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저주캐로 멱살 캐리-170화 (170/205)

# 170

추적(2)

라코이 카너가 집무실에 도착한 것은 한바탕 살풀이가 끝난 뒤였다.

외부 게이트에서 교전이 있고 세 시간 정도 지난 상황.

그는 예상보다 빠르게 나침반을 분석해서 가져왔다. 카시마르는 파탄의 눈을 작동시켜서 주변에 있는 고위 존재들의 위치를 확인했다.

파탄의 눈은 일회성 물건이 아니었지만 한 번 사용하게 되면 꽤 오랫동안 쓰지 못하기에 신중하게 사용하는 것이 좋았다.

파탄의 눈을 사용하자 기괴한 생김새의 눈알이 카시마르의 이마로 흡수되었다가 다시 빠져나왔다.

카시마르는 프리스티 아메이가 있는 위치를 정확하게 포착할 수 있었다.

“나침반은 덫의 용도라고 합니다. 주인님께서 이걸 사용하셨더라면 포박을 당해 아무 것도 하지 못하셨을 겁니다. 에너지를 빼앗는 장치도 되어 있거든요.”

“그럼 보좌관이 본 건 무엇입니까?”

“아무래도 그녀가 연극을 꾸민 것 같습니다. 실제로는 나침반을 사용하지 않았거나, 아니면 다른 나침반을 사용한 거겠죠.”

카너는 말을 하면서 태블릿 PC를 이용해 주변의 지도를 펼쳤다. 사냥개의 들판 내부의 지도는 공개되어 있었지만 그 주변 지역의 지도는 공개된 게 아니었다.

들판 주변의 지도를 개인이 소유하는 건 금지되어 있었다. 그러나 카시마르가 사냥꾼의 일원이기 때문에 언제든지 열람할 수 있는 것이었다.

“여기는 어딥니까?”

카시마르가 지도를 가리키며 말했다.

“외눈 일족의 마을입니다. 보싱이라는 곳인데 이곳에 사는 외눈인들은 쉽게 건드릴 존재가 아닙니다.”

“세로 눈알인가 보네?”

강숭이가 이야기에 끼어들었다.

“뭐 알고 있는 거 있어?”

“눈깔 하나인 놈들 중에 가로로 되어 있는 놈들은 하급으로 치고 세로로 되어 있는 놈들이 좀 강합니다요. 그들의 특징은 수행이 깊어질 수록 눈을 감고 다닙니다요..”

“맞습니다. 보싱에 있는 외눈인들은 고위의 존재들입니다. 몇백 명 정도밖에 살지 않는 곳이지만 꽤 넓은 영토를 관리하고 있습니다.”

“그녀가 그곳에 숨어들었다면 찾을 수 없는 겁니까?”

“그녀가 그들과 연관이 있다면 당장 찾는 건 무리입니다. 하지만 관련이 없다면 협조를 구할 수 있습니다.”

“그녀가 그냥 숨어든 것이라면 말이지요?”

“네.”

“협조를 구할 수 있겠습니까?”

“이건 카시마르님이 같이 움직여주셔야할 것 같습니다. 사냥개의 사냥꾼의 일원이라면 그쪽도 최대한 협조를 하려고 할 겁니다.”

“사냥개의 영향력에 있기는 한가 보군요.”

“그렇습니다. 서로 협조하는 관계이긴 하지만 그들이 사냥개에 속하는 건 아닙니다. 그래서 협조가 문제일 수 있습니다.”

“그러면 그건 일단 가서 이야기 해보도록 하죠. 여기서 멉니까?”

“그리 멀지 않습니다. 그녀가 상당히 영리하게 머리를 쓴 것 같습니다. 적어도 보싱으로 숨어들면 상처 받았다고 해서 다른 존재들이 공격할 일이 없으니까요.”

보싱의 외눈족들은 작은 신으로 태어나는 존재들이었다. 마신용수신들과는 다르게 작은 신으로 머무는 존재들이 아니라 작은 신으로 태어나 고위의 존재로 계속 성장하기 때문에 쉽게 볼 상대들이 아니었다.

카시마르는 라코이 카너와 함께 움직였다. 저택에 있던 라코이 가문의 호위대들도 같이 움직였는데 하나 같이 심상치 않은 기운을 가진 자들이었다.

호위대는 모두 열두 명.

열두 명에 불과했지만 라코이 카너는 전혀 긴장된 모습이 아니었다.

“저기가 보싱 마을입니다.”

보싱 마을은 평범한 마을이었다. 다만 집이 지나치게 띄엄띄엄 있었다.

마을 입구는 문이 없었기 때문에 카시마르의 눈으로는 찾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피서는 입구를 정확하게 찾아냈다.

울타리 하나 없는 마을.

지나치게 무방비로 보이는 곳이었다.

그러나 이 주변에서 이곳에 얼씬 될 생명체는 아무 것도 없었다. 한 지역의 지배자급 정도 되는 존재들 몇 백명이 모여 사는 곳이니 당연히 그럴 만도 했다.

“여기가 입구입니다.”

지상에 내려오니 안개가 잔뜩 껴 있었다. 하늘에서 보았을 때는 멀쩡한 곳이었는데, 내려오니 완전히 다른 느낌이었다.

일행은 피서를 따라서 앞으로 걸었다. 피서는 일부러 발굽 소리를 크게 내면서 걸었다. 침입자가 아니라 방문자라는 것을 알리기 위함이었다.

안개 속을 걷다보니 외눈족이 한 명 등장했다. 그는 길바닥에 의자를 놓고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그가 그리고 있는 그림은 유화였다. 물감과 파레트 캔버스가 보였다. 그는 일행을 신경쓰지 알고 그림에만 열중했다.

“스탑.”

그리고는 작게 말했다. 그러자 라코이 카너가 나섰다.

“저는 사······.”

“돌아가.”

라코이 카너가 말을 꺼내기도 전에 말이 잘렸다. 외눈족 사내는 여전히 그림에 시선을 두고 있었다.

“사냥개의 사냥꾼의 일원이신 카시마르님을 모시고 있습니다.”

라코이 카너가 목소리를 가다듬고 말했다. 그러자 외눈족 사내가 동작을 멈췄다.

“사냥개의 사냥꾼에 그런 자가 있었나?”

“네.”

“그래서 우리 마을에는 무슨 일로?”

“프리스티 아메이가 여기에 숨어든 것 같습니다.”

“그녀는 여기 사람이 아닌데?”

“네. 그렇지만 이 마을에 숨어든 것을 확인했습니다.”

“그녀가 여기 있다고 해도 여기 사람들은 그녀와 사이가 나쁘지 않아. 그래서 너희들을 무작정 들일 수가 없어. 무슨 일이지? 좋은 사이는 아닌 것처럼 보이는데.”

“설명을 하면 들여보내 줄 수 있겠습니까?”

“그건 이야기를 들어봐야지.”

“이분은 사냥개의 사냥꾼입니다.”

라코이 카너가 카시마르를 가리키며 말했다. 외눈족은 다시 그림을 보고 있었다.

“그러니까 들어주고 있는 거야.”

외눈족의 목소리는 담담했지만 누구도 그의 말을 가볍게 보지 못했다. 그만큼 묘한 힘을 담고 있는 목소리였다.

“그녀의 본명은 이스메네로 여행자 사냥꾼입니다.”

“여행자 사냥꾼?”

“외부 세계에서 이곳으로 들어오는 자들을 사냥하는 자입니다. 이곳의 규칙을 어기는 자죠.”

“그런 자들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은 있지. 근데 그녀가 그런 자라는 이야기는 믿기지 않는데? 그녀는 이 근방에서 꽤 오래 살았어. 우리와 사이도 나쁘지 않지.”

카시마르는 수배서를 꺼내서 카너에게 넘겼다. 라코이 카너는 외눈족 사내에게 수배서를 내밀었다.

“······.”

외눈족 사내는 수배서를 빤히 바라봤다.

“이제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라코이 카너가 말했다.

“안 돼.”

“이걸 보···.”

“아! 무슨 말인지는 알아. 그러니까 여기서 기다려.”

외눈족 사내는 귀찮은 표정으로 바닥에 있는 흰 캔버스를 올려서 그림을 그렸다.

3초 정도 만에 대충 그린 개의 그림.

외눈족 사내가 몇 마디 작게 읊조리자 그림에서 개가 튀어나와 어디론가 재빨리 사라졌다.

“여기서 대기.”

외눈족 사내는 말을 하고는 다시 원래의 그림을 올리고 그리는데 집중 했다.

30분 정도 지났을까?

참다 못한 라코이 카너가 나서려고 했다. 그러나 카시마르가 그를 제지했다. 저쪽에서 외눈족 사내가 그린 개가 달려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개는 아까보다 훨씬 커진 모습이었고 입에 무언갈 물고 있었다. 그건 처참한 모습의 프리스티 아메이였다.

개는 프리스티 아메이를 바닥에 내려놓고 신기루처럼 사라졌다. 사내는 그림을 보며서 무심한 말투로 말을 꺼냈다.

“가져가.”

“감사합니다.”

호위대는 프리스티 아메이를 포박했다. 카시마르 일행은 얼른 보싱 마을을 빠져나왔다.

“원래 이런 모습이었습니까?”

카시마르가 프리스티 아메이를 가리키며 말했다.

“아닙니다. 아마도 그자가 소환한 개와 싸우다가 그리된 것 같습니다.”

“프리스티 아메이면 꽤 고위 존재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렇습니다. 저도 그게 이상합니다. 부상을 입었다고는 하지만 그녀가 소환수 하나에 이리 될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했는데요.”

“그자는 문지기가 아닐 가능성이 있습니다.”

옆에 있던 피서가 대화에 끼어들었다. 그러자 카시마르와 라코이 카너의 시선이 피서에게로 쏠렸다.

“그게 무슨 이야깁니까?”

“문지기가 아니라 보싱 마을에서도 고위 존재일 수 있다는 겁니다. 그렇다면 방금 전 상황이 이해가 가지요. 보통 사냥개의 사냥꾼의 일원이라고 하면 지역신은 물론이고 나라신도 가볍게 보지 못합니다. 근데 그자는 너무 평온했습니다.”

“그보다 더 격이 높은 존재일 수 있다는 거군요.”

“그리고 그자가 쓴 기술은 구현 능력인데 그러한 기술을 가진 자는 계단 세계를 통틀어도 그리 많지 않습니다. 창조와 관련된 능력은 원래 그렇지요.”

“프리스티 아메이는 어찌하실 생각입니까?”

“깔끔하게 처리해야겠지요. 그보다 그녀는 완벽하게 제압당한 겁니까?”

카시마르가 물었다.

“네. 완벽하게 포박 당했습니다. 그런데 상처를 보면 오히려 치료를 해주어야 할 것 같아서요.”

그만큼 프리스티 아메이의 상태는 심각 했다. 이전에는 얼굴과 몸을 꽁꽁 가리고 있었는데, 지금은 3분의 2 정도가 드러난 상태였다. 그녀가 입고 있던 옷이 죄다 뜯겨나갔기 때문이었다.

“그러면 이대로 그녀의 저택으로 갑시다. 그녀의 저택에 위험 요소가 있습니까?”

“위험 요소야 있겠지만······.”

라코이 카너가 말을 하면서 피서를 바라봤다. 그러자 피서가 고개를 끄덕였다.

“충분히 제압 가능합니다.”

“그럼 그리로 가죠.”

카시마르는 여행자 사냥꾼 사냥을 제대로 시작할 생각이었다. 그러려면 무엇보다도 정보가 중요했다. 수배서에 나와 있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은 것이 여행자 사냥꾼에 대한 정보.

무엇보다도 오이디푸스의 딸은 이스메네 말고도 하나 더 있었다.

“그녀의 저택은 멉니까?”

“주인님의 저택에서 보싱 마을 정도 거리라고 보면 됩니다.”

카너의 말을 들은 카시마르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은 재빨리 아메이의 저택으로 움직였다.

“하인들이 있을 겁니다. 그들은 어찌 합니까?”

“제압하는 걸 우선으로 하죠. 심하게 저항한다면 죽여도 괜찮습니다.”

라코이 카너가 길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아메이의 저택에는 금방 도착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상으로 내려가는 게 쉬운 건 아니었다.

그녀의 저택에서 화살이 날아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보통 화살로는 닿을 수 없이 멀리 있는데도 화살이 날아오고 있었다. 라코이 카너는 망원경을 들고 저택을 살폈다.

“화살을 쏘고 있는 자 중 하나는 저번에 봤던 자입니다.”

“나침반 가지고 연기를 했던 자를 말하는 겁니까?”

“네.”

“그럼 공격을 해도 되겠군요.”

카시마르는 그로를 이용해서 날아오는 화살을 모두 튕겨내고 있었다. 호위대도 있었기에 상당히 많은 거리를 커버해야 했는데, 카시마르는 여유가 있었다. 작은 공 정도였던 그로가 넓게 퍼지면서 그물 같은 것으로 변했고, 그물은 나풀나풀 거리면서 날아오는 화살을 모두 튕겨내는 중이었다.

그 모습을 본 라코이 카너나 호위대 모두 내심 놀라고 있었다.

사냥개의 사냥꾼의 일원이라고는 하나 얼마전까지 필멸자에 불과했던 그였다. 그런데도 지금 보여주는 힘은 무엇이란 말인가.

카시마르는 상식으로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강해지고 있었다.

푸슝!

피서가 들고 있던 총을 발사했다. 성인 남성 주먹만 한 탄환이 바닥에 떨어지자 불길이 치솟았다.

굉장한 위력이었다.

화살을 쏘고 있던 아메이의 하인들이 혼비백산해서 흩어졌다.

그러나 저항 세력은 저택 곳곳에 있었다.

카시마르는 카이로의 꼬리를 길게 늘어트려서 그들을 상대했다. 그가 대충 몸을 움직여도 되었던 건 호위대가 알아서 잘 처리를 했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신속하게 저택의 있는 자들을 제압했다.

제압이 끝나자 카시마르는 저택 수색을 명령했다. 혹시나 정보가 될만한 것이 없나 살피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여행자 사냥꾼과 관련된 정보는 좀처럼 나오질 않았다. 호위대가 비밀 공간을 발견하기 전까지는 그랬다.

호위대가 발견한 비밀 공간에는 다양한 생명체들이 있었다. 인간들도 있었고 인간과 닮은 자들, 인간이 아닌 자들도 수두룩했다. 그들은 두려움 가득한 모습이었다.

그 이유는 그들이 있는 공간에서 벌어진 일 때문이었다.

“실험을 한 것 같습니다.”

“이 세계에서는 이런 게 흔합니까?”

“흔하지는 않습니다. 고위 존재가 낮은 존재를 이유 없이 핍박하게 되면 좋은 평판이 돌지 않죠. 그녀가 이런 일을 한다는 사실이 밝혀졌으면 이제까지 그리 좋은 평판으로 있지 못했을 겁니다. 보싱 마을에는 당연히 들어가지 못했을 거고요. 그리고 무엇보다 이들은 외부 세계에서 온 자들인 것 같습니다.”

“그녀가 여행자들을 죽인 숫자가 수배서에 지나치게 적게 나온 이유가 있었군요.”

“네······.”

카시마르의 표정은 가면에 가려져 있어서 드러나지 않았다. 그러나 라코이 카너는 카시마르가 꽤 심각한 표정을 하고 있음을 목소리를 통해서 알 수 있었다.

"강숭아."

"네. 선생님."

"네가 일 좀 해야겠다."

"네. 예상하고 있었습니다요."

카시마르가 강숭이에게 무슨 일을 시키려는지는 그다지 깊게 고민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