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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주캐로 멱살 캐리-165화 (165/205)

# 165

고통을 이용하는 법

게이트를 통해 계단의 세계로 넘어온 카시마르에게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었다.

바로 접속을 해제한 시간 동안에는 무방비 상태가 된다는 점이었다.

카시마르는 그게 꽤 큰 약점이라고 생각했다.

확실히 그랬다.

부정할 수 없는 약점.

그러나 게이트를 통해 계단의 세계로 들어온 그에게 약점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었다.

라코이 카너와 대화를 나누던 카시마르는 문득 그러한 것들을 깨달았다.

“이 진한 검은색으로 칠해진 자료들은 비추천하는 것들이라는 겁니까?”

“그렇습니다.”

“옆에 보니까 검증이 어느 정도 된 것들인 것 같은데요?”

라코이 카너가 가져온 자료들은 많았다. 그가 개인적으로 구한 것들도 있었지만, 대부분 몰텍 쪽에서 제공한 자료들이었다. 사냥개의 사냥꾼에게 제공된 자료들은 상당히 많았고, 라코이 카너는 그중에서 일부만 가져온 상황이었다.

라코이 카너는 자료를 잘 분류해서 가져왔다. 전투 기술 중에 검증이 된 것들은 따로 체크를 해놓았다. 난이도에 대한 것과 효과에 관한 것까지 세세하게 정리해놨다.

“검증은 되었지만 비추천입니다.”

“왜죠? 익히는데 딱히 큰 문제는 없는 것 같은데요. 따로 제약이 걸려 있습니까?”

“거기 표시된 것들을 실제로 사용하는 자들은 거의 없습니다. 그 이유는 고통 때문입니다.”

“많이 고통스럽습니까?”

“네. 연도 끈도 없는 독기 가득찬 존재들이 시도했다가 죄다 포기한 것들이죠. 그래도 효과는 확실합니다. 중간에 포기한 자들이 검증을 했으니까요. 살짝만 익혀도 실전에서 바로 쓸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한 기술도 꽤 있습니다.”

“고통이 문제라······.”

“대부분의 기술들이 수련 과정에서 고통이 수반되기는 합니다만 검은색으로 표시된 것들은 그중에서도 최고로 고통스러운 것들입니다. 죽음이 연상될 정도의 고통이라고 하죠. 옆에 보시면 알겠지만 성공 가능성이 제로입니다.”

“그렇지만 그 성능은 확실한 것 같네요.”

“네. 하지만 일정 이상으로 수련한 자가 없는 터라 그마저도 확실한 건 아닙니다.”

카시마르는 자료를 꼼꼼하게 훑어보았다.

“검은색으로 된 것들을 익혀야겠습니다.”

“네? 하지만 그것들은······.”

“가능성이 제로는 아니니까요. 일단 시도는 해봐야지요. 이런 기술들 위주로 검색을 해주시길 바랍니다.”

“그것들 중에는 익히는 시도만 해도 한동안 고통을 달고 살아야하는 것들도 있습니다. 신중하게 선택하셔야합니다.”

“그래도 해보겠습니다.”

카시마르는 게이트를 통해 넘어온 유저였기에 고통을 거의 느끼지 못했다. 그렇기에 검은색으로 분류된 전투 기술들을 익히는 시도를 해보려는 것이었다.

“블러드 포그. 이건 혈마법으로 분류되어 있네요? 혈마법은 토씬 일가의 기술 아닌가요?”

“모든 혈마법을 토씬 가문이 독점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그 블러드 포그는 토씬 가문의 일원들도 익히기를 포기한 기술이죠. 혈마법으로 분류되어 있지만 소환술 계열이라 익히기는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하지만 치명적인 페널티가 있죠.”

“호흡이 100분의 1로 줄어드는군요.”

“그렇습니다. 그리고 숨 쉴 때마다 어마어마한 고통을 받습니다. 대신에 효과는 강력하죠. 블러드 포그를 익힌 자가 제대로 호흡을 뱉으면 주변의 생명체의 피가 말라버리니까요.”

카시마르는 블러드 포그란 기술을 찬찬히 읽어보았다. 쉬웠다. 일단 극한의 고통을 느끼는 기술이란 걸 제외하고는 익히는데 문제가 없어보였다.

블러드 포그라는 소환수를 소환하기만 하면 알아서 폐에 달라붙어서 활동을 한다고 했다.

블러드 포그는 숙주의 폐에 기생하면서 숙주와 자신의 피가 섞인 피를 호흡으로 내뱉는데, 그게 주변 생명체의 피를 흡수하여 숙주의 생명력을 늘려준다고 되어 있었다.

“이걸로 하죠. 딱히 준비할 것도 없고 그냥 호흡만 잘 하고 있으면 되는군요.”

“그건 리스크가 너무 큽니다. 주인님. 다시 한 번 생각해보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블러드 포그는 피안개를 내뿜지 않을 때도 호흡을 가져갑니다. 한 마디로 익히는 순간부터 주인님의 호흡은 100분의 1정도로 약해진다는 것이지요. 이건 꽤 치명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고통을 견딜 수만 있다면 충분히 해볼만할 거 같은데요? 어차피 전 염력을 사용하지 않습니까. 염력은 호흡을 소모하지 않습니다.”

카시마르의 염력은 의지만으로 주변의 물체를 움직이는 것이기 때문에 호흡이 크게 필요 없었다. 그의 이전 전투 방식이 몸을 빠르고 격렬하게 움직이는 것이었다면, 이제부터는 염력을 이용한 전투를 해야 했기에 블러드 포그를 선택한 것이었다.

라코이 카너는 그 뒤로도 몇 번 더 설득을 했지만 카시마르는 고통에 대한 설명은 하지 않고, 블러드 포그를 익히겠다고 말했다.

카시마르는 여러 전투 기술을 쉽게 구해서 익히고 있었지만, 사실 이러한 기술들은 들여다보기가 굉장히 어려운 것들이었다. 당장 나라신인 리크토만 하여도 알고 있는 기술이 그다지 많지 않을 정도였으니까.

필멸자들이 이런 기술을 익히려면 어마어마한 대가를 지불해야했다.

하위 존재들에게는 꿈과도 같은 전투 기술들이지만 고위 존재들에게는 아무런 가치가 없는 기술들.

카시마르는 사냥개의 사냥꾼의 일원이라는 것 하나만으로도 이러한 기술들을 쉽게 접하고 있었다.

블러드 포그를 소환하는 일은 어렵지 않았다.

필멸자들 같았으면 블러드 포그에 관련된 자료를 얻었다 하여도 소환하는 방법을 몰라서 헤맸을 거였다.

그러나 카시마르에게는 인맥이 있었다.

라코이 카너는 바로 뛰어난 소환사를 섭외해서 블러드 포그와 관련된 마법진을 준비시켰다.

소환사가 바로 블러드 포그를 소환하여 카시마르에게 보내자, 붉은 안개 형태의 블러드 포그가 카시마르의 코속으로 흡수되었다.

“놀랍군요. 숨 쉴 때마다 온몸이 찢어지는 고통을 느낀다고 알고 있었는데, 혹시 소환이 잘못된 건 아닙니까?”

소환사가 물어볼 정도로 카시마르는 멀쩡했다. 카시마르는 사용법  대로 혀를 살짝 깨물어 피를 내었다. 그러자 카시마르의 코와 입속에서 붉은 안개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카시마르 주변으로 50cm 정도밖에 퍼지지 않는 안개였다.

“소환은 문제 없이 되었군요. 괜찮으신 겁니까?”

“참을만 합니다.”

카시마르가 말했다. 소환사는 고개를 갸우뚱 거리면서 돌아갔다. 이미 비용을 치렀기 때문에 그가 더 할 일은 없었기 때문이었다.

“혹시······ 그 가면의 힘입니까?”

라코이 카너가 물었다. 그러자 카시마르가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저주인줄만 알았던 그 가면이 여러모로 쓸모를 발휘하는군요.”

“고통스럽긴 합니다. 다만 자료에 기술된 정도로 고통스럽지는 않습니다. 참을 수 있을 정도로군요.”

“자료를 좀 더 꼼꼼하게 찾아봐야겠습니다.”

라코이 카너의 말에 카시마르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라코이 카너는 재빨리 집무실을 빠져나갔다.

블러드 포그는 따로 수련이 필요한 기술이 아니었다. 소환수 개념인 블러드 포그가 숙주의 몸에 적응하면 적응할 수록 위력이 강해지는 개념이었다.

적응을 시키는 방법은 딱 하나.

블러드 포그를 오래 운용하는 것.

그러나 너무 고통스럽기 때문이 하루에 30분 이상은 운용하지 말라고 되어 있었다. 그 30분도 10초 간격으로 끊어서 수련하는 게 좋다고 자료에는 나와 있었으나 카시마르에게는 해당 사항이 없는 내용이었다.

호흡이 조금 줄어들긴 했지만 그에게는 전혀 지장을 주지 못하고 있었으니까.

카시마르는 하루 종일 블러드 포그를 운용했다. 그러면서 염력을 사용하여 무기를 움직였다.

블러드 포그의 위력은 실수로 카시마르에게 접근했던 강숭이가 제대로 알려주었다.

블러드 포그의 냄새를 살짝 맡았던 강숭이는 목에 검상을 입은 사람처럼 목을 부여잡고 데굴데굴 굴러다니며 비명을 질렀다.

“엄살 피우지마.”

“엄살 아닙니다요. 진짜 목이 타들어가는 고통이었습니다요. 그 기술 정말 효과 엄청난 것 같습니다요. 안 그렇습니까요?”

카시마르는 강숭이의 말에 대답하지 않았지만 확실히 효과를 느끼고 있었다. 강숭이가 피안개에 노출된 시간은 3초 정도였는데, 그 짧은 시간동안 흡수한 생명력이 상당했기 때문이었다.

블러드 포그는 생명력을 흡수하면 숙주의 혈관을 도드라지게 만들었다. 혈관이 도드라지고 붉게 물들면 어떤 상처도 빠르게 회복시키는 기능이 있었다.

쉽게 말해서 블러드 포그가 흡수한 생명력이 사라지지 않는 이상 카시마르는 죽음에 이르지 않는다는 의미였다.

보면 볼수록 사기에 가까운 기술이었다.

카시마르는 블러드 포그와 염력을 하루 종일 연마한 뒤 접속을 해제했다.

접속을 해제한 그는 재빨리 오정룡을 불렀다. 마침 오정룡도 접속을 해제한 상태였다.

“왜? 뭐 굿뉴스라도 있냐?”

“약간의 돌파구를 찾은 것 같아.”

“돌파구?”

“계단의 세계에는 고위 존재들이 너무 많잖아. 그래서 유저들이 넘어온다고 해도 밑바닥부터 다시 시작해야되는 위험이 있고.”

“그랬지.”

“근데 조금 편법이 있어.”

“무슨 편법?”

유중악은 오정룡에게 고통을 이용한 수련법을 설명했다. 그걸 들은 오정룡은 크게 반응했다.

“그게 된다고?”

“확인했어.”

“위력은 어느 정도인데? 다른 고위 존재들이랑 비벼볼만 해?”

“그건 모르지. 아직 고위 존재들과 싸워보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고위 존재들의 오리지널 전투 기술은 배우는 게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니까. 설명 들어보면 그보다는 조금 떨어지는 위력이 아닐까 싶어.”

“하긴······ 그게 고위 존재들의 기술보다 뛰어나면 목숨 걸고 뛰어드는 놈들이 한둘이겠냐.”

“실제로 있는 것 같긴 해. 그렇지만 끝까지 갔다는 사람이 없어. 정신이 이상해질 정도의 고통이라고 하는데 고통을 거의 느끼질 않으니 알 수가 없잖아.”

“하긴 유저들은 전신이 불타도 따끔거리는 정도만 느끼니까. 그건 자극이지 고통이라고 할 수 없지.”

“무엇보다 좋은 건 익히는 게 간단한 것들도 많다는 거야. 지금 당장 내가 익힌 기술만 해도 소환수를 붙여놓기만 하면 알아서 성장하는 개념이야.”

“신박하긴 한데 그게 고위 존재들에게 어느 정도까지 먹히느냐가 관건이겠네.”

“이것 말고도 익힐 수 있는 게 아직 많아.”

“야. 근데 그거는 네가 사냥개의 사냥꾼의 일원이라서 쉽게 볼 수 있는 자료들 아냐?”

“그건 그렇지. 하지만 자료를 잘 복사해두면 되니까.”

“나 그쪽으로 넘어가면 그거 넘겨주겠다는 이야기지?”

오정룡이 웃으면서 말했다. 그러자 카시마르가 따라 웃었다.

“봐서.”

“봐서는 무슨.”

“그러니까 빨리 넘어오기나 하셔.”

“준비 중이야. 그건 그렇고 노인에 대해서는 알아봤냐?”

“알아보고 있지. 조만간 보좌관이 보고하기로 했어.”

“그쪽에서는 그뒤로 연락 없고?”

“네가 어느 도시에 떨어졌는지 알려달라고 재촉하더라고. 그래서 네가 지금 안정적인 상황이 아니어서 소통이 안된다고 해뒀지.”

“그러니까 믿는 눈치야?”

“그걸 도통 모르겠어. 근데 그쪽에서 안 믿으면 어쩔 거야. 어차피 지금은 소통이 안 되는 상황인데. 그렇다고 네가 몰래 다른 사람을 그쪽 세계로 끌어들일 생각인 것도 아니고.”

“일단 노인에 대해서 어느 정도 윤곽이 드러나기 전까지는 안 부르려고. 해야할 일도 있으니까.”

“뭐? 고통과 관련된 기술 다 섭렵하게? 그거 부작용 같은 건 없냐?”

“없는 것 같더라고. 생각보다 고통에 관련된 리스크를 가진 기술들이 많아. 당장 혈마법과 관련된 기술만 하여도 열 가지가 넘고.”

“원래 잔기술 여러 개보다는 묵직한 하나가 나은 법인데.”

“묵직한 하나가 없으니 잔기술로 연명이라도 해야지. 혹시 알아? 찾다 보면 묵직한 게 나올지?”

“일단 돌파구를 찾은 건 찾은 거니까. 그건 인정. 그리고 이 정보는 일단 다른 애들한테도 풀지 않고 있을게. 일단은 넘어가는 게 먼저니까.”

“그렇게 하는 게 좋겠지.”

대화를 마친 유중악과 오정룡은 저녁 식사를 하러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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