?”
“네.”
“데몬 토이를 게임 내에서 쓸 수 있다고?”
“네. 게이트 로얄에서만 사용 가능한 데몬 토이를 필드에서도 사용할 수 있게 구현해놨데요.”
“그거 그러면 소환수처럼 사용 가능한 건가?”
“네. 더 대박인건 그거 자가 수리가 된다는 거에요.”
“자가 수리?”
“원래 데몬 토이가 박살나면 그걸로 끝이었잖아요.”
“그렇죠.”
“근데 필드에서 그렇게 해놓으면 데몬토이가 무슨 의미가 있어요. 원래도 별로 센 놈들이 아니잖아요.”
“그렇긴 하지.”
“그래서 데몬 토이는 박살이 나도 자가 수리가 가능하도록 시스템이 추가 되었다고 해요.”
“데몬 토이라······ 그게 상품으로 가치가 있을까?”
“한두 개라면 큰 의미 없죠. 근데 그게 엄청나게 많이 모이면 장난 아니잖아요.”
“확실히 그렇긴 하지. 모이면 모일 수록 강력하게 조합이 가능하니.”
데몬 토이는 조립형 장난감과 비슷한 시스템을 사용했다. 블록을 쌓아서 다양한 걸 만들 수 있는 시스템. 데몬 토이가 충분히 있다면 군대도 만들 수 있었다.
약점도 있었지만 그에 따른 강점도 무척 많은 게 데몬 토이.
“야. 그거 참여해야겠다. 데몬 토이 왕창 쓸어오면 그거대로 큰 도움이 될 거야.”
“그거 얼마나 준다고 하는데?”
카시마르가 물었다.
“이번에 엄청 푸는 것 같아요. 게이트 로얄 개인전 방식으로 가요. 토너먼트 방식이고요. 토너먼트에서 우승할 때마다 데몬 토이 다섯 개씩 지급이에요. 6위까지인가가 토너먼트 올라가고요. 예선이 얼마나 치러질지는 모르겠다고 하네요. 참가자가 계속 몰리는 상황이라서요. 일단 예선 다음부터는 데몬 토이 지급 개수가 늘어나나봐요. 최종 우승하면 뭐 엄청 받겠죠.”
데몬 토이는 보유 개수가 많으면 많을 수록 강력해진다. 그 이유는 데몬 토이는 모이면 모일 수록 서로에게 버프를 주는 시스템으로 되어 있기 때문이었다.
무엇보다 개수가 많이 있으면 더 강력한 데몬 토이를 만들 수 있었다. 현대전에서 보이는 장갑차나 탱크 같은 걸 만드는 것도 그리 어렵지 않았고, 개수가 더 많아지면 요새도 구현 가능 한 게 데몬토이였다.
“야. 이거 그림 나온다. 우리가 만드는 요새에다가 데몬 토이 가져다 놓으면 끝내주겠는데?”
“크게 의미 있을까?”
“있지. 데몬 토이가 은근히 조합할 수 있는 게 많거든. 운영진들이 웬일이라냐. 딱 적절한 이벤트를 열어주고.”
“성전 컨텐츠 이후로 틀어진 게 많아서 급하게 시행된 이벤트라는 의견이 많아요.”
“급하던 아니던 우리에겐 땡큐야. 컨트롤 싸움이면 이 녀석이 꽤 성적을 내줄 거거든.”
“그건 모르는 거지. 의외로 1회전에서 쉽게 떨어질 수도 있어.”
“그래도 상관 없어. 너 말고도 성적 내줄 사람은 많이 있거든. 이제 컨신도 우리 편이야.”
핏불킹의 말에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카시마르에게 늘 당하는 컨신이었지만 그의 컨트롤이 최고 수준이라는 건 부정할 수 없었다. 그리고 컨신의 그런 능력은 어쩌면 베이직 모드에서 더 빛을 발할 수 있었다.
***
게이트 로얄 신규 모드 오픈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카시마르와 일행은 신규 모드 오픈을 기다리며 요새화 작업에 한창 열을 올리고 있었다.
특히 카시마르는 따로 사냥도 가지 않고 요새화 작업에 열을 올렸다. 카시마르는 우주적 명성을 얻은 상태여서 딱히 레벨업이 의미가 없는 상태였다.
간단히 표현하자면 랭크를 초월한 상태.
그게 카시마르의 현 상태라고 할 수 있었다. 그렇기에 그는 사냥 대신에 요새화 작업을 하는 것에 집중했다. 물론, 카시마르가 요새화 작업만 하고 있는 건 아니었다.
그는 수행 기사인 아렌과 카렌, 드아이의 능력을 좀 더 업그레이드 시키기 위해서 대련을 하는 시간을 추가했다. 카시마르의 힘은 이미 수행 기사 셋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었기 때문에 셋의 협공에도 카시마르는 잘 막아내고 있었다.
카시마르와 수행 기사들이 대련을 한동안 한 다음에는 골낳괴 파티와 수행 기사들의 싸움이 시작되었다. 골낳괴 친구들은 신규 모드 토너먼트에 참여하기 위해서 기초 컨트롤을 연습하는 중이었다.
신규 모드에서는 지금 가지고 있는 플레이 스타일이 의미가 없었으니까.
“수행 기사들이 확실히 강하네.”
핏불킹이 말했다.
“그렇긴 한데 조금 아쉬운 게 많아.”
“그렇긴 하지. 그래도 불꽃 기사랑 비빌 정도는 되지 않아? 들고 있는 장비들이 워낙 빵빵해서 말이야.”
“저기에 야네크만 쥐어 주면 진짜 날아다닐걸? 특히 아렌과 카렌은 더 그럴 거야.”
“야네크라······. 다른 불꽃 기사의 야네크는 사용할 수가 없나? 지금 우리가 수거한 야네크만 해도 백 개가 넘어.”
“아마도 그럴 걸?”
“시도는 해봤어?”
“안 해봤지.”
“어차피 야네크 돌려줄 것도 아닌데 한 번 시도 해보자. 저 친구들이 야네크를 사용할 수만 있다면 아주 큰 전력이 될 테니까.”
“뭘 어떻게 시도해보자고?”
“야네크 있는 곳에 가서 사용할 수 있는 거 찾아보라고 하면 되지. 불꽃 기사들 야네크 어떻게 사용하는데? 넌 어떻게 했냐?”
“난 그냥 사용하니까 되던데?”
“일단 보내놓기나 하자. 어떻게 할지는 저 친구들이 걱정할 문제지. 해봐서 나쁠 건 없잖아.”
핏불킹의 말에 카시마르는 잠시 뜸을 들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핏불킹 말대로 해봐서 나쁠 건 없었다. 수행 기사들이 야네크를 사용할 수 있게 된다면 엄청난 전략이 될 것이기 때문이었다.
***
베이직 모드가 활성화되었다. 동시에 유저들이 데몬 토이 토너먼트로라고 부르는 토너먼트가 시작되었다. 유저들에게 데몬 토이를 상품으로 푸는 이벤트는 이번이 최초이기 때문에 엄청난 인파가 몰려들었다.
이번 이벤트는 자크르 토너먼트처럼 랭크 제한도 없었다. 때문에 초보부터 고수까지 누구나 할 거 없이 토너먼트에 참여하는 중이었다.
베이직 모드는 일반 게이트 로얄보다 훨씬 간단했다.
기존에 있던 배틀 로얄 게임류와 비슷한 방식.
다른 점이 있다면 총이 아니라 원시, 중세 무기를 가지고 싸운다는 점이었다. 근접 무기를 가지고 싸우기 때문에 컨트롤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해서 코즈믹 게이트의 고수가 아니더라도 충분히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는 구조였다.
꿀매너 길드에서는 카시마르를 비롯해서 컨트롤에 자신 있는 유저 서른 명 정도가 토너먼트에 참여하기로 했다. 다행스럽게도 포탈이 다시 활성화되려면 시간이 아직 많이 남아 있었기 때문에 부담 없이 토너먼트에 참여할 수 있었다.
카시마르는 오랜만에 투기장으로 들어가서 토너먼트에 참여했다. 토너먼트에 참여하는 순간 가지고 있던 아이템은 모두 해제되었다.
면티에 반바지.
맨손.
이 상태로 시작하여 레벨업을 하고 보다 나은 장비를 얻어서 생존하는 게임.
어찌보면 카시마르에게는 게이트 로얄보다 쉬운 게임이 될 수 있었다.
그러나 마냥 쉬운 길만 펼쳐진 건 아니었다.
초반에는 고수들이 없어서 올라가는 데는 큰 문제가 없을 테지만 점점 갈수록 컨트롤 좋은 유저들이 나올 것이었다.
[예선을 시작합니다.]
빛이 카시마르를 감쌌다. 잠시 암전이 되고 들어온 시야에는 전혀 다른 세계가 펼쳐져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