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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주캐로 멱살 캐리-145화 (145/205)

# 145

콜렉터(1)

황제파는 누가 뭐라고 해도 제국 최고의 권력 집단이었다. 그들을 견제하는 세력들이 존재했지만 힘의 크기로만 따지면 황제파가 가장 강력했다.

가장 오래되었고 가장 부패했으며 가장 견고한 세력을 가진 황제파.

그러나 최근 들어 계속 그 권력이 흔들리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었다. 이들의 은밀한 자금줄이던 대스 해적단이 공격 당했고, 가장 큰 프로젝트였던 서쪽 오크 정벌이 어이없게 일그러졌다. 특히 서쪽 오크 프로젝트는 제국에서 오래전에 폐기한 프로젝트였다. 실효성도 문제도 있었지만, 가장 중요한 건 너무 잔인한 프로젝트였기 때문이었다.

예전에 문제가 제기되었고 그 문제 때문에 폐기된 프로젝트.

그렇기에 실패하게 된다면 돌이킬 수 없는 손해였다. 금전적인 손해, 병력의 손실은 둘째 문제였다. 황제파가 가지고 있는 권력의 근간 자체가 흔들릴 수 있었다.

“후우.”

카르 공작은 인상을 잔뜩 쓰면서 데이립 연기를 내뱉었다. 데이립은 담배와 비슷한 물건이지만 그보다 훨씬 독한 물건이었다.

“다시 피십니까?”

티지스가 물었다. 티지스와 카르는 나란히 서서 길게 늘어진 복도를 걷고 있었다. 둘은 황제파의 최고 권력자들을 만나러 가는 길이었다.

“그러게 다시 피게 되었군요.”

“결정은 내리신 겁니까?”

“피해만 더 키울 수 있으니까. 또 달리 방법이 없잖아요.”

“넘어야할 산이 많습니다.”

“그래도 넘어봐야죠.”

“만약에 그 카드를 꺼내고도 실패한다면······.”

티지스가 어두운 표정으로 말했다. 그러자 카르가 데이립을 깊게 들어마시면서 걸음을 멈췄다.

“그리되면 더이상 우리 파벌의 문제만은 아니게 될 겁니다.”

“······.”

카르 공작과 티지스가 서로의 얼굴을 빤히 바라봤다. 몇 초 뒤, 침묵을 깬 건 카르 공작이었다.

“거기다 목숨까지도 걱정을 해야겠죠.”

카르 공작은 황제파의 주요 인물 중 하나였다.

최고 권력자는 아니지만 최고 권력자 바로 밑의 인물.

지금의 원로들이 은퇴를 하게되면 카르 공작이 황제파를 이끌어 나가게 되는 것이었다. 그만큼 카르 공작은 배경에서부터 단단함을 갖춘 인물이었다. 그런 카르 공작의 입에서 목숨을 걱정한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이 말의 의미는 이번 일이 상당히 멀리까지 와버렸다는 것을 의미했다.

“여기서 기다리겠습니다.”

“좋은 결과를 가져오도록 하죠. 티지스.”

“예.”

카르 공작은 데이립을 손으로 구기면서 말했다. 그는 데이립의 작은 불씨 정도는 가볍게 쥐어 끌 수 있는 특수한 장갑을 끼고 있었다. 가볍게 데이립을 쥐어 끈 그는 안쪽으로 들어섰다. 안쪽에는 베버킨을 비롯한 원로들이 자리를 잡고 기다리고 있었다.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네. 그게 사실인가? 카르 공작.”

카르가 자리에 앉기도 전에 질문이 나왔다. 질문을 던진 사람은 마법사 발타브였다. 그의 외모는 마법사라기 보다는 전사에 가까웠다. 커다란 덩치의 소유자였기 때문이었다.

“예.”

“허어. 지금······.”

카르 공작의 주저하지 않는 대답에 발타브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그는 당장이라도 카르 공작을 향해 쓴소리를 내뱉으려고 했으나 그만두었다. 베버킨이 손을 들어 제지했기 때문이었다.

“대안을 생각해 두었습니까?”

베버킨이 물었다. 그러자 카르 공작이 고개를 끄덕였다.

“카시마르. 그 자를 과소 평가했습니다.”

“그걸 모르는 사람은 없지. 그자 하나 때문에 일이 이렇게 되었으니까. 그리고 보통 이런 상황에서는 과소 평가했다고 하지 않지 않나? 잘못 보았다고 해야지.”

“그를 잘못 본 것도 과소 평가한 것도 사실입니다. 아니 어쩌면 제대로 평가했을 수 있습니다. 처음 원정 생존자들의 목격담과 그 다음 원정 때의 목격담이 다르니까요. 그의 성장 속도를 캐치하지 못한 것이지요.”

“그러니까 자네 말은 그가 빠르게 강해지고 있다는 건가?”

“예. 유례가 없을 정도죠. 무엇보다 한계를 가늠할 수 없다는 게 더 문제입니다. 어디까지 강해질지 알 수 없습니다.”

“그래서 어찌 해야 된다고 생각하나?”

베버킨이 물었다. 그는 지금 카르를 압박해봤자 득이 될 게 없다고 생각했다. 카르를 압박한다고 입은 손해가 만회되는 건 아니기 때문이었다.

“세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첫째는 프로젝트를 접는 겁니다.”

카르 공작은 담담하게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각오가 선 모습이었다.

“그게 무슨!”

“그 프로젝트에 지금까지 들어간 비용이 얼마인 줄 알고 하는 말인가?”

“잘 알고 있습니다. 제가 프로젝트를 초기부터 기획하지 않았습니까.”

“다른 방법은?”

“그와 협상을 하는 것이지요. 하지만 그가 보여준 돌발 행동이 붉은 오크와 관련이 있는 것이라면 협상은 불가능 할 거라 생각합니다.”

“마지막 방법은 무엇인가?”

베버킨이 카르의 눈을 응시하며 물었다. 카르는 베버킨의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싸우는 것이죠.”

“카르. 말 장난을 하자는 건가?”

“아닙니다.”

“그러면 어쩌자는 건가?”

“첫 번째 방법. 선택하기 쉽지 않습니다. 말씀드린 대로 이번 프로젝트에 많은 비용이 들어갔으니까요. 두 번째도 쉽지 않겠죠. 그를 설득하는 것은 아주 어렵습니다. 돈 몇 푼에 흔들린 인사가 아니니까요. 돈이 아니어도 흔들리지 않을 겁니다. 그는 우리와 가치관이 다릅니다. 다른 세계에서 온 여행자니까요. 그러니 마지막 방법을 사용해야 하는데 그가 이번 전투로 얼마나 강해졌을지 가늠할 수가 없습니다.”

“결국에는 다음 원정 때 투입할 수 있는 최대한의 병력을 투입하자는 거로군.”

“그렇지만 이미 많은 병력을 손해 봤습니다.  불꽃 기사와 마법사를 더 이상 잃으면 안되는 상황이지요. 적당한 수준의 병력이 수도에 있어야 귀족파를 견제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그래서 콜렉터의 사용을 허가해주셨으면 합니다.”

카르 공작이 말했다. 그러자 회의장 안에 있던 사람들의 표정이 빠르게 바뀌었다.

“카르. 콜렉터는 사용할 수 없는 물건이야. 그걸 사용했다가 뒷감당을 어찌하려고 그러지? 콜렉터를 사용했다는 게 알려지면 북제국에서도 가만히 있지 않을 거야. 지금 북제국을 건드릴 시기가 아니라는 건 잘 알고 있지 않나?”

"그 문제만이 아니지요. 저희 파벌 내에서도 반발이 심할겁니다. 저희 파벌의 귀족들 중에는 콜렉터를 싫어하는 게 아니라 증오하는 가문까지 있으니까요. 이건 안 될 말입니다."

조용히 있던 원로 노리스가 베버킨을 보며 말했다.

“그렇습니다. 하지만 서쪽에서 일어나는 일입니다. 말씀대로 알려진다면 문제가 생기겠죠. 아주 큰 문제가요. 하지만 알려진다면 말입니다.”

카르 공작이 어깨를 들썩이며 말했다. 그 말에 원로들의 표정이 다시 변했다. 베버킨도 마찬가지였다. 베버킨은 입꼬리가 희미하게 올라간 표정을 지으며 카르 공작이 했던 말을 살짝 읊조렸다.

“알려진다면이라······.”

***

카시마르는 이빨 코끼리를 집중적으로 노려서 레벨 업을 했다. 계속 같은 종류의 몬스터를 잡으면 어느 순간부터 들어오는 경험치가 적어지기 마련이었다. 그만큼 유저가 레벨업을 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카시마르는 지금 얻는 경험치를 100퍼센트 제노키오에게 주고 있었다.

지금 이 사냥터는 제노키오가 돌아다닐 만한 사냥터가 아니기 때문에 제노키오는 정말 빠르게 성장하는 중이었다.

40레벨.

40레벨을 달성했지만 제노키오의 머리에서 뿔은 돋아나지 않고 있었다. 대신에 코가 전보다 훨씬 길어졌다. 길어진 코가 멀리서도 보일 정도였다.

40레벨을 달성한 카시마르는 요새로 돌아왔다. 요새는 그 사이에 더 단단해진 모습이었다.

“뭐가 많이 달라졌는데?”

카시마르가 말했다.

“데몬 토이를 활용했으니까. 우리가 획득한 데몬 토이가 상당히 많아. 처음에는 병사들 위주로 활용을 하려고 했는데, 어차피 요새를 지킬거라면 데몬 토이를 좀 세게 투자해서 방어 전선을 구축하자는 이야기가 나왔지. 그래서 데몬 토이로 성벽처럼 좀 만들어봤어.”

“저거 벽 기능을 하긴 해?”

데몬 토이로 만들 수 있는 것들은 다양했다. 성벽을 만드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다만 방어력이 그다지 뛰어나지 않는다는 게 문제였다.

“솔직히 일반적인 성벽보다는 약하지. 근데 이번에 장군 토이가 꽤 들어 왔잖냐. 그중에서 물건 방어력을 올려주는 데몬 토이가 있어.”

“오오라 같은 개념인가?”

“그게 아니라 업그레이드를 하는 거야. 그 업그레이드에 데몬 토이가 또 들긴 하지만 가치가 있어. 실험을 해보니까 보통 돌로 만드는 벽보다 단단해지더라고.”

“한 번 만든 벽은 수리도 가능하지 않나?”

“그러니까 대박이지. 장군급 토이들이 괜찮은 놈들이 많이 들어왔어. 네가 가진 마왕 토이가 어떤 능력이 있는지에 따라서 달라질 거야.”

“크게 특별한 능력은 없어. 전투 스킬, 광역 마법, 주변 데몬 토이를 강력하게 해주는 스킬 이 정도 있는 것 같아.”

“한 번 봤나보네?”

“어. 다른 건 모르겠고. 데몬 토이 사정거리 늘려주는 건 쓸만하겠더라고.”

“사정거리를 늘려줘? 그거 대박이잖아.”

“어. 근데 시야가 확보되어야 해.”

“시야 확보는 우리쪽 스킬로 하면 되는 거고. 이거 느낌 오는데? 사거리 늘려 주는 거 사용하면 진짜 일 쉽게 풀릴 수 있어.”

“그래봤자 데몬 토이 공격력 뻔해서 안 통할텐데?”

“안 통하기는 데몬 토이 남은 걸로 전차 만들어서 써도 되고, 아니면 캐논을 잘 배치해서 써도 되지.”

“위력이 어느 정도나 나오는데?”

“하나 보여줄게.”

핏불킹이 카시마르를 정문 입구 쪽으로 데려갔다. 정문 쪽에는 데몬 토이들이 석상처럼 서서 보초를 서고 있었다. 핏불킹이 손짓을 하자 데몬 토이들이 빠르게 움직였다. 그러자 성벽 쪽에서 포신이 등장했다.

“저건 뭐야?”

“대포지.”

“박물관에 있을법한 모양새인데?”

핏불킹이 보여준 대포는 16세기에서나 쓰였을 법한 모양새의 대포였다. 포신이 굵고 길긴 했지만 어딘지 모르게 투박해보였다.

“저게 저래 보여도 데몬 토이 100개짜리다.”

“그렇게 많이 들어가는 데몬 토이도 있나?”

“업그레이드를 하다보니까 저런 게 나오더라고. 아마 데몬 토이 토너먼트 끝나면서 업데이트가 된 거 같아. 예상을 했겠지. 토너먼트가 끝나면 데몬 토이를 다량으로 보유하는 유저가 나올 거라는 예상.”

“그래서 그 값어치는 해?”

“봐라.”

핏불킹이 데몬 토이에게 명령을 내렸다.

콰앙!

굉음과 함께 포가 불을 내뿜었다. 주변 지형을 움푹 파이게 만들 정도로 강력한 위력이었다. A랭크 유저의 광역 마법보다도 강력한 위력이었다.

“위력은 강해. 근데 사거리가 엉망이거든. 데몬토이 저격수가 쓰는 것보다도 짧아. 100미터가 한계야.”

“원래 그 시대 무기들이 그 정도 사거리 아니었어?”

“무슨 대포가 화살이냐? 아니 화살도 그 보다는 더 날아가. 대포 사정거리 못해도 300미터였고 저 정도 크기면 500미터는 거뜬 했다고 나와.”

“그럼 저거는 위력에 몰빵해서 업그레이드 한 거라는 소리네.”

“그렇지. 근데 네 데몬 토이의 사거리 업그레이드 능력을 적용하면 아주 쓸만해 질 수 있지. 저 숲에서 여기까지 거리가 딱 1km야. 얼마나 길게 해주는지 모르지만 이 근처에서 싸우기에는 아주 딱이야. 잔병력 한 방에 잡아먹기도 좋고.”

“데몬 토이는 아직 많이 남았어?”

“어. 아직 많다. 기본적인 거 빼고 남겨뒀어.”

“난 다 쓴 줄 알았네.”

“이 성벽 이거 데몬 토이 생각보다 안 들어가. 기능이 딱히 없으니까.”

“상당한 크기인데. 별로 안 든다는 거지?”

“그래. 이거 때문에 커뮤니티에서 지금 난리라니까. 데몬 토이로 병사를 만들거나 하지 않고 그냥 집을 짓는 유저들이 늘어났어.”

“간단하긴 하네. 한적한 곳에 세워두면. 근데 안전하지가 않잖아.”

“안전은 보장 못하지. 우리처럼 병력 따로 있는 게 아니면. 그냥 재미로 하는 거야. 근데 네 데몬 토이는 스탯이 좀 늘어나긴 하냐? 스킬 안 찍어서 별로인가?”

“아냐. 그냥 레벨 업만 해도 세지긴 해.”

“어느 정도인데? 장군급 데몬 토이 하나 불러올까?”

“아냐. 장군급 말고 유저를 데려와야할 걸?”

“유저?”

“어. A랭크 근접 전투 유저. 그 정도는 되는 거 같더라고.”

“스킬 아무 것도 안 찍었는데?”

핏불킹이 놀란 표정을 지었고 카시마르가 고개를 끄덕이면서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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