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6
콜렉터(2)
플렉스는 신체를 잃은 기사들을 위해서 만들어진 기술로 잘린 신체 부위에 다는 기계 장치였다.
초기의 플렉스는 원래 신체 능력의 절반의 성능도 내지 못하는 낮은 수준의 물건이었지만, 점점 그 성능이 강력해졌다. 그리고 그 플렉스를 이용해서 만든 전투병기가 바로 콜렉터였다.
야네크를 든 불꽃 기사를 죽이기 위해서 만든 병기.
제작자 의도와는 다르게 콜렉터는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강해졌다.
야네크를 뛰어넘기 위해서 만들어진 콜렉터가 야네크의 성능을 훌쩍 뛰어넘게 된 것이었다. 제국의 입장에서는 콜렉터를 보유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큰 행운이라고 할 수 있었다.
신이 제조한 무기를 뛰어넘은 인간의 병기.
문제는 그 콜렉터를 제조하는 기술이 북제국에게도 넘어가게 되었다는 것이었다.
이때부터는 이야기가 이상하게 흘렀다.
강력하게 진화된 콜렉터의 문제점이 드러난 시기도 이때쯤이었다.
“콜렉터를 투입 시킨 다음에 포탈을 아예 닫아버리자는 말이로군요.”
티지스와 카르는 지도를 넓게 펼쳐두고 이야기를 나누는 중이었다.
“그렇습니다. 어차피 그쪽에서는 콜렉터에 문제가 생긴다고 해도 제국까지 영향을 미치지 않을 테니까요. 혹시 있을 포탈 안 쪽으로 피해가 가는 것도 방지하고요.”
“그렇지만 이 방법은 서쪽 사업을 아예 접자는 이야기 밖에 되질 않잖습니까.”
“콜렉터를 투입하려면 감수 해야하는 손해입니다. 카시마르라는 괴물이 그 사이에 얼마나 강해졌을지 모르니까요.”
“그가 콜렉터를 입은 불꽃 기사마저 잡을 거라고 생각하는군요.”
카르가 티지스를 보며 말했다.
“그럴 것 같지는 않습니다만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하긴 한 번 실패를 했는데 또 실수를 할 순 없는 노릇이지요.”
“거기다 붉은 오크들은 많습니다. 생명력도 강하지요. 과거에 아주 오랫동안 사업이 벌어졌어도 그들은 살아남았습니다. 노예로 쓰기에 충분한 숫자는 늘 확보되어 있었죠.”
“하지만 콜렉터에 문제가 생기면 어떻게 될지 장담은 할 수 없어요. 콜렉터는 그만큼 위험하죠. 위험해요. 티지스.”
“그렇다면 병사를 투입해야 합니다. 하지만 이 이상 병력이 낭비된다면 귀족파를 견제할 수가 없다는 문제도 생깁니다. 공작님.”
“그들에게 콜렉터에 관련된 이야기가 퍼져나가면 어차피 문제는 심각해집니다. 중립을 지키던 가문들까지 들고 일어설 테니까요. 그러니 목표를 단순히 정해야 합니다. 하나는 카시마르를 처리하는 것이고, 둘은 콜렉터의 사용이 밖으로 새어나가지 않는 겁니다.”
“귀족파 쪽을 견제하는 건······.”
“그들에겐 아직 이쪽 프로젝트 이야기조차 새어나가지 않은 상태입니다. 세력이 약해졌다고 무력을 사용할 순 없습니다. 명분이 없으니까요.”
“그래서 콜렉터의 사용이 위험하다고 하신 거군요.”
“그래요. 티지스. 콜렉터를 사용하게 되면 명분을 주게 되니까요. 물론, 명분이 있다고 해도 귀족파 입장에서는 확실한 카드가 없으면 움직이지 않을 겁니다.”
귀족파가 보유한 무력은 황제파보다 떨어진다는 게 보편적인 시각이었다. 황제파들은 아주 오랫동안 제국을 지배해왔고 귀족파는 그에 비해서 불안정한 세력이었다. 그래서 귀족파는 무력보다는 정치 공작으로 황제파를 많이 견제하곤 했다.
“결국, 중요한 건 콜렉터를 써먹는 거군요. 드러나지 않게 말입니다.”
"그렇지요."
“그런데 여행자는 죽어도 부활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입수한 정보에 의하면 그와 같은 길드에 소속된 여행자들이 합류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부활 장소에 관련된 정보도 가져갔다고 하더군요. 이리되면 카시마르를 죽여도 문제가 또 생길 수 있습니다. 죽으면 약해지는 여행자라고 하지만 약해져도 그는 괴물일 테니까요.”
“제국에서 부활하는 게 아니라는 소리군요?”
카르가 물었다.
“예.”
“방법은 없겠습니까?”
“콜렉터가 카시마르와의 전투에서 이기게 되면 가장 먼저 부활과 관련된 건축물부터 파괴하라고 명령을 내리겠습니다.”
“그러면 되겠군요. 어차피 콜렉터가 지게 된다면 그 일대는 사라지게 될테니.”
“그럼 병력은 어느 정도로 투입하는 게 낫겠습니까? 또 투입한 병력 들에게 콜렉터의 투입 여부를 알리는 것도 논의를 해야 합니다.”
“알리지 않는 게 나을 겁니다. 포탈을 닫게 될 테니.”
“공작님. 차라리 지휘관들에게 알리는 게 나을 것 같습니다. 아니면 저번 처럼 친위대를 일반 기사로 변장시켜서 잠입을 시키는 게 어떻겠습니까?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는 것도 좋지만 일이 잘 풀릴 가능성도 있습니다.”
“일이 잘 풀릴 가능성이라면?”
“콜렉터가 카시마르를 제압하는 일이죠. 더불어서 폭주도 하지 않는 겁니다. 공작님.”
“그럴 가능성이 있습니까?”
“꽤 높습니다. 원래 콜렉터는 그렇게 허술하게 폭주하는 물건이 아니었습니다. 최초의 콜렉터. 그러니까 기간트라고 부르는 물건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폭주를 하지 않는다고 알려졌으니까요.”
“그 부분을 잊고 있었군요.”
콜렉터는 전신 갑옷의 형태로 되어 있었다. 착용자의 신체 능력을 강화하고 충격을 흡수하는 갑옷. 초기의 콜렉터는 이렇게 단순한 구조였다. 그러나 연구를 거듭하면서 콜렉터에 희귀한 능력이 추가되기 시작했다.
그야말로 야네크를 뛰어넘는 대량살상무기로 탈바꿈하게 된 것이었다. 문제는 이때 생산된 콜렉터들이 문제가 있다는 점이었다. 콜렉터는 마나를 이용하여 움직이는 병기였는데 이 마나가 폭주하게 되면 어마어마한 폭발을 일으키게 되었다.
작은 지역 하나를 말끔하게 지워버릴 정도의 폭발.
그 이후로 수많은 연구진들이 콜랙터의 폭주를 막기 위한 방법을 연구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그래서 제국과 북제국은 콜랙터를 영구히 봉인하기로 합의했다. 아군은 물론이고 생태계까지 파괴하는 콜랙터는 더 이상 무기라고 부를 없었으니까.
학자들은 최초의 콜랙터인 기간트라고 불리는 물건이 나오지 않는 이상 콜랙터의 폭주를 막을 방법은 없다고 단정 지었다.
“이 방법은 어떻습니까?”
티지스가 말했다.
“용병들로 구성된 병력을 콜렉터와 같이 투입하는 겁니다.”
“낮은 급이어도 숫자만 맞으면 된다는 겁니까? 하지만 용병들은 우리 사람이 아닙니다. 완벽하게 소문을 통제할 수 없습니다. 그렇게 하려면 포장을 아주 잘 해야 합니다. 충분히 가능한 일이지만 시간이 없어요. 허점이 생길 겁니다.”
“그게 아닙니다. 공작님. 저번에 나온 이야기가 있지 않습니까?”
“어떤?”
카르가 데이립에 불을 붙이면서 말했다. 티지스는 카르가 데이립에 불을 붙이는 것을 기다렸다.
“여행자들을 투입하는 겁니다. 비용이 들기는 하겠지만 뒤처리하기에도 편합니다. 어차피 그들은 부활이 가능하기 때문에 크게 문제될 것도 없고요. 하위급 용병들로 수를 채우고 거기에 여행자들을 넣는 겁니다. 거기다 불꽃 기사와 마법사들도 넣고요. 그렇게 한다면 규모 면에서는 이전 원정대보다 훨씬 커지게 될겁니다.”
“보이는 것에 치중하자는 거군요.”
“예. 여행자나 용병들을 매끄럽게 끌어들이려면 그 정도 손실은 감수해야 합니다.”
“일이 잘 풀리게 되면 괜찮겠지만 만약 콜렉터가 폭주라도 하게 되면 그 병력은 다 사라지게 되는 겁니다.”
“그러니 정예를 투입해야지요.”
“정예?”
“네. 불꽃 기사들과 전투 마법사들 중에 가장 정예들만 투입해서 그들에게 상황을 설명하는 겁니다.”
“콜렉터를 컨트롤 하도록?”
“예. 그리해서 콜렉터가 폭주라도 하는 모양새를 보인다면 그들만 재빨리 빠져나오도록 하는 겁니다.”
“안전을 위해서 포탈을 닫는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예. 그렇지만 마탑의 사르트르라면 충분히 그들을 이끌고 빠져나올 수 있지 않습니까. 100명 전후의 불꽃 기사라면 사르트르 정도면 충분히 빠져나올 수 있습니다.”
“사르트르라······ 최연소 대마법사 칭호를 얻은 사르트르를 말하는 거지요? 티지스?”
“예.”
“그는 우리 파벌이 아닙니다.”
“성향이 중립이지요.”
“귀족파 쪽에 가깝다고 들었습니다.”
"그러나 귀족파는 아닙니다. 그는 파벌에는 전혀 관심이 없는 사람입니다. 오죽하면 대마법사의 닉네임이 마탑의 마법사겠습니까? 그는 마탑에 틀어박혀 있는 걸 가장 좋아하는 사내입니다."
"그런 사내를 이용하자는 건가요?"
“그를 움직일 방법이 있습니다. 그는 공간이동 마법을 사용할 수 있으니 이번 일에 적격입니다.”
“그러면 두 가지 상황에 대처가 가능해지는군요. 콜렉터가 카시마르가 잡았을 때의 경우, 콜렉터가 폭주했을 때의 경우.”
“크게 보면 그렇습니다.”
“좋습니다. 그런데 사르트르에게 채워진 족쇄는 어느 정도입니까?일이 성공해도 이야기가 새어나간다면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그가 그렇게 뛰어난 마법을 지니고도 마탑에 틀어박혀 있는 이유가 있습니다. 그는 플렉스 관련 기술에 미친 자입니다. 정확히 말하면 콜렉터를 갈구하고 있지요. 하지만 콜렉터에 대한 연구는 아시다시피 절대 금지입니다.”
“그렇지요. 자칫하면 그의 가문인 크라운 가가 사라질 수도 있으니. 거기다 크라운 가문은 점점 쇠퇴 중이지요?”
“예. 공간이동 마법을 타고난 자가 당대에 사르트르 하나 밖에 나오질 않았습니다. 그 뒤로는 사르트르의 명성에 기대어 명맥을 유지하는 중입니다. 거기다가 공간 이동 관련 기술이 많이 발전한 터라 그들의 가치가 많이 떨어진 상태입니다.”
“그래도 그런 희귀한 능력을 배출하는 가문은 잠재력이 있는 법입니다. 이번 기회에 이쪽으로 완전히 끌어들이는 것도 나쁘지 않겠군요.”
“그러면 그쪽도 연락을 취해볼까요?”
“일이 많을텐데 괜찮겠습니까?”
카르가 티지스를 보며 말했다.
“중요한 일인데 당연히 해야지요.”
“좋습니다. 그렇게 진행하세요. 그리고 사르트르와는 한 번 얼굴을 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예. 그리한다면 더 확실하게 알아들을 겁니다.”
"한 번 보자고 하세요."
"예."
***
제노키오의 능력은 상당했다. 골낳괴와 싸워도 크게 밀리지 않을 정도였으니 상당한 힘이라고 봐야 했다. 엄밀히 따지자면 제노키오의 힘은 골낳괴보다 강하다고 봐야했다. 전투 스킬을 하나도 사용하지 않고 신체 능력만으로 골낳괴와 싸운 셈이었으니까.
거기다가 제노키오는 데몬 토이를 이용한 장비마저 착용하지 않은 상태였다.
“능력은 장군 토이가 비빌 정도가 아니라는 게 확실해졌네.”
“저 정도면 개인 스킬 트리에 투자해도 되겠는데요? 사거리 업그레이드 하는 건 광역 버프가 아니라면서요. 광역 버프 아니면 크게 의미 없잖아요.”
용재가 말했다. 제노키오의 사정거리 업그레이드 해주는 스킬은 광역 스킬이 아니라 지정 스킬이었다. 지정된 대상 하나의 사거리만 올려주는 스킬. 그래서 투자를 보류한 상태였다.
“광역 버프 아니니까 더 괜찮은 것 같아. 사거리 길어지는 효과가 꽤 되더라고.”
“어느 정도나 되는데요?”
“1포인트당······.”
핏불킹이 설명을 하다말고 멈췄다. 그 이유는 저쪽에서 익숙한 인물이 걸어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능글맞은 얼굴로 걸어오는 사내. 바로 K길드의 로드로드였다.
“또 왔네.”
“염탐하려고 오는 건가. 자꾸 오네?”
“자꾸 와?”
카시마르가 물었다.
“어. 요새 자주 와서 친해지려고 해. 저 친구 말로는 일이 꼬이긴 했지만 악감정은 없었다나 뭐라나? 아무튼 이 이야기는 다음에 하자. 저 친구 가면.”
“뭘 다음에 해. 저 친구 있는데서 해.”
“이 이야기를?”
핏불킹이 카시마르를 빤히 보며 물었다.
“한 배를 탄 사이잖아. 믿으려면 확실하게 오픈하는 게 좋지.”
“형. 그래도 이 이야기는 민감한 거라서.”
“어차피 싸우게 되면 전략 다 공유해야 돼. 이거 오픈한다고 해서 망하는 것도 아닌데 뭘 그리 숨겨. 같이 가기로 했으면 확실하게 해야지.”
“하긴 듣고 보니 이놈 말도 맞네. 어차피 이거 숨긴다고 새어나갈 거 안 새어나가는 것도 아니고. 저쪽에서 뭔가 꿍꿍이가 있어서 오는 거면 어차피 볼 거 다 보는 거라고.”
로드로드는 휘하의 유저들 몇 명과 함께 방문했다. 그는 카시마르를 비롯해서 골낳괴 일행과 인사를 나눴다.
“그래서 제노키오 관련된 이야기를 하고 계셨던 거군요?”
“맞아요.”
“이 대포 위력이 상당한 거는 들었는데 사거리를 늘릴 수 있다니 대박이네요.”
“예. 그래서 투자를 하려고 하는데 몇 포인트를 투자해야 할지 고민하던 중입니다. 지금 그거 정하고 있었습니다.”
핏불킹이 로드로드를 보며 말했다.
“에이. 핏불 형님. 말 놓으시라니까요. 근데 사정거리가 스킬 포인트 하나 당 꽤 많이 늘어나면 포인트 다 투자하면 저기 포탈까지 닿는 거 아니에요?”
“네?”
로드로드의 말에 사람들의 표정이 변했다. 카시마르도 마찬가지였다.
“이 요새에서 포탈까지 닿는 거 아니냐고요. 보니까 닿을 거 같은데요?”
제노키오의 사거리 업그레이드 스킬은 광역 스킬이 아닌 대신에 효과가 뛰어났다. 그러니 40포인트 가까이 투자한다면 충분히 포탈까지 닿을 수 있었다.
“그럴 수도 있겠는데?”
“그러면 찍어서 포탈에 넘어오는 병력 다이렉트로 타격 줘도 괜찮을 거 같은데요?”
“하지만 시야가 공유되어야 하는데 아시다시피 이 대포는 데몬 토이로 만들어진 거라서······.”
슭곰발이 말했다. 그러자 핏불킹이 말을 받았다.
“아니지. 지금 이 친구가 한 말이 맞아. 시야 공유 그런 건 필요 없어. 포탈은 가만히 있잖아. 그러면 사거리 업그레이드 한 다음에 여기서 계속 쏴서 각 맞추면 되는 거 아냐.”
핏불킹의 이야기에 사람들이 포탈 쪽을 바라봤다. 상당히 먼 거리였지만 불가능할 것도 없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