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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주캐로 멱살 캐리-174화 (174/205)

# 174

귀환!

“상황을 모면하려는 수작인가?”

“아니. 실제로 알고 있어. 알아보면 알 거야. 그리 드문 기술도 아냐. 고위 존재들 중에는 실제로 알고 있는 자들도 있으니까.”

“이쪽은 한 번 넘어오면 돌아갈 수 없는 걸로 알고 있는데?”

“방법은 있어. 그렇지 않으면 우리가 어떻게 여행자들을 사냥할까. 방법은 있지만 쉽게 알 수 있는 건 아니지.”

카시마르는 흔들리고 있었다. 루테스 대륙으로 다시 돌아갈 수 있다면 꽤 많은 것들을 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일단 카시마르는 준비가 미흡한 상태로 계단의 세계로 넘어온 상황이었다.

콜렉터가 폭발하고 그는 투기장에 있는 저택 바깥으로 나갈 수가 없었다.

그래서 생각보다 많은 준비를 하지 못하고 계단의 세계에 떨어졌다. 그렇기에 루테스 대륙에 미련이 꽤 남아 있었다. 그뿐인가 지금 그를 주축으로 만들어진 라브시안 연합은 대 위기를 맞이하고 있었다.

그가 루테스 대륙에 있었으면 없었을 위기였다.

제국도 카시마르라는 유저의 힘이 어느 정도인지 인지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유저들 사이에서도 괴물로 취급 받는 유저.

카시마르가 보여준 힘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많았다.

유저들이 1차 서쪽 원정대와 카시마르의 대결을 보았다면 어느 정도 이해 했을 부분들이 보지 못하고 결과만 전해짐으로서 그 이야기가 훨씬 과장되었다.

유저들이 1차 원정대에 한 명이라도 있었다면 카시마르가 상대를 공격하면서 체력을 회복한다는 사실을 바로 알아차렸을 것이었다. 그러나 불꽃 기사들은 그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카시마르의 변절은 그들로서도 생각지도 못했던 변수였으니까.

루테스 대륙으로 다시 돌아간다.

이야기를 들은 카시마르는 흔들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 지금 연합의 상황은 최악이었으니까. 카시마르는 컨신이 무너지는 장면을 방금 전까지도 지켜보고 접속한 상태였다.

연합원들이 걱정되고 있는 그였기에 이스메네의 말이 더 달콤하게 들렸다.

“그래서 원하는 것은?”

“날 이곳에서 내보내 주는 것. 그리고 추적이나 공격을 하지 않겠다는 약속. 이건 트보의 중재자들을 불러주면 해결 돼. 비용은 내가 부담하지.”

이스메네의 말이 끝나자 라코이 카너가 바로 귓속말을 건넸다.

“그들은 계약 관련 부분을 깔끔하게 처리해주는 자들입니다. 중재 비용이 비싸긴 하지만 확실하죠. 계약으로 문제가 생기면 확실하게 그 책임을 물어주는 곳입니다. 고위 존재들이 상당히 많이 포진된 조직입니다.”

라코이 카너의 말을 들은 카시마르는 잠시 고개를 끄덕이고 뒤돌아서 방 밖으로 나갔다. 따로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였다.

“저 조건을 들어줘도 되겠습니까?”

“주인님께서 그녀가 내건 조건이 마음에 드시면 괜찮은 이야기일 수 있습니다. 중재자 비용도 그녀가 부담하는 것이니까요.”

“중재자들은 믿을 수 있습니까?”

“네. 그들은 확실합니다. 그들의 힘은 계단 세계의 곳곳에 퍼져있죠. 강력한 집단입니다. 가장 강력한 중립 세력 중 하나라고 보시면 됩니다.”

“신뢰할 수 있느냐를 물어본 거였습니다. 알다시피 이스메네는 중립에 속한 존재이니까요.”

“그건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 그들은 계약 내용에 대해서는 일절 관여하지 않습니다. 오직 계약이 제대로 이행되는지 되지 않는지만 따집니다.”

“그럼 괜찮은 거래라고 봐도 되겠군요.”

“아닙니다요. 선생님. 저 조건에는 함정이 있습니다요.”

조용히 있던 강숭이가 끼어들었다.

“무슨 함정?”

“지금 선생님께서 하려는 계약은 이스메네가 도망친다는 전제를 깔아두고 하는 계약입니다요. 하지만 그 반대의 경우는 생각 안 하셨습니다요.”

“그래?”

“그렇습니다요. 저 계약대로라면 저년은 선생님을 공격할 수 있지만 선생님은 공격이나 추적을 할 수 없습니다요.”

“이게 그렇게도 해석 됩니까?”

“약간 억지스럽긴 하지만 불가능한 이야기는 아닙니다. 그녀가 그런 것을 노린 것이라면 약간 소름 돋는군요.”

“지금까지 고문을 참은 건 아마 이런 상황을 유도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요.”

“궁지에 몰린 것처럼 보이길 바랬다는 건가?”

“그렇습니다요. 나침반을 기억하시면 됩니다요. 보통 영악한 게 아닙니다요.”

확실히 그랬다. 오이디푸스와 이스메네는 보통 영악한 게 아니었다.

“한 달 정도 추적과 공격 금지 조항을 걸면 될까요?”

카시마르가 카너를 보며 말했다.

“주인님에 대한 정보를 풀지 못하게 하는 것도 좋습니다. 아니면 아예 평생 금제를 걸어버리는 것도 나쁘지 않고요. 그렇다면 적어도 그녀의 동료들에게 주인님께서 먼저 공격받는 일은 없을 겁니다.”

“그렇지만 그리되면 그녀를 살려줘야합니다요. 선생님께서는 그럴 마음이 없으시지 않습니까요.”

“그렇지.”

“그러면 한 달 정도로 기간을 정하시면 어떻겠습니까요?”

“한 달?”

“네. 선생님께서 가지고 계신 파탄의 눈은 의외로 활용도가 높습니다요. 한 달 정도면 그녀가 어디에 있든지 찾아낼 수 있을 겁니다요.”

“그녀가 그걸 예상하지 못할까?”

“못 합니다요. 파탄의 눈은 흔한 아이템이 아닙니다요.”

“이건 일리가 있는 이야기입니다. 특히 보싱 마을에서 그녀는 외눈족 존재에게 공격을 당해서 끌려왔습니다. 그런 인과가 있으니 속이기는 쉬울 겁니다. 그녀는 지금 보싱 쪽에서 자신을 넘겨줬다고 생각하고 있을테니까요. 그러니 주인님을 낮게 보고 있을 수 있습니다.”

“제대로 붙으면 제압 가능하다고 보는 거로군요.”

“네. 충분히 그럴 수 있습니다. 실제로 그녀는 만만한 상대가 아닐 테고요.”

강숭이와 카너의 이야기를 충분히 들은 카시마르는 다시 이스메네를 만나러 움직였다.

“추적이나 공격을 하지 않겠다는 약속은 지킬 수가 없다.”

라코이 카너의 말을 들은 카시마르가 이스메네를 보며 말했다.

“그러면 풀어준 다음에 공격을 하겠다는 말인가?”

“그 계약은 문제가 있지. 후에 당신이 나를 찾아오지 말라는 법이 없으니까. 당신이 찾아왔을 때 공격을 하지 못한다면 오히려 내가 당하게 되겠지.”

“그렇다면 1년 동안 서로 공격을 하지 못하는 걸로 하지.”

“굳이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나? 당신이 몸을 숨기는 데는 한 달이면 충분할 것 같은데. 한 달 동안 그쪽을 공격하지 않겠다. 물론, 추적도 하지 않도록 하지. 이 정도면 된 건가?”

카시마르의 말을 들은 이스메네가 힘겹게 고개를 끄덕였다.

“좋다.”

“대신에 나에 대한 정보를 동료들에게 전달할 수 없다는 조항을 넣도록 하지. 한 달 뒤에는 그대가 무얼 하던지 상관하지 않겠다.”

“그때 제대로 붙어보자는 걸로 들리는군.”

“붙어볼 생각인가?”

“아버지의 시신은 어떻게 했지?”

“가지고 있다.”

“잘 가지고 있도록 해. 찾으러 올테니까.”

이스메네가 흉악한 표정을 지어보이며 말했다. 카시마르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카너의 요청으로 트보에서 중재자가 나타났다. 그들은 카시마르와 이스메네의 계약을 확인하고 둘에게 반지를 나눠주었다. 계약이 제대로 이행되는지 감시하는 반지였다. 이스메네는 반지를 끼자 바깥 세계로 나갈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었다.

이스메네는 자신의 개인 가방에서 환약과 종이를 꺼내서 카시마르에게 건넸다.

“바깥 세계로 나가는 방법은 외부 게이트를 이용하는 것이다.”

“그렇게 간단하다고?”

“나가는 주문을 아는 자가 많지 않으니까.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이고. 종족신 이상의 존재나 되어야 외부 게이트로 바깥 세계를 넘어가는 일을 버틸 수 있지.”

“그럼 의미가 없는 일 아닌가?”

“신체 강화술이 열쇠다. 그 환약을 먹으면 신체 강화술이 몸에 새겨지게 되고, 그리되면 외부 게이트로 바깥 세계를 나가도 큰 페널티가 없다. 신체 강화술은 원래 고대에는 그런 용도로 쓰였다. 지금은 그걸 아는 자가 없지.”

“오이디푸스가 희생을 치러야만 나올 수 있다고 했던 건 거짓이었군.”

카시마르가 말하자 이스메네가 묘한 미소를 지었다.

“약해 보여야 잘 속으니까.”

말을 마친 이스메네는 순식간에 시야에서 사라졌다.

“당분간은 선생님을 찾아올 생각이 없을 겁니다요.”

강숭이가 대뜸 말했다.

“왜?”

“저 정도 상처를 치료하려면 시간이 꽤 걸리지 않습니까요. 그리고 선생님은 혼자도 아니지 않습니까요.”

“맞습니다. 그녀의 세력이 얼마나 강하든 사냥꾼의 일원이신 주인님을 건드는 건 쉽게 생각할 문제가 아닙니다. 아마 그녀는 이곳에서 최대한 멀리 떨어질 생각을 하고 있을 겁니다. 그래봤자 파탄의 눈에 새겨진 이상 위치는 드러날 테지만 말입니다.”

“보좌관은 그녀와 단숨에 위치를 좁힐 수 있는 장치를 빨리 알아봐주도록 하십시오. 구할 수 있다고 했지요?”

“물론입니다. 한 달 안으로는 반드시 구해놓겠습니다. 그녀에게는 저저희 가문도 빚이 있으니까요.”

카너의 말에 카시마르가 고개를 끄덕였다.

***

컨신의 죽음은 나비효과를 불러왔다. 코즈믹 게이트에서는 레벨이 높아질수록 부활에 시간이 더 걸렸다. 거기다가 레벨 다운 페널티도 상당했다.

특히 이렇게 긴박한 순간에 컨신 같은 고렙 유저가 죽는다는 건 연합 입장에서는 엄청난 손해였다.

제국은 연합에게 생긴 손실을 놓치지 않았다.

집요하게 컨신이 맡고 있던 구역 쪽으로 병력을 보냈고, 라브시안의 전사들로는 커버가 되질 않는 사태가 벌어졌다.

결국 요새 앞에 설치한 방어 구조물들은 모두 제국의 차지가 되어버렸다.

컨신이 죽은지 다섯 시간만의 일이었다.

핏불킹은 무려 16시간 동안 게임을 하고 있었다. 시스템에서는 경고 메시지를 계속 보내고 있었지만 핏불킹은 그걸 무시하고 진행하는 중이었다.

요새 입구만 남은 상황.

전사들은 자리를 지켰고 서포터들은 끊임없이 전방의 전사들에게 버프와 회복마법을 걸었다.

그렇지만 밀고 들어오는 적을 어쩔 수는 없는 법이었다.

“최대한 더 시간을 끌어야 한다. 그래야 라브시안 쪽에서 더 버틸 수 있어. 여기서 시간을 못 끌면 라브시안을 그냥 내줘야 하는 거야!”

“아닙니다. 이쯤 되었으면 병력이 손실되기 전에 라브시안 지역으로 후퇴하는 게 나을 수 있어요.”

메디아가 말했다.

요새 뒤는 긴 동굴이었다. 연합은 그 동굴을 미로처럼 개조해서 아지트로 쓰고 있었다. 동굴과 라브시안의 거주 지역까지는 꽤 거리가 있었지만, 지금은 길이 잘 터져 있어서 예전보다 훨씬 빨리 당도가 가능했다.

라브시안 거주 지역과 동굴 사이에 있는 곳을 라브시안 사람들은 악몽의 길이라고 이름 지었다.

그곳은 바로 카시마르와 1차 제국군의 싸움이 벌어진 곳이었다.

1대 10000의 대결이 펼쳐진 곳.

카시마르는 그곳에서 피로 목욕을 하면서 라브시안 사람들을 지켜냈다.

카시마르는 라브시안 사람들에게 신이나 다름없었다.

그래서 라브시안 사람들이 제일 먼저 한 일은 살아 있는 신인 카시마르가 머무는 동굴과 거주 지역을 합치는 일이었다.

그래서 동굴과 거주 지역 사이에는 길이 생기고 있었고, 그 작업은 상당히 진행된 상태였다.

“여길 벌써 포기하자고?”

“그게 나은 판단일 수 있습니다. 병력을 너무 잃으면 라브시안 쪽에서 방어조차 할 수 없어요.”

“여기는 내줘서는 안 돼. 적어도 몇 시간은 더 버텨야 해. 그래야 마정석 던전을 파괴할 수 있으니까.”

“그건 맞는 말입니다. 메디아. 마정석 던전이 저들에게 넘어가면 희망은 없습니다. 유저들이 훨씬 많이 저쪽에 달라붙겠죠.”

로드로드였다. 그는 머리에서 피를 줄줄 흘리고 있었다. 요새 근처는 폭죽 놀이라도 하듯이 마법이 사방에서 터졌다.

비명 소리도 계속 흘러나왔다. 대부분 연합원들의 목소리였다.

“형. 뭐가 되었던지 선택을 해야 해요. 여기 목숨 걸고 막아요? 아니면 뒤로 물러날까요”

“크릿은? 그 아이가 있으면 한 타임 벌 수 있지 않을까?”

“크릿은 강숭이가 사라진 뒤로 나오질 않습니다. 뿌뿌라면서 엄청 좋아했잖아요.”

“하. 그놈이 없는 게 크긴 크네.”

“크죠.”

“지금쯤 밖에서 보면서 답답해 하고 있을 거다. 당장이라도 넘어오고 싶어하겠······.”

핏불킹은 말을 끝까지 잇지 않았다. 굉음이 들렸고 강렬한 빛이 쏟아졌다.

요새 위쪽 30미터 정도 지점의 공간에서 게이트가 열렸고, 그 안에서 익숙한 가면을 쓴 사내가 나타났다.

제국인들은 그를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연합원 한 명이 더 나타난다고 해서 바뀔 전황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연합원들은 사내의 정체를 확인하고 안도의 미소를 지었다.

푸슈슉!

카시마르의 뿔이 허공에서 춤추기 시작했다. 이제부터는 제국인들이 비명을 지를 차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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