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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주캐로 멱살 캐리-142화 (142/205)

# 142

최종 라운드(2)

최종 라운드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바로 초반 스타트.

초반 스타트를 어느 지점에서 하느냐에 따라 게임 양상이 많이 달라질 수 있었다.

기존 라운드보다 무려 10배나 많은 인원이 참가하는 게임이기 때문에 아무리 카시마르라도 적들이 둘러싸인 곳에 떨어지면 그대로 게임이 끝날 수 있었다.

‘이 정도면 초반 스타트는 나쁘지 않아.’

카시마르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도 그럴 것이 주변을 둘러보니 아는 얼굴들이 꽤 있었기 때문이었다. 핏불킹은 물론이고 뮤테이션 길드의 주요 인물들도 꽤 보였다. 대충 훑어봐도 아군이 열 명 정도는 되는 상황.

핏불킹과 카시마르는 주변을 훑어보았고 자연스럽게 그들쪽으로 아군이 모여들었다.

“어디로 가는 게 좋겠습니까?”

뮤테이션 길드의 레오가 물었다. 지금 모여 있는 자들 중에서는 레오가 리더 역할이라고 할 수 있었다. 레오는 꽤 유명한 유저였다. 그러나 그의 명성도 카시마르에게 비할 수는 없었다. 레오는 자연스럽게 카시마르에게 행선지를 물었다. 협력할 일이 생기면 랭킹이 높은 사람의 말을 따른다.

공식적인 랭킹은 아니었지만 전 세계 중계진들이 나름의 항목에다 점수를 매겼을 때 가장 높은 사람은 바로 카시마르였다.

2위와 어마어마한 점수 차가 나는 1위.

당연하게도 카시마르가 있는 파티는 카시마르의 명령을 따르기로 되어 있었다. 카시마르는 먼저 명령 내리지 않고 자연스럽게 핏불킹에게 물었다.

“어디로 가는 게 좋을 거 같아?”

“일단 잔가지부터 쳐내고.”

핏불킹이 주변을 가리켰다. 주변에 있는 아군이 아닌 유저들을 쳐내는 것. 그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긴 했다. 카시마르는 살짝 고개를 끄덕이면서 레오에게 눈짓으로 싸인을 주었다. 이들은 재빨리 흩어져서 다른 유저들을 사냥하려고 했다가 멈춰섰다.

그들이 다수가 아니라 소수였기 때문이었다. 카시마르 일행을 못해도 오십 명은 될 법한 유저들이 노려보고 있었다.

“스타트 좋은 줄 알았더니 최악인데.”

핏불킹이 말했다. 카시마르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서 주변을 훑어보고 있었다.

“우리가 잔가지인데. 일단은 튀어야할 거 같은데?”

“알아서 살아남는 걸로?”

“일단 살고 봐야지. 누가 누굴 챙겨. 다 죽게 생겼는데. 레오님.”

핏불킹이 레오를 불렀다.

“분위기 봐서 알겠죠?”

“예. 잘 파악되네요.”

레오의 말을 끝으로 카시마르 일행은 사방으로 흩어지기 시작했다. 시작부터 위기였다. 그러나 현재 최종 라운드에 올라온 인원이 카시마르 쪽이 가장 많은 만큼 초반의 위기 상황만 잘 넘기면 의외로 일이 쉽게 풀릴 수도 있었다.

***

카시마르는 홀로 떨어져서 싸우고 있었다. 적들은 주유소 안으로 그를 몰아넣는데 성공한 상태였다.

“시간 들어도 좋으니까 천천히 해. 안 그러면 또 도망친다.”

게이트 로얄에서는 시간을 잘 쓰는 게 무엇보다도 중요했다. 전투를 해서 상대를 쓰러트리는 게 이 게임의 목적이었지만, 전투만 한다고 해서 승리하는 게임도 아니었다. 전투와 함께 파밍도 같이 이루어져야 승리할 수 있었다. 그러니 전투는 최대한 빠르게 끝내는 것이 좋았다. 전투가 길어질 것 같다면 전투를 중단하고 파밍을 하는 게 더 옳은 선택이 될 수 있는 것이었다.

지금 카시마르를 몰아넣은 유저들은 30분 넘게 카시마르 뒤를 쫓고 있었다.

그들은 게임 시작부터 파밍을 거의 하지 않은 상태였다. 카시마르도 마찬가지였다.

간간히 파밍을 하긴 했지만 언제 공격이 들어올지 모르기 때문에 게임 시간 대비 들고 있는 아이템은 초라했다.

카시마르를 쫓는 유저들은 파밍을 포기하더라도 카시마르를 떨어트리는 게 훨씬 큰 수확이라는 걸 알고 있는 것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카시마르가 많은 유저에게 공격당하고 있음에도 조금도 포기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었다. 위험은 감지하고 있었다. 게이트 로얄을 하면서 가장 위기의 순간이었으니까. 그렇지만 아직 게임이 끝난 건 아니었다.

투둑!

카시마르는 나이프 공격을 미끄러지듯이 몸을 틀어서 피해내고는 손목을 낚아채서 꺾어버렸다. 그러면서 떨어지는 나이프를 자연스럽게 잡았다.

팍! 끼익!

뒤쪽에서 알루미늄배트가 날아왔고 그 옆쪽에서는 나이프 공격이 또 들어왔다.

카시마르의 선택은 나이프 공격을 막아내는 것이었다. 재빨리 집어든 나이프로 나이프를 막아낸 그는 얼른 몸을 구부르고 고개를 숙여서 배트 공격을 등으로 받아냈다.

등으로 받아낸 공격이어도 데미지는 꽤 있었다. 그러나 뒤쪽에서 머리를 맞는 것보다는 훨씬 안전한 선택이었다.

스슥!

나이프와 나이프가 맞닿은 채 잠시 부르르 떨었다. 카시마르는 힘의 방향을 틀어서 나이프로 상대의 손목을 살짝 그어버리고는 부드럽게 타고 올라가서 눈쪽을 공격했다.

그러나 카시마르의 눈 공격은 빗나갔다. 상대가 재빨리 머리를 움직였기 때문이었다. 눈 대신에 얼굴에 상처를 낸 걸로 만족한 카시마르. 그때 카시마르를 향해서 태클이 들어왔다.

마치 럭비 선수의 태클처럼 옆에서 들어오는 무자비한 태클이었다.

쿵!

카시마르의 상체가 벽에 부딪혔다. 태클을 건 유저는 카시마르를 바닥에 눕히려고 했지만 카시마르는 그 상태에서도 반응을 하면서 균형을 잡았다.

그리고 다시 날아오는 배트 공격!

캉!

팔꿈치로 배트를 막은 카시마르 다리를 붙잡고 끌어내리려는 유저의 뒷목 쪽에 나이프를 박아넣고 배트를 휘감아서 겨드랑이 쪽으로 끼어 넣었다.

일단 카시마르는 도망치면서 유저 몇 명을 처리한 상태여서 레벨이 꽤 높았다.

힘에 포인트를 투자한 상황이었기에 이들보다 힘은 좋은 상태였다.

태클을 건 유저와 배트를 든 유저의 움직임을 봉쇄한 카시마르. 그러나 나이프를 든 유저가 아직 남아 있었다. 얼굴에 깊은 검상을 입은 유저는 벽에 고정된 카시마르를 바로 공격했다. 목을 노리고 찌르는 공격.

카시마르는 최대한 피하려고 했지만 움직일 수 있는 각도에는 한계가 있었다.

푸슉!

쇄골 부분에 나이프가 깊게 박혔다. 순식간에 줄어드는 생명력. 나이프를 든 상대가 묘한 미소를 지으면서 쇄골에 박힌 나이프를 뽑았다 그리고 다시 공격을 집어넣으려고 했다. 그러자 카시마르가 태클을 건 상대의 뒷목에서 나이프를 꺼내 뽑아 들었다.

타앙!

그리고 나이프 공격을 막아냈다. 쇄골에서 피가 계속 쏟아지는 중이었다.

“이대로만 버텨! 어차피 죽는다.”

꽤 데미지가 큰 상태였다. 생명력은 계속 줄어들었다. 이대로 가다가는 쇄골에 들어간 공격 한 방에 게임이 종료될 수 있었다. 태클을 건 유저는 카시마르의 두 다리를 꼭 움켜쥐고 더 이상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

그의 뒷목에서 꽤 큰 피가 흐르고 있었지만 그도 버티는 중이었다. 배트를 든 상대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카시마르가 배트를 붙잡자 배트를 놓아버리고 공격을 할 생각도 했었다. 그러나 나이프든 유저가 공격을 성공시키는 것을 보고 그대로 붙들고 있기로 판단했다. 그가 배트를 놓으면 카시마르가 배트를 잡거나 놓아서 따로 방어를 할 것이었다.

일순간 깨지는 균형에 또 다른 변수가 생길 수 있었다. 그럴 바에는 나이프를 든 유저가 카시마르를 처리하는 것을 기다리는 게 좋을 수 있었다.

어차피 시간을 그들 편이었다. 이 상태로 나이프를 든 유저가 카시마르를 처리하지 못하더라도 아군이 몰려올 것이었다. 그들은 이대로 시간만 끌어도 되는 것이었다.

반면에 카시마르는 시간을 더 끌어서는 안 되었다. 이 상태로도 힘든데 그를 포위하고 있던 적까지 합류하면 진짜로 게임이 끝날 수 있었으니까.

휘익!

팅! 팅! 팅!

나이프로 계속 공격을 시도했지만 제대로 먹히는 게 하나도 없었다. 제대로 방어 자세를 갖춘 카시마르는 날아오는 나이프를 모조리 쳐내고 있었다.

자신의 공격이 모조리 막히고 있지만 이들은 여유가 있었다. 반면에 카시마르는 출혈 때문에 계속 생명력이 빠지는 중이었다. 보통은 시간이 지나면 출혈 데미지가 잡히는 게 정상이었지만, 카시마르는 보너스 포인트를 생명력에 전혀 투자하지 않았다. 그러니 조금만 큰 공격을 허용해도 위험할 수 있었다.

휙!

나이프로 몇초 동안 방어만 하던 카시마르는 반박자 빠르게 반격에 나섰다.

나이프를 든 유저는 안전 거리를 유지하면서 시간을 끄는 중이었기 때문에 카시마르는 방어 외에는 크게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그러나 딱 한 가지 벽에 고정된 상태에서도 공격할 수 있는 방법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나이프를 투척하는 것이었다.

아주 위험한 도박이라고 할 수 있었지만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허를 찌르는 공격이 될 수 있었다.

손목의 스냅을 이용해서 던진 나이프는 몇 발자국 떨어진 유저에게 날아갔다.

급작스러운 공격에 당황한 유저는 얼른 나이프를 얼굴로 들어 반응했지만 공격이 더 빨랐다.

푸슉!

카시마르의 나이프가 유저의 미간에 꽂혔다. 나이프를 든 유저는 그대로 바닥에 허물어졌다.

퍽! 퍽!

그와 동시에 두 다리를 붙잡고 늘어지고 있는 사내의 뒷덜미에 팔꿈치를 박아넣는 카시마르. 그런 다음 배트까지 빼앗아서 배트를 든 사내의 머리를 으깨버렸다.

카시마르는 얼른 생명력에 1포인트를 투자했다. 그리고 나머지는 민첩과 힘에 투자했다. 15레벨이 넘어가도 생명력에 잘 투자하지 않는 카시마르였지만 지금은 예외였다.

배트와 나이프를 챙긴 카시마르 주위로 적들이 몰려들었다. 이번에는 아까보다 인원수가 많았다. 방금은 여섯 명이서 카시마르에게 달려들었었고 카시마르는 세 명을 가뿐히 처리하고 나머지 세명에게 덜미를 잡혀서 데미지를 입어야했다.

지금은 못해도 열 명이 넘어 보였다. 레벨도 그리 높지 않았고 퇴로까지 모두 막힌 상황.

힘겨운 싸움이 예상되었다. 그러나 위기에 빠진 카시마르를 돕는 아군이 바로 나타났다.

컨신을 주축으로 한 K길드가 뒤쪽에서 치고 들어온 것이었다. 손도끼를 든 컨신은 제일 앞장서서 적을 처리했다. 컨신은 카시마르와 눈이 마주치자 짧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전투에 열중했다. 카시마르도 바로 전투에 합류했다.

카시마르와 초반 스타트를 같이 했던 유저들은 모두 사로잡혀서 조기 탈락했지만, 다르게 스타트 했던 유저들은 초반 스타트가 좋아서 일찍 모일 수 있었다.

80명 정도 되는 인원이 모인 라브시안 연합은 빠르게 게임을 정리했다. 빠르게 정리한다고 해도 보통의 게임보다는 훨씬 플레이 시간이 길었다.

맵이 넓은 것도 있었지만 인원이 워낙 많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플레이 하는 사람이나 보는 사람이나 워낙 재미가 있었기 때문에 플레이 시간이 길어도 불평을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참가 인원의 단위가 다르기에 전투가 벌어지면 늘 대형 전투였다. 전투보다는 전쟁에 가까운 모습.

라브시안 연합은 50분만에 연합 외의 인원을 쳐내는 데 성공했다. 이제 사용할 수 있는 맵도 5분의 1로 줄어든 상황. 그럼에도 상당히 넓은 축에 속했다.

라브시안 연합이 게임을 장악했을 때 남아 있는 인원의 숫자는 27명이었다.

인원수 체크가 끝나자 라브시안 연합의 사람들은 따로 흩어지기 시작했다.

게임을 먼저 장악하고 난 다음부터는 다시 개인전의 시작이었다. 협의가 된 상황이었기 때문에 알아서 흩어져서 전투를 시작했다.

27명이서 다시 시작하는 게임인 셈.

그러나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 나왔다. 베이직 모드는 만렙의 개념이 없었다.

상대를 많이 죽이면 죽일 수록 강해지는 시스템.

그런데 이전 라운드에서는 100명이서 게임을 하니 아무리 혼자서 게임을 휩쓴다고 해도 20레벨 이상을 찍기는 어려운 실정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달랐다.

1000명이서 게임을 하다 보니 다들 평균 레벨이 예사롭지가 않았다.

20레벨이 넘어가는 유저들도 상당히 많았고 30레벨이 넘어가는 유저도 있었다.

고렙 유저들의 싸움이 벌어진 상황.

그러니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게임이 펼쳐지고 있었다.

[카시마르 선수! 3층에서 뛰어내렸습니다! 뛰어내리면서 입구에 있던 유저 둘의 목을 베어버렸어요. 이거 무협 영화에서나 볼 법한 장면인데요.]

[그렇습니다. 베이직 모드에서는 쉽게 나오는 장면은 아니죠. 하지만 지금 카시마르 선수의 레벨을 감안하면 충분히 가능합니다. 신체 능력이 그만큼 강화가 된 상태거든요.]

[이로써 남아 있는 인원이 19명이 줄어듭니다. 이제 정말 고레벨만 남았어요.]

[네. 게임이 갈수록 재밌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1000명이서 플레이하는 이 버전이 상당히 재밌을 거 같다는 피드백이 많습니다. 게이트 로얄에 비해서 베이직 모드가 심심하다는 평을 하는 유저들이 꽤 있었는데, 그 유저들조차 고레벨이 되니 너무 재미난 장면이 많이 연출된다고 하고 있을 정도니까요.]

[자. 게임은 다시 금지 구역이 설정됩니다. 맵이 더 좁아지니 이제 전투가 더 빠르게 진행될 겁니다. 보시면 알겠지만 선수들 레벨이 높아지니 진짜 순식간에 전투가 끝나기도 합니다. 공격력이 워낙 강해진 상황이에요.]

[반면에 그만큼 늘어질 수도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어쨌든 경기가 정말 재밌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에요.]

[예.]

데몬 토이 토너먼트의 최종 라운드는 더 치열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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