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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주캐로 멱살 캐리-182화 (182/205)

# 182

삼파전

“그냥 질 생각은 없습니다.”

카시마르의 이야기를 들은 자들의 살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러니 그 키니란 자가 어떤 능력을 쓰는지 알려주시죠.”

몰텍이 살짝 미소를 보였다. 비웃는 게 아니었다. 카시마르가 점점 더 마음에 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몰텍은 카시마르가 보여주고 있는 자신감이 어디에서 오는 것인지 알지 못했고, 알 생각도 없었다. 중요한 것은 그가 자신보다 훨씬 위의 존재들이 수두룩한 이곳에서 전혀 기죽지 않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래. 상대가 강하다고 해서 기죽을 필요는 없지. 키니는 로스티드의 공을 사용하는 겁쟁이 녀석이다. 로스티드의 공은 술법이나 마법에 반응하는 물건. 로스티드의 공이 많이 분열하기 전에 몰아쳐서 잡는 다면 승산이 있지.”

카시마르는 로스티드의 공이란 물건이 예전에 경험해본 적 있는 능력과 흡사하다고 생각했다. 월드 자크르 챔피언쉽에서 한 번 나왔던 적 있는 히데오의 능력.

물론, 카시마르는 스킬을 사용할 수 없는 저주에 걸려있기 때문에 히데오와의 싸움에서 큰 문제가 없었다.

“로스티드의 공이라는 것에 대해서 더 알고 싶습니다.”

“그리 대단한 능력은 아니다. 멜론만한 크기의 공을 가지고 장난을 치는 것이지. 다만 시간이 지나면 공의 개수가 늘어나기 때문에 시간을 끌게 되면 좋지 않다.”

히데오의 능력과 거의 흡사했다. 이로써 코즈믹 게이트의 유저들이 가지고 있는 능력이 계단 세계에서 기반한 거라는 의문이 조금이나마 입증된 것이었다.

카시마르는 그게 꽤 중요한 사안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굳이 고민할 사안은 아니었다.

“마법을 쓰지 않고 상대하는 방법은 없습니까?”

카시마르가 베르긴을 바라보며 말했다. 베르긴의 얼굴은 벨로바를 볼 때와 같았다. 곤충의 얼굴을 하고 있는 터라 적응이 안 되는 건 벨로바와 마찬가지였다. 다만 다른 점은 베르긴이 벨로바보다 더 크기가 컸다는 것이었다.

“그럴 수 있다면 좋지. 하지만 접근하기가 쉽지가 않을 거야.”

베르긴은 의외로 카시마르에게 호의적이었다. 베르긴뿐만이 아니었다. 사냥개의 사냥꾼들 대부분이 카시마르에게 호의적이었다.

카니발이라는 큰 행사를 앞두고 있어서였을까?

사냥개의 사냥꾼들은 낙하산이라면 낙하산이라고 할 수 있는 카시마르를 보고도 큰 적개심을 보이지 않았다. 그들은 가지고 있는 키니에 대한 정보를 상세하게 풀어놓았다.

카시마르는 그들의 이야기를 진중하게 새겨들었다.

“승산이 그리 많지는 않은 싸움이다. 불멸의 굶주림의 일원이 우리 사냥꾼보다 수준이 떨어진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주축 중 하나니까. 그러니 너에게 지원을 해주는 것도 어렵다. 좋은 아이템이 몇 가지 있긴 하지만 이건 다른 곳에 쓰는 게 카니발을 치르는 데 이득일 테니까.”

“이해합니다.”

카시마르가 덤덤하게 대답했다.

“그렇지만 승산이 낮다고 해서 제로는 아니니 내 개인적으로 잃지 않는 복권을 걸겠다. 네가 승리한다는 쪽에다. 만약, 네가 자크르에서 키니를 이긴다면 복권에서 나온 보상은 다 너에게 주겠다.”

몰텍의 이야기에 사냥꾼들이 반응했다.

잃지 않는 복권은 이전 카니발에서 우주적 존재의 보상으로 나온 아이템 중 하나였다. 어떤 내기에든 사용할 수 있는 아이템이어서 활용도가 아주 높았다.

재미난 점은 이 아이템을 사용하면 상대의 동의를 구하지 않고도 내기를 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가볍게 한 내기여도 이기기만 한다면 보상이 따른다. 가볍게 한 내기에도 보상이 따르는데, 지금처럼 목숨을 걸고 하는 전투라면 더 큰 보상이 따른다.

거는 사람이 전혀 잃는 게 없는 도박.

그래서 잃지 않는 복권이라고 불리는 아이템.

그러나 말처럼 전혀 잃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정확히 말하면 내기가 끝나면 복권은 사라지기 때문에 잃는 게 전혀 없는 것은 아니라고 할 수 있었다.

그래서 잘 사용해야 하는 아이템 중 하나였다.

몰텍은 지금 그 아이템을 카시마르에게 사용하겠다고 말했다.

다소 장난기 있는 아이템이지만 우주적 존재의 힘이 담긴 것이어서 그 가치는 상당 했다.

무엇보다 잃지 않는 복권을 카니발 중에 적절하게 사용한다면 훨씬 큰 이득을 볼 수 있었다.

“그럼 저도 저 친구에게 걸지요.”

몰텍의 말을 받은 건 베르긴이었다. 잃지 않는 복권은 저번 카니발에서 가장 많이 공을 세운 다섯 명에게 분배되었던 아이템이었다.

“그럼 전 상대를 이길 대책을 강구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카시마르는 먼저 회의에서 빠져나왔다. 나오기 전에 잠깐 동안 전투의 축복을 듣는 시간을 가졌다. 사냥꾼들은 카시마르에게 큰 적개심을 보이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큰 기대도 하지 않는 중이었다. 카시마르가 회의에서 먼저 나간다고 했을 때 누구도 제지하지 않았다. 제지하지 않은 게 큰 기대를 하지 않는다는 증거였다. 만약, 카시마르가 이길 거라고 조금이라도 생각했다면 전투 회의에 억지로라도 참여시켰을 테니까.

***

밖으로 나온 카시마르는 강숭이와 카너를 불러다 놓고 상대인 키니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리크토가 말하지 않았을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카너가 말했다.

“그랬으면 좋겠지만 그리 신뢰가 가진 않습니다.”

“두 번이나 빚을 졌다고 했으니 모르는 일입니다.”

“리크토 그놈이 말하는 빚은 아무도 모르는 일입니다요. 저번에도 그러지 않았습니까요. 분명히 말했을 겁니다요.”

강숭이가 카너의 말에 반박했다.

“그래?”

“그렇습니다요. 안 그래도 그놈은 그쪽에서 아웃사이더 취급이라고 하지 않았습니까요. 이번 기회에 점수를 따려고 중요한 정보를 얻어가지 않겠습니까요. 사냥꾼은 다른 주축들 보다 점수도 많이 준다고 하니 얼마나 얼른 이야기 했을 겁니다요. 그러다 이참에 키니에게 선생님이 잡아 먹히면 빚도 안 갚아도 되니 얼마나 좋은 일입니까요.”

“넌 그렇게 생각한다는 거지?”

“네. 그렇습니다요.”

“저도 솔직히 확신은 못하겠습니다. 워낙 알 수 없는 부류라······ 다만 아니길 바라고 있긴 합니다.”

카시마르의 시선이 카너에게로 향하자 카너가 바로 대답했다.

“확신할 수 없으니 준비는 해야겠죠. 승산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습니까?”

카시마르의 말에 카너가 살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카시마르가 작은 신을 넘어선 존재라는 건 이미 익히 알고 있는 내용이었다. 오이디푸스를 혼자서 상대해야 이겼으니까. 하지만 불멸의 굶주림의 일원인 키니는 다른 수준의 마법사였다.

불멸의 굶주림에서 그는 점수를 올릴 수 있는 확실한 카드로 평가 받고 있기 때문이었다.

후방에서 아군의 보호를 받다가 약해진 상대를 지목해서 확실하게 점수를 올린다.

카니발 중반 정도부터 키니는 움직이기 시작하는데 그가 까다로운 이유는 강압적인 초대라는 능력이 시간이 지나면 다시 사용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한 마디로 카니발이 치열해지면 치열해질수록 후반이 되어가면 되어갈수록 키니가 더 힘을 발할 수 있었다.

그래서 불멸의 굶주림은 공격보다는 방어에 치중하는 카니발 플레이로 유명했다.

피해를 최소화 하면서 키니를 이용해 차분하게 포인트를 올린다. 조금 비겁한 느낌이 들긴 하지만 확실히 합리적인 플레이라고 할 수 있었다. 특히 키니가 사용하는 강압적인 초대는 상대를 잡아먹을 때마다 재사용 시간이 짧아지기 때문에 여러모로 빨리 처리하는 게 좋은 대상이긴 했다.

하지만 키니는 베르긴의 말처럼 확실한 상황이 아닌 이상 강압적인 초대를 쓰지 않는다는 게 문제였다.

“3층 높이의 30평 정도 되는 밀폐된 공간에서 싸우는 거라고 들었습니다. 아닙니까?”

“맞습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출입구가 없는 집에 들어서는 겁니다. 아래 위, 사방이 막혀 있어서 상대를 쓰러트리지 않는 이상 빠져나갈 수 없게 되어 있지요.”

카시마르는 이 부분은 투기장의 맵 중 하나와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투기장 맵 중에서 감옥 맵이 있었는데, 그게 딱 지금 카너가 설명한 공간과 흡사했다.

“키니가 어떤 존재인지는 모르겠지만 의외로 쉽게 잡을 수도 있을 겁니다. 적어도 밀페된 공간이라면 블러드 포그가 있으니까요.”

“블러드 포그도 이 경우에는 답이······ 아! 블러드 포그는 혈마법으로 분류되어 있긴 하지만 마법이나 주술이 아니지요.”

“그렇습니다. 그러니 방어를 하다보면 충분히 승산이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가 블러드 포그를 이길만큼의 저항력을 지니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리되면 칼로의 카라멜을 먹어봐야지요. 죽을 수는 없으니까요.”

***

사냥꾼의 들판으로 불멸의 굶주림, 시간의 광기의 세력들이 모여들었다.

각양각색의 모습.

허공 위로 떠오른 수 많은 깃발들이 당장이라도 지상을 공격할 것 같았다.

이들이 사냥꾼의 들판에 도착하자 몰텍은 비행금지령을 내렸다.

몰텍의 명령이 떨어지자마자 들판에서의 모든 비행이 금지되었다. 미처 착륙하지 못했던 존재들은 음속의 불새, 렘에 의해서 강제로 착륙 되었다.

강제로 착륙당한 대부분의 존재들은 지상으로 추락하는 별처럼 반짝거렸다.

멀리서 보았을 때만.

가까이서 본 그들은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온몸이 불타는 고통에 잠식당하며.

축제의 폭죽이 터지듯 추락자들이 나왔다.

이들이 싸우는 곳은 사냥꾼의 들판 한 가운데의 허공.

들판의 주민들은 이들의 카니발을 지상에서 바라볼 수 있었다. 아니, 강제로 바라봐야 했다. 카니발이 열리면 사냥꾼의 들판은 모든 출입이 통제되니까.

사냥꾼들도 새떼들처럼 탑에서 빠져나와 비행을 시작했다. 이윽고 사냥개들이 모두 모였다.

3미터 가까이 늘어지는 붉은 피풍의를 입은 몰텍이 나서자 라오 토씬과 마크리엘도 나섰다.

시간의 광기와 불멸의 굶주림의 지배자들.

라오 토씬은 붉은 젤리와 같은 모습이었다. 사람 형상을 한 젤리. 라오 토씬이 혈마법을 쓰면 그 젤리가 걷히고 라오의 진짜 모습이 드러나게 된다.

라오 토씬을 약점은 바로 그 부분.

평소에는 젤리와 같은 혈마법을 두르고 있기 때문에 공격을 성공시키기가 쉽지 않았다.

마크리엘은 호박 머리를 한 사내로 살짝이라도 치면 부러질 것 같은 얇은 몸을 지니고 있었다. 말끔하게 양복을 입고 있는 마크리엘은 별다른 위압감이 없었다.

셋은 적당한 거리에서 만나서 서로를 바라봤다. 그들은 별다른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카니발에 대한 룰은 이미 알고 있었다.

그들이 서로를 한 번 확인하고 뒤돌아서자 그들이 있던 자리로 빛을 가르는 어둠이 잠시 쏟아져 내렸다.

바로 카니발이 시작되었다.

사냥개의 사냥꾼이나 시간의 광기는 늘 먼저 움직였다. 그러나 제일 늦게 움직이는 쪽은 늘 불멸의 굶주림이었다. 그들의 전략은 이전부터 동일했다.

키니를 이용해서 차근히 포인트를 쌓기.

그러니 굳이 위험을 감수할 필요가 없었다. 적당히 상황이 무르익기를 기다리면 되는 일이었다.

물론, 나머지 두 진영이 그걸 가만히 내버려 두지 않았다.

카니발이 시작되고 세 진영은 교전 없이 서로를 바라보기만 했다.

십 분 정도 지났을까?

카니발 초반에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키니가 이례적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불멸의 굶주림 수장인 마크리엘과 같은 종족인 사내.

둘의 생김새는 비슷했지만 키니가 좀 더 키가 컸다. 시간의 광기 쪽에서는 키니가 초반부터 앞으로 나오는 모습에 상당히 놀란 표정이었다.

시간의 광기의 몇몇 존재들이 키니를 보자마자 바로 공격을 퍼부으려고 했지만 라오가 제지했다.

키니는 예상했던 대로 카시마르에게 초대장을 보냈다. 키니가 뿌린 초대장은 사냥개의 사냥꾼들 쪽으로 바람을 타고 흘러가더니 정확히 카시마르 가슴 쪽에서 멈춰섰다.

카시마르가 초대장을 받자 세 진영 중앙에 집이 생겼다. 그리고 키니와 카시마르의 모습이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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