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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주캐로 멱살 캐리-136화 (136/205)

# 136

데몬 토이(2)

베이직 모드는 생각보다 재밌었다. 카시마르는 일반 게이트 로얄보다 더 재밌다고 생각했다.그 이유는 선수 생활할 때를 떠올리게 했기 때문이었다.

물론, 옥타곤이나 링 위에서 하는 격투기와는 달랐다. 베이직 모드에서는 맨손이 아니라 무기를 사용하며 싸웠으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카시마르는 지나칠 정도로 잘 적응하고 있었다.

베이직 모드의 룰은 간단했다. 전투를 해서 장비를 맞추고 레벨업을해서 생존하는 게 1차 목표.

꽤 넓은 지역에서 시작하지만 일반 모드보다는 맵이 작았다. 일반 모드는 시작부터 원거리 공격이 가능한 구조였지만, 여기는 원거리 공격을 하려면 꽤 시간이 지나야 가능했다.

원거리 무기가 상당히 나오지 않기 때문이었다. 물론, 들고 있는 무기를 던지는 것도 가능했지만 그리 자주 사용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이 모드에서는 무기가 상당히 귀했으니까.

퍽!

왼발 미들킥이 각목을 들고 달려드는 상대의 옆구리에 정확히 꽂혔다.

몸은 상당히 무거웠다. 완전군장을 하고 움직이는 것과 비슷한 정도의 느낌.

카시마르의 신체 능력이 워낙 좋았기 때문에 베이직 모드를 시작할 때 느끼는 무게감이 상당했다. 지금 카시마르는 베이직 모드에서 설정된 능력치로 움직이고 있었기 때문에 적응하는데 시간이 조금 걸렸다. 그러나 신체 능력이 저하되었다고 해서 격투 센스마저 사라진 게 아니기 때문에 카시마르는 바로 적응할 수 있었다.

카시마르는 순식간에 두 명의 참가자를 처리했다. 두 명을 처리했는데도 카시마르가 원하는 무기는 나오지 않았다.

‘생각 보다 무기가 안 나오네.’

베이직 모드에서 무기는 생각보다 많이 나오질 않았다. 카시마르는 자세를 낮춰서 빠르게 움직였다.

두 명의 유저를 처리하자 3레벨로 렙업했다.

카시마르는 민첩성에다 포인트를 넣었다. 힘과 생명력도 필요하긴 했지만 베이직 모드의 핵심은 민첩성이라고 생각했다. 특히 카시마르 같은 스타일의 유저에게는 그 어떤 것보다 민첩성이 중요했다.

자세를 낮추고 이동하는데 풀숲에서 유저 하나가 튀어나왔다. 그는 각목으로 사정 없이 공격했다. 카시마르는 뒤로 구르다시피 해서 각목을 피했다.

평소 같았으면 간단한 상체 움직임만으로 피할 수 있는 공격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었다. 카시마르의 생각보다 느리게 몸이 반응했기 때문에 좀 더 과한 액션이 필요했다.

탁!

카시마르가 뒤로 물러나다 다시 재공격이 날아왔다.

각목.

그냥 막대기일 뿐이지만 인간은 그 각목을 하나 든 것만으로도 공격력이 엄청 상승한다.

다만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거나 상대가 무기에 당황하지 않을만큼 평정심이 있다면 오히려 독으로 작용할 수도 있는 게 무기였다.

특히 각목은 무기의 등급을 놓고 보자면 최하위의 무기나 마찬가지였다. 차라리 과도 같은 무기가 훨씬 쓰임새가 있다고 할 수 있을 정도.

애초에 각목은 제압용 무기지 살상용 무기가 아니기 때문이었다.

물론, 각목으로도 사람은 얼마든지 죽일 수 있었다. 다만 일반적이 날붙이 무기보다 살상력은 떨어지는 게 사실이었다.

카시마르는 각목을 간단히 피한 다음 왼발 미들킥을 상대에게 박아넣었다.

그가 원래의 신체 능력이었다면 왼발 미들킥 한 방만으로도 상대를 제압할 수 있었겠지만, 지금 그는 신체 능력이 많이 저하된 상태였다.

“큭!”

왼발 미들킥에 맞은 상대가 움찔거렸다. 그러나 다시 카시마르를 향해 각목을 휘둘렀다.

상대는 초보였다.

카시마르는 사이드 스텝을 살살 밟으면서 각목을 피해 명치에 니킥을 집어넣었다.

그리고 후두부를 팔꿈치로 내려찍었다.

후두부 공격은 격투기에서는 금지 기술. 특히 팔꿈치로 후두부를 찍는 기술은 금지 중의 금지였다.

간단하게 상대를 제압한 카시마르는 각목을 집어 들었다. 레벨이 상승해서 체력과 생명력이 소폭 상승했다. 카시마르는 이번에 얻은 포인트는 민첩에 투자하지 않고 일단 내버려두었다.

파밍해서 얻은 물건이 많아지면 힘 스탯이 필요할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베이직 모드에서 경험치를 얻는 경우가 세 가지가 있었다. 하나는 상대를 죽였을 때 얻는 경험치고 다른 하나는 생존 시간에 따라 분배되는 경험치를 얻는 것.

즉, 오래 살아남아 있을 수록 자연스럽게 경험치를 얻는다는 소리였다. 물론, 이 경험치는 생존자들이 다 얻는 경험치기 때문에 큰 의미가 없었다.

마지막으로 안전 구역에 들어갈 때마다 경험치가 주어졌다. 게이트 로얄은 다른 생존류 게임처럼 일정 시간이 지나면 금지 구역이 생기는데, 유저들은 지정된 금지구역에서 빠르게 안전 구역으로 이동해야 죽지 않을 수 있었다.

이동하지 못하면 점점 생명력이 줄어들다가 사망에 이를 수도 있으니 안전 구역을 잘 체크하는 것도 중요한 일 중 하나였다.

각목을 집어 든 카시마르는 맵을 확인했다.

아직 금지 구역이 지정되기까지 시간이 남아 있었다.

그러니 지금 중요한 건 파밍.

무기 뿐만 아니라 방어구 더 나아가서는 각종 물약까지 나오기 때문에 파밍은 필수였다.

특히 체력은 레벨 포인트로 올릴 수 없고 오직 체력 물약으로만 늘릴 수 있기 때문에 파밍은 필수였다. 물론, 체력과 생명력은 포인트를 투자 하지 않고 레벨업만 해도 소폭 상승하기 때문에 고렙이 되면 굳이 체력에 목메지 않아도 되었다.

필요하기는 하지만 가장 우선으로 챙겨야할 스탯은 아니라는 것이었다.

그러니 레벨업만큼 파밍도 중요했다. 레벨이 높아도 방어구나 무기가 없으면 저렙에게 쉽게 죽기 쉬웠으니까.

그러니 어떻게 보면 레벨업 보다도 중요한 게 파밍이었다.

카시마르는 숲에서 빠르게 빠져나와 건물로 향했다. 베이직 모드는 일반 모드와 맵이 달랐다. 구조도 다르고 건물들도 일반 모드에서 볼 수 없는 것들이었다.

가장 크게 다른 부분은 바로 탈 것.

베이직 모드에는 말, 당나귀, 낙타, 검은 타조, 다이어울프, 샤벨 타이거 같은 다양한 탈 것들이 있었다. 특히 검은 타조, 다이어 울프, 샤벨 타이거는 그냥 얻을 수가 없고 전투를 통해서 이겨야지만 가능한 탈 것들이었다.

빠르기도 빠르지만 보통의 탈 것과는 차원이 다른 체력과 생명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특히 다이어 울프와 샤벨 타이거는 강력한 공격력까지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에 발견한다면 잡는 게 좋았다. 다만 베이직 모드의 베타 테스터들의 말에 의하면 적어도 10렙 이상 레벨링을 한 컨트롤에 자신 있는 유저만 도전하라고 했다. 그 전에 잘못 건드렸다가는 오히려 역으로 당할 수 가능성이 높은 상대.

카시마르는 필드에 있는 탈 것들은 무시한 채 일단 건물로 들어갔다. 그가 들어간 곳은 주유소.

베이직 모드는 근접 전투를 지향하지만 건물은 현대의 건물이 대부분이었다. 현대의 건물이 아닌 이질적인 건물도 있었지만 대부분 현대의 건물들로 이루어져 있었다.

밀리터리 게임에서나 볼 법한 배경을 바탕으로 근접전투를 벌이는 게임.

언밸런스한 느낌이 들지만 베타 테스터들은 그 느낌이 아주 재밌다고 호평했다.

딸깍.

주유소 안에 인기척은 없었다. 인기척이 없으면 재빨리 아이템을 집는게 중요했다.

다행이 안에 아이템들은 건재했다.

누가 다녀간 곳이 아니라는 이야기.

카시마르가 원하는 아이템들은 좀처럼 나오질 않았다. 물약 종류와 각목이 전부였다.

그나마 쓸만한 템이라고 한다면 상체를 감쌀 수 있는 방검복이었다. 카시마르는 얼른 방검복을 착용했다.

방검복에는 등급이 있었고 높은 등급일수록 무게가 나갔다. 웬만한 경갑옷 보다도 훨씬 방어력이 높기 때문에 아주 쓸만한 것이라고 할 수 있었다.

‘생각보다 무겁네.’

문제가 생겼다. 카시마르가 얻은 방검복은 3레벨짜리였기에 상당히 무거웠다. 힘에 아무런 투자도 하지 않은 카시마르가 착용하기에는 상당히 무거웠다.

방검복을 착용하자 카시마르의 동작이 눈에 띄게 둔해졌다. 카시마르는 아까 남아 있던 포인트를 힘에다 투자했다. 그나마 괜찮아지긴 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동작이 둔한 상태였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체력 물약이 두 개나 나왔다는 점.

카시마르는 물약을 들이마시고 생명력 물약만 들고 각목을 버려버렸다.

지금 상황에서는 딱히 큰 의미가 없었다.

와장창!

주유소 밖으로 나가려는데 기습이 들어왔다. 왼손에는 단검, 오른손에는 돌도끼를 든 상대였다. 사내는 창문 너머로 돌도끼를 던져서 카시마르를 노렸는데 카시마르가 귀신 같은 더킹으로 피해버렸다.

그의 돌도끼에는 끈이 매달려 있었다. 카시마르는 먼저 상대를 살폈다.

“아직 무기가 없네?”

상대는 무기가 두 개나 있었다. 가죽 갑옷도 풀세트로 입고 있었고 헬맷도 쓴 상태였다.

여러모로 카시마르보다 파밍을 많이 한 상대인 게 분명했다.

“도망치면 끝까지 쫓아간다.”

아이디가 나오질 않기 때문에 사내는 누구를 상대로 도발을 하는 줄 모르고 있었다.

카시마르는 기본 옷차림에 방검복 딸랑 하나 입은 상황.

그 흔한 배낭도 매지 않았다.

반면에 사내는 낮은 등급의 장비이긴 하지만 갖출 건 대부분 갖춘 상황이었다.

꽤 무거워 보이는 짐이었는데 멀쩡하게 움직이는 것을 감안한다면 카시마르보다 레벨도 높은 게 분명했다.

사내는 돌도끼와 단검을 살랑살랑 흔들면서 카시마르를 따라 움직였다.

카시마르의 퇴로를 막기 위해서였다. 사내는 공격 하는 척을 하다가 창문을 넘어서 달려들었다. 그러자 카시마르는 얼른 입구 쪽으로 움직여서 밖으로 빠져나갔다.

“이게!”

사내는 당했다고 생각했다. 먹이감이 도망갔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런데 먹이감은 도망가지 않았다. 밖에서 멀쩡히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동료가 있나?’

그러나 동료가 있을 리가 없었다. 이건 토너먼트 예선이었고 개인전이었다. 상당히 많은 참가자가 참여해서 랜덤으로 조가 형성되니 동료가 있을 확률은 제로에 가까웠다.

사내는 일단 주변을 살펴보았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서였다. 그게 카시마르에게는 기회가 되었다.

“어?”

사내는 맨손인 상대가 먼저 공격을 해올 줄은 꿈에도 모르는 상태였기에 반응이 일순간 느려진 상태였다.

퍽!

카시마르의 긴 스트레이트가 사내의 콧잔등을 강렬하게 두들겼다. 사내는 휘청거리면서 뒤로 밀려났다.

현실에서였으면 방금 그 공격으로 승부가 갈렸다고 봐도 무방했다. 그러나 힘에 얼마 투자를 하지 않은 카시마르의 공격으로는 상대에게 충분한 데미지를 줄 수가 없었다.

사내는 매서운 눈빛으로 카시마르에게 짧게 공격을 집어넣었다. 단검을 어떻게 쓰는지 아는 상대였다.

단검을 들고 있는 사람은 굳이 세게 휘두를 필요가 없다.

잽을 넣듯이 살짝, 살짝 흔들어주기만 해도 맨손인 상대는 경계를 해야 했다.

아주 살짝 긋는 것만으로도 게임이 끝날 수가 있기 때문이었다.

이게 무기 그중에서도 날붙이의 무서움이었다.

가볍게 휘둘러도 상대는 치명상을 입는다.

맨손으로 싸우는 격투 세계로 비교하자면 툭, 툭 건드려도 상대가 누워버리는 무지막지한 하드펀처와 싸우는 것과 같다. 아니, 이건 하드펀처보다도 더하다. 아무리 하드 펀처라도 힘과 스피드가 갖추어져야 상대에게 데미지를 줄 수 있었는데, 날붙이를 든 사람은 그럴 필요가 없다.

스피드, 힘이 많이 부족하더라도 상대에게 충분히 데미지를 줄 수 있었다. 특히 급소에 공격을 넣기라도 한다면 그걸로 게임은 끝나는 상황.

그러니 사내는 이 상황이 이상했다.

게이트 로얄 일반 모드에서는 스킬 사용이 가능하니 맨손인 상대도 충분히 경계해야했지만, 여기는 기본 모드였다. 스킬 사용도 없고 오로지 무기와 컨트롤로만 싸워야 하는 곳.

그러니 지금 눈앞의 상대가 이렇게 나온다면 가능성은 두 가지였다. 정말로 동료가 있거나, 아니면 맨손으로도 충분히 무기를 든 상대를 제압할 수 있을 정도로 고수이거나.

무기를 든 사내는 컨트롤에 나름 자신이 있었다. 그래서 카시마르를 곧 제압할 수 있을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러나 그의 예상은 2분도 지나지 않아서 악몽으로 바뀌고 있었다.

퍼퍽!

이번에는 더블 잽이 들어왔다.

어떻게 헬맷 사이로 정확히 잽이 들어오는 건가. 나는 무기를 들었고 상대는 맨손이었다.

나는 무조건 상대보다 거리 싸움에서 우위에 있어야 함이 옳았다.

그런데 상대는 맨손으로도 잽을 정확히 맞추는 중이었다.

‘대체 뭐야 시발!’

사내의 얼굴은 이미 피로 물든 상태였다. 코피가 줄줄 흐르는 통에 상대의 체력은 이전보다 더 빠르게 소모되는 중이었다.

사내는 짧은 공격을 번갈아 사용하면서 꽤 뛰어난 움직임을 보여주었지만, 카시마르는 1분도 안 돼서 사내의 공격 패턴을 파악해버렸다. 그리고 작은 공격으로 틈을 벌렸다.

어쨌든 상대는 무기를 들었다. 눈먼 칼이라도 허용하게 되면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카시마르는 천천히 상대를 공략하기로 마음 먹었다.

다른 방법을 시도하지 않은 것도 아니었다. 방검복 쪽으로 공격을 유도하는 방법도 사용해봤지만 상대는 그런 페이크에 반응할 정도로 고수가 아니었다.

그래서 카시마르는 천천히 상대를 공격했다.

카시마르는 로우킥, 잽, 스트레이트만 이용해서 상대를 흔들었다.

몇 초마다 한번 씩.

그의 공격은 빗나가는 일이 없었다. 반면에 상대는 공격을 단 한 번도 성공시키지 못했다.

툭! 퍽! 퍽!

얼굴 쪽으로 파고든 단검을 정확하게 캐치한 카시마르. 자연스럽게 손목을 비틀어서 틈을 만들어 단검이 떨어지게 만들었다.

그리고 붙잡아 놓고 엘보우 연타.

상대가 카시마르보다 힘이 강했지만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힘은 크게 의미가 없었다.

기술이 완벽하게 들어갔으니까.

그제야 사내는 카시마르가 밖으로 나온 이유를 알아차렸다.

그가 밖으로 나온 이유는 도망치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제대로 스텝을 밟아서 싸우기 위함이었다.

‘시바. 이게 무슨 초보자를 위한 모드야.’

사내의 시야가 암흑으로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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