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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주캐로 멱살 캐리-140화 (140/205)

# 140

데몬 토이(6)

넥스트 연합원들은 우승 후보 중 하나인 카시마르를 떨어트릴 기회가 왔다고 생각했다.

2대 8의 상황.

그 누구라도 잡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 게 착각이었다.

맨손 격투에서 카시마르의 능력은 그들이 생각하는 기준을 훨씬 뛰어넘고 있었다.

2대 8인 상황에서 전투는 길어졌다. 베이직 모드의 전투가 2분에서 3분 안쪽으로 이뤄지는 것을 감안할 때 지금 전투는 그보다 훨씬 길었다.

보통 유저 같았으면 30초도 버티지 못할 상황에서 카시마르는 2분이 넘게 버티고 있었다.

버티는 것 뿐만이 아니었다. 카시마르는 밀려들어오는 공격을 적절히 피하고, 막고, 반격까지 했다. 특히 공격 들어오는 적의 몸을 적절히 이용해서 공간을 차단하는 기술이 워낙 절묘했다.

베이직 모드는 개인전이기 때문에 연합을 한다고 해도 조심해야할 부분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아군을 공격할 수 있는 시스템이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그들은 조심해서 공격을 해야했다. 자칫하다가는 아군이 맞을 수 있으니까.

카시마르는 그런 허점을 잘 알고 적절히 이용하면서 시간을 벌었다. 그러면서 강제로 연합을 맺게 된 유저를 도와주는 여유까지 보였다. 카시마르는 옆쪽에서 브라질리안 킥이 날아오자 변형된 더킹 동작으로 파고 들었다.

태클보다는 간결한 동작이지만 더킹보다는 좀 더 큰 동작. 그 동작으로 상대의 킥이 제대로 힘을 전달하기 전에 품으로 파고 들어 디딤발의 오금을 잡아 끌어서 들었다. 그리고는 스쿼트를 하듯이 일어나서 상대를 뒤집어 던져버렸다.

유도의 어깨로 메치기의 변형 기술.

이 기술은 성공시키기가 어려운 기술이지만 제대로 들어가기만 한다면 아주 위험한 공격이 될 수 있었다. 머리나 얼굴부터 바닥에 닿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현실에서는 절대 사용해서는 안되는 기술이고 사용한다고 하여도 상대의 등쪽부터 닿도록 잘 조율해야하는 기술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코즈믹 게이트의 세계였다.

죽고 죽이는 싸움이기 때문에 룰이 없었다. 카시마르는 어깨로 메치기를 완벽하게 수행하지 않고 대충 상대를 들었다가 머리를 그대로 바닥에 던져버렸다. 그것도 같은 연합이 있는 쪽으로.

카시마르와 임시로 연합이 된 유저는 처음에 카시마르가 자신을 도와주려고 그쪽으로 적군을 던진줄 알았다.

그러나 카시마르의 의도는 그게 아니었다. 둘 다 데미지를 주기 위한 의도.

카시마르는 짧은 시간 안에 계산을 마친 상태였다.

지금 상태로 오래 버티는 게 힘들다는 것을.

신기에 가까운 기술로 잘 버티고 있었지만 카시마르는 데미지를 입고 있었다. 아무리 그라고 해도 사방에서 들어오는 모든 공격을 막거나 피할 수는 없기 때문이었다.

물론, 현실에서의 싸움이었다면 카시마르가 가뿐히 제압할 수 있었다. 현실에서는 카시마르와 비슷한 신체 능력을 가진 상대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었다.

힘, 스피드 , 체력 모든 게 보통 사람과는 비교할 수가 없다. 그러나 지금은 카시마르나 다른 유저나 모든 스탯이 동일했다. 컨트롤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카시마르는 임시적으로 연합된 유저가 쓰러지기 전에 무슨 수를 써야했다.

그래서 생각한 게 선수를 치는 것.

상대를 잡으면 레벨업을 한다. 레벨업을 하면 보너스 포인트를 얻는다.

1포인트, 2포인트 정도라고 해봤자 미세한 차이였지만 카시마르는 그걸 최대한으로 뽑아내 써먹을 수 있었다.

그런데다가 레벨업을 하면 소량이지만 체력과 생명력도 늘어난다. 그래서 카시마르는 과감하게 같은 편까지 처리할 계획을 세웠고, 바로 실행에 옮겼다.

바닥에 처박힌 유저와 임시 동맹을 맺은 유저가 뒤엉켰다. 바닥에 처박힌 유저는 그대로 죽었고, 카시마르는 쓰러진 유저가 일어나는 순간에 발차기를 날려서 죽였다.

순식간에 2킬을 먹은 상황.

[아! 카시마르 선수 임시로 연합이 된 선수를 같이 처리해버립니다. 저리 되면 순식간에 2킬을 먹을 수 있게되는 거죠?]

[네. 차라리 2킬을 먹어서 스탯을 두 개 올리는 게 더 낫다는 판단을 한 모양입니다. 계산으로 따지면 그럴 수 있습니다. 아무리 2포인트의 스탯을 얻었다고 해도 무적이 되는 건 아니거든요? 2대 8의 상황보다 1대 8의 상황이 더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아무리 카시마르 선수가 뛰어나다고 해도 모든 공격을 다 막아낼 수는 없을테니까요.]

[지금은 1대 8의 상황이 아니라 1대7의 상황이죠.]

[아. 그렇습니다. 하하. 죄송합니다. 정정하겠습니다. 1대 7의 상황입니다.]

넥스트 연합의 유저들은 설마 카시마르가 이런 방법을 쓸 줄은 몰랐기에 잠시 주춤거렸다. 그러나 바로 카시마르에게 달려들었다. 카시마르는 민첩성에 2포인트를 투자하고 바로 공격했다.

카시마르가 생명력이나 힘이 아닌 민첩에 투자한 것은 이유가 있었다.

지금 같은 상황에서 싸움은 민첩성보다는 힘이 더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었다.

민첩 2포인트로는 합동 공격을 막아 내는데 크게 도움이 되지 않을테니까. 그러니 힘에서 우위를 점하여 관절기, 레슬링을 적극 활용하는 게 좋을 수 있었다. 그러나 카시마르는 그런 선택을 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굳이 이들과 여기서 대치하고 있을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민첩에 2포인트를 투자하면 당연히 달리기 속도도 빨라진다.

퍽!

카시마르는 제일 가까운 상대에게 달려들면서 고개를 틀었다. 상대가 반사적으로 주먹을 뻗었는데 카시마르는 속도를 줄이지 않고 피하면서 카운터를 날렸다.

상대가 주춤거리면서 쓰러지자 카시마르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학교 안으로 들어갔다.

[카시마르 선수 민첩에 투자를 한 것 같습니다. 그렇죠. 전투에서는 민첩성 2포인트가 그리 큰 차이가 나질 않지만, 달리기에서는 확실히 차이를 보이니까요. 다만 아이템 파밍에는 시간이라는 게 걸립니다. 2포인트 차이가 그리 크게 나질 않아서요. 아이템을 찾거나 집는 도중에 공격을 당할 수도 있을텐데요.]

[과연 카시마르 선수가 세팅을 마치는 게 빠를지, 아니면 넥스트 연합 선수들의 저지가 빠를지 지켜봐야겠습니다. 어쨌든 지금 예상과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습니다.]

[그렇네요. 카시마르 선수가 이런 선택을 할 거라고 누가 예상했겠습니까? 아마 임시적으로 카시마르 선수와 연합을 맺었던 라우트 선수도 몰랐을 겁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가장 황당한 쪽은 라우트 선수겠군요. 어떻게 보면 배신이라고 생각할 수 있고요.]

[딱히 배신은 아니죠. 어차피 지금 이 대회는 개인전이니까요. 암묵적인 사인을 주고 받는 것이지 그게 절대적인 건 아닙니다. 그러니 카시마르 선수의 선택이 나쁘다고 할 수는 없는 겁니다. 어차피 2대8의 구도에서 승리한다고 하면 둘이 싸워야할테니까요. 다만 카시마르의 선택이 좋았다 나빴다는 판단할 수 있습니다. 지금 이 상황을 이겨낸다면 말이죠.]

[카시마르 선수 건물 안으로 진입했습니다. 근처에 좋은 아이템이 있어야할텐데요.]

[어떤 물건이 나오던 카시마르 선수는 적극 활용할 겁니다. 다만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방어구가 나오는 게 좋겠죠. 특히 방검복 정도만 나와준다면 카시마르 선수에게는 아주 큰 힘이 될 겁니다.]

[갑옷 종류는 오히려 독이될 수 있죠?]

[그렇습니다. 베이직 모드에서는 무게 시스템이 적용됩니다. 방검복 정도는 1렙 유저가 착용해도 움직임에 큰 무리가 가질 않지만 높은 레벨의 방검복, 갑옷 종류는 착용하면 아예 움직이지 못할 수도 있죠. 그만큼 무거우니까요. 힘에 어느 정도 투자가 된 다음에 제대로 쓸 수 있습니다.]

중계진의 말처럼 어떤 무기가 떨어지느냐에 따라서 상황은 완전히 달라질 수 있었다. 그러나 카시마르는 중계진의 예상을 다시한 번 뒤엎는 선택을 했다.

파밍 대신에 입구 쪽에서 자리를 잡고 들어오는 넥스트 연합을 기다린 것이었다.

퍽!

제일 먼저 들어온 여성 유저의 머리끄댕이를 움켜쥐고 내리면서 그대로 니킥을 올려버린 카시마르. 둔탁한 소리가 들렸고 카시마르는 얼른 니킥을 연달아 날려서 완전히 끝내버렸다.

룰이 없는 싸움에서는 뒷목을 잡고 내리는 빰 클린치보다 오히려 머리카락을 잡는 게 효과적일 수 있었다. 가장 큰 장점은 빰 클린치보다 그립을 완성하기 쉽다는 점. 거기다 한 손으로 충분히 힘을 전달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빰 클린치는 상대가 머리를 옆으로 움직여서 빼버리거나 하체를 굽혀서 아래로 머리를 내려버리면 빠져나갈 수 있었다. 그러나 머리채를 잡는 건 어느 방향으로 빠져나가던지 일단 저지할 수 있었다. 물론, 완벽한 기술이라는 건 아니었다. 머리채가 뜯겨나갈 가능성도 충분히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아주 효과적인 기술이라고 할 수 있었다.

문 옆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기습.

카시마르는 얼른 힘 스탯에 투자했다.

4레벨이 된 상황.

민첩성에 2포인트, 힘에 1포인트가 추가되었으니 이제 1대7이라도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판단했다.

[어! 카시마르 선수. 파밍 대신에 기습을 선택했습니다! 순식간에 선수 한 명을 처리했어요. 이리되면 분위기가 바뀌는데요. 카시마르 선수는 한 명 처리할 때마다 계속 강해집니다. 움직임이 이전보다 더 공격적으로 바뀌었어요.]

[그렇습니다. 와. 이거 잘하면 명장면이 나올 수도 있겠는데요. 카시마르 선수가 너무 영리하게 잘 싸우고 있습니다. 이런 게 바로 전투 지능이라는 거거든요. MMA 선수 시절에도 천재적인 격투 지능을 가졌다고 평가 받았던 선수인데, 게이트 로얄에서도 그런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요. 사실 지금 카시마르 선수가 사용한 전술들은 이미 많은 유저들이 쓰고 있는 전술입니다. 문 옆에서 기다렸다가 기습하는 것. 많이 사용하지 않습니까?]

[그렇습니다.]

[그렇지만 지금 상황이 특별한 이유는 바로 허를 찌르는 판단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어떤 선수가 2대 8의 상황에서 아군까지 한 번에 처리하고 이런 판단을 내리겠습니까.]

[그렇죠. 대단한 판단입니다. 카시마르 선수 넓은 공터보다는 좁은 입구 쪽에서 버티며 싸우겠다는 거네요. 그렇죠. 공간이 좁아야 인원이 적은 쪽이 유리하게 싸울 수 있죠.]

[다만 이전에는 카시마르 선수가 민첩성에 투자를 하지 않은 상태여서 건물 안으로 진입하게 어려운 부분이 있었습니다. 자칫하다가는 뒤에서 바로 기습을 당할 수 있으니까요.]

퍼퍽!

왼손 바디, 위빙, 오른손 엘보우 공격이 들어갔다. 마치 원투 스트레이트처럼 빠르고 부드럽게 들어간 연속 공격. 민첩성과 힘에서 우위를 보이는 카시마르의 공격은 매서운 정도로 끝나지 않았다.

그런데다가 카시마르는 선수 시절에 보여주지 않던 기술을 마음껏 보여주고 있었다.

특히 카시마르가 잘 활용하고 있는 건 엘보우.

MMA 경기에서 수직 엘보우는 금지였다. 강력한 기술이긴 하지만 그만큼 위험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카시마르는 지금 금지된 수직 엘보우까지 마음껏 썼다. 상대가 상체쪽으로 파고들다가 태클을 걸어 움직임을 봉쇄하려고 하면 뒤로 슬슬 밀려나주면서 엘보우로 후두부를 가격했다.

보통 사람 같았으면 태클에 그대로 밀려났을테지만 카시마르는 태클 방어 하는 법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퍽! 퍽!

후두부에 강력한 엘보우가 연달아 들어갔다. 그 사이에 다른 상대들이 카시마르의 얼굴에 주먹을 날렸는데, 카시마르는 태클 건 상대의 몸을 흔들어서 벽으로 유도했다. 벽에 기댄 카시마르는 이마로 날아오는 주먹을 막거나, 회피했다. 그리고 엘보우로 태클을 건 상대의 후두부를 계속 때렸다.

털썩!

태클을 걸었던 상대가 쓰러졌다. 카시마르의 몸이 잠시 반짝였다. 레벨업을 했다는 의미.

탁!

가까이 있는 상대의 다리를 휙하고 걸어버리는 카시마르. 상대가 잠시 균형을 잃은 틈을 카시마르는 놓치지 않았다. 마치 빙판길에서 미끄러지듯이 주춤거린 상대의 목을 바로 밀면서 넘어트렸다. 그리고 카시마르도 다이빙을 하듯이 바닥쪽으로 몸을 수그렸다.

캉!

카시마르의 체중이 실린 공격이 들어갔다. 목을 잡힌 상대는 머리부터 바닥에 떨어졌다. 그의 머리가 볼링공 튀듯이 바닥에 부딪혔다가 튀어 올랐다.

잠시 수그린 상태가 된 카시마르는 그대로 앞구르기를 한 다음 앞에 있는 상대의 다리를 붙잡아 쓰러트린 다음 일어났다.

파파팍!

그리고 날아오는 공격을 모두 쳐내거나 피해버렸다. 이제 6레벨이 된 상황.

살아남은 넥스트 연합의 유저들이 잠시 서로의 눈치를 봤다. 그리고는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사방으로 흩어져서 도망치기 시작했다.

퍽! 퍽! 콰직!

카시마르는 쓰러진 상대를 발로 걷어찬 다음 눌러서 마무리 지었다.

그리고는 흩어져 도망치는 적들을 확인했다.

술래가 바뀌었다.

이제부터는 그가 뒤쫓을 차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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