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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주캐로 멱살 캐리-172화 (172/205)

# 172

상반된 분위기

카시마르와 심도 깊은 대화를 나눈 핏불킹은 다음 날 조금 일찍 코즈믹 게이트에 접속했다. 그 전에 그 시간대에 접속할 수 있는 중요한 멤버들에게 소집령을 내려놓은 상태였다.

그가 카시마르에게 들려준 이슈도 꽤 충격적인 것이었지만, 반대로 그가 들은 이슈도 조금도 지체할 수 없이 전달해야하는 것이었다.

“왜 이렇게 일찍 나오라 한 거요. 자는 시간 바뀌면 힘든데.”

핏불킹이 접속하자마자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예전에는 원수나 다름없는 사이였지만 지금은 많이 친해진 컨신이었다. 이들은 이제 운명공동체나 다름 없었기 때문에 서로 으르렁 거리는 일은 없었다.

“왜 소집했겠냐?”

“뭔 일 있어요? 카시마르 쪽에서 이야기가 나온 건가?”

“카시마르가 뭐냐. 카시마르가. 형이라고 해야지. 너 끝까지 형이라고 안 할 거냐?”

“아! 지금 없잖아요!”

“하여튼 싸가지는.”

핏불킹과 컨신이 티격대는 사이에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원래 이 모임의 주축은 꿀매너 길드였지만 이제는 주축이 누군지도 모를 정도로 사람이 많이 늘어난 상태였다.

검은 연합 길드 쪽 인물들이 대부분 넘어왔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어차피 제국에 들어가질 못하는 상황이니 넘어오는 게 무조건 좋은 상황이었다.

꿀매너 길드는 이익을 독점하려고 하지 않았다. 카시마르의 최초 방침이 그랬고, 꿀매너 길드의 사람들도 그 생각에 동의했다. 원론적으로 따지자면 라브시안 지역에서 가장 큰 이익을 거둬야하는 사람은 카시마르였다. 꿀매너 길드 사람들은 그걸 알고 있기 때문에 욕심부리지 않고 사람들을 받아주었다.

그 결과, 이들은 짧은 시간이지만 꽤 끈끈한 동맹 같은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일단 갑자기 모이라고 한 이유는 계단 세계로 넘어가는 일 때문에 그렇습니다.”

“그걸 잘 진행되고 있는 거 아니었어요?”

“진행되고는 있었는데 좀 늦추자는 겁니다. 지금은 라브시안 쪽이 더 중요하니까.”

“이쪽도 중요하긴 하지만······ 우선 순위라는 게 있지 않나요?”

메디아가 말했다. 그녀의 표정은 예전보다는 훨씬 부드러웠다. 이전에는 적으로 보는 사이였지만 지금은 아니었으니 당연한 것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렇다고 라브시안을 버리고 갈 수는 없죠.”

라우스가 말했다. 푸른 눈 길드의 수장이었지만 이제는 라브시안 연합에 완벽하게 소속된 자였다. 레벨이나 실력은 그리 높은 편은 아니었지만 유저들 사이에서 평판이 아주 좋았다.

“어차피 계단 세계로 가는 첫 번째 팀은 그리 많은 숫자가 아니에요.”

“그렇지만 주축이 나가게 되면 더 힘들어질 겁니다. 다들 이야기를 들어서 알고 있지 않습니까. 유저들의 반발로 제국이 꽤 많이 복구되었습니다.”

“복구 되었다고는 하나 예전 같지는 않습니다.”

“네. 그렇죠.”

“비제국 유저들에게 추가 보상도 지급될 예정이고요.”

이번에는 로드로드가 말했다. 그 말에 회의에 모인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코즈믹 게이트는 형평성을 중요시 했다. 제국이 망한 건 버그 때문이 아니라 그들이 자초한 것이기 때문에 무작정 복구를 시켜줄 수 없었다. 그래서 코즈믹 게이트에서는 최소한의 지원만 시행 했었다. 그러나 유저 반발이 극심해지자 더 많은 지원을 하기로 했고, 덕분에 제국은 원형과 가까운 상태로 복구가된 상태였다.

그러나 그건 어디까지나 제국을 위한 지원이었다. 제국을 위해서 지원을 했다면 제국 유저가 아닌 자들에게도 지원이 돌아가야했다. 물론, 제국 그 자체를 복구 시킨 것이기 때문에 제국을 기반으로 하는 유저들에게 돌아간 직접적인 혜택은 크지 않았다.

그렇다 해도 지원은 지원이었다. 비제국 유저들은 꽤 많은 보상을 받을 예정이었다.

“예전 같지는 않아도 제국은 제국이지. 무엇보다 이쪽 지역에 대한 게 알려져서 대형 길드들이 대놓고 노리고 있죠. 제국의 공격 사인이 떨어지기만 기다리고 있단 말입니다. 그러니 지금은 마음 놓고 있을 때가 아니긴 합니다. 타격을 입었다고 해도 여전히 강한 인재들을 보유하고 있으니까요.”

핏불킹이 말했다.

“거기다 유저들까지 합세하면 진짜 크게 오겠죠.”

“그래서 계단 세계 쪽으로 넘어가는 일을 멈추자는 건가요? 이번에 드러난 일을 보면 계단 세계가 진짜에요. 거기가 제대로된 게임이니 넘어가는 작업을 멈출 수는 없어요.”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 그렇게 극단적으로 생각할 필요가 없어요. 어차피 지금 계단 세계로 넘어간 유저는 딱 하나 밖에 없어요. 그리고 그놈은 저와 같이 살고 있죠. 그쪽에서 나오는 정보는 우리가 독점하고 있단 말입니다. 그러니 조급하게 생각할 필요 없다고 봐요.”

“거기다 계단 세계로 넘어가는 방법도 저희는 이미 알고 있으니까요.”

디마벨이 말을 덧붙였다. 핏불킹은 그 이야기가 나온 김에 카시마르에게서 들은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계단 세계가 생각보다 위험하다는 것이 주요 골자였다.

“그럼 그가 우리들을 잡아먹으려고 접근 했다는 거군요?”

“그렇죠. 뛰어난 인재들을 선별한 이유는 그래야 그가 얻는 게 많아지기 때문입니다. 그쪽 세계에서는 그걸 업적이라고 부른다고 합니다.”

“미치겠군. 그럼 저쪽 세계로 넘어가는 프로젝트는 엎어진 거나 다름 없네요?”

컨신이었다.

“엎어진 건 아니지. 이미 이동진은 완성된 거나 다름 없어. 그가 없어도 작동하는 데는 문제 없지. 안 그렇습니까?”

핏불킹이 카니발 길드의 수장 스페이스를 바라보며 말했다.

“작동하는 데는 문제 없는 거죠. 그런데 넘어가는 것은 고민해봐야죠. 그자가 길안내를 하기로 했었는데, 그게 함정이었으니 처음부터 다시 계획을 잡아야죠.”

“들었죠? 지금은 계단 쪽으로 넘어가는 것에 집중할 때가 아닙니다. 늦어도 괜찮아요. 카시마르가 지금 그쪽에서 길을 잘 터놓고 있으니까요. 나중에 그쪽 도움도 받을 수 있을 겁니다.”

“그러니 지금은 이쪽 지역 방어에 올인 하자는 거죠?”

라우스가 말했고 핏불킹이 고개를 끄덕였다.

“승산은 있나요?”

메디아가 물었다.

“모르죠. 우리는 지금 중요한 전력 하나가 빠져 있어요. 제국도 타격을 입긴 했지만 쉽지 않죠. 그러니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모릅니다. 붙어봐야 아는 거죠."

"붙어봐야 아는 거긴 하겠지만 열세이긴 하죠?"

"네. 하지만 버티는 것만이라면 꽤 오래 시간을 끌 수도 있을 겁니다. 라브시안 쪽 전사들도 훈련이 잘 되어가고 있고, 이 이야기가 커뮤니티에 퍼지기 시작했으니 저희 쪽으로 넘어오는 유저들도 있을 거고요. 무엇보다 이런 버티기 싸움은 결국 돈 문제로 직결 되는데 우리는 큰 자금줄 하나가 있지 않습니까.”

“그걸 풀 생각인가요?”

“네. 써야죠. 카시마르도 동의했습니다. 그러니 이쪽에 올인한다고 해서 코게를 업으로 삼는 분들이 굶는 일은 없을 겁니다. 솔직히 제국과 저희의 자금력을 비교하면 비교할 수도 없죠. 제국이 압승입니다. 하지만 현재 동원할 수 있는 자금을 따지자면 저희가 제국보다 높아요. 제국은 돈을 푸는데 시간이 걸리니까요.”

“그걸 이용해보자는 거군요.”

“네.”

“그렇지만 쉬운 싸움은 아닐 겁니다.”

라브시안 연합의 수뇌부들은 그 뒤로 몇 시간 동안이나 회의를 지속했다. 라브시안 지역 방어에 대한 심도 깊은 대화였다.

***

카시마르는 라코이 카너가 가져온 자료들을 살펴보고 있었다. 그는 프리스티 아메이에 관한 것을 강숭이에게 일임한 상태였다.

“쉽게 입을 열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렇겠죠. 그렇지만 기다려 봅시다. 어차피 그녀의 정보가 없으면 사냥을 더 할 수는 없으니까요.”

“아예 그쪽 길로 가실 생각이군요.”

“효율적이라고 생각지 않습니까?”

카시마르가 카너를 똑바로 바라보며 물었다.

“업적을 얻기에는 좋은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너무 위험합니다. 이 생각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그렇지만 가야 하는 길입니다.”

카시마르는 라코이 가문의 본격적인 지원을 받게 되었다. 이전에는 카시마르가 가지고 있는 자원으로만 카너가 보좌를 했는데, 이제는 가문의 힘까지 빌려서 카시마르를 지원했다. 덕분에 카시마르는 그 구하기 어렵다는 라룬의 숨결을 상당히 많이 확보할 수 있었다.

라룬의 숨결이 생기면 카시마르는 저항력을 높일 수 있었다. 특별한 능력이 없는 그에게 라룬의 숨결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물건이었다.

라룬의 숨결로 하루 종일 수련을 한 카시마르는 이스메네가 있는 곳으로 움직였다.

“어때?”

“꿈쩍도 안 합니다요. 그렇지만 방법이 없는 건 아닙니다요. 시간을 넉넉히 주셨으니 최대한 안전하게 가겠습니다요.”

“시간은 충분히 줄 수 있지만 정보는 확실하게 받아내야 해.”

“알겠습니다요.”

이제 계단의 세계 시간으로 하루라는 시간이 지났을 뿐이었다. 굳이 서두를 필요가 없었다.

카시마르는 시간이 주어지면 주어질수록 빠르게 강해질 것이기 때문이었다.

***

일주일이라는 시간이 빠르게 지났다. 이스메네를 고문하는 일은 크게 진전이 없었다. 그렇지만 고문이라는 게 어느 순간을 기점으로 무너지기 시작하면 정보가 술술 새어나오는 법이었다. 그러니 카시마르는 서두르지 않았다. 이스메네가 정 입을 열지 않으면 죽여서 업적을 획득하면 될 일이었으니까.

카시마르는 외출을 자제하고 라룬의 숨결과 티르긴의 바람을 이용해서 수련했다.

티르긴의 바람은 성인 남성 검지 손가락 만한 병에 담긴 바람을 말했다.

얼핏 보면 그냥 유리병 같지만 보통 유리병이 아니라 희귀 물고기인 수스의 정액으로 만들어진 병이었다. 티르긴의 바람은 계단 세계의 전역에서 종종 불었다.

재앙과도 같은 바람이었지만 구하는 게 어렵지는 않았다. 그러나 수스의 정액은 좀처럼 구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서 티르긴의 바람은 무척 구하기가 힘들었다. 티르긴의 바람은 수스의 정액으로 만든 유리병으로만 담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티르긴의 바람은 계단 세계의 하위 존재들을 괴롭히는 재앙 중 하나였다.

그러나 고위 존재들에게는 큰 타격을 주지 못했다.

잘못 휩쓸리면 팔다리가 그냥 떨어져 나가는 강력한 바람이었지만 작은 신 정도만 되어도 그 정도 바람은 그냥 견딜 능력이 있었다. 그렇기에 티르긴의 바람으로 수련을 한다해도 큰 의미는 없다 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티르긴의 바람이 수스의 유리병에 담기게 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수스의 병에 담긴 티르긴의 바람은 그 안에서 끊임없이 순환하면서 그 위력이 강력해지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고위 존재들은 그 수스의 유리병을 무기로도 종종 사용했다. 오래 담겨 있으면 담겨 있을 수록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일회성 무기.

10년 정도된 유리병은 작은 신 정도는 가볍게 날려버릴 힘이 있었다.

“티르긴의 바람은 정말 조심해서 사용해야 합니다. 이건 다른 수련법과 다르게 정말 목숨을 걸어야 하는 것이라서요.”

“카너 보좌관. 벌써 세 번째 하는 이야기입니다.”

“그만큼 조심해야 합니다. 조금이라도 견디기 어려울 것 같으면 바로 신호를 보내셔야 합니다.”

티르긴의 바람은 블러드 포그나 라룬의 숨결과는 조금 달랐다. 둘은 엄청난 고통을 수련자에게 선사하지만 목숨을 앗아가지는 않았다. 물론, 그 엄청난 고통을 못 이기고 죽는 수련자들도 있었지만 목숨을 걸어야할 정도까지는 아니었다.

반면에 티르긴의 바람은 정통적인 수련법이 아니기 때문에 그 위험 부담이 앞선 기술들 보다 더 컸다.

티르긴의 바람에 오랫동안 노출되면 생명력이 늘어나는 효과가 있었다.

뼈가 단단해지고 피부가 질겨지며, 같은 상처를 입어도 출혈이 적게 나게 되는 게 티르긴의 바람이었다.

하지만 바람의 강도를 조금만 잘못 설정하면 그대로 신체가 떨어져갈 수 있었다. 그래서 카시마르는 10년 정도 된 수스의 유리병으로 수련을 시작하려 하고 있었다.

라코이 카너는 수스의 유리병을 카시마르를 향해 열었다. 그러자 수스의 유리병에서 맹렬한 가시 바람이 쏟아져 나와 카시마르를 덮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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