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저주캐로 멱살 캐리-167화 (167/205)

# 167

외부 게이트

라코이 카너가 구해온 오래된 자료는 염력을 강화하는 기술이었다.

“꽤 오래전에는 염력을 사용하는 게 유행이었다고 합니다. 지금은 유행이 지났죠. 염력을 강화하는 기술은 많이 있지만 이건 그중에서도 위력이 상당합니다. 거기다 카시마르님만 익힐 수 있는 기술이고요.”

“고통이 수반되는 기술이겠군요.”

“네. 대신에 위력은 어마어마합니다. 이 기술이 숙련되면 숙련될 수록 공격하는 상대의 정신을 조작할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지니까요.”

“정신 조작이라······.”

“확률에 불과합니다. 강한 존재일수록 그 확률은 더 낮아지지만 걸리기만 한다면 어떤 존재든 쉽게 제압할 수 있겠죠.”

정신 조작술을 수련하는 방법은 명상을 하는 것이었다. 단순한 명상이 아니라 기이한 빛과 소음이 흘러나오는 공간 안에서 하는 것.

문제는 이 기술은 이전처럼 빨리 성과가 나오는 게 아니라는 점이었다.

카시마르는 하루에 세 시간씩 이 기술에 시간을 투자하기로 했다.

본래 기이한 빛과 소음에 노출되면 각양각색의 고통을 느낀다고 되어 있었는데, 카시마르는 이전과 마찬가지로 멀쩡했다.

“그리고 이건 주인님께서 요청하셨던 자료입니다.”

“알아냈습니까?”

“네. 알아보니 꽤 유명한 자더군요. 그는 여행자 사냥꾼입니다.”

“여행자 사냥꾼?”

“계단 세계와 외부 세계를 넘나드는 여행자를 사냥하는 자입니다. 외부 세계의 존재와 계약을 맺고 이쪽 세계로 넘어오면 그들을 죽여서 업적을 얻는 거지요.”

“확실한 겁니까?”

“네. 그자의 이름은 여러 설이 있습니다만 오이디푸스가 가장 유력합니다.”

“오이디푸스면 눈을 스스로 뽑은 자 말씀이죠?”

“네. 주인님께서 언급한 것이 결정적 단서가 되었습니다.”

“그러면 그자가 저랑 계약을 맺은 건 무슨 이유 때문인가요? 이왕이면 여행자가 많은 쪽을 노리는 게 낫지 않습니까?”

“그건 주인님께서 정식 방법으로 이쪽으로 넘어온 사람이기 때문이죠. 그가 이제까지 잡아먹었던 여행자들과는 다르니까요.”

“그러면 처음부터 절 죽이기 위해서 접근한 거로군요.”

“예. 외부 게이트가 설치된 방에는 오직 혼자만 들어갈 수 있습니다. 그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든 외부에서는 개입할 수가 없죠. 그는 그걸 교묘하게 이용하는 겁니다.”

“그러면 지역을 알려달라고 한 건 무엇 때문입니까?”

“몇몇 지역에서 그가 한 학살이 상당한 문제가 되었으니까요. 그래서 그쪽 지역의 게이트에서는 그의 기운에 반응하는 장치가 설치되어 있다고 합니다. 그의 목적은 여행자들을 잡아먹는 것과 더불어 온전하게 밖으로 빠져나가는 것입니다. 그런데 여행자들만 잡아먹고 그 안에 갇히게 된다면 문제가 생기겠죠. 그는 그 덫이 쳐진 곳을 알고 있기  때문에 질문을 한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외부 세계에서 게이트로 진입하려고 하고 있는 자들은 다 그자의 잠재적 먹이감이라는 소리군요.”

“네. 동족 사냥만큼 혐오스럽지는 않지만 꽤 혐오스러운 업적 쌓기입니다. 중립에 서 있는 자 중에서 그만큼 혐오스러운 자는 별로 찾아보기 힘들어요. 본래 낮은 존재들을 죽이는 건 업적으로 쳐주지 않는 것인데, 그는 그 낮은 존재들을 특별한 케이스로 승격시켜서 잡아먹는 격이니까요.”

“그렇네요. 희생자가 꽤 많은가 보죠?”

“지역신이 된 걸 보면 많은 숫자를 죽였겠죠. 거기다 상당히 강하다고 합니다. 보통 지역신들도 그와는 싸움을 꺼린다고 합니다.”

“게이트를 정말 교묘하게 이용하는 존재로군요.”

“네. 어쩌면 엘더 갓쪽에서 움직이는 자일 수 있습니다.”

“엘더 갓이요?”

“네. 엘더 갓들은 현 상태가 유지되는 것을 바라니까요.”

“관련 기록은 없지만 엘더 갓쪽 사람일 수 있다는 거네요.”

“네. 하지만 직접 드러낼 수는 없는 관계입니다. 막 넘어온 여행자들을 공격하는 건 금지되어 있으니까요.”

“엘더 갓 쪽에서 금지라는 이야기죠?”

“네. 공격이 가능하다면 이 세계의 균형이 맞지 않죠. 처음부터 그런 룰로 설계된 곳입니다. 다만 이번 경우는 달라요. 엘더 갓 쪽에 속해 있지 않은 자를 이용해서 공격하는 것이니 크게 문제될 건 없습니다. 드러나지만 않으면요.”

“제가 외부 게이트를 이용해 그를 불러오면 서로 공격이 가능한 겁니까?”

“계약서 상으로는 문제 없습니다. 주인님께서 한 계약은 그를 외부 게이트를 통해서 불러주는 것이 끝이니까요. 특히 외부 게이트 안에서 벌어지는 일은 바깥에서 개입할 수 없으니 완전 범죄에 가깝죠. 다만 몇몇 능력자들 중에는 전투의 흔적만으로도 무슨 일이 있었는지 복원하는 기술이 있는 자도 있으니까요.”

“많이 강합니까?”

카시마르가 물었다.

“네. 정확히 따지자면 그는 나라 신 정도의 전투력을 지니고 있다고 합니다.”

“지금의 저로는 그를 상대하기 힘들겠군요.”

“그건 모르는 일입니다. 카시마르님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으니까요. 전투에서 절대라는 건 없습니다.”

“그래도 위험한 거 아닙니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를 제압할 방법은 있으니까요. 운이 좋았습니다. 그에 대한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었어요.”

“제압하는 방법이 있습니까?”

“그의 전투 방법은 신체 강화입니다. 특별한 주술을 사용하여 신체를 강화하는 것이죠. 무척 단순한 기술입니다. 단순하기 때문에 상위 존재들 중에 그런 기술로 전투를 하는 자는 드뭅니다. 다른 좋은 기술이 많이 있는데 굳이 효율이 좋지 않은 신체 강화술로 싸울 필요가 없는 것이죠.”

“외부 게이트 때문입니까?”

카시마르가 한 수 앞서서 생각을 말했다. 그러자 라코이 카너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정확합니다. 계단 세계의 고위 존재들의 물건은 계단 세계에서 밖으로 가지고 나갈 수 없죠. 한 마디로 그는 나갈 때 빈털터리로 바깥으로 나갔다는 말입니다. 그러니 들어올 때도 빈손입니다. 그런 그의 특성상 신체 강화술 말고는 답이 없습니다. 염력 같은 것도 방법이긴 염력은 다른 기술과 함께할 때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는 기술이니까요.”

“방법은요?”

“그는 알지 못하겠지만 몇몇 지역에서는 그를 잡기 위한 기술을 개발해놓은 상태입니다. 간단하게 설치 가능한 결계가 있죠. 그 결계를 이용하면 그를 간단하게 제압할 수 있습니다. 사용 방법도 가능합니다. 결계를 설치하고 간단히 시동어만 말하면 끝입니다.”

라코이 카너가 손바닥만 한 나침반을 꺼내 들고 말했다.

“여기에 피를 뿌려서 내려놓기만 하면 됩니다. 간단하죠. 다만 조건이 있습니다.”

“어떤 조건입니까?”

“이걸 내준 존재가 그에게 상당한 원한이 있습니다. 시신을 원하더군요.”

“그게 다입니까?”

“네. 그는 원래 여행자만 노리지만 그렇다고 게이트에 외부 세계의 초보 여행자만 있으란 법은 없으니까요. 그들 중에는 계단에서 외부로 나갔다가 다시 돌아오는 자들도 있는 법입니다. 경계를 넘나드는 여행자들이죠.”

“그들과 관련된 자의 부탁이겠군요.”

“네. 하지만 이것만 있으면 그가 얼마나 강해졌든 크게 상관없습니다.”

“효과는 확실합니까?”

“네. 눈앞에서 사용하는 걸 확인하고 가져왔습니다. 신체강화술을 익힌 존재가 눈앞에서 간단하게 제압 당하더군요. 조금만 늦게 해제 시동어를 내뱉지 않았으면 그대로 목숨 하나를 잃을 뻔 했죠.”

카시마르는 크게 고민하지 않았다. 계약서 대로라면 그는 어쨌든 노인을 불러야 했다. 노인을 외부 게이트로 불러왔을 때 본색을 드러낸다면 그때 반응하면 될 일이었다.

***

카시마르는 나침반을 건네준 사람을 직접 만나고 있었다. 나침반을 개발한 자는 프리스티 아메이란 여인으로 외관은 사람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원래 이쪽 세계로 외부인을 들여보내는 일을 하는 자를 안내인이라고 했죠. 보통은 무사히 안내해준 대가로 무언가를 받습니다. 영향력이든 아이템이든. 당장 받기도 하고 나중에 받아가기도 하죠. 근데 그는 거기서 만족을 하지 못했던 거죠.”

프리스티 아메이는 후드를 뒤집어쓴 여인이었다. 그녀는 요가 매트 크기의 작은 양탄자에 서 있는 상태였다. 후드 안쪽에 얼핏 보이는 아메이의 모습은 꽤나 미인이었다.

“당신도 안내인이었습니까?”

“한 때는. 꼭 잡아와요. 사례는 잊지 않고 할 테니.”

프리스티 아메이는 나라 신에 오른 존재였다. 엘더 갓과 아우터 갓 그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고 조용히 수행을 하는 존재.

그러나 어느 세력에도 속하지 않았음에도 그녀를 아는 자들은 꽤 많이 있었다.

그만큼 그녀가 강력한 존재였기 때문이었다.

카시마르는 아메이와 인사를 나눈 다음 외부 게이트 쪽으로 움직였다. 라코이 카너가 끝까지 따라 붙었다.

“너무 위험할 때까지 몰아붙이지 마십시오. 지금 그에게 지는 것은 그리 부끄러운 일이 아닙니다.”

“알고 있어요.”

프리스티 아메이는 카시마르가 나침반을 사용하여 바로 오이디푸스를 잡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카시마르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이번 기회에 제대로 실전을 경험해보고 싶었다. 어차피 나침반의 효과는 확실해서 언제든지 오이디푸스를 잡을 수 있으니 실전을 경험해보는 것도 나쁜 선택은 아니라고 할 수 있었다.

문제는 오이디푸스가 생각보다 훨씬 강력한 존재일 경우, 카시마르는 시동어를 내뱉기도 전에 죽음을 당할 수도 있었다.

그 부분이 가장 큰 문제였기 때문에 카시마르는 꽤 만반의 준비를 하고 온 상태였다.

들판의 외부 게이트에는 경비가 따로 없었다.

시스템에 적당한 영향력을 주입하면 외부 게이트와 연결된 방이 열리고 그 안으로 들어가서 외부게이트를 작동시키는 원리였다. 작동 방법은 간단했다.

안으로 데려오고 싶은 존재를 떠올리면 자동으로 소환이 되는 시스템이었다.

물론, 아무나 끌어올 수는 없었다. 계약으로 맺어진 관계거나 유대 관계가 있어야 했다.

아무나 끌어올 수 있으면 원수를 갑자기 소환해서 죽이는 것도 가능했으니까. 그건 막혀 있었다.

카시마르는 나침반을 꺼내서 피를 묻혔다. 그리고 바닥에다 던져두었다. 그리고 바로 오이디푸스를 소환했다.

몇 초 뒤에 주변이 밝아지면서 오이디포스가 게이트 안쪽으로 들어섰다.

그는 카시마르가 마지막으로 봤을 때와 다르지 않은 모습이었다.

“여기는 어디인가?”

그가 물었다.

“사냥개의 들판.”

“나쁘지 않군. 근데 왜 따로 연락하지 않았지?”

“연락을······.”

쾅!

카시마르는 끝까지 말을 마치지 못했다. 오이디푸스가 말을 끝까지 듣지도 않고 공격을 퍼부었기 때문이었다. 5미터 이상 떨어진 거리를 한 번의 도약으로 좁힌 그는 옆차기로 카시마르의 심장을 정확히 가격했다.

그리고는 주변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눈이 없는 자의 행동으로 보기에는 지나치게 자연스러운 모습이었다.

스륵.

오이디푸스는 추가 공격이 필요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카시마르는 무척 멀쩡했다.

염력을 통해서 가슴팍을 보호했기 때문이었다.

그로는 작은 방패 모양으로 빠르게 변해서 오이디푸스의 발차기를 막아냈다.

“꽤 능숙한 염동력이군.”

오이디푸스가 뒤돌아서 멀쩡한 카시마르를 보며 말했다. 카시마르는 두 개의 뿔을 꺼내서 오이디푸스를 공격했다.

오이디푸스는 가볍게 두 개의 뿔을 피한 다음 카시마르에게 접근해 주먹을 내질렀다.

순식간에 다섯 번의 주먹을 내지른 오이디푸스.

그의 주먹에서 강력한 기가 방출되어 벽을 때렸다. 카시마르는 재빠르게 공격의 사정권에서 벗어난 상황이었다.

펑!

그러나 오이디푸스는 개의치 않고 다시 공격을 퍼부었다. 몇 배는 두툼해진 그의 주먹에서 아까보다 훨씬 강력한 기가 방출되었고, 카시마르를 덮쳤다.

그는 이번에야 말로 카시마르를 죽였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카시마르가 있어야할 자리에 카시마르는 있지 않았다. 대신에 잔상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을 뿐이었다.

카시마르의 지니고 있는 기술은 특별한 것들이 아니었다. 고위 존재들이 보기에는 조잡한 기술.

그런 기술을 가진 카시마르가 오이디푸스와 정면으로 맞붙는다면?

백이면 백 오이디푸스가 압승을 거둘 것이라고 말할 것이었다.

그러나 카시마르는 그런 기술들의 위력을 어떻게 극대화시키는 지 알 수 있었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없는 전사.

어떠한 상황에서도 냉철한 판단을 내리는 자.

슉!

카시마르는 그로를 이용해서 오이디푸스의 시선을 마지막까지 어지럽혔다.

사실 잔상에게 큰 공격을 날렸을 때 오이디푸스는 허점을 보인 것과 마찬가지였다.

서겅!

예리한 소리가 들리면서 강화된 오이디푸스의  팔이 깔끔하게 잘려나갔다.

카시마르의 손에는 하나로 합쳐진 뿔이 들려 있었다.

아악!

날카로운 비명소리가 들렸다.

카시마르의 입에서 터져 나온 소리는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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