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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주캐로 멱살 캐리-137화 (137/205)

# 137

데몬 토이(3)

베이직 모드는 후반부로 갈수록 컨트롤 차이로 인한 격차가 적게 나타나는 게임이었다.

베이직 모드의 레벨업이라는 건 한계가 없었기에 후반부에 갈수록 컨트롤 보다는 어떻게 파밍을 하고, 어떻게 스탯을 찍었냐에 따라 차이가 생겼다. 적어도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이렇게 게임이 흘러가야 옳았다.

단순히 근접 무기만 있는 게 아니라 함정 키트 같은 것들도 아이템으로 주어지기 때문에 지형지물, 함정, 원거리 무기 등을 잘 사용하는 게 게임의 승패를 좌우하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카시마르는 그러한 기본 법칙을 무시하는 플레이를 보여주기 시작했다.

카시마르는 스탯이 올라가면 올라갈 수록 더 과감하고 무서운 움직임을 보여주었다. 컨트롤에 꽤나 자신 있다고 생각하는 유저들도 카시마르만 만나면 맥을 못 췄다.

휙!

등대에 꼭대기에서 화살이 날아와 카시마르를 괴롭히고 있었다. 그러나 화살이 적중하는 일은 없었다. 카시마르는 화살이 어디서 날아오는지 파악하고 있었으니까.

타악.

화살은 카시마르의 머리를 노리고 날아왔다. 베이직 모드에서 활은 어정쩡한 포지션을 차지하고 있었다. 일단 투척 무기나 원거리 무기는 상당히 맞추기가 어려웠다. 그런데다가 다른 무기보다 강력한 공격력을 가진 것도 아니었다.

특히 초중반까지는 그다지 의미가 없는 게 활 종류의 무기였다. 힘 스탯에 꽤 많이 투자를 하지 않으면 방어구를 꿰뚫을 수 없기 때문이었다.

특히 헤드샷 판정이 별로 좋지 않았다. 화상이나 투척 무기가 머리에 적중하면 치명상을 입혀야 정상이었는데, 베이직 모드에서는 헬멧이나 투구만 갖춰도 화살이 관통하지를 못했다. 물론, 힘 스탯이 높아지고 활과 화살이 강력한 등급으로 갖춰지면 투구를 꿰뚫을 순 있었다.

그러나 그 정도가 되려면 게임 후반이 되어야만 했다.

지금 게임은 극후반인 상황.

활의 위력은 무시무시하다고 할 수 있었다.

생존자 숫자는 7명이었다. 한 명만 더 잡으면 다음 라운드 진출 확정이었다. 물론, 카시마르는 다음 라운드 진출권 가지고 만족할 생각이 없었다.

카시마르는 일단 활잡이부터 처리하려고 등대로 올랐다. 카시마르가 등대 입구에 진입하자 활잡이는 저격 포인트에서 물러났다.

이제부터는 서로 조심을 해야 했다. 좁은 공간에서는 아무리 컨트롤을 제대로 활용하기 전에 한 방에 게임이 끝날 수가 있었다. 활잡이가 건물 안에서 활을 쓰는 방식은 자세를 잡은 상태에서 상대를 기다리는 것.

카시마르는 그걸 알기에 조심스럽게 건물 안으로 올라갔다.

휙! 팅!

계단에서 마주친 두 사람. 먼저 공격을 한 것은 활잡이었다. 카시마르를 향해 주저하지 않고 화살을 쏘았고, 카시마르는 난간 쪽을 이용해서 잠시 허공에 매달렸다가 활잡이를 공격했다.

야생 원숭이와 같은 동작으로 순식간에 활잡이와 거리를 좁힌 카시마르.

활잡이는 그 상태에서 다시 재장전을 해서 화살을 쏘았고, 카시마르는 그걸 예상이라도 했다는 듯이 한 번 더 난간에 매달려서 몸을 회전시켰다.

휙!

화살이 비껴나갔다. 그 사이에 카시마르는 체조 선수처럼 몸을 회전시켜서 활잡이의 머리를 가격했다. 그의 왼발 뒷꿈치가 활잡이의 관자놀이를 때렸다.

퍽!

휘청거리는 활잡이.

그 뒤부터는 카시마르의 일방적인 공격이 이어졌다. 제대로 저항한 번 못해보고 쓰러진 활잡이.

활잡이를 처리하자 바로 레벨업이 되었다.

[최후의 6인에 선정되었습니다. 다음 라운드에 진출합니다.]

활잡이가 떨군 아이템 중에서 쓸만한 것을 챙겼다. 그리고 활과 화살도 챙겼다.

꽤 업그레이드가 된 활 세트.

힘 스탯에 포인트를 투자한 카시마르는 활을 들고 등대에 자리를 잡았다. 다음 생존 구역이 등대 주변으로 배치된다는 걸 확인했기 때문이었다.

활잡이가 했던 방식 그대로 저격 포인트에서 기다리는 카시마르.

등대 주변에 갈대밭이 펼쳐져 있었기에 집중해서 주변을 살펴봐야했다.

휙!

갈대가 이상하게 움직이는 것을 본 그는 사정없이 화살을 쏘았다. 활잡이가 남긴 화살의 개수는 스무 개.

카시마르는 활잡이 정도로 저격의 고수는 아니었다. 그러나 충분히 유리한 위치를 점하고 있었기에 상대를 잡는 건 일도 아니었다.

사실 이 정도로 유리한 위치에서 고레벨 유저가 활을 쏘아대면 대부분의 유저는 당하기 마련이었다. 활잡이의 화살을 죄다 피한 카시마르의 컨트롤이 과하게 좋은 거라고 평할 수 있었다.

카시마르는 활잡이가 했던 방식으로 두 명의 유저를 더 처리했다. 화살이 떨어지자 과감하게 활을 버리고 지상으로 내려가 시체가 된 유저들에게 다가가 아이템을 살폈다.

[최후의 2인이 되셨습니다. 이제 한 명만 더 잡으면 우승입니다.]

시체를 뒤지고 있는 도중에 공격이 들어왔다. 발자국 소리를 들은 카시마르는 얼른 뒷구르기를 했고, 그가 있던 자리에 매서운 공격이 들어왔다.

자칫했으면 그대로 우승을 내줄뻔한 상황이었다.

카시마르는 상대를 바라봤다. 전투의 기본은 상대를 파악하는 것이었다.

부상이 있는가 없는가, 어떠한 위치를 선점하고 있는가, 어떤 무기를 들고 있는가, 덩치는 어느 정도인가, 리치는 어느 정도인가.

실제로 부딪혀보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것들은 제대로 수집하는 게 전투의 기본이었다.

눈대중으로 파악하는 것들은 오류가 많기 때문에 맹신하지 않는 게 좋았지만 카시마르는 평생 전투를 해온 프로였다. 그는 대충 상대를 훑어보아도 보통 유저보다 더 빠르고 많이 그리고 정확하게 정보를 수집할 수 있었다.

‘걸렸어!’

최후까지 살아남은 여성 유저는 창을 들고 있었다. 그녀는 실제로도 창을 사용하는 유저였기에 컨트롤에 많은 자신이 있었다. 그녀는 원형 방패와 쿠크리 나이프를 든 카시마르를 상대로 거리를 잘 재다가 승부수를 던졌다.

카시마르를 끌어들인 다음 원심력을 이용해서 방패를 부술 생각을 한 것이었다.

그런데 카시마르는 그녀의 수를 읽고 있었다. 카시마르는 그녀가 등을 보이면서 회전하자 아예 들고 있던 방패와 쿠크리 나이프를 순차적으로 던져버렸다.

캉!

그녀는 카시마르의 방패를 부수는 대신에 쳐내는 것으로 만족해야했다.

휙!

쿠크리 나이프를 상체 움직임으로 피한 여인은 창을 내려놓고 얼른 허리춤에서 단검을 꺼냈다. 그녀는 카시마르와 마찬가지로 방검복과 배낭을 메고 있었다.

레벨이 오르면 방검복 대신에 금속으로 된 방어구를 입는 유저들도 있었지만, 여인이나 카시마르나 기동성을 중요시했다. 한 마디로 힘 스탯에는 많은 걸 투자하지 않았다는 이야기.

덕분에 카시마르와 여인의 전투는 웬만한 액션 영화보다 박진감이 있었다.

카시마르의 전진 속도는 매우 빨랐다. 여인이 제대로 돌아보기도 전에 여인에게 접근 했고, 여인은 카시마르의 이런 속도를 알아차리고 단검을 뒤로 휘둘렀다.

휙!

자세를 낮춰서 뒤에서 오금을 잡아버린 카시마르. 그 상태에서 바로 백을 타서 초크를 노렸다. 그러자 여인이 몸을 앞으로 굴러서 초크를 방어했다.

그러자 카시마르는 부드럽게 여인의 움직임을 따라가다가 다스 초크를 시도했다.

길로틴은 상대의 머리를 가슴 쪽에다 집어넣고 목을 졸라서 기절 시키는 기술이었고, 다스 초크는 상대의 몸에서 떨어진 상태에서 목을 잡아서 조르는 기술이었다.

날붙이를 든 상대에게 서브미션을 시도하는 것만큼 바보스러운 일도 없었다.

서브미션이라는 것은 어쨌든 상대와 몸을 밀착해야하고 양손을 다 사용해야 하는 기술이기 때문에, 날붙이를 든 상대가 언제든지 반격을 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지금 같은 상황은 조금 이야기가 달랐다. 카시마르는 방검복을 입고 있었기에 여인이 단검을 들고 있다고 해도 찌를 수 있는 곳은 한계가 있었다.

그건 바로 카시마르의 겨드랑이 아래쪽인 옆구리와 허벅지 부분.

카시마르는 허벅지 보호대와 방검복을 입고 있었기 때문에 여인이 아무리 단검을 찔러넣어도 큰 데미지는 받지 않았다. 다스 초크는 어느 방향에서 어떻게 넣느냐에 따라 상대가 움직일 수 있는 각도가 어느 정도인지 달라졌다.

지금 카시마르는 완벽하게 허벅지와 옆구리 쪽만 내주도록 방향을 잡아서 다스초크를 걸었다. 여인은 미친 듯이 움직이면서 단검을 카시마르의 옆구리에 찔러넣었지만 소용이 없었다.

카시마르는 그 상태로 1분 넘게 여인을 붙들어두고 있었다. 현실에서는 10초면 충분하지만 지금은 코즈믹 게이트의 세계였다. 이곳에서는 기절 판정 이후부터 데미지가 들어가기 때문에 좀 더 길게 붙들어 놓는 게 중요했다.

여인이 마지막 남은 생존자여서 굳이 초크를 건 것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카시마르는 초크를 걸지 않았을 거였다.

[최후의 생존자가 되신 것을 축하합니다.]

8번째 우승.

카시마르는 예선을 8번이나 치르는 동안 계속 최후의 생존자로 남았다.

벌써 상품으로 받은 데몬 토이만 40개.

그러나 예선은 아직 끝나지 않은 상황이었다.

***

“뭔 놈의 예선이 이리 기냐. 몇 번이나 더 남은 거냐?”

핏불킹이 물었다.

“총 10번 통과하면 본선에 들어갈 걸요? 몇 명까지 취합하려고 하는지는 정확히 모르겠어요. 본선가보면 나오겠죠.”

“아니 사람이 얼마나 모였길래 예선을 열 번이나 치른다는 거야.”

“이 대회를 위해서 가입한 신규 유저들도 엄청 많더라고요. 데몬 토이가 돈이 된다는 걸 알아차린거죠.”

“데몬 토이가 돈이 될까?”

“됩니다. 일단 게임사에서 언제 또 데몬토이를 풀지 모르니까요.”

“맞아요. 커뮤니티 보니까. 데몬토이를 프라모델 같이 생각하는 사람들도 꽤 있던데요?”

슭곰발이 용재의 말을 거들었다.

“이게 프라모델처럼 될 게 있나? 프라모델은 여러 모델이 있으니까 수집하는 맛이 있지. 이건 죄다 똑같은 거로 조합하는 건데 뭔 재미가 있겠어?”

“그게 또 그렇지가 않아요. 그리고 이건 방금 나온 이야기인데요. 본선에서 위로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받는 데몬 토이의 개수도 많아지지만 프리미엄이 붙은 데몬 토이를 받는다고 해요.”

“프리미엄?”

“왜? 우리 옛날에 장난감 같은 거 사다 보면 한정판 카드 같은 거 들어있고 한 거 있었잖아요.”

“그랬지.”

“그거랑 비슷하다고 보면 될 걸요?”

“위로 갈수록 더 좋은 게 나온다 이거지?”

“예.”

“뭐가 더 좋아지려나.”

“모르죠. 근데 이게 운영진들이 살짝 흘린 이야기라는 게 많아서요. 아마 본선가면 발표가 날 겁니다.”

“그런가. 근데 이놈은 왜 안 나와? 3시간 지나면 모이기로 한 거 아니었어?”

“게임이 길어지나보죠.”

“제일 빨리 할 거 같은 놈이 그러네.”

“이건 케바케니까요. 빡센 상대 만나면 어쩔 수 없죠.”

이들은 모두 카시마르의 투기장 저택에서 느긋하게 있는 중이었다. 다들 예선을 탈락해서 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사실 그들은 모두 꽤 좋은 성적을 내고 있었다.

예선은 총 3일 동안 치러지는데 그 중 원하는 시간에 치를 수 있는 시스템이었다. 참가자마다 게임 시간이 다르기 때문에 이들은 예선 치르고 3시간 뒤에 모여서 짤막하게 중간 보고를 하자고 약속을 해놓은 상태였다.

골낳괴 친구들과 핏불킹은 아직까지는 모두 생존을 하고 있었다. 재미난 부분은 핏불킹이 의외로 엄청난 성적을 내고 있다는 점이었다.

“근데 형 진짜 대단한데요. 연속으로 우승 4번이라니. 지금 저희 중에는 성적 최고 아니에요?”

“인마. 형이 누군지 까먹은 거 아냐? 그놈 실력 그거 형이 다 가르친 거야. 형이 하나부터 열까지.”

“맞다. 형도 챔피언 출신이라고 했죠. 역시 격투기 수련이 이 게임에 많은 도움이 되나봐요.”

“내가 직업 선택을 잘못해서 지금 이러고 있지만 원래 같았으면 성전에서 아주 날라다녔을 거라고.”

“뭘 날라다녀?”

핏불킹이 허풍을 잔뜩 떨고 있는 사이에 카시마르가 나타났다. 카시마르가 나타나자마자 사람들은 얼른 질문부터 퍼부었다.

“형? 통과했어요?”

“어. 통과했어.”

“성적은? 이번이 몇 번째 라운드에요?”

“앞으로 두 번 만 더 하면 돼.”

“헐. 3시간 동안 여덟 판을 했다고요? 그것도 6인에 다 들어가면서?”

“응. 운 좋게도 다 이겼어.”

덤덤하게 말하는 카시마르였지만 그 이야기를 듣는 골낳괴 친구들의 표정은 덤덤하지가 않았다.

3시간 동안 여덟 번의 게임을 하면서 모두 우승.

그 말은 한 판당 20분 정도로 빠르게 상대를 압살했다는 뜻이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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