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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주캐로 멱살 캐리-186화 (186/205)

# 186

가장 잔혹한 부분

“마프리엘이 의외로 시간을 끄는구려.”

라오가 말했다.

“굶주림은 이런 상황이 처음이니 그러는 게 아니겠소?”

“하긴······ 철벽 같은 방어력을 자랑했던 곳이니.”

굶주림은 다른 두 곳과는 다른 스타일로 전투를 치렀던 곳이었다. 비유를 하자면 견고한 성을 쌓아두고 조금씩 포인트를 벌어들이는 작전을 펼치는 곳.

키니의 강압적인 초대라는 공격 기술이 있고, 특수한 능력을 가진 존재들이 많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작전이었다.

그런데 마프리엘이 이성을 잃고 튀어나오면서 그런 작전이 아주 무너져 내렸다.

“더 피해를 보면 그쪽이 좋은 거 아니겠소?”

몰텍이 말했다.

“담합 이야기가 나오면 여러모로 껄끄러워지니까.”

“담합을 하지 않았는데 담합 이야기가 나올 게 뭐 있겠소? 아주 오래전부터 카니발에 대한 협약을 맺어왔다고 소문이라도 날까봐 그러시오?”

“모르는 일 아니겠소?”

“그래봤자 저쪽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없소. 무엇보다 마프리엘이 저리 쉽게 튀어나올 줄 누가 알았겠소.”

“하긴······그쪽 신입이 의외의 행동을 했으니 근데 베닉 쪽이 좀 집요하게 노릴텐데 괜찮겠소?”

“이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저 녀석은 사냥꾼이오.”

몰텍의 말에 라오가 웃었다.

“끝났군.”

라오의 말이 끝나자마자 카니발이 종료되었다. 카니발이 종료되자마자 몰텍은 사냥꾼들이 있는 곳으로 움직이려 했다. 그때 라오가 몰텍을 불러세웠다.

“맞다. 궁금한 게 있소.”

몰텍이 다시 옆을 돌아보며 물었다.

“이번엔 또 무엇이 궁금하시오?”

“그 문제 말이오? 신입에게 냈다는 문제.”

“그게 궁금하시오?”

“그렇소. 무슨 문제였소?”

“한 가지는 확실하지. 당신은 절대 풀 수 없는 문제라는 거요.”

“그걸 어찌 아시오?”

“필멸자에 대해 아시오?”

“그다지 관심은 없소.”

“그러면 못 푸는 문제요.”

“당신은 필멸자에 대해 잘 아시오?”

“내가 어디서 왔는지 잊으신 거요?”

몰텍이 피식 웃으면서 대답했다.

“그 이야기는 금기인 줄 알았는데.”

“남이 할 때는 금기이지만 내가 하는 것은 금기가 아니지.”

“그거 참 편리한 금기군.”

“우두머리라는 게 그래서 좋은 거 아니겠소?”

“크하! 하긴 그렇지.”

몰텍의 말에 라오가 웃었다. 라오는 상당히 기분이 좋은 상태였다. 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행사는 카니발이었다. 물론, 카니발보다 큰 행사가 있긴 했다.

이들은 원칙적으로 엘더 갓을 견제하고 계단의 세계를 해방 시키기 위해 모인 집단이었으니까.

“아무튼 마켓에서 봅시다.”

“아니! 아니! 문제는 알려주고 가야지.”

“당신은 못 푸는 문제요. 답도 알려주지 않을 거고. 괜찮겠소?”

“내가 풀면 어찌 하려고 그러시오?”

“그럼 사냥꾼으로 들어오겠소?”

“농은 그만하고 문제나 알려주시오. 한 번 생각해보겠으니.”

“아침에는 발이 네 개였다가 점심에는 두 개, 저녁에는 세 개이 되는 존재가 무엇이냐가 질문이었소?”

“엥?”

“알겠소?”

“잠깐! 변신 종족인가?”

“내가 그러지 않았소. 당신은 절대 못 푸는 문제라고.”

“아니 잠깐만 기다리시오. 아침에는 네 개인데 점심에는 두 개? 두 개를 먹었나?”

몰텍은 라오의 부름에 답하지 않고 사냥꾼들이 있는 곳으로 움직였다.

***

카니발이 끝나자 불멸의 굶주림과 시간의 광기는 재빨리 사냥꾼의 들판에서 떠났다.

사냥꾼들은 회의 장소로 다시 복귀했다.

“논공행상을 하겠다. 우선 약속했던 복권에서 나온 보상부터 처리해야겠지. 그것들은 카시마르 네 저택으로 갔을 것이다. 저택에 도착하면 받아볼 수 있을 거다.”

“어떤 게 나왔습니까?”

렘이 물었다.

“확인하지 않았다. 어차피 카시마르의 것이니까. 그리고 그 물건들은 마켓에도 들어갈 것들이 아니니까.”

“그럼 저도 확인하지 않고 보내야겠습니다.”

베르긴이 말했다.

“우리쪽 피해는 어떻게 되나?”

“정말 운이 좋게도 부상자만 나왔습니다. 소······.”

렘이 보고를 하려는 사이에 이공간이 열리면서 몰텍의 앞으로 서신이 하나 떨어졌다.

서신의 금색 겉면을 본 사냥꾼들이 환호를 질렀다. 카시마르는 무슨 영문인지 몰랐다가 1등을 했다는 것을 눈치로 알았다.

“마켓은 이틀 뒤에 열린다. 이곳에서. 렘.”

몰텍이 서신을 열어보며 말했다.

“예.”

“장소를 준비하도록.”

“네.”

“그러면 공을 따져보도록 하자. 일단 이번 카니발은 이전보다 다들 수월했을 것이다. 수월하기도 하고 일찍 끝나기도 했지. 그 이유는 다들 알고 있겠지. 카시마르. 저 친구의 공이 제일 크다고 생각하는데 다들 어떻게 생각하나? 다른 생각이 있다면 말해보도록.”

나서는 자들이 한 명도 없었다.

“그러면 나머지를 논하면 되겠군.”

논공행상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베르긴과 렘이 카시마르 다음으로 높은 공을 세운 것으로 정해졌고 나머지는 보상이 고루 분배되었다.

보상이 분배되는 것이 정해지자 회의는 빠르게 종료되었다. 카시마르는 생각보다 간단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사냥꾼들은 회의가 끝나자 카시마르에게 인사를 한 번씩 건넸다. 그들 중에는 저택으로 초대장을 보내겠다는 이도 있었다.

“조금 당황스럽군요.”

“원래 사냥꾼들이 이렇습니다.”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카너가 귓속말로 말해주었다.

“뭐가 이렇다는 말입니까?”

“상당히 배타적이지만 일단 일원으로 인정하고 나면 형제와 다름 없다고 생각하죠. 다른 파벌보다 수는 적지만 결속력 하나만큼은 제일이니까요. 아무튼 정말 잘 하셨습니다.”

“이길만한 상대였으니까요.”

“그보다 도발이 컸습니다. 키니가 제압당한 이상 불멸의 굶주림이 불리해진 건 맞았지만 이 정도로 무참히 무너질 정도는 아니었거든요. 마프리엘이 치고 나온 게 큽니다.”

“즉흥적으로 생각한 도발이었는데 그렇게 나올 줄은 몰랐습니다.”

“그렇지만 너무 위험했습니다. 마프리엘의 후속 공격이 조금만 더 빨랐으면 큰일나셨을 겁니다.”

“생각보다 대단하더군요.”

“원래 마프리엘은 원거리 공격이 가능한 마법사입니다만 신체 능력도 뛰어나서 웬만한 존재들은 붙잡고 그대로 찢어버릴 수 있습니다. 상당히 고위 존재라도요.”

확실히 강력한 힘을 발휘하긴 했다. 카시마르 주변에 동료들이 없었기에 망정이었지 있었으면 그대로 말려들어 큰 타격을 입었을 터였다.

“그럼 이제 다 끝난 겁니까?”

“그럴 리가요.”

“그러면 뭐가 또 남았습니까?”

“마켓에 대한 이야기를 듣지 못하셨습니까?”

라코이 카너가 물었다.

“마켓? 아! 이틀 뒤에 열린다고 하더군요.”

“그게 남았습니다. 어찌 보면 그게 제일 중요하죠. 카니발에서 가장 잔혹한 부분이 남은 셈이니까요.”

라코이 카너가 진중한 표정으로 말했다.

***

저택으로 돌아오면서 카시마르는 마켓이라는 것에 대해서 설명을 들었다. 몰텍의 수하가 공간 터널을 열어준 덕분에 카시마르는 저택으로 바로 돌아올 수 있었다.

“잔혹한 부분이라는 이야기를 이제 알겠군요.”

“그렇습니다. 카니발에서 죽게 되면 지니고 있던 아이템을 빼앗기니까요. 그래서 마켓이 열리는 것이지요. 일종의 물물교환을 하는 거라고 보시면 됩니다.”

“단순한 물물교환은 아니게 되겠네요.”

“예. 눈치채셨겠지만 마켓은 전사자가 부활할 시간을 주지 않습니다. 태어날 때부터 여러 생명을 지닌 중간자적 존재들에게도 이러한 부분이 약점이죠. 죽은 뒤에 부활하는 데 시간이 걸리니까요.”

“보통 얼마나 걸립니까?”

“존재마다 다릅니다. 보통 한 달은 걸립니다. 늦게는 몇 년이 걸리는 존재들도 있습니다.”

“몇 년이면 타격이 크겠군요.”

“우주적 존재들은 한 번 소멸이 되고 나면 비교도 할 수 없을만큼 긴 시간 동안 잠들어 있는 다고 합니다.”

“크툴루가 그런 경우입니까?”

카시마르의 입에서 크툴루라는 말이 나오자 카너가 살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렇습니다. 그래서 우주적 존재들은 죽음에 대비하여 인격을 분열시켜 놓거나, 믿을만한 수하를 곁에 두곤 하죠. 노예나 다름없는 종속을 두기도 하고요.”

“그러면 크투그하 아니 크투가도 소멸되었기 때문에 잠을 자고 있는 겁니까?”

“제가 알기로 크투가는 스스로 잠에 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우주적 존재들이 스스로 긴 잠에 드는 경우는 소멸에 대한 편법으로 알고 있습니다.”

“소멸에 대한 편법이라니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군요.”

“부활할 때까지 시간을 단축하기 위함으로 알려져 있긴 합니다.”

“흠. 죽음을 대비해서라······ 우주적 존재라는 직함에 좀 걸맞지 않는 행보로군요.”

“이건 하위 존재들이 유추한 것이라 정확한 건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어쩌면 더 큰 이유가 있을 테지요.”

“그럴 수 있겠군요. 아무튼 당장 고민할 부분은 아니고. 그러면 저쪽에서는 동료들이 없을 때 물물교환을 해야한다는 거네요.”

“그렇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잔혹한 법입니다. 존재들마다 전투 방식이 다 다른데 그 전투법을 유지시켜주는 핵심 아이템을 떨어트리기라도 한다면 문제가 복잡해지거든요. 그걸 또 상대가 아는 경우라면 더 그렇습니다.”

“어. 잠깐만. 그렇다면 이게······.”

“그렇습니다. 지금부터 다음에 벌어질 카니발이 시작된 거나 마찬가지입니다. 어떤 아이템을 누구에게 넘겨주는가, 넘겨주지 않는가. 이걸로 상대 파벌의 힘을 떨어트릴 수 있으니까요.”

“카니발에 그렇게 목을 맨 이유를 알겠군요.”

“죽는 것도 죽는 거지만 죽는 것보다 더한 거래를 해야할 수도 있으니까요. 카니발에서 진다는 건 그렇습니다. 물건의 가치라는 건 늘 상대적이니까요. 주인님.”

“예.”

“리스트가 도착했다고 합니다.”

“보상 말인가요?”

“네. 일단 마켓이 열리기 전까지는 우주적 존재의 대리인이 물건을 가지고 있습니다. 보관만 하는 것이죠. 대신 이렇게 리스트를 보내옵니다. 주인님께서는 제일 공적이 높으시니 아마 서른 개 정도의 아이템을 받으실 겁니다.”

“그게 다 우주적 존재의 힘이 담긴 아이템이라는 것입니까?”

“네. 그렇습니다. 이들 중에 주인님께서 사용할 아이템을 배제하고 물물교환을 할 수 있습니다.”

“좋군요.”

“예. 적은 숫자는 아닙니다. 운이 좋으면 우주적 존재의 기운이 듬뿍 담긴 아이템을 얻을 수도 있으니까요. 이 물물교환의 재미난 점은 양도 시스템입니다.”

“아이템을 양도하는 게 재미난 겁니까?”

“예. 카니발에서 보상을 얻는 방법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공적을 인정 받아서 아이템을 분배받는 것. 다른 하나는 상대 파벌의 존재를 죽여서 아이템을 빼앗는 것입니다. 근데 이 부분에서 재밌습니다. 예를 들자면 사냥꾼이 불멸의 굶주림 존재를 둘 잡고 죽었습니다. 이 존재는 죽었으니 부활까지 시간이 걸릴테죠. 그러니 획득한 아이템을 마켓을 통해서 물물교환 할 수 없어야 정상입니다. 하지만 이런 경우 이 존재가 죽여서 빼앗은 아이템은 각 파벌의 창고로 이동됩니다. 처분 권한도 그쪽에 있지요.”

“그래서 재밌다는 거였군요.”

“네. 그러니 지금 불멸의 굶주림 쪽은 아주 죽을 맛일 겁니다. 수장까지 죽은 터에 절반 가까이 되는 존재들을 잃었습니다. 그들도 획득한 아이템이 꽤 있겠지만 글쎄요. 그들이 사들여야할 아이템이 팔 아이템보다 몇 배는 될 겁니다. 창고를 열어야하는 상황이지요.”

“그 창고라는 것은 이럴 때를 대비한 것이겠군요.”

“그렇습니다. 카니발은 아주 오래전부터 계속 열렸고 그때마다 보상은 있었으니까요. 이럴 때를 대비해서 아이템을 보관해두었을 겁니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쉽지 않은 일입니다. 사냥꾼이나 시간의 광기에서는 카니발에서 보다 마켓에서 훨씬 더 잔혹하게 몰아 붙일테니까요.”

“그렇습니까?”

“네.”

“적당히 아이템을 교환할 줄 알았는데 아니군요.”

“아닙니다. 카니발보다 더 처절한 곳이 마켓입니다. 특히 지금처럼 조커가 들어왔을 때는 더하지요.”

카너가 리스트의 목록을 훑어보면서 말했다. 우주적 존재의 아이템은 워낙 다양했기 때문에 카너라도 이름만 보고서는 다 파악할 수 없었다. 그렇지만 확실하게 알아볼 수 있는 아이템은 있는 법이었다.

예를 들자면 카시마르에게 죽임을 당한 상대인 키니가 들고 있는 아이템.

그런 아이템이라면 단번에 알아볼 수 있었다.

“로스티드의 공이 들어왔습니다. 거기다 강압적인 초대장까지 나왔네요.”

“조커가 맞군요.”

카시마르와 카너가 서로를 보면서 미소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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