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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주캐로 멱살 캐리-147화 (147/205)

# 147

전조

황제파의 전투 준비는 빠르게 진행되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먼저 준비된 건 바로 콜렉터였다. 병력은 다방면으로 신경을 써서 포탈이 있는 장소로 데려와야 했지만 콜렉터는 승인만 받아서 꺼내면 그만이었다.

티지스와 카르는 콜렉터를 보기 위하여 움직인 상태였다.

“이게 그 콜렉터군요?”

카르가 전신 갑옷인 콜렉터를 보며 말했다. 모양새는 일반 갑옷과 크게 다를 바가 없었다.

“예.”

“이 콜렉터는 언제 활약했던 물건입니까?”

“코스트 전쟁 때 사용하던 물건입니다. 닉네임은 ‘언데드’라고 합니다.”

“언데드?”

“예. 죽지 않는다는 의미죠.”

“그런 의미의 언데드였군요.”

“예. 수도에 보관 되어 있는 콜렉터도 있지만 그쪽은 아무래도 귀족파의 눈길이 갈 수도 있어서 남부의 오덴 가문에서 받아왔습니다.”

콜렉터는 제국 각지에 흩어진 상태로 보관되어 있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연쇄 폭발의 위험 때문이었다. 그만큼 폭주한 콜렉터의 위력은 대단하다고 할 수 있었다.

“포말에 있는 콜렉터가 성능이 제일 좋지 않았습니까?”

“서로 다른 능력을 보유하고 있는지라 성능의 우위를 비교하기는 그렇습니다. 다만 포말에 있는 콜렉터가 전투에서 가장 활약했던 물건인 것은 확실합니다.”

“상성을 따져서 가져온 거군요?”

카르가 티지스를 보며 물었다.

“예. 정보를 종합했을 때 카시마르에게는 언데드라는 콜렉터가 가장 적합한 것 같았습니다.“

“그래요?”

“예.”

“사용자는 누구지요?”

“가장 적합한 사용자는 불꽃 기사 에르입니다.”

“에르라면?”

“리버스 가문의 불꽃 기사입니다.”

“리버스 가문에서 드디어 불꽃 기사가 나왔군요.”

“예. 언데드와 야네크 리버스가 시너지를 발휘하면 충분히 카시마르를 잡을 수 있을 거라는 계산이 나왔습니다.”

“그래요?”

“예. 그리되면 일이 훨씬 수월하게 풀릴 수 있습니다. 언데드는 착용자를 죽지 않게 만들어주는 물건이고, 야네크 리버스는 받은 충격만큼 강력한 무기를 소환하는 야네크죠. 이제까지 리버스의 약점으로 지적되었던 게 바로 불꽃 기사 자체 아니었습니까.”

“그렇죠.”

야네크는 훼손 불가능한 무기였다. 거기다 잠재력이 정해져 있지 않았다.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가치는 무궁무진해지는 무기. 그런 의미에서 리버스는 야네크 중에서도 가장 높은 잠재력을 지녔다고 평가 받고 있었다.

그런데 문제는 그 잠재력을 끌어내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었다. 일단 리버스는 다른 야네크처럼 컨트롤 하는 무기가 아니었다. 착용자가 데미지를 받으면 그제서야 발동되는 무기였고 그렇기 때문에 리버스를 다루는 불꽃 기사는 항상 상대에게 먼저 공격을 허용해야 했다.

여기서 리버스의 치명적인 약점이 생겼다. 불꽃 기사들의 생명력은 보통 기사들보다 월등하지만 그렇다고 그들이 불사의 존재인 건 아니었다. 리버스의 약점은 바로 불꽃 기사들이 데미지를 많이 버티지 못한다는 것에 있었다.

그런데 언데드를 사용하면 리버스의 약점을 보완할 수 있었다. 티지스는 이 조합이라면 카시마르를 상대하기에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카시마르는 잘 죽지도 않습니다. 아마 죽인 상대의 생명력을 흡수하는 힘을 가진 게 아닐까 싶습니다.”

“회복 능력도 엄청날테고.”

“예. 그러니 언데드를 이용하면 충분히 카시마르를 잡을 수 있을 거라고 봅니다. 콜렉터의 힘은 야네크보다 몇 단계는 위에 있으니까요.”

“확실히 매력적인 무기에요. 콜렉터. 야네크처럼 자격이 있어야만 사용할 수 있는 무기도 아니지. 기사가 아닌 자도 콜렉터를 입으면 불꽃 기사를 이길만한 힘을 얻을 수 있으니까요.”

“그렇습니다.”

“이걸 다시 연구하는 것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까?”

카르가 콜렉터를 바라보며 말했다. 콜렉터의 외관은 일반적인 풀플레이트 갑옷과 다르지 않아서 얼핏 봐서는 콜렉터라고 확인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카르가 보고 있는 물건은 분명히 콜렉터였다. 하나를 착용하는 순간 착용자의 몸에 맞게 변형되어 달라붙는 콜렉터.

“가치가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미 오래전에 협의된 내용이라······.”

“그러니 협의를 해봐야지요. 이 콜렉터만 잘 쓴다면 제국은 오랜 염원이던 북제국마저도 발아래 둘 수 있습니다.”

“북제국에도 콜렉터는 있습니다.”

“숫자가 절반도 안 되지요.”

“예.”

“당시의 기술력으로는 콜렉터를 감당할 수 없었겠지만 지금이라면 비밀을 풀 수 있지 않겠습니까?”

“장담은 하기 어렵습니다. 공작님. 최초의 콜렉터인 기간트가 발견된다면 모를까.”

“콜렉터를 완전히 폐기하지 않은 이유가 있는 법이지요.”

“기간트에 대한 단서도 한 번 조사해보겠습니다.”

티지스는 카르의 의도를 재빨리 알아차렸다. 그러자 카르가 흡족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일단은 카시마르를 처리하는 것에 집중을 해주세요.”

“예.”

“확률은 얼마나 될 거 같습니까?”

“콜렉터가 카시마르를 이길 확률 말입니까?”

“네.”

“카시마르가 얼마나 강해졌는지는 모르겠지만 아까 말씀드린 조합이라면 충분히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리버스 가문 쪽에서 반발이 예상된다는 게 문제입니다.”

“반발?”

“예. 불꽃 기사 에르는 리버스 가문에서 아주 오랜만에 나온 불꽃 기사인지라.”

“야네크를 가문이 계승하는 방식을 누가 정착시켜줬는지도 모르고······.”

카르가 살짝 인상을 찌푸린 채 중얼거렸다. 반쯤 혼잣말처럼 한 말이었지만 티지스의 귀에 들어가지 않을 수가 없었다.

“아시다시피 이번 일은 조금의 흠이라도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라······.”

“방법을 생각해놓은 게 있습니까?”

카르가 물었다.

“뒷말이 나오지 않도록 깔끔하게 정리하는 게 좋을 듯합니다.”

“리버스 가문이 규모가 어느 정도나 되지요?”

“잡음 없이 처리할 수 있습니다.”

“가문 하나가 사라지는 건 안타까운 일이지만 이번 일이 워낙 중요하니 어쩔 수 없지요.”

“손실만 있는 건 아닙니다. 불꽃 기사 에르의 아내가 워낙 미색이 뛰어나다고 하더군요. 가문의 여식들도 꽤 매력적이라는 소문이 있고요.”

“미색이 뛰어난 노예들이 있는데 굳이 그럴 위험을 감수할 필요가 있습니까? 처리하는 김에 깔끔하게 정리하세요.”

명령을 내리는 카르의 표정은 변화가 없었다. 담담한 음성으로 티지스에게 명령하고 있었다.

“그게 아니라 원로 발타브의 취향이······.”

“원로 발타브가 그런 취향이었습니까?”

“예. 아직도 몰락한 귀족이 생기면 그 집안의 여식을 사들인다고 합니다. 아마 리버스 가문의 여인들이면 그의 취향에 아주 잘 맞을 겁니다.”

“발타브라······ 확실히 그와 조금 삐걱거리긴 하죠.”

“그래도 같은 파벌이니 이번 기회에 개선을 해보는 게 어떻겠습니까?”

“좋아요. 하긴 발타브 정도면 크게 모자란 게 없을테니 이런 기회가 왔을 때 개선을 해두는 게 좋겠죠.”

“그래서 말씀을 드린 겁니다.”

카르가 흡족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 리버스 가문은 그렇게 처리하도록 하세요. 불꽃 기사 에르는 사냥이 끝나면 잘 처리하도록 하고요.”

“에르는 가문을 위해서 죽고 사는 사내입니다. 적당한 회유와 협박으로 콜렉터를 사용하게 한 다음 처리하겠습니다.”

“필요한 게 있군요?”

“예. 불꽃 기사를 움직이는 것보다 이번에는 친위대를 움직여서 일을 처리하는 게 어떨까 싶습니다.”

티지스의 말에 천천히 걷던 카르가 걸음을 멈췄다. 카르가 멈추니 티지스도 걸음을 멈췄다.

“친위대라······ 하긴 그들은 많이 알려지지 않았으니 이럴 때 써먹기엔 좋겠군요.”

“예. 이 이상 불꽃 기사들이 소모되면 귀족파 쪽에서 더 파고들려고 할테니까요.”

“좋아요. 친위대를 중심으로 적당히 병력을 모아서 리버스 가문 일은 처리하세요. 어차피 위쪽에서도 내게 전권을 위임했으니 요청을 한다고 해도 스무스하게 처리될 겁니다.”

“감사합니다.”

“그나저나 콜렉터는 저마다 다 다른 능력이라고 했지요?”

“네.”

“수도에 있는 건 어떤 능력을 지니고 있습니까?”

“콜렉터에 관심이 생기신 모양입니다.”

“그동안 하도 들은 게 있어서 콜렉터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만 있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이건 윗대에서 내려온 유산이나 다름 없다고 생각해요. 제국이 언제까지 야네크와 마법에 의존할 수 없죠. 그래서 이렇게 보관하게 한 거 아니겠어요?”

카르가 웃으면서 말했다. 그러자 티지스가 고개를 끄덕이면서 콜렉터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그들은 카시마르를 잡은 다음 콜렉터를 어떻게 연구해야 할지에 대하서 심도 깊은 이야기를 나눴다. 특히 카르 공작의 머릿속에는 제국의 실권을 쥐고 북제국을 정리하는 그림까지 그려지는 중이었다.

허나 이들이 생각하지 못한 게 있었다. 제국의 선조들이 콜렉터를 폐기하지 않고 그대로 둔 건 유산으로 물려주려고 한 게 아니었다. 바로 콜렉터를 폐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콜렉터는 야네크와 마찬가지로 파괴 불가의 무기였다. 파괴 불가의 불안정한 무기.

그러니 제국에서는 콜렉터를 재앙이라고 생각하는 게 당연했다.

폐기가 불가능한 폭탄과 마찬가지였으니까.

그래서 콜렉터에 관련된 많은 연구가 이루어졌다. 콜렉터를 안정적으로 쓰기 위한 연구가 아니었다. 콜렉터를 안전하게 처리하는 것에 대한 연구.

그리하여 내려진 결론이 바로 콜렉터를 봉인하는 것이었다. 그것도 적당한 거리를 두고 분산시켜서.

콜렉터를 봉인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콜렉터는 야네크와 달리 마나를 매개로 움직이는 물건이어서 마나를 완전히 차단하고 충격을 받지 않도록 해주기 면 되었다.

중요한 것은 마나.

콜렉터는 대기 중의 마나와도 접촉을 시도하기 때문에 절대로 다시 꺼내서는 안 되는 물건이었다.

오죽하면 콜렉터 하나를 만드는 것보다 콜렉터를 봉인하는 케이스를 만드는 것에 더 많은 비용을 들였을까.

그만큼 콜렉터 시대의 제국은 콜렉터에 대한 위험성을 뼈저리게 느꼈다.

물론, 카르 공작처럼 그럼에도 콜렉터를 연구해서 활용해야 된다는 자들도 있었지만 몇 번의 사건이 더 생기고 난 뒤 그들의 의견은 묵살되었다.

최초의 콜렉터인 기간트가 발견되기 전까지는 콜렉터를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없다는 최종 결론이 내려졌기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기간트와 콜렉터의 차이는 무엇일까?

가장 큰 차이는 기간트에 들어가 있는 핵은 보통의 마정석으로는 대체될 수 없는 완벽에 가까운 물건이었고, 일반 콜렉터에 들어간 물건은 인간이 인공적으로 만든 물건이라는 점이었다.

일반 콜렉터에 들어가 있는 물건은 대기 중의 마나를 흡수하고 증폭시켜서 특별한 능력을 발현하는데, 기간트는 내부에 있는 핵을 이용하여 움직였다.

쉽게 말해서 일반 콜렉터는 대기 중에 마나만 있다면 얼마든지 강력한 힘을 쏟아낼 수 있었고, 기간트는 핵이 감당할 수 있는 만큼만 힘을 쓸 수 있다는 게 달랐다.

그래서 콜렉터를 연구하는 학자들은 콜렉터의 힘을 제한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했지만 결국 찾아내지 못했다.

그제야 그들은 깨달은 것이었다.

초기의 콜렉터인 기간트는 초기 설계부터가 일반 콜렉터와 다르게 만들어졌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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